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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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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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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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못난 사부

DUMMY

인연이 있어 이곳에 들어온 자는 먼저 서가에 있는 절세의 무공을 대성해야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방안의 보료 밑에는 수련장이 있으니 꼭 그곳에서 무공을 수련해야 대성할 수 있다.


나는 방방곡곡 안 가본 데가 없고, 심지어 용담호혈이나 황궁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나 무공을 대성하지 못해 물속에 갇혀 한 달을 고생한 적이 있고, 대규모 화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다 살아난 경험도 있다.


어떤 때는 떼거리로 덤비는 고수들 틈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해 도망쳤지만, 온몸에 자상을 입은 채로 반년을 쫓기며 죽음 문턱까지 가본 적도 있다.


그래서 무공이 천하제일이 되어야 진정한 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정과 권모술수로 긁어모은 더러운 재물을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 봐야 몇 사람이나 구해 주겠냐마는, 그나마 안 도와주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진실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보석 상자에 있는 반지를 착용하기 바란다.


의적단 ‘불새’의 후인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밀랍으로 밀봉된 환약은 소림의 대환단에 버금가는 것이다. 그중에 큰 것은 바로 내가 황궁의 보고에 숨어들어가서 얻은 천년붕새의 내단이다.


그대가 서고에 있는 ‘현무절서’를 익히려면 최소한 일갑자(一甲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한데 이 내단을 복용하면 반드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체질이 내단의 성질과 맞지 않으면 한 알의 보약에 지나지 않아, 최고의 보물을 헛되게 하는 결과가 되니 재삼 숙고하여 함부로 먹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꼭 먹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 하여, 항아리 속에 든 영약을 꾸준히 먹어 체질을 바꿔야 한다.


‘현무절서’를 완전히 익혀, 십성의 공력으로 막힌 돌문을 장풍으로 때리면 돌문은 열릴 것이다!


올바른 심성을 가진 자가 내 뜻을 이어주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


글을 다 읽은 두성이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서 천면노를 쳐다봤다. 이때 천면노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전설 속의 천년붕새의 내단을 먹으면 일 갑자의 공력이 생긴다. 현재 천면노는 일갑자의 내공을 갖고 있으니 이 갑자가 되는 것이다.


거기다 절세의 신공인 ‘현무절서’를 익히면 천하제일인이 될 것이다.


강호무림의 정과 사를 불문하고, 모든 무림인들이 자신을 칭송하며 굽실거리고 따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눈을 감고는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살며시 웅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내가 붕새의 내단을 먹고, 어린 두성이는 대환단이나 몇 개 먹이고, 자신의 무공을 성심껏 가르쳐주면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그러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모두가 좋은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눈을 슬며시 떠보니 두성이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른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니, 어린 녀석이 무척이나 맹랑했다.


갑자기 화가 치민 천면노가 두성이의 뒤통수를 쥐어박으려고 손을 들었다. 가 슬며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순진무구한 두성이의 눈을 보자, 계면쩍어진 천면노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넌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

“우선 항아리 속의 영약을 먹으며 체질을 바꾸고, 무공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주시겠어요?”

“뭐? 내 제자가 되고 싶으냐?”

“네.”


두성이의 뜻밖의 말에 천면노는 갑자기 머릿속이 엉켜버렸다.


내가 사부가 된다? 하기야 두성이는 매우 영민하고 심성이 올발랐다. 아직 제자를 두지 않고 홀로 떠돌던 천면노였다. 더구나 나갈 수도 없는 동굴 속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제자를 거두는 것도 생각해볼만했다. 게다가 두성이는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주지 않았는가.


(그래, 급할 건 없지. 우선 제자로 받아놓고 그 다음은 천천히 생각해보자.)


마음을 굳힌 천면노는 두성이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날부터 사부 천면노의 보살핌이 시작되었다.


두성이는 이제 배가 고프면 벽곡단을 먹고, 때때로 신령영지초 숙성 액과 천년하수오와 백년동자삼 달인 물을 꾸준히 먹었다.


두성이는 암영무흔보를 계속 연습하고 있었다. 떠받칠 공력이 있어야만 경공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데, 영약을 먹었지만 아직 몸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공력이 미천한 두성이는 단지 책에 그려진 순서대로만 겨우 발을 디디고 있었다.


“힘들면 좀 쉬는 것도 수련의 한 방법이란다.”


옆에서 지켜보던 천면노의 관심어린 말이 두성이에겐 봄철의 단비처럼 큰 힘이 되었다.


두성이의 몸놀림과 발걸음이 점차적으로 안정되어 가더니 제법 기초가 잡힌 것 같았다. 천면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녀석의 오성이 정말 뛰어나구나. 짧은 시간인데 보법의 진수를 파악하다니 대단한 물건이야.)


“경신법의 기초는 익혔으니 그만하면 됐다. 악당들한테 얻어맞지 않으려면 36계가 최고지만, 도망만 다니는 게 능사가 아니란다.


적절한 때에 반격을 해야 함부로 쫓아오지 못하지. 네가 경신법의 묘리를 빨리 깨우쳤으니 상으로 이것을 주마!“


천면노가 보물 상자에서 대환단을 꺼내주자 두성이가 씹어 삼켰다.


천면노는 두성이의 등에 손바닥을 붙이고, 자신의 진기로 약기운이 온몸에 고루 퍼지도록 도와주었다.


천면노는 자신이 익힌 경신법이 사마통의 암영무흔보와는 운용방법이 서로 달라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잘못된 몸놀림은 고쳐줄 수 있었다.


암영무흔보의 경신법이 몸에 익숙해지자 본격적인 무공수련에 들어갔다.


방안에 깔려있는 보료를 옮기자 그 자리에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이 나왔다.


스승과 제자가 내려가 보니 밑은 꽤 넓은 천연동굴이었다. 석회석이 녹아내려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종유석이 야명주의 빛을 받아 무지갯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모습에 두 사람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한쪽 평평한 바위 옆엔 맑은 샘이 솟아나오는 커다란 웅덩이가 있었는데, 청량한 기운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천면노가 보기에 그냥 보통의 샘이 아니었다.


천면노가 손바닥으로 물을 조금 떠서 맛보았다.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뱃속이 시원해지며 머리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물이 혹시..., 책에서만 보던 만년용천수(萬年湧泉水)인가?

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에 쌓인 노폐물이 없어지고, 물에 녹아있는 신비한 효능이 몸의 체질을 바꿔준다고 들었지.

그래서 사마통이 반드시 이곳에서 수련하라고 극구 당부한 것이구나.)


감히 생각지도 못 한 기연을 또다시 만난 천면노의 안색이 제철을 만난 함박꽃처럼 활짝 피었다.


두성이와 함께 벌거벗고 물에 들어가 숨을 고르며 자연스레 물과 동화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피부에 벌레가 기어 다니듯 온몸이 근질거리다가 따갑기까지 하였다.


“긁지 마라,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라.”


한 시진이 지나자 따갑고 간지럽던 피부가 시원해지며 오장육부가 편안해 져서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날아갈 것 같이 몸과 마음이 모두 개운했다.


그 뒤로 ‘현무절서’의 무공을 천면노의 지도 아래 수련하기 시작했다.


현무절서에는 심법과 검법, 그리고 장법의 요결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무림에서 십대고수중의 일인자인 천면노의 무공도 대단했지만, 현무절서에 실린 무공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천면노조차 현무절서의 무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천면노는 제자를 위해 같이 연구하는 한편,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는 어린 제자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아낌없이 가르쳤다.


두성이는 천면노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나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았다.


그렇게 소림의 벽곡단을 먹고, 영약을 마시고, 무공을 수련하는 일과는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동굴 속이라 시간가는 개념이 없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으나, 벽곡단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보니 꽤나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천면노는 두성이가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고, 경신법은 물론 현무절서의 무공을 삼 할 정도는 익혔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무공을 대성하려면 천년붕새의 내단을 먹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먹는다면 무림을 영도할 제일고수가 되어 태산북두처럼 우뚝 설 수 있었다.


두성이는 아직 어려서 이보다 더한 기연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내가 내단을 먹었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장유유서라고 스승이 먼저 먹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었다.


천면노는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두성이를 실눈으로 쳐다보며 기로에 서 있었다. 내가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 내가 먹고 두성이를 이끌어주면 만사형통일 것이라 생각하고는 붕새의 내단을 꺼내들었다.


“두성아, 이 내단은 내가 먹....”


두성이가 수련을 하다가 천면노가 내단을 꺼내 쥔 것을 보고 눈빛을 빛내며 다가오는 바람에 말이 끊겼다.


영민한 녀석이 자신이 먹으려고 생각한 내단을 내가 먹으려고 하자 내단을 뺏으려고 달려오고 있었다.


(흥! 어림없다. 사부가 먼저 먹고, 남으면 제자가 먹는 거란다. 어찌 제자가 사부를 거스르는 짓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천면노가 눈을 부릅뜨고 두성이를 잔뜩 노려보았다.


“사부님, 어서 드세요. 사부님이 천하제일인이 되셔야 제가 어깨를 당당히 펴고 활보할 수 있잖아요?”


환하게 웃는 두성이의 얼굴을 본 순간, 천면노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말 착한 녀석이야.)


“내가 먹을 것이 아니라, 네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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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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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6 10 10쪽
»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3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7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4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4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50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3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4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30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4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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