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새글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9 21:11
연재수 :
261 회
조회수 :
28,553
추천수 :
574
글자수 :
1,115,268

작성
24.08.15 14:05
조회
14
추천
2
글자
10쪽

깽판 (7)

DUMMY

244화


식전 학살을 마치고 아침 식사도 든든히 한 소시오패스가 오늘도, 숲 근처에 콜로세움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공룡 비슷하게 생긴 놈들을 무자비하게 패는 중이다.

각각의 바위 숲마다 간격이 못해도 백 킬로는 족히 넘다 보니, 타지의 동족이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낌새조차도 못 느끼고 있다가 난데없이 낚여서는, 끔찍한 가혹 행위에 눈물만 쥐어짜고 있는 바실리스크들이었다.


세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주둥이와 사지가 돌이 된 채로, 안간힘을 써 대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웬 정신병자가 그들을 거꾸로 뒤집어 놓고는 다짜고짜 생살을 벗겨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미친놈은 고작 이틀 만에 이미 구십 마리가 넘는 바실리스크의 뱃가죽을 도려냈다.

그 덕에 가죽을 발라내는 미친놈의 칼 놀림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러, 매 칼질이 정교하고 신속하기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도축자의 칼 솜씨가 유려하다고, 멀쩡히 살아 있는 생명체의 거죽을 생으로 벗겨 대는데, 고통이 없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하지운에게 깔려 있던 바실리스크의 주둥이와 네다리가 박살이 나 버리고 말았다.

하도 몸부림을 쳐 대다 보니, 돌이 되어 있던 부위가 빠개져서는 조각이 나 버리고 만 것이었다.


“야, 얼른 가서 걔 좀 잡고 있어 봐! 아주 지랄 발광을 하고 자빠졌네.”


이미 가죽을 다 벗겨 내고는 드워프들과 원피를 닦아 내고 있던 하지운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복제 인간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복제 인간 이십오, 이십육, 이십칠 호가 인상을 구기며 피범벅이 된 바실리스크를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휴, 저 살모사 같은 새끼! 저딴 새끼가 반경 오백 킬로 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이라니.”

“잠깐 둘이서 잡고 있어 봐. 내가 치료 좀 하게.”

“빨리 좀 해! 이 새끼가 발광을 해 대는 통에, 피가 내 머리에까지 튀었다고.”


어느새 원피를 수납장 안에 집어넣은 하지운이, 세상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서는, 어슬렁거리며 되돌아왔다.


“치료는 뭐 하러 해? 어차피 바로 죽일 건데.”

“하아... 너 혹시 지옥으로 이주하라는 얘긴 없었냐?”

“아직까진 없어.”

“유감이다.”


복제 인간들의 한탄을 한 귀로 흘리며, 바실리스크의 겉으로 드러난 속살에 가시를 꽂아 넣는 하지운이다.

딱 죽기 직전까지 기력을 빨아먹고는, 심장 부위를 향해 광선을 발사해 버렸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다른 두 바실리스크 쪽으로 몸을 옮기는 게, 젊은 사람이 그렇게 착실해 보일 수가 없었다.


“살인마 주제에 겸손하고 성실하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오늘은 개레스 일세 재위 일 년 시월 이십이 일이다.

수련을 하겠다고 콘체스터 성을 출발한 게 이달 초일이니, 이제 겨우 삼 주 지난 것이다.

그사이에 키가 무려 십사 미터가 넘게 자랐으니, 이만하면 자만에 빠져서는 술과 여색에 탐닉하며 허송세월을 할 만도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내려치기’의 달인 하지운은 스스로를 쥐똥만큼도 믿지 못하고, 하루빨리 백 미터까지 무럭무럭 성장하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두 마리까지 알뜰하게 다 뜯어먹은 부지런한 학살자가 기쁨의 환성을 내질렀다.


“왔다, 백 레벨!”


설레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연 하지운이, 갑자기 표정이 굳어져서는, 한동안 우두커니 선 채 시간만 하염없이 흘려 보내고 있었다.


“왜 저래, 저 미친놈이?”

“제가 원하던 게 안 나온 모양인데. 그럼 추가 능력으로 뭐가 붙은 거야?”


이사진들의 수군거림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 허공만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던 하지운이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드디어 미쳤나 봐. 저러다 대뜸 뒈지는 거 아냐?”

“그럴 때도 됐지. 우리로서는 못내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지구의 인간들을 생각하면 참 좋은 일 아니겠어. 이번 기회에 우리가 희생해야지 뭐.”

“그렇구나. 네 말이 옳은 거 같다.”


복제 인간들의 숭고한 바람과는 달리, 지금 이 순간, 하지운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낙담의 눈물이 아닌 환희와 벅참의 눈물이었다.


「능력 ‘석화’의 레벨 업이 완료되었습니다. 부가 능력으로 석화한 부위를 원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는 회복 능력을 부여해 드리겠습니다.」

「능력 ‘석화’의 레벨 업이 완료되었습니다. 부가 능력으로 석화 능력을 사용할 시, 대상을 석재 대신 대리석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겠습니다. 단, 마력 소모량이 기존 석화 능력의 스무 배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각별히 유의해서 사용하도록 하세요.」


“크흐흐흐흑! 으히히히힉!”


엎드려 통곡 중이던 하지운의 입에서 귀신의 웃음소리 같은 것이 새어 나왔다.

점점 고개를 들어 올리는 미친놈의 면상에서 벌어진 주둥이가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오, 소름 끼쳐! 크리스마스가 고작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저게 뭔 지랄이야?”

“그러게, 이 날씨에 웬 납량 특집이야? 저 새끼가 진짜 미친 건가?”


천천히 일어선 하지운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덩어리 하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돌덩어리가 대리석 덩어리로 신세를 고쳐 버렸다.

그 순간 하지운을 흉보고 있던 이사진들조차도 일시적으로나마 돌처럼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엘프녀마저도 넋이 나간 채로 다가오다가 발목을 삐끗해 버리는 것이었다.

금 실장이 본능적으로 잡아채지 않았으면, 한 달은 시달리고도 남을, 개쪽을 당할 뻔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 경제!! 똑똑히 보아라, 이토록 찬란한 나의 권능을!”


정신이 반쯤 가출해 있던 드워프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하지운의 발 앞에 몸을 던졌다.


“전하, 전하의 아름다운 위엄이 사해를 뒤덮고도 남음이 있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 하나만 대리석으로 만들어 주시면, 저희가 당장 전하의 전신상을!!”

“아니옵니다!! 아예 전하의 실물 크기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내년 안으로 만들어 바치겠나이다!”

“경들은 진정하라! 내 아직 그럴 만큼의 공을 이루지는 못했느니라. 아직은 수련에 매진해야 할 때이니, 그대들은 자중하도록 하라. 그리고 경들이 이토록 나를 위해 마음을 어여삐 써 준다면, 이제 내가 그대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대들의 그곳에 다섯 겹의 해바라기를 시술해 지압 봉으로 만들어 주는 것 말이다. 그러고 나면 내가 그대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터인데... 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지운과 드워프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에 겨워 몸부림을 치는 동안, 뒤늦게 제정신이 돌아온 이사진들이 떠듬거리며 한마디씩 내뱉고 있었다.


“저래도 돼? 저 저주 능력 무생물한테도 통하는 거잖아. 그런데 저런 기능을 얹어 줘도 되는 거냐고?”

“그러니까. 저놈이 뭐가 이뻐서 연금술사 비슷한 걸로 만들어 준 거지? 저 정도면 거의 화폐 발행권을 넘겨준 거나 마찬가지잖아?”

“무슨 생각일까? 저놈을 주시하고 있다가, 어느샌가 저승사자들마저도 덩달아 미쳐 버리게 된 건가?”

“그럴지도.”

“그래? 아니, 무슨 아폴로눈병도 아니고, 정신병이 쳐다만 보고 있는다고 옮고 그러나?”

“그럴 리가 있겠냐? 그리고 눈병도 단순히 쳐다보기만 한 걸로 옮지는 않아.”

“아니, 그러니까. 저게 웬 개떡 같은 상황이냐고?”


복제 인간들과 엘프녀가 침을 튀겨 가면서 열변을 토하는 동안, 부지런한 하지운은 그새 두 마리의 하이에나를 잡아다 놓고는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고원 지대라 그런 건지, 순록이나 하이에나도 신체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었다.

비교적 작은 편인 하이에나조차도 몸길이가 무려 오 미터에 달할 정도였다.

그런 크고 강인한 놈들을 잡아다 놓고 두 놈을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석화를 시켰다, 풀었다 하는 무면허 외과 의사 하지운이었다.


투시 능력으로 몸속을 들여다보면서 내장 기관들까지 조져 대고 있는 꼴이, 단군 이래 최단 시간 내에, 레이저 수술의 달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토론에 지친 일 호가 하지운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그의 면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었다.


“본체야, 너 지금 투시 능력을 발동한 채로 광선을 쏘고 있는 거냐?”

“응, 하다 보니까 되네.”

“허어... 이게 진짜 뭐가 되려고... 너 정말 백 미터를 찍을 생각이야?”

“왜, 그러면 안 돼?”

“미친 새끼가... 그게 지금 질문이야? 진짜 정신이 나갔어?”

“야!! 너야말로 정신 똑바로 챙겨! 어딘가에 나보다 더 진화한 놈이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야! 고작 나 따위가 이 정도로 진화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참가자가 수천은 될 거 같은데, 그중에 나보다 잘난 놈이 단 한 놈도 없다는 게 가당키나 해?”

“이 정신병자야, 네가 브리갠트에 목숨만 붙여 둔 채로 남겨 놓은 두 연놈을 떠올려 봐라. 이제 고작 이 년째다. 대부분이 걔들하고 비슷한 수준일 거라는 말이야, 넌 그저 돌연변이이고. 아니, 불안증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닥쳐!! 방심하면 안 된다고! 사실 백 미터도 성에 안 찬단 말야! 나중에 변신 풀고 백 미터인 본모습을 공개했을 때, 나보다 더 큰 놈이 나타나면 그땐 어떡하냐고? 상상만 해도 무서워서 미치겠단 말이야! 그 자식 불알 크기만 백 미터면? 그땐 난 진짜 어떡해야 해? 그냥 다짜고짜 도망가? 으아아악!! 존나 무서워!”

“... 네가 젤 무서워, 이 미친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줄 알았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 연재 요일과 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4 23.10.25 99 0 -
공지 노파심에 적어놓습니다. 장르는 이세계 먼치킨 깽판물입니다. 23.07.22 245 0 -
261 깽판 (23) NEW 10시간 전 3 0 11쪽
260 깽판 (22) 24.09.17 7 2 10쪽
259 깽판 (21) 24.09.15 12 1 10쪽
258 깽판 (20) 24.09.13 15 1 10쪽
257 깽판 (19) 24.09.12 14 1 9쪽
256 깽판 (18) 24.09.09 12 1 9쪽
255 깽판 (17) 24.09.07 12 1 10쪽
254 깽판 (16) 24.09.04 11 1 10쪽
253 깽판 (15) 24.09.03 13 1 11쪽
252 깽판 (14) 24.08.31 12 1 9쪽
251 깽판 (13) 24.08.29 14 1 10쪽
250 깽판 (12) 24.08.27 15 1 9쪽
249 깽판 (11) 24.08.25 12 1 9쪽
248 깽판 (10) 24.08.23 14 1 9쪽
247 깽판 (9) 24.08.21 13 1 9쪽
246 깽판 (8) 24.08.19 15 1 10쪽
» 깽판 (7) 24.08.15 15 2 10쪽
244 깽판 (6) 24.08.13 13 1 9쪽
243 깽판 (5) 24.08.11 17 1 9쪽
242 깽판 (4) 24.08.08 21 1 9쪽
241 깽판 (3) 24.08.06 22 1 10쪽
240 깽판 (2) 24.08.03 18 1 10쪽
239 깽판 (1) 24.08.01 22 1 9쪽
238 고원 지대로 (9) 24.07.30 16 1 9쪽
237 고원 지대로 (8) 24.07.28 18 1 10쪽
236 고원 지대로 (7) 24.07.26 22 2 10쪽
235 고원 지대로 (6) 24.07.24 19 1 9쪽
234 고원 지대로 (5) 24.07.22 27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