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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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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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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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DUMMY

“알았네.”

“대인, 고맙습니다. 한평생 숨어 있으려면 제법 돈이 들지요. 그러나 한번 떠나면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고,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입을 다물게.”

“네, 네, 네. 시키는 대로 합죠.”


두풍만을 태운 마차는 장중표를 뒤로하고 점점 멀어져갔다.


장중표는 가는 도중 허름한 주막에 들려 술 한 대접에 고기볶음 한 접시를 시켜 간단하게 요기하고 말도 여물을 먹였다.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고 파양호까지는 근 이백여 리나 남아 있어서 오늘은 객점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애들을 생각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가고 싶었지만 깜깜한 밤중에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장중표는 말을 천천히 몰아 가까운 객점을 찾아들었다.


무리를 해서 달려왔기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게다가 말도 쉬어야 또 달릴 수 있으니 객점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길을 떠나기로 하였다.


국수로 저녁을 때우고 몸을 씻고 눕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 시각에 두성이는 다리 밑에서 다른 애들과 같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리 끌려 다니고 저리 끌려 다니며 동냥질을 하느라 심신이 모두 지쳐 파김치가 되었다.


오늘은 애들이 옷도 훔쳐오고, 술도 훔쳐왔고, 돈도 몇 푼 버는 등 다른 날보다 수입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모충은 애들에게 손찌검도 하지 않고 술을 따라 먹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두성이는 두 무릎을 세우고 팔을 둘러 머리를 무릎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시꺼먼 거지들 틈에 끼어 동냥질이나 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게다가 귀여운 동생을 잃어버리고 찾지 못하자 눈물만 흘러나왔다. 어차피 동생을 찾지 못하면 집으로 혼자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이들과 생활하면서 동생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 계속 이들에게 끌려 다닐 수는 없었다.


두성이는 서당을 다닐 때도 항상 남보다 앞섰지 한 번도 뒤떨어진 적이 없었다.


어차피 거지노릇을 할 바에는 우두머리가 되어 이들을 이용해서 동생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옆에서 네 활개를 펴고 잠에 곯아떨어진 애들은 대부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덩치는 자신보다 컸고 힘도 세어 당할 수가 없었다.


이들을 이기려면 힘보다는 꾀로써 이겨 이들을 휘어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우선 두목의 눈에 들어야 했다.


앞으로 해야할 일을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궁리하던 두성이는 절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도 변함없이 두목의 호통소리에 잠에서 덜 깬 애들이 꾸물럭거리며 억지로 일어나,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모여들었다.


모지리가 사팔눈을 부라리며 아침마다 떠들어대는 똑같은 소리를 지껄였다.


“에, 지금부터 정신교육을 시작한다.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들어라! 알겠느냐?”

“넷.”


“우리들은 비록 거지노릇을 하고 있지만 충과 의와 신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그럼 충이란 무엇이냐?


혹시 아는 놈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해봐라, 오늘 하루 푹 쉬게 해 주겠다. 아는 놈은?”


매일 듣는 얘기지만 금방 까먹고 아는 놈이 없어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두성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충이란 충성을 말하는데, 우리의 위대한 두목에게 목숨을 다 바쳐 충성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지리가 가만히 들어보니 그동안 자기가 해오던 말보다 ‘위대한 두목에게 목숨을 다바쳐 충성한다.’고 한 두성이의 말이 훨씬 더 멋이 있었다.


자기로선 도저히 생각도 못한 말이라 기분이 매우 좋아져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두성이를 보고 말했다.


“좋아, 좋아. 넌 공부를 많이 한 거지새끼구나. 앞으로 나와서 의(義)와 신(信)에 대해서도 네가 설명을 해라!”


두성이는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가자 씩 웃으며 앞으로 걸어가 모지리에게 정중하게 절을 하고 돌아서서 말을 했다.


“의란 의리를 말하는 것인데, 사내대장부라면 거지가 되었건 영웅이 되었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의리’ 두 글자입니다.


특히 우리들은 서로 의리를 지키되 먼저 두목에게 의리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위대한 두목에게 충성하고 의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모지리는 들을수록 두성이의 말이 구구절절이 자신의 마음에 꼭 들어맞아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러자 거지들도 덩달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두성이가 박수를 받고 다시 모지리에게 절을 하자, 여태껏 거만하게 서있던 모지리도 두성이에게 답례를 하였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신은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대하신 두목을 믿지 않으면 두목이 우릴 믿어주고 뒤를 보살펴 주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릴 믿어주겠습니까?


자, 여러분! 우리가 믿고 따르는 두목을 위해 모두 만세를 부릅시다. 자, 다 같이 모지리 두목 만세!”


두성이가 두 손을 올리며 만세를 부르자 애들은 덩달아 신이 나서 만세를 크게 불렀다. 모지리는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서 입이 찢어져라하고 웃으며 같이 만세를 불렀다.


두성이가 다시 모지리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모지리는 두성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앞으로 매일아침, 정신교육은 두성이가 맡기로 한다. 알겠지? 혹시 불만이 있는 놈은 지금 말해라, 뒤에서 잡소리 하지 말고. 알아들었냐! 엉?”


모지리가 사팔뜨기 눈을 부라리자 불만이 있던 놈도 누구하나 찍소리하지 못했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모지리가 두성이를 보며 하루 쉬라고 말했지만 두성이는 의리가 있지 혼자만 쉴 수 없다고 거절을 하였다.


그러자 애들은 두성이를 의리의 사나이라고 여기고 모두 두성이를 다시보기 시작했다.


다시 거지들의 무공연습이 시작되었는데 모지리는 두성이와 대흑을 불러 세우고 모지리가 하던 역할을 두성이에게 맡겼다.


지금까지 해 왔던 순서대로 하자 두성이는 하나도 맞지 않고 계속 대흑만 얻어터졌다. 대흑이 화를 내며 안한다고 하자, 두성이와 대흑의 역할이 바뀌었다.


독사입동의 초식을 배우는 순서가 되어 대흑이 먼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난 대흑이라고 해, 네 명성은 많이 들었어.”


그러자 두성이도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난 두성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이때다 하고 대흑이 느닷없이 손가락을 뻗어 두성이의 눈을 찔렀다. 그러나 두성이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크게 말했다.


“잠깐, 틀렸어!”


두성이가 틀렸다고 말하자, 대흑은 자신이 뭘 틀렸는지 몰라 멍청한 표정으로 두성이를 쳐다봤다. 두성이가 한 발 가까이 다가가며 조그맣게 말했다.


소리가 작아 무슨 소린지 잘 들리지 않자 대흑이 손바닥을 귀에 대고 가까이 왔다. 그때 두성이가 재빨리 두 손가락을 뻗어 대흑의 눈두덩을 찔렀다.


그나마 두성이가 사정을 봐주어 눈알을 찌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불이 번쩍하자 대흑은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애들이 모두 깔깔거리고 웃자 대흑은 씩씩거리고 일어나 두성이를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두성이는 꼼짝도 않고 서 있다가 대흑이 가까이 다가오자 왼쪽으로 피하며 오른발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씩씩거리며 무작정 달려오던 대흑이 다리가 걸려 앞으로 꼬꾸라졌다.


대흑은 조그만 두성이에게 두 번이나 골탕을 먹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대흑이 두 팔을 벌려 두성이의 양 어깨를 잡으려고 하자 두성이가 살짝 몸을 구부리며 두 손가락을 뻗어 대흑의 눈을 찌르려고 하였다.


눈을 찔린 기억이 있는 대흑은 지레 겁을 먹고 눈을 감으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두성이는 그 틈을 타서 날쌔게 발을 들어 대흑의 불알을 걷어찼다.


불알을 걷어차인 대흑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타구니를 잡고 쓰러졌다.


애들은 덩치가 큰 대흑이 사타구니를 잡고 아프다고 뒹굴자 재미있다고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러다가 작은 두성이가 덩치가 거의 두 배나 되는 대흑을 물리치고 의젓하게 서있는 것을 보고 점점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모지리가 웃으며 다가와 두성이를 번쩍 들어올리며 말했다.


“너희들 모두 잘 봤지? 두성이는 어제 처음 나한테 무공을 배웠는데도 정말 완벽하게 해냈다. 너희 놈들은 그동안 입이 마르고 손이 닳도록 가르쳤지만 제대로 배운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아까 두성이가 사용한 방법은 모두 내가 어제 가르쳐준 최고의 무공이었다. 두성아, 내말이 맞지? 그렇지?”


“네, 두목님. 두목의 무시무시한 무공을 머릿속에 단단히 기억하고, 어제 동냥을 하면서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요. 앞으로도 존경하는 두목님의 무공을 계속해서 배우고 싶어요.”


두성이가 두목의 비위를 맞춰가며 근사하게 말하자 모지리는 정말 자신의 무공이 무시무시한 절기(絶技)라고 생각했다.


모지리는 껄껄껄 웃으며 두성이와 애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내일부턴 정신교육은 물론, 무공연습도 모두 내 수제자인 두성이가 맡아서 할 거다. 조금이라도 거역하는 놈들은 내손에 죽을 것이야, 알겠나?”


두목이 갑자기 두성이를 수제자라고 추켜세우자 놈들은 모두 기가 죽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두목.”


그러자 두성이가 두 손을 쳐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두목님 만세!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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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91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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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3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7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4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4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51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3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4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30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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