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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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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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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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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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DUMMY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팽하린까지 나서 수천문을 말하자 증 대부인은 잠시 더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신 분들이 모두 여인이시니 부끄러운 이야기나 말씀을 드리지요. 증가 의방은 전조인 원나라 때 여러분들이 아시고 계시듯이 논평으로 알려지신 증세영 사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아들이 귀하고 딸이 많은 가문이었습니다. 근자에 이르러서는 저 아이의 아비가 사 대 독자로 가업을 이어 왔지만, 그마저 끊겨 저 아이 하나만 두었지요.


저 아이의 조부가 대가 끊기는 것을 막고자 데릴사위로 증가 의방을 이으려 했습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양여하를 데릴사위로 들여 증가 의방을 이어 가려 했는데, 과시에 등과해 어의로 지내다 내려와서는 증가 의방을 나가 자신의 의방을 차렸습니다.


남아 있던 의생들마저 그자의 꼬임에 넘어가 증가 의방의 문을 닫게 된 것이지요. 증가 의방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도 명성이 높았지만, 기혈을 다스리는 환약과 기운을 다스리는 환약으로 더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자가 서둘지 않고 증가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두 환약을 빗는 비법이 그자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그자의 욕심이 두 환약의 비결을 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기도 합니다.


저 아이의 조부께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 예견하셨는지는 모르나, 두 환약의 빗는 비결을 책으로 남기시지 않으시고, 저 아이의 몸에 새기셨습니다. 당장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사위를 들여 신혼을 치르게 되면 나타난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찌 입 밖으로 낼 수 있겠습니까? 증가의 비서가 저 아이의 몸에 새겨져 있고 합궁을 하고서야 드러난다 하셨으니, 놈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지요. 누구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늘의 호생지덕이 저 아이에게 내려 이곳 이 공자께서 저 아이를 어여삐 보셨다니, 두 분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비서가 아니라 저 아이를 보고 아껴 주실 분이 이곳 이 공자님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다 말씀드렸으니 세 분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크나큰 부담을 간직한 채 살아오느라 나름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제라도 좋으신 분을 맞아 아낌 받고 평안하게 살아갔으면 합니다.”


시운화는 증 노부인이 말을 마치자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세상에나 몸에다 비서를 새겨 넣었다고요?”


“······.”


시운화는 아무도 말이 없자 증평평에게 물었다.


“아프진 않았어요?”


증평평은 시운화의 물음에 작은 소리로 답했다.


“먹으로 새긴 것이 아니라 붓으로 쓰신 거라 아프지 않았습니다.”


“헤에~ 그야말로 비법이 아닌가요?”


증 대부인이 증평평을 대신해 답을 주었다.


“도력이 높은 법사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이고요.”


다 큰 처자의 벌거벗은 몸에 새긴 것이 아니라는 변명이었지만 법술의 도움을 받았다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강호 무림에도 도문은 많았고 그런 도인들의 기기묘묘한 이야기는 널리 전해지고 있었다.


당소소가 증 대부인과 증평평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리 어려운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해 주신 말씀을 듣고 나니 공자님께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상관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사연은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는지요?”


“인연이 이뤄지게 되면 어차피 아시게 될 일이니 말씀드려야겠지요.”


“증 낭자,

이 공자께 말씀드릴 것이니 이 공자께서 들르시면 만나 보셨으면 합니다.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보시고 아니라 여겨지신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증평평은 겨우 들릴 직은 소리로 대답했다.


“예, 마님.”


속내를 털어내서인지 그때부터는 서로의 사정을 말해 갔다. 당소소가 시운학과 맺어진 이야기는 누구도 알지 못했기에 모두 귀를 기울여 들었다.


수천문이 강호 세력들의 공격으로 불탔다는 이야기와, 그로 인해 시운학이 동정수로채를 모두 동원해 당문의 장강 출입을 막고, 당가의 상선을 불태웠다는 말에는 모두가 크게 놀랐다.


당가의 상선이 동정호에서 불탄 일을 알고 있던 시운화나 팽하린 역시, 그 안의 깊은 이야기가 처음이었으니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당소소가 화친 사절로 악양을 찾았던 일과 신선루에서의 일은 지금까지 누구도 몰랐던 비사였다.


협상이 잘 풀리고 당문에서 보자 약속했다는 말에는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시운학이 당문을 다시 찾아와 당가주와 담판 짓고 당소소를 데리고 나왔다는 말에는 물개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팽하린만은 시운학과 당소소가 강호행을 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무룩해했지만, 시운화가 팽하린에게 돕겠다 말하며 시운학이 받아들이면 둘이 강호행을 해 보라 하자 팽하린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다. 그런 팽하린에게 당소소의 찌릿한 눈빛이 전해졌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어 좋았다.


팽하린은 수천문에 남기를 너무도 잘했다고 여겼다. 당장은 시운학이 거리를 두고 있어도 당소소가 도와주고 거기에 시운화가 거든다면, 그렇게 애태워 고대하던 일이 성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팽하린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주 혼례식에서 오대 세가의 낭자들이 모두 모여 시운학을 잡고자 했던 이야기에는 당소소가 시운학 곁을 지켜 다가서기 어려웠다고 했고, 당소소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팽하린은 그때 당소소가 시운학의 마음을 잡은 것을 알고 동생이 되겠다고 한 이야기를 하자 시운화는 입을 막고 놀랐고, 증평평은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가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팽하린은 증평평의 눈길을 보고 말을 이어 갔다.


“세가의 여식들은 혼사에 자신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요. 소소 언니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세가의 여식들은 세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가에서 보내면 그곳이 어떤 자리라도 거부하지 못하고 가야 할 수밖에 없어요.


남궁 세가의 수수 언니도 남궁 세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부 상서의 조카에게 보내졌고, 황보 세가의 초초 언니는 호부 상서 댁으로 보내졌습니다. 부용 언니도 다르지 않고요.


제게도 매파들이 들락거렸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마다했었지요. 이번에 수천문을 찾게 되자 소문주께서는 소소 언니와 맺어지셨으니 이 공자님과 맺어지기를 바란 것 아닌가 싶습니다.”


“호호호

그런데 작은 오라버니가 먼 산 바라보듯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어요?”


“차라리 잘된 일이라 여겼지요. 어떻게 해서라도 소소 언니께 매달리려 했답니다. 소소 언니에게 영주에서 말해 둔 것이 있어 억지를 쓰더라도 남으려 했지요. 천만다행으로 소소 언니가 소매를 내치지 않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큰 오라버니가 끝까지 안 받아들이시면 어찌하시려고요?”


“그렇다 해도 남으려 합니다. 소문주님께서 내쫓으시면 달리 방도가 없으니 원하지 않는 자리보다는 아미파나 보타문을 찾으렵니다.”


“호호호

그 용모로 비구니가 되시겠다고요? 보타문은 어떨지 몰라도 아미파에는 비구승이 많이 늘어나겠네요.”


“운화 아가씨,

하린이는 목숨을 걸었어요. 그리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됩니다.”


“헤헤헤

소매가 큰 오라버니께 말씀드리면 하린 언니는 소매를 업고 다니실걸요?”


“호호호

그렇게만 된다면 업고만 다닐까? 날마다 벗어 던지는 무복도 빨아 주려 할걸.”


“어째 소소 언니가 빨래하기 귀찮아 떠넘기려는 것 같은데···.”


“아무려면 빨래를 내 손으로 할까?”


“그러고 보니 초란이가 있었구나?”


“큰 오라버니께서 어찌 하인들을 더 들이지 않는지 아세요?”


“내전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아닐까요?”


“숙수도 구해야 해요.”


“왜 사천요리가 싫어?”


“싫다기보다는 늘 같은 음식만 내잖아요? 본 문이 가난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아가씨가 말씀드려요.”


“언니가 말씀드리면 되지 않아요?”


“내전에 드시면 그런 말 할 시간이 있겠어요? 한 달에 몇 번이나 드신다고요?”


“엥~ 그건 또 무슨 말씀이어요?”


“한 번 좌선에 드시면 며칠씩 이어진다는 걸 몰라 하시는 말씀이에요?”


“수련을 이어 가고 있다고요?”


“정말 몰랐어요?”


“아~ 그래서 큰 오라버니께서 벽을 말씀하셨구나.”


“그랬어요?”


“예, 쌍웅채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칭찬은 고사하고 나무라며 하신 말씀이에요. 진기를 다스리지 못해 살심이 날뛰는 것이라 나무라시고는 큰 오라버니께서도 벽이 높구나 하셨지요.


큰 오라버니의 무공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벽이라 하시니 어이없어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수련을 이어 가고 있었다니 놀랍기만 해요. 이게 다 설호 그놈 때문이에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


“설호 그놈이 천살성을 타고 나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놈하고 날마다 붙어 비무를 하니 어찌 그놈을 닮지 않겠느냐는 말이에요?”


“천살성이라고요?”


“큰 오라버니께서 설호를 제자로 받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설호가 천살성의 정기를 받고 났다고요. 큰 오라버니 시중들 때는 얌전한 고양이가 되고 소매하고 비무할 때는 호랑이가 되는 놈이 설호예요.”


“설호가 그리 강해요?”


“아직은 멀었어도 어디 내놔도 지지는 않을걸요. 아~ 하린 언니는 못 보셨겠구나. 쌍웅채 놈들을 앞뒤로 막을 때 뒤를 막은 놈이 설호예요. 소매가 앞에 있어 그런 것이지만 설호 혼자 상대하라 했어도 충분히 상대했을걸요.”


“어리게만 봤더니···.”


“어리긴요. 벌써 열다섯이 넘었어요. 몸집이야 훨씬 전부터 장정들보다 컸으니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 어리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요. 이번에 왔던 팽가의 호위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설호의 상대는 안 될 거예요.”


당소소도 팽하린도 수천문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가에서 지낼 때는 세가의 무인들이 강하다 여겼는데 수천문 사형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종이라 여겨졌던 설호마저 시운학의 제자라 하고 팽가의 호위대를 넘어선다 하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팽하린은 문득 시운화의 무공 수준은 어떤지 궁금해져 물었다.


“운화 아가씨와 비교하자면 어느 정도기에 본 문의 백호대도 감당하지 못한다 하세요?”


“소매하고요? 큰 오라버니께서 제자로 받으셨지만 처음 진기 몇 번 돌려 주시고는 한 번도 가르치지 않았어요. 설호를 지금까지 가르친 것이 소매라는 말이에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설호가 둘이라면 해 볼 만하고 셋이라면 조금 어려울지 몰라요.”


설호의 무공이 시운화의 절반 정도는 된다는 말이었다. 절반이라니 적은 것 같아도 시운화는 강호에 당당히 명호를 올린 고수였다. 그것도 일비 사왕 일선자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말이다.


공연히 설호가 백호 대원 한 조를 상대할 수 있다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강호 무림에서 말하기를 일비와 사왕이 각기 한 문파의 무력이라 했으니, 시운화의 무공도 최소한 문파 하나의 절반 무력은 된다 여기면 설호의 무공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제자로 받아들이고서 한 번도 가르치시지 않으셨다고요?”


“처음 진기 몇 번 돌려 주신 것이 다였어요. 그러니 설호 놈이 저리 죽어라 수련만 하는 것이고요.”


“아직은 운화 아가씨가 가르쳐도 충분하다 여기시니 그러신 것 아니겠어요?”


“맞는 말씀이시기는 한데 요즘은 여간 귀찮게 구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검법을 익힌 설호에게 편법을 전하는 것도 안 될 일이고요.”


“오늘이라도 뵙게 되면 말씀드려 보세요.”


“큰 오라버니께서는 본 문에서 일어나는 일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셔요. 사실 오늘 이야기한 것들도 때가 되면 다 말씀하실 거예요.”


시운화의 말에 당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러니 앞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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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화 신 무림맹 +3 24.09.14 356 8 12쪽
243 243화 세가주들의 한담(閑談) +3 24.09.13 326 9 12쪽
242 242화 떠나는 사람들 +2 24.09.12 356 10 13쪽
241 241화 되살아난 악몽 +2 24.09.11 370 12 12쪽
240 240화 갑론을박(甲論乙駁) +1 24.09.10 367 11 11쪽
239 239화 되돌아온 사해방 +3 24.09.09 375 11 12쪽
238 238화 대조기(大潮期) +2 24.09.08 372 11 13쪽
237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2 24.09.07 412 11 12쪽
236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2 24.09.06 401 12 12쪽
235 235화 설호 +2 24.09.05 431 10 14쪽
234 234화 새 식구들 +2 24.09.04 429 11 13쪽
233 233화 명불허전(名不虛傳) +2 24.09.03 422 11 12쪽
232 232화 주객전도(主客顚倒) +2 24.09.02 424 11 14쪽
231 231화 풍운의 강호 +2 24.09.01 452 10 12쪽
230 230화 태풍 전의 고요함 +2 24.08.31 465 9 12쪽
229 229화 오대 세가의 패퇴 (2) +2 24.08.30 443 12 13쪽
228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2 24.08.29 449 12 12쪽
227 227화 비서에 담긴 영약 +2 24.08.28 472 13 12쪽
226 226화 상가의 한계 +3 24.08.24 574 11 13쪽
225 225화 혈루(血淚) +2 24.08.23 540 12 12쪽
224 224화 남궁 세가의 패퇴 +2 24.08.22 549 11 13쪽
223 223화 귀령단 +2 24.08.21 522 11 13쪽
222 222화 하오문 +2 24.08.20 536 11 11쪽
221 221화 고집이 불러온 참화 +1 24.08.19 566 11 12쪽
220 220화 귀령대 +2 24.08.18 553 12 11쪽
219 219화 팽가의 결단 +2 24.08.17 550 11 12쪽
218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6 483 11 12쪽
217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5 465 9 12쪽
»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4 47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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