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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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피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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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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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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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5)

DUMMY

일주일 후. A구역 중앙공원.


오늘은 별빛센터의 대대적인 취임식이 있는 날이다. 그만큼 취임식을 보러 온 사람들이 행사장에 가득하다.


시간이 되자 취임식이 시작된다. 별빛센터 센터장과 부센터장에는 각각 변 박사와 오 박사가, 별빛병원 원장과 부원장에는 각각 정 박사와 김 박사가 임명된다. 호명되는 순서에 따라 한 명씩 나와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수여 받는다.


모두에게 임명장이 수여된 후 한 명씩 취임사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별빛센터가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변 박사가 단상에 선다.


“안녕하세요. 별빛센터 5대 센터장으로 임명된 변가영입니다.”

변 박사가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변 박사의 뒤에 그동안 변 박사가 해왔던 일들이 간략하게 소개된다. 변 박사가 고개를 돌려 소개 내용을 살펴본다. 긴 시간을 센터에서 보낸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온 박사의 추천을 받아 별빛병원에 들어와서,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던 다양한 실험을 도왔었다. 그러면서 장기 복제 기술 개발과 장기 이식 수술 방법 연구를 통하여 장기 이식 분야의 대가가 되고, 장기 이식 센터의 센터장이 되었다. 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별빛병원 부원장에서 원장으로, 별빛센터 부센터장으로 임명되었다.


변 박사가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그동안 센터에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네요.”

변 박사가 말한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변 박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러다 행사장 구석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백설을 발견한다.


변 박사는 센터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실험은 ‘제2시민 프로젝트’였다. 센터에 들어와서 처음 진행한 연구이기도 했고, 그 연구를 통해서 백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연구에서 인공자궁을 만들고 그걸 통해서 백설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 박사는 그 실험을 통해 연구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실험을 진행할 때 실험 대상자가 최대한 피해받지 않도록 하는 등 보편적인 생명 윤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실험 대상자의 의사와 반대되는 실험을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센터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늘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습니다.”

변 박사가 말한다.


그러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변 박사는 노력했다.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허 센터장과 한 박사의 욕심으로부터 성하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성하에게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장기 복제를 진행한 것과 능력을 사용하여 기억을 찾으려고 했던 것 등 실험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이 밖에도 변 박사는 일명 ‘찰리의 장난’이 진행되었을 때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래서 변 박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다고,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민과 노력을 계속해서 해나갈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람을 이용하는 실험이 없어지도록 말이죠. 그러니 지금까지 했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별빛센터를 지켜보고 믿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변 박사가 힘주어 말한다.


변 박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린다.




변 박사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 박사 주변에서 사람들이 물러나자, 백설이 변 박사에게 다가간다. 백설의 스마트워치에 방음앱이 켜져 있다.


“센터장 취임 축하드려요.”

백설이 말한다.

“고마워.”

변 박사가 말한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나 성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시고, 진실도 밝히는데, 도움 많이 주셨잖아요.”

백설이 말한다.

“아니야. 당연한 일이잖아.”

변 박사가 말한다.


백설이 생각한다. 만약 변 박사와 심 기자가 성하와 자신이 당한 사고를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말이다. 아마 허 센터장과 한 박사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았을지도, 그래서 성하의 억울함을 풀어주지도 못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 박사와 심 기자가 그날 사고를 의심하고 끝까지 진실을 찾기 위하여 노력한 덕분에, 진실은 밝혀지고 성하의 억울함도 풀 수 있었다.


백설이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성하에게 느끼고 있었던 부채감이 조금 사라진 기분이다.


변 박사가 백설을 지그시 바라본다. 백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변 박사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온마을은 언제 갈 거야?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던데.”

변 박사가 말한다.

“일이 바빠서 그동안 못 가고 있었네요.”

백설이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이제 일도 얼추 마무리되었으니, 가서 인사드리고 와. 선생님께서도 이번 일 많이 도와주셨잖아.”

변 박사가 말한다.

“네. 그래야죠.”

백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백설이 생각한다. 이번에 온 박사를 만나면 꼭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고 말이다.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온 박사가 힘을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원장님께 연락드려야겠네요.”

백설이 말한다.

“그래.”

변 박사가 말한다.


백설이 온 박사와 일정을 조율해서 최대한 빨리 온마을에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이틀 후. 서주역.


백설이 기차역에 왔다. 성하와 함께 갔던 기억을 살려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어서다.


백설이 기차에 타기 전,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문득 성하와 함께 이곳을 왔던 때가 떠오른다. 괜히 그때 갔던 식당을 찾아본다. 음식점 이름과 주인은 바뀌었지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팔고 있다. 백설이 그곳에서 김밥을 산다.


백설이 처음 들어왔던 1층 광장으로 들어선다. 광장 가운데에 표를 뽑는 곳이 있다.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여행을 가는지 기계 앞에서 표를 뽑는다. 성하의 기억을 찾기 위해 율주에 갈 때, 표를 뽑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표를 손에 들고 다녔었는데.’

백설이 생각한다.


성하와 함께 온마을에 갔을 때는, 아직 미성년자라 표를 뽑아서 들고 다녔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보다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난다.


백설이 광장에 있는 전광판을 확인한다. 자신이 탈 기차가 들어올 정거장을 확인한다. 그리고 곧장 정거장으로 향한다.


“표 보여주세요.”

승무원이 말한다.


백설이 스마트워치에서 ‘지갑’ 앱을 연다. 그 안에서 기차표를 찾아 승무원에게 보여준다. 표를 확인한 승무원이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기차에 올라탄 백설이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본다. 혼자 기차에 오른 사람도 있고, 일행과 함께 기차에 오른 사람도 있다.


어디선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괜히 자신만 혼자인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백설이 애써 소리를 무시한다.


······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합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가지고 계신 승차권을 확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기차가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린다. 방송이 끝나고 얼마 안 가서, 문이 닫히고 기차가 출발한다.


백설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멈추어 있던 풍경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



율주시 온마을.


백설이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버드나무와 장승 두 개가 서 있다. 처음 장승을 봤을 때는 그 기세에 눌려 조금 무섭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의 악한 것들로부터 사람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백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라며 인사하는 것이다.


백설이 마을 안쪽으로 들어온다. 백설이 찬찬히 마을을 둘러본다. 문득 성하가 마을 곳곳을 소개해주던 것이 떠오른다. 능숙하게 마을을 소개해주는 성하 덕분에, 마을 구경이 꽤 재미있었다.


한참을 걷던 백설이 우뚝 멈추어 선다. 예전에 성하가 살았던, 몇 해 전에는 자신이 살았던, 돌담집이 보였기 때문이다. 작은 돌로 만들어진 담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일 층 짜리 집은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백설이 대문 앞에 선다. 대문은 잠겨 있다. 손을 뻗어 대문 손잡이를 잡는다.


철컥.


백설이 지문이 인식되어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띡. 띡. 띠리릭.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다. 자주 오지는 않아도 올 때마다 관리해서인지 깨끗하다.


백설이 거실로 들어선다.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눕는다.


후.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얹힌 기분이 들었던 게 조금은 가신 것 같다.


백설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이곳에서 성하와 살았던 적도 없으면서, 예전에 성하가 살았다는 것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졌다. 성하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느낌을 들어서다.


백설이 눈을 감는다. 바닥의 찬 기운이 백설의 몸을 감싼다. 그런데도 백설은 춥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백설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온마을 보육원 앞.


탁.


백설이 택시에서 내린다.


원래는 온마을도 구경할 겸, 마을에서부터 보육원까지 걸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오래 걷기에는 백설의 다리가 따라주지 않았다.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는데도, 한 번 다친 곳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백설이 정문을 통과해 보육원 안으로 들어선다. 날이 추워서인지 바깥에는 아이들이 없다. 백설이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지 입구부터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백설을 발견한 아이들이 백설에게 달려온다. 백설이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백설에게 이야기한다. 백설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말에 대답한다.


한편, 원장실 안에 있던 온 박사가 밖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느낀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선다. 그러자 아이들과 이야기 중인 백설을 발견한다.


“안녕하세요.”

백설이 인사한다.

“어. 그래. 오랜만이네.”

온 박사가 말한다.


백설이 아이들에게 원장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하고 오겠다고 이야기한다. 말이 끝나자 아이들이 아쉽다는 얼굴로 흩어진다. 백설이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오자마자 환영 인사 때문에 정신없었겠네.”

온 박사가 말한다.

“아니에요.”

백설이 말한다.

“그래. 들어가자.”

온 박사가 말한다.


탁.


백설과 온 박사가 나란히 원장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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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외전:달맞이꽃 (1) 24.09.16 3 0 12쪽
103 102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8) (完) 24.09.07 6 0 11쪽
102 101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7) 24.09.06 4 0 11쪽
101 100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6) 24.09.05 6 0 11쪽
» 099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5) 24.09.04 8 0 11쪽
99 098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4) 24.09.03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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