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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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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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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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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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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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남궁세가 (16)

DUMMY

가주들은 대공자 시운학에게 물을 것이 많았지만, 시운학이 자식들과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시작된 연회이기도 하고 오늘 당장 남궁세가를 나갈 것도 아니었기에, 대공자 시운학이 아직 젊으니 오히려 비슷한 연배인 자식들과 가까이하는 것도 좋으리라 여겼다.


대공자 시운학이 비어 있던 자리에 앉자 삼 공자 남궁호가 반겨 맞으며 말했다.


"시 공자님,

어른들께 시달리느니 잘 오셨습니다.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 가운데 당가 형제들이 급한 일로 빠지기는 했으나, 여기 계신 분들만 알아 두시더라도 강호행을 하시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소생이 한 분 한 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삼 공자 남궁호는 시운학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공자를 손바닥을 펴 공손히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제갈홍인 형님은 제갈 세가의 소가주로 강호에서는 묵룡이라 불리십니다."


시운학은 남궁호의 소개가 끝나자 바로 포권하며 인사했다.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소생은 강호초출이라 별호는 없고 시운학이라 합니다."


제갈홍인은 시운학을 향해 포권하고 무심해 보일 정도로 담담한 표정으로 답례했다.


"제갈홍인이외다."


남궁호는 손끝을 살짝 옮겨 가리키며 소개를 이어 갔다.


"황보재 형님이시고 황보세가의 소가주이시지요. 역시 오룡 가운데 한 분으로 적룡이라 불리시지요."


시운학은 남궁호의 소개에 바로 포권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시운학입니다."


황보재는 황보세가주 황보철우와 대공자 시운학의 시비를 지켜봤기에, 그리 탐탁지 않은 얼굴로 포권도 하지 않은 채 답했다.


"황보재올시다."


남궁호는 황보 세가 소가주 황보재의 태도에 어색해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빠르게 이번에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팽가 쪽 사람들을 소개했다.


"역시 팽가의 소가주시고 강호 오룡 가운데 백룡이라 불리시는 팽정호 형님이십니다."


시운학은 황보재가 보인 못마땅한 태도에 자연스럽게 남궁호가 소개하는 팽정호와 눈길을 맞추며 포권하고 인사했다."


"시운학입니다."


팽정호는 황보재가 시운학에게 못마땅한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잘됐다는 듯 포권하며 시운학의 인사에 예를 다해 답했다.


"팽정호입니다. 근자에 강호를 떠들썩하게 만드신 분이 누구신가 많이 궁금했는데 이리 뵙고 보니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뵙고 물을 것이 많았는데, 기왕 이리 만나게 되었으니 언제 시간 내서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눴으면 합니다."


"소생이 강호초출이라 아는 것이 없어 드릴 말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강호 오룡이라 불리시는 팽 소가주께서, 소생의 무지함을 깨우칠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니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드린 말씀은 아니나, 뭐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강호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는 스승이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비록 성현의 말씀을 빌어 한 말이지만 소생은 이 말을 믿습니다."


"우선은 연회 자리이니 따로 시간을 내 불러 주십시오."


"알겠소이다. 내일 아침이라도 사람을 보내지요."


"기다리겠습니다."


남궁세가 대공자 남궁철은 남궁호가 소개를 늦게 해 기회를 빼앗기게 생겼다 여겼는지, 남궁호가 팽하린을 소개하려 하자 소개에 앞서 껴들며 말했다.


"시 공자님,

팽 형께서 좋은 자리를 마련하신다니 그 자리에 소생도 함께했으면 합니다."


시운학은 남궁철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팽정호를 보며 대답했다.


"남궁 대공자께서 함께해 주신다면야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팽정호는 소문에 들린 것과 같다면 혼자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남궁철이 함께하겠다고 나서자 반기며 답했다.


"남궁 형께서 함께하신다면야 더욱 값진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소이다."


남궁철은 팽정호가 반기자 팽정호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소개를 이어 가라는 듯 남궁호를 바라보자 남궁호가 소개를 이어 갔다.


"여기 낭자께서는 팽가 사 장로이신 헌원도 팽태겸 대협님의 여식으로 강호 오미 가운데 한 분이신 팽하린 낭자입니다."


"시운학입니다.

누이에게 낭자께서 청림원에 들리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팽하린이에요."


남궁호는 대형 남궁철을 힐긋거리다, 시운학이 아는 듯싶으니 이 형 남궁표를 소개했다.


"대형은 아시는 듯싶으니 넘어가고 이 형님이 소생의 윗형이신 남궁표입니다."


시운학은 남궁세가에 나름 오래 머물렀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시운학입니다.

남궁세가에 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인사가 늦었습니다."


남궁표도 포권으로 답하며 말했다.


"소생이 하는 일 없이 바빠 귀빈이 드셨다는 말을 듣고서도 뵙지 못했소이다. 이제 바쁜 일도 거의 마쳐 가니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소이다."


남궁호는 남은 사람을 보더니 남궁수수는 달리 소개할 필요가 없었고, 시운화만 소개하면 될 것이라 여겼다.


"시 공자님 곁에 계신 분은 시운화 낭자이십니다. 형님들께서도 들으셨겠지만, 양하채에서 동정십팔채 각천 채주 최심장 척이의 목을 단 한 수에 날려 버리신 여협이십니다. 소생이 그 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봤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소생에게 한 잔 사시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남궁호가 길게 말을 늘이며 소개하자 시운화의 얼굴에 엷게 미소가 지어졌다. 시운화는 일어나 모두에게 돌아가며 가볍게 고개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팽하린은 남궁호가 한 말을 듣지 못했는지 곁에 앉아 있는 남궁수수에게 물었다.


"아까 만났을 때는 그런 말은 없었잖아."


"그럴 만한 시간이 없지 않았어요."


"호 오라버니와 함께 있었을 거 아니냐?"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는···."


황보재는 팽하린과 남궁수수가 하는 말을 듣고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각천 채주는 나도 만나 봐서 알지만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다. 말로야 한 수라고들 해도 그게 가능한 이야기더냐? 소문은 늘 과장되기 마련이니 허황된 말에 너무 관심 두지 말거라."


황보재의 말에 남궁호가 발끈하며 말했다.


"황보 형님,

아무려면 소제가 허튼소리를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아니라는 말이더냐?"


"소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남궁호는 손가락으로 두 눈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


"소제가 그 자리에서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일을 말씀드렸는데, 소문이야 어떻게 났던 소제의 말도 못 믿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남궁호의 강변에도 황보재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이제 철검대를 겨우 벗어나 창궁대 조장에 불과한 네가 제대로 보긴 봤다는 말이더냐? 시 낭자의 미색이 뛰어나니 눈이 흐려진 것이 아니더냐?"


시운학은 발끈한 시운화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눈을 마주쳐 달래고 가볍게 시운화의 무릎을 눌러 앉혔다. 시운학이 보기에 황보재가 이리 억지를 부리는 것이 잠시 전 있었던 황보세가주 황보철우와의 언쟁을 마음에 담고 있는 듯싶었기에, 소가주라면 그 정도의 불쾌감은 가질 수 있다 여겼다.


남궁호는 시운화의 미색에 홀려 눈이 흐려져 바로 보지 못했다는 말에는 그리 큰 반감이 일지 않았지만, 자신이 부족한 자질 때문에 형들보다 무공 진전이 늦어져 오랫동안 철검대에 머물렀던 것은 큰 상처로 남아 있었기에, 자신의 자질을 핑계 삼아 믿지 못한다는 황보재의 말은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소제의 자질이 모자라 진전이 없었던 것이야, 여기 계신 형님들 모두 아시는 일이니 더 거론할 필요 없으나, 창궁대에 든 지도 벌써 이 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두 분 형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길지 않은 동안이었지만 시 공자님과 함께하며 배운 것이 있어 이제 나름 성취를 얻었다 여기고 있습니다."


"흥 ~!

그러니 알아 달라. 감히 나와 비무라도 하자는 말이더냐?"


"비무요?

형님과 말씀이십니까?"


"왜~!

두려운 것이더냐?"


"하하하,

두렵느냐 하셨습니까?

좋습니다. 당장은 어른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니 못하겠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연무장을 비우라 하겠습니다."


남궁호와 황보재의 다툼이 비무로 이어질 듯싶자, 제갈 소가주 제갈홍인이 마치 중재라도 하려는 듯 말했다.


"무인에게 비무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소이까? 기왕 말이 나왔으니 바로 가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사실 소생도 그동안 전해지는 시 공자의 소문을 듣고 궁금하기 짝이 없었소이다. 호 아우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살피고, 겸사겸사 시 공자님의 무위도 구경할 수 있다면, 이렇게 서로 낯을 붉히며 술 한잔하는 것에 비교가 되겠소이까?"


대전이 넓고 악사가 연주하고 가희의 노래 소리가 높다지만, 한자리에 있는 가주들의 귀에 자식들의 다툼이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속마음은 모두 감춘 채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대하려 애쓰던 가주들의 귀에, 시운학의 무위를 살필 기회라는 말이 들려오자, 남궁세가주를 비롯한 가주들은 한순간에 눈을 마주치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이 손을 들어 악사와 가희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자 모두의 눈길이 남궁진연에게 모아졌다.


"그래 무인이라면 당연히 연회보다야 비무가 즐거워야 하지. 우리 호가 저리 자신하는 것도 오랜만이니, 모두들 연무장으로 나가 어리석게 자만하는 자식놈에게 어려움도 깨우쳐 주시고, 기왕 말이 나왔으니 본가의 귀빈이신 시 공자님의 소문난 무위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소이다."


"하하하

그럽시다. 정말이지 너무 궁금해 조금 전 시 공자에게 청하려다가 연회 중이라 미처 청하지 못해 잠을 못 이룰 것 같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모이니 이렇게 일이 진척되는구려."


황보세가주 황보철우는 아직 시운학이 비무를 하거나 무위를 보인다는 말이 없었기에, 팽가주 팽수겸이 자리를 깔자 못을 박았다.


"시 공자도 무인이니 비무를 즐기실 것이 아니오? 모두들 소문을 듣고 황망해하던 차였으니 이 기회에 소문이 맞다는 것을 보여 주셨으면 하오."


시운학은 가주들이 몰려온 것이 강호에 전해진 소문 때문이라는 것을 들었기에, 가주들이 남궁세가에 들었으니 언제고 한번은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소문이 과장된다는 것이야 모두 아시는 일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의혹을 풀지 않으면 놓아주시지 않으실 것 같으니, 소생 또한 연무장에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연회라 하셔서 무복을 입지 않고 있으니 잠시 시간을 주시면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당연하다는 듯 바로 말을 받았다.


"우리들 안 그렇겠는가? 준비되는 대로 하인을 보낼 것이니 천천히 준비하시게."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총관에게 서둘러 준비하라 이르고 또 연회를 마련한 하인들에게는 비무를 마치고 다시 연회를 열 것이라며, 악사와 가희, 광대패들에게 가지 말고 기다리라 명하고, 숙수들에게는 다시 연회를 가질 것이니 식은 음식을 내는 일이 없도록 준비하라 지시했다.


무복을 갈아입으러 청림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운화는 불만이 큰 듯 말했다.


"이렇게 차려입느라 반 시진이나 걸렸는데, 비무를 하고 또 연회를 연다니요?"


"비무를 마치고는 다시 꾸미지 않아도 될 것이야? 이미 네 모습을 공자들에게 보이지 않았더냐?"


"그러니 더욱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비무를 마치고 나면 머리도 흐트러지고 꼴사납게 변할 터인데, 비무만 하고 연회에는 가지 않을래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오라버니 무위를 드러내 보이실 거예요?"


"보여 주기는 해야겠지. 가주들이라 해도 사형들만 못 하니 대충 보여 주면 될 것이야."


"그렇게 대충 보여 주면 또 소문이 어떻다 할 거 아니어요?"


"그럼 네가 상대하려느냐?"


"예~?

그렇게 귀찮은 일을 제가요?"


"하긴 그들이 보려는 것이 내 무위이니 그건 안 되겠구나."


"잘 생각하셨어요. 지금 기분 같아서는 그 황보 공자의 목이라도 날릴지 모르는데."


"말이 험하구나."


"뭐 그렇다는 말이지 아무려면 목을 날리기야 하겠어요."


대공자 시운학은 하인의 안내로 당도한 연무장은,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의 생각이 어땠는지 모르나, 남궁세가의 하급 무인들인 철검대와 창궁대가 훈련하는 가장 넓은 대연무장에, 남궁세가에 남아 있는 무력을 모두 불러 모아 놓았고, 그 넓은 연무장 곳곳에 화톳불을 촘촘히 밝혀 마치 대낮같이 밝았다.


앞쪽에 마련된 비무대를 중심으로 삼 면에 남궁세가들의 무인들이 자리했고, 정면에 비무대가 잘 보이도록 자리를 따로 마련해, 그곳에 남궁세가의 장로들을 비롯한 가솔들과 팽가, 제갈가, 황보가 사람들의 자리도 함께 마련돼 있었다. 시운학과 시운화의 자리도 그곳에 있었기에 올라가 앉아 비무대를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왔는지 비무대 위에 황보재와 남궁호가 마주하고 있었다.


남궁호가 황보재에게 비웃음을 받았던 철검대 시절 익힌 철검십식의 기수식을 펼치자, 황보재가 어이없다는 듯 남궁호에게 말했다.


"아직도 철검십식밖에 쓰지 못했던 것이냐?"


"철검십식이면 충분하니 받아 보시고 말씀하시지요."


"그런다고 비무를 물릴 것 같으냐?"


"철검십식이면 황보 형님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나중에 봐줬니 뭐니 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네가 나를 그리 우롱하니 더는 들어 줄 수 없구나. 들어오거라 그나마 내가 너를 아니 삼 초는 양보해 주마."


"후회할 것이오. 그럼 어디 말처럼 되는지 받아 보시오."


남궁호는 철검십식의 기수식인 분천지를 펼쳐 내 황보재를 양단할 듯 내리쳐 갔다. 황보재도 말은 남궁호를 무시하는 듯했어도 진검으로 치러지는 비무이니, 남궁세가의 직계인 남궁호가 펼쳐 내는 철검십식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다.


황보세가에서 가주만이 익히는 수미천왕신공을 소가주에 오르며 전해 받았기에, 진기를 일주천 해 양주먹에 진기를 두르고, 남궁호가 시전하는 분천지 초식을 천왕태보의 신법으로 가볍게 비켜서며 외쳤다.


"일 초."


남궁호는 어차피 철검십식이 남궁세가의 무공이라 해도 오대세가 모두 철검십식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황보재가 가볍게 피해 가도 그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는 듯 철검십식의 이 초인 사방금을 펼쳐 내며 공세를 이어 갔다.


마치 삼재검법에서 천단지로를 펼치고 횡소천군으로 이어지듯 철검십식도 비슷한 검로를 갖고 있었는데, 남궁세가의 철검십식 이 초 사방금은 횡소천군에 선인지로를 합친 듯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가볍게 피한 황보재가 남궁호를 보며 크게 외쳤다.


"이 초."


황보재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이 초라 외치고 바라보자, 남궁호도 마주 보며 피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 남궁호는 마치 당연한 순서인 듯 철검십식의 삼초인 천간투를 펼쳐 내 다시 공세를 이어 갔지만, 황보재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채 삼 초식 천간투를 마쳤고, 황보재는 거 보란 듯이 다시 외쳤다.


"삼 초.

약속한 삼 초를 다 흘렸으니 이제 각오하거라."


황보재는 보기에도 너무 형편없는 무위를 보인 남궁호를 한주먹에 눕혀야 하나 고민하다, 황보세가의 권법 가운데 남궁세가의 철혈십식처럼 하위 제자들이 익히는 쾌활삼십장으로 남궁호를 몰아갔다.


처음 한두 수는 남궁호가 밀리는 듯싶었으나, 남궁호가 여전히 철검십식을 쓰고 있음에도 황보재는 처음 삼 초식과는 달리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궁호는 삼 초식의 양보를 받고는 철검십식 일, 이, 삼 초식을 순서대로 연습하듯 펼쳤지만, 삼 초식의 양보가 끝나고 본격적인 비무에 들어가자, 같은 철검십식이라도 순서를 무시하고 검로의 조화를 만들어 갔다.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재가 남궁호에게 어려움을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황보재는 남궁호를 무시하고 있었기에 황보세가에서 하위 제자들이나 배우는 쾌활삼십장으로 상대하려다, 지금까지와 달리 남궁호가 전력을 다해 덤벼들자 쾌활삼십장으로는 막아 내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황보재는 어렵게 피해 내고 간격이 벌어지자 쾌활삼십장을 거두고, 태산십팔반장으로 남궁호의 철검십식을 받아 내고, 금나수인 태산중수의 수법으로 남궁호를 압박했다. 하지만 남궁호의 철검십식은 초식을 더해 갈수록 변화가 무쌍해져 갔다.


분명 철검십식임에는 맞았지만 분천지에 비폭류가 섞이고, 비폭류에는 오악세가 섞여 들었다. 그뿐 아니라 분천지에 사방금이 섞이고, 분천지에 천간투가 섞였다. 황보재는 분천지라 여기고 막아 가면 사방금으로 변하고, 사방금인가 하고 막아 가면 느닷없는 오악세가 펼쳐지자, 초식을 초식으로 대하지 못하고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살펴 상대하자니, 신법이 엉켜 드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래도 황보세가의 소가주로 가주의 적통을 이어받고 있었기에, 남궁세가 삼 공자인 남궁호가 황보재를 위험에 빠지게는 하지 못했다. 황보재는 두어 번 발이 엉켜 하마터면 남궁호의 공세에 당할 뻔하자, 남궁호를 가볍게 여기던 마음가짐을 바꿔 천왕신권에 천왕보로, 남궁호의 공세를 쳐 내고 피해 가며 비무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순식간에 백 초 이상을 겨루고 나자 황보재가 멀리 물러서며 말했다.


"이거야 몰라보게 성장했구나. 앞으로는 아우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니 오늘은 이만하자."


남궁호도 지치긴 마찬가지였으니 황보재가 자신의 성장을 인정하고 물러서자 그대로 멈춰 검례를 취하며 말했다.


"황보 형님 덕분에 소제가 어디 있는지 알았습니다."


"알았으니 그만 내려가자. 그래야 아우가 봤다는 시 공자의 무위를 볼 것 아니냐."


남궁호도 모두가 몰려온 이유가 대공자 시운학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황보재와 나란히 서서 가주들이 있는 단상에 포권으로 인사하고 서둘러 비무대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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