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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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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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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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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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남궁세가 (7)

DUMMY

제왕검대와 비무를 갖고 제왕검대주를 치료한 시각이 오시 말(오후 1시경)이었는데, 바로 돌아와 좌선에 든 대공자 시운학의 운기조식은 여덟 시진이 지난 인시 말(오전 5시경)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칠흑 같던 어둠이 어렴풋한 여명에 밀려가려 할 때, 청림원 곳곳에서 달콤한 단향 냄새가 맡아졌다. 가장 먼저 단향 내음을 맡은 시운화가 이상함을 느끼고, 호법을 위해 대전 앞을 막고 정좌했던 자세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멀리 청림원 입구를 보니 제왕검대주도 단향 냄새를 맡았는지, 좌정한 채 부릅뜬 눈으로 대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운화가 대공자 시운학이 운기조식에 든 대전 안을 확인하고자 문을 열려 하는데, 제왕검대주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낭자,

멈추시오.

공자의 운기조식이 마지막에 달한 듯싶소이다."


시운화가 문을 열려던 손길을 멈추고 제왕검대주를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접어들고 있던 연편에 내기를 주입해 꼿꼿하게 세워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무슨 말이냐는 듯 제왕검대주를 바라보자 다시 전음이 전해졌다.


"수양이 깊은 도인들에게서 운기조식을 하는 가운데 단향이 뿜어져 나온다는 말을 들었소이다. 아마도 공자의 운기조식이 막바지에 달한 듯싶으니 경동해서는 안 될 것이오."


제왕검대주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수양이 깊은 도인을 핑계 삼아 시운화를 말렸지만, 오래전 곤륜파 도인을 뵈었을 때 들은 말이 있었다. 화경을 넘어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면 운기조식을 하는 중에 단향이 풍겨 나오고, 온몸에 은은한 광채가 둘러진다고 했었다.


하지만 제왕검대주는 스스로 하고 있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진기요상으로 자신의 무위를 화경에 이르게 한 대공자 시운학이라도, 그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폐관하며 수련한 결과에 시기에 맞게 도움을 받아 이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 한들 감사하는 마음에는 조금치의 변화도 없었지만,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가 화경을 넘어서 현경에 이르렀다고는, 믿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인정하기 싫었기에 dp둘러 한 말이었다.


시운화는 제왕검대주의 말을 듣고서도 조심스럽게 대전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문 앞에 설호가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시운화는 설호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나직하게 '쉬~!' 소리를 냈다.


문을 열고 대공자 시운학의 운기조식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뭐라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으나 은은한 향기가, 대공자 시운학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맞았다. 대공자 시운학이 운기조식하고 있던 대전의 문이 열리고 단향이 더욱 짙어지자, 제왕검대주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대공자 시운학의 운기조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시운화가 허락할 리 없었기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시 시운화에게 전음을 보내 허락을 구했다.


"낭자,

소생도 살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면 안 되겠소이까?"


시운화는 운기조식 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인으로서 일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기경을 보면서, 제왕검대주의 간절한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제왕검대주가 화경에 든 것을 알고 있었으니, 해를 끼치고자 한다면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 한동안 눈을 마주치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뒤, 다시 제왕검대주의 눈을 뚫어져라 마주하고서야, 가볍게 마치 끄덕이지 않은 듯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끄덕이자, 제왕검대주는 순식간에 날아들어 부릅떠진 눈을 더 키울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바라봤다.


시운화는 너무도 빠르게 다가선 제왕검대주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자, 제왕검대주는 대공자 시운학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만면에 경탄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시운화는 대공자 시운학의 운기조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대공자 시운학이 평소와 다름없이 편안한 얼굴로 운기조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공자 시운학이 운기조식을 하는 가운데 단향 냄새가 풍겨 나온 것을 예사롭게 넘기고 있었다.


제왕검대주의 표정을 살피고서 다시 대공자 시운학에게 고개를 돌리자, 대공자 시운학의 온몸에 은은한 기운이 서리더니, 점차 대공자 시운학의 몸이 빛으로 둘러지는 듯싶었다. 대공자 시운학의 몸에서 피어나는 빛은 불빛처럼 밝지도 않았고, 금광처럼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보고 있으니 빛난다 싶을 정도의 은은한 빛이 대공자 시운학의 온몸을 감싸더니, 어느 순간 대공자 시운학의 정수리에 모여들었고, 대공자 시운학의 몸이 한 자 정도 위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대공자 시운학의 천주혈로 사라졌다. 빛이 모두 사라지자 대공자 시운학의 몸은 부드럽게 내려왔다. 대공자 시운학이 눈을 뜨더니 시운화와 제왕검대주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라버니~!"


"오래 걸렸더냐?"


"여덟 시진이나 되었어요."


"수고했구나."


대공자 시운학은 담담하게 시운화에게 말하고는 제왕검대주를 보며 물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제왕검대주는 강호행에서 만났던 많은 고인들에게 무인의 경지를 어찌 구분하는지 들어 짐작하고 있었지만, 정확히 대공자 시운학이 운기조식으로 무엇을 이룬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안부를 먼저 물어오자 어색하게 대답했다.


"공자께서 돌봐 주신 덕택으로 대공을 이뤘으니 뭐라 감사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소이다."


"대주께서 그동안 노력하신 때문이지 소생이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은 소생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셔도 공자의 은공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외다."


"하하

그러시다면, 오늘 보신 일은 알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왕검대주는 너무도 경악할 일을 목도했다.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닐 일은 아니라 여겨지지만, 남궁세가에 속한 무인으로서 최소한 가주 남궁진연에게는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제왕검대주가 바로 대답하지 않는 것에 대공자 시운학은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생은 강호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문의 일을 처리하는 동안만이라도 늦춰 주셨으면 합니다."


제왕검대주는 대공자 시운학처럼 한계를 넘은 무인이, 강호에 남아 부대낄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사문의 일을 마칠 때라 했지만, 언제까지라고 정한 것도 아니었다.


"한 해 정도면 되는 일인지요?"


"대주님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그리하시지요."


"약조드리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대공자 시운학이 약조를 받고 눈을 시운화에게 돌리자, 제왕검대주는 그대로 몸을 돌려 청림원을 나갔다. 물론 제왕검대 대원들 모두 함께 움직였는데, 청림원을 떠나는 제왕검대주의 표정은,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에 경탄했던 표정이 아니라 엄중하게 굳어져 보였다.


제왕검대주가 돌아가자 시운화가 바로 물었다.


"오라버니,

운기 중에 단향이 나던데 어찌 된 일인지요?"


"별일 아니다. 기력을 너무 쓴 것 같아 유문에서 전해지는 표향심법으로 운기조식을 해 그런 것이다."


"그럼 소매도 표향심법을 익히면 운기조식하는 가운데 그런 향이 나나요?"


"물론이다. 표향심법뿐 아니라 유가심공도 같은 향이 나고, 곤륜의 태청심공에서도 비슷한 향이 난다. 몸 안에 든 탁기를 모두 버리고 나면 대부분의 도가 심공들에서 은은한 향을 낸다고 들었다."


시운화는 많은 심공에서 향을 낸다는 말에 흥미를 잃었다. 대공자 시운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지만, 온몸의 탁기가 한 줌도 남지 않도록 수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겨우 향기 때문에 고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운화는 여전히 피 묻은 옷을 입고 있었고, 설호는 대공자 시운학이 운기조식을 마치고 일어나자, 피곤이 밀려드는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운화야,

옷도 갈아입고 씻어야 하겠구나. 설호도 가서 쉬었다 오거라."


시운화는 그제서야 피가 말라붙어 엉망이 된 옷을 살피고는, 나가지 않으려 내려오는 눈꺼풀을 비벼대는 설호의 뒷덜미를 잡고 대전을 나갔다.




아직 이른 시각이었지만 제왕검대가 청림원에서 돌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바로 대전에 들었다. 대전에 들자 제왕검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남궁세가주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제왕검대주에게 다가서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숙부님,

다시 한번 경하드립니다."


"모두 가주님께서 돌봐 주신 덕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 겸양하실 일이 아닙니다. 지금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안휘에 들었으니, 오히려 자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널리 알리라 했으니 앞으로 세가의 위상이 숙부님으로 인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자~! 자~!

모두 자리에 앉아 말씀을 나누십시다."


제왕검대주는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의 뜻은 알아들었다. 하지만 잠시 전 보고 온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가 화경을 뛰어넘었다 여겨지니, 자신이 이제 화경에 든 정도로는 큰 감동이 일지 않았다.


제왕검대주가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의 감축에도 그리 좋아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자,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의아로운 마음이 들었다. 낮부터 밤을 새워 대공자 시운학의 호법을 선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한 것이 아닌가 싶어 넌지시 물었다.


"아직도 비무를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비무라 돌려 말했지만,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의 말은 비무에 진 것에, 아니 크게 당한 것에 실망했느냐는 뜻이었으니, 제왕검대주의 마음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었으나, 사실 대공자 시운학 때문인 것은 분명했고, 그렇다고 약조한 것을 어기고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 때문이라 하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왕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수천문에서 나왔다 하지 않았습니까? 무수한 고인들이 머무는 곳이라 하니, 그분들의 무공을 전수받았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다른 젊은이들과 달리 무위가 뛰어난 것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무인이 자신보다 뛰어난 무인과의 비무를 마치고 나면, 누구나 겪는 갈등을 제왕검대주도 겪고 있는 것이라 여긴 남궁세가주의 말이었다. 하지만 대공자 시운학의 운기조식을 지켜보기 전이었다면 그 말이 옳을 수 있었으나, 제왕검대주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보고 말았으니,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이 한 위로의 말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무인이 은혜를 입었으니 어찌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다만 너무 뛰어나 보이니 강호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돼 생각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 점은 소생도 다르지 않소이다. 오대 세가의 가주들이 늦어도 오늘 중으로 모두 안휘에 든다 하니 그들과 상의해 볼 일이지요. 하나 본가가 먼저 시 공자를 데리고 있으니 그만한 대가는 받아 내야 시 공자를 그들 앞에 보일 것입니다.


비록 시 공자의 무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지만, 강호에 해를 끼칠 인물로는 보이지 않으니, 그만해도 다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모르시고 계시겠지만 그들 사형제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살귀라 불리고 있습니다. 오대세가주 모임에서 어떤 말이 나오고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살귀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강호의 법도를 크게 어긴 것은 아니나 비무를 청하거나 도발해 간 자들 가운데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도륙한다고 합니다."


"도륙입니까?"


"정식으로 청한 비무에서도 살행을 멈추지 않으니 도륙이라 말씀드린 것이지요. 그자로 인해 강호에 말이 많습니다. 다른 사형제들이 전혀 살행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그자는 다가서는 무인들 모두를 죽이며 움직이니, 악양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만 해도 별호를 만검이라 했었는데, 지금은 살귀 또는 천살귀라 불린다 합니다."


제왕검대주는 대공자 시운학의 사형들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혹시라도 자신이 확인한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와 같거나 더 높은 경지가 아닐까 싶어 물었다.


"그자의 무공이 그리 높은 것인지요?"


"높다 합니다. 최소한 초절정의 무위를 보인다 하더군요."


"초절정입니까?"


"검끝에 어린 강기가 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니 그리 보는 것이 맞을 듯싶습니다."


제왕검대주는 깊은숨을 뱉어 내며 안도했다. 대공자를 호법 서던 시운화를 보면 딱 그 정도였다. 한 문파에서 나왔고 나이가 좀 더 들었다 하니, 조금은 더 높은 무위를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나, 지켜본 무인들 가운데는 높은 무위를 갖춘 사람도 있었을 터이고, 소문은 과장되기는 해도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적으니 안도한 것이었다.


"덤벼든 놈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양 삼걸이 가장 강한 무인이었으니 그리 여기셔도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다행이로군요. 그들 사형제가 모두 청림원의 공자 같았다면 강호는 큰 혼란을 겪었을 겁니다."


"하하하

시 공자의 무위가 대단하기는 했지요. 지금껏 어디서도 드러내지 않았다 하는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먼저 살필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본가의 홍복이 아니겠습니까?"


"가주님,

시 공자의 무위가 화경이라는 것은 본가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시 공자가 무위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사형제들의 무위도 그만하다면 시 공자의 무위도 초절정 정도로 알리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시 공자가 화경은 맞는 것입니까?"


"화경이 아니고서야 진기도인으로 어찌 소생을 치료할 수 있었겠습니까?"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제왕검대주의 말을 들으면서도 바로 믿기지 않았다. 대공자 시운학이 높은 무공과 의학 지식이 있어, 제왕검대주를 점혈하고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여겼다. 그게 아니라면 대공자 시운학을 다시 판단하고 어찌 대할지도 다시 정해야 했다.


"진정 화경이란 말씀이시지요?"


"예, 가주님.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무엇을 봤다는 말씀이십니까?"


"비무를 치르는 과정에서 보시지 못하신 겁니까?"


제왕검대주는 보지 못한 듯한 남궁세가주의 말에, 세가 적손들의 무위가 생각 외로 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제왕검대주가 보지 못했느냐는 말에 의문을 갖고, 비무 과정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크게 놀란 듯 무릎을 쳤다.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남궁세가의 주요 무공이 대부분 검에 치우쳐 있었기에, 대공자 시운학이 검을 들지 않고 비무에 응해, 대공자 시운학의 검에서 검기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면 그보다 더한 강기가 맺히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제왕검대가 쏟아 낸 검기와 장, 권, 지의 경풍이 우렛소리를 냈다 여겼었다. 하지만 제왕검대주의 말은 그 우렛소리가 제왕검대가 낸 소리가 아니라, 대공자 시운학이 일으킨 강기가 만든 소리라는 말이었으니, 그제서야 제왕검대주가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를 화경이라 한 연유를 알았다.


"그랬었구려. 그러고도 옷깃 하나 상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시 공자의 무공이 대단하군요."


"대단하다 하기에도 많이 부족하지만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숙부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불가근불가원이나 관계만은 돈독히 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가까이도 하지 말고 멀리도 하지 말라 하면서, 그럼에도 관계는 돈독히 하라는 제왕검대주의 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으나, 남궁세가주 역시 강호를 종횡하는 노회한 상인이었고 무인이며 더구나 거대세가를 이끄는 가주였다.


너무 가까이하여 대공자 시운학이 남궁세가에 깊이 영향을 미치면, 대공자 시운학에게 남궁세가가 예속되기 쉽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해 멀리하다가 다른 세가와 대공자 시운학이 가까이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대로 남궁세가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불가근불가원이라 한 말의 경계를 지켜 가며 대공자 시운학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었다.


"참으로 귀한 말씀이십니다. 반드시 심중에 담아 두고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왕검대주는 그리 편치 않은 마음이나 가주에게 전할 말을 마쳤기에 제왕검대의 본분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가주님,

제왕검대가 이제 폐관을 마쳤으니 본분을 다하도록 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제왕검대주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왕검대주의 무위가 화경의 벽을 넘었다는 소식을 강호에 널리 전했으니, 제왕검대주를 오대세가 가주들에게 보여 세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제왕검대의 본분은 가주를 암중에 호위하고 세가의 위기를 막아 내는 일이었기에, 제왕검대가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대세가의 모임에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았다. 드러내고 자랑해야 하는지 아니면 숨겨 두고 세가의 숨겨진 힘으로 남겨야 하는지가 문제였지만, 아무래도 제왕검대주의 표정을 살피니 드러내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였다.


"제왕검대의 출관을 허락하며 제왕검대의 본임으로 돌아가라 명한다."


제왕검대주를 비롯한 대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에 무릎을 꿇고 가주 남궁진연의 명을 받들었다.


"충"


제왕검대는 충성 구호와 함께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은 뒤를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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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금의위 (1) +1 23.07.06 3,748 32 14쪽
58 58화 남궁세가 (17) +1 23.07.05 3,668 35 14쪽
57 57화 남궁세가 (16) +1 23.07.04 3,654 33 18쪽
56 56화 남궁세가 (15) +1 23.07.03 3,65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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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남궁세가 (13) +1 23.07.01 3,683 33 8쪽
53 53화 남궁세가 (12) +1 23.06.30 3,723 34 14쪽
52 52화 남궁세가 (11) +1 23.06.29 3,736 36 14쪽
51 51화 남궁세가 (10) +1 23.06.28 3,768 37 15쪽
50 50화 남궁세가 (9) +1 23.06.27 3,836 35 15쪽
49 49화 남궁세가 (8) +1 23.06.26 3,838 33 14쪽
» 48화 남궁세가 (7) +2 23.06.25 3,820 38 18쪽
47 47화 남궁세가 (6) +1 23.06.24 3,811 32 14쪽
46 46화 남궁세가 (5) +1 23.06.23 3,808 36 15쪽
45 45화 남궁세가 (4) +1 23.06.21 3,827 36 17쪽
44 44화 남궁세가 (3) +1 23.06.21 3,866 34 16쪽
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3,850 36 15쪽
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855 3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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