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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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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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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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판 (4)

DUMMY

241화


하지운이 자신의 가시에 무게 설정이 가능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저승에선 그가 무슨 속셈으로 그런 요청을 했는지 응당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요청을 수락한 건 하가 놈이 제아무리 커져 봐야, 체중이 천 톤 이상 나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장이 이십 미터에 가까운데도, 몸무게가 백 톤이 채 되지 않는다.

항공 전력을 갖춘 하지운이 가시를 가지고 할 짓이야 뻔할 뻔 잔데, 그 짓에서 나올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현재 하지운의 마법 운용 능력으로도 얼마든지 발휘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만 한 걸 막상 실제로 보게 되는 건 또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법이다.

저주받을 몽달귀신 하지운의 패악질에, 귀신 선배인 저승사자들이 몸서리를 쳐 대며 장탄식을 늘어놓았다.


하지운에게 육체를 제공한 로저의 별명이 ‘숲속의 마왕’이었다고, 진짜 로저나 하지운의 마음속에 세상을 파괴하고 싶다는 중이병스러운 야망이 들어섰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하지운에게, 육천육백만 년 전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 같은 흉측한 흉기가 필요할 리는 없는 것이었다.

그저 자신과 비교해도 딱히 꿀리지 않는 강인한 놈들을 아주 손쉽게 죽여 버릴 수 있는, 치트 키 같은, 기술들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딱 지금 하지운이 쏴 갈겨 대고 있는, 중량 삼십 톤의, 초고밀도 신소재 말뚝 같은 거 말이다.


광활한 ‘바위 숲’에 ‘오빠의 채찍’ 오십 발이 내리꽂혔다.

오존층 바로 밑인 상공 이십 킬로 부근에서, 음속의 일고여덟 배의 속도로, 날아드는 뾰족한 전봇대 같은 것에 곡룡류 공룡처럼 생긴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몸통의 길이만 이십오 미터에 달하고, 크고 굵은 독침 두 개가 달린 꼬리까지 합치면, 총 길이가 무려 오십 미터를 넘어 버리는 대괴수 바실리스크다.

머리에는 마치 왕관처럼 열두 개나 되는 뿔이 돋아나 있고 등판은 단단한 껍질로 뒤덮여 있어, 대치 중인 적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도록 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정한 괴물이다.

순수한 육신의 전투력만 해도 장난이 아닌 놈인데, 거기에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광선까지 눈알을 통해 발사할 수 있다.

지상에서는 적수를 찾기가 힘든 고위급 괴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놈이 바로 이 바실리스크라는 것이다.


“작작 쏴라. 휘핑크림 만드는 거냐?”

“휘핑크림을 만들 거였으면, 마법으로 휘저었겠지.”


대괴수 바실리스크 서른두 마리의 육신이 거대한 숲의 셀 수도 없이 많은 나무, 바위들과 반죽처럼 뒤섞여 버린 것이었다.

가장자리 일부만 남은 과거 숲이었던 곳에, 괴수의 시체 반죽으로 가득 찬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지상으로 내려온 하지운과 복제 인간들이 지옥의 입구처럼 변해 버린 구덩이 속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 따위를 아무리 업그레이드해 봐야, 그냥 덩치 좀 커진 도마뱀일 뿐이라는 거야. 얘는 현대 무기로 치면, 그저 광학식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를 탑재한, 중장갑 전차에 지나지 않는 거지. 즉 저공비행을 하는 드론이나 회전익기 같은 것들에게나 잘 먹힌다는 얘기야. 고고도에서 음속으로 내리꽂히는 벙커 버스터 앞에서는, 그저 네발 달린 과녁에 불과할 뿐이란 말이지.”

“이렇게 죽이라고 만든 놈이 아닐 텐데.”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매뉴얼을 만들어서 나한테 지급한 것도 아닌데. 아니, 내가 눈치 봐 가면서 저승의 심기 경호까지 해야 하나? 내가 가진 내 능력을 다 활용해서 목표물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사실 그렇긴 하지.”

“내가 수련하러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거지, 무슨 접대 골프 치러 왔냐? 왜 눈치 보면서 플레이를 해?”

“야, 근데. 방금 네가 한 걸 수련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냐? 솔직히 말해서 그냥 학살이었잖아.”

“이 새끼가...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고고도 폭격 훈련이었잖아! 너 미필이야? 내가 방금 탄착 지점 확인하는 거 안 봤어? 그럼 군에서 하는 미사일 발사 훈련은 죄다 그냥 자연 훼손에 쇳덩어리 무단 투기냐?”

“말이나 못하면...”

“어! 저거 아직 덜 뒈졌는.”


몸통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터져 나간 놈이 끈덕지게도 아직껏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잠깐 기절해 있다 깨기가 무섭게 반쯤 남은 육신을 일으킨 바실리스크가, 자신의 몸뚱어리 위에 깔려 있던, 동족의 사체와 흙더미를 떨쳐 내 버리고 구덩이 밖으로 고개를 쭉 뻗었다.


그러다 하지운과 눈이 딱 마주친 바실리스크가 눈알을 부라리더니 초록빛의 광선을 쏴 갈겨 버렸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헷갈리지 않고 일, 이 호가 아닌 하지운만을 정확하게 노리고 쏘는 것이었다.


“야! 뭐 해? 어그로 좀 끌어!”


다급한 하지운의 외침에, 히죽거리며 지켜보기만 하던, 복제 인간들이 짜증스럽다는 듯 면상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좌우로 간격을 쫙 벌려서는, 바실리스크의 양어깨 부위를 향해 ‘바람의 칼날’을 날려 버리는 것이었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상황에 온 신경이 곤두선 바실리스크가 분통을 터뜨리며 좌우의 훼방꾼들을 향해 미친 듯이 눈알을 희번덕거렸다.


이번에는 하지운이 세상 여유롭게 히죽거리고 있는 반면에, 복제 인간들이 쉴 틈 없이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다.

좌우로 뛰쳐나가기 전에 둘 다 이미 이 미터 오십의 2.0버전으로 변신을 마친 상태라, 석화 빔을 쏴 대는 바실리스크와 복제 인간들 모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바실리스크의 경우엔 순식간에 조막만 해진 침입자 놈들이 정신 사납게 빨빨거리고 있었기 때문이고, 복제 인간들의 경우에는 본체 놈을 패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선택이다. 상대가 원거리 공격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격 면적을 줄여 조준을 어렵게 만들다니.”

“닥치고 이놈이나 잡아!! 이 쌍놈 새끼야!”

“어그로고 나발이고, 내가 직접 이 새낄 죽여 버리기 전에 당장 하려던 거 해!! 이 개쓰레기야!”


복제 인간들의 악다구니가 끝나자마자 암녹색의 광선 두 줄기가 바실리스크의 초록빛 광선을 스쳐 지나갔다.


“아까비!”


화들짝 놀란 바실리스크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진짜 적을 향해 광선을 발사했다.


“뭐 하냐?”


겨우 한숨 돌리던 복제 인간들이 쌍욕을 쏟아 내며 바실리스크를 향해 불의 창 수십 발을 퍼부어 댔다.

아무리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 바실리스크라 해도 예순 발이 넘는 시뻘건 꼬챙이를 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극도로 분노한 바실리스크가 이 호 쪽으로 고개를 틀어 광선을 발사하는 순간, 거무죽죽한 광선 두 줄기가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이제 막 발사되던 바실리스크의 광선과, 미리 경로를 예측하고 쏴 버린, 하지운의 광선이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굉음 같은 건 딱히 없었다.

픽 소리와 함께 섬광만 요란하게 터지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적막해졌다.

하지만 고작 이삼 초도 채 지나지 않아, 구덩이 속으로부터 쇠가 갈리는 듯한 소음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아이, 썅!! 이 새끼 주특기가 ‘석화’가 아니고 ‘소음 공해’였네! 아오, 내 귀야!!”


패닉에 빠진 바실리스크가 혼신의 힘을 다해 하지운의 고막을 고문하기 시작했다.

폭발이 일어났던 곳을 중심으로 빛이 닿았던 모든 것이 돌로 변하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바실리스크의 왼쪽 앞다리까지 말이다.


시끄러운 걸 추호의 거짓도 없이 진솔하게 혐오하는 하지운이, 타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울어 대는 놈의 앞다리에 염동력 펀치를 날려 버렸다.

한쪽 다리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꼴을 본 바실리스크가 정신을 아주 놔 버렸다.

양옆에서 복제 인간들이 뭔 지랄을 하든 관심을 끊어 버린 괴수 놈이 하지운에게만 집요하게 광선을 쏴 대는 것이었다.


한데 눈알이 뒤집힌 건 하지운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적반하장이 생활화된 놈이 바실리스크의 소음 공격에 뚜껑이 열려서는 똑같이 석화 빔을 쏴 갈겨 대고 있었다.

결국 십 분을 넘게 이어지던 정숙한 폭죽 쇼는, 바실리스크의 머리통이 딱딱하게 굳어짐으로써,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메두사 같은 새끼. 이제는 하다 하다 사람을 돌덩어리로 만드는 능력까지 얻게 되는구나.”

“잘 어울린다. 눈에서 시커먼 빔이 나가는 게 완전 악마 그 자체네.”

“닥쳐, 너희 두 놈 다 돌하르방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작가의말

 정말 너무 늦어져 버렸네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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