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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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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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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97)

DUMMY

Episode 96 - 티 테이블



파스티비아의 성역 - 보랏빛 은하

오리온의 방

"어떡할 거야, 방주님이 오시기 전에 깨워야 하는데."

오리온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즈는 태연하게 자리에 착석하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허, 진짜 태평한 새끼네."

오리온이 일어나 먼지를 털었다.

"그래, 뭐. 나도 모르겠다."

- 뭐가 모르겠는데?


등 뒤에서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엇?!"

제인이었다.

그는 분홍색의 잠옷 차림으로 오리온을 응시했다.

"가주님 오셨습니까?"

두 사람은 깍듯이 인사를 올린 후 고개를 들었다.


"여긴 어쩐 일로......"

이즈가 묻자 제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참. 내 방까지 느껴질 정도로 계수가 흐르고 있길래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 싶어서 와봤는데."

"아, 죄송합니다. 그게....."


오리온은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제인의 눈에 쓰러진 태훈이 보였다.

그녀는 흥미로운 듯 그에게 다가갔다.

"호오, 설마 이 아이?"

"아, 네 맞습니다. 가주님께서 선별해주신 학방 착출 인원 중 한 명입니다."


"헤에....."

제인은 동공을 키운 채로 태훈을 응시했다.

"이 녀석, 꽤 잘생겼는데?"

"아, 하하하....."

제인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근데 얘 왜 쓰러져있어?"


오리온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 그게, 하도 날뛰는 바람에 제가 재웠습니다."

"아."

제인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밝혔구나?"

"아, 넵. 죄값은 나중에 따로 받겠습니다."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죗값은 무슨, 고작 한 대 툭 친거 가지고. 일단, 이 아이 내가 데려가도 되지?"

"아 물론입니다."

이즈가 말했다.

제인은 만족한 듯 싱긋 웃으며 계수 결정을 만들어 태훈을 띄웠다.


"내가 잘 설득해볼 테니까 너희는 쉬고 있어, 나 간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두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십시오!""

"그래, 쉬어~."

제인은 창문 밖을 통해 나갔다.


태훈은 수억의 결정에 의해 몸이 둥둥 떠다녔다.

오리온과 이즈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그들의 형체는 사라진 후였다.

오리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 방주님께는 뭐라고 말하지?"


이즈가 턱으로 그를 가리켰다.

"닥쳐, 이번에는 네가 말해."

"너한테 말하라고 한 적 없는데, 턱만 들었을 뿐이야."

"이상한 말장난 하지 마라."

두 사람의 티격태격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갔다.


------


"으으....."

오늘만 벌써 몇 번째 눈을 감았다 뜨는지.

태훈은 다시 한번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그는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여긴 또 어디야?"

넓은 방이었다.


아니, 방이 아니라 행사장인 것 같았다.

그렇게 착각할 정도로 넓었으니까.

양초들이 공중에 띄워져 있으며, 천장 쯤에는 작은 별들과 은하수의 흐름이 보였다.

달그락.


"응?"

그의 손에 닿은 무언가가 유리 소리를 내었다.

"어, 어?"

벌써 서른 번째 놀라고 있다.

태훈은 천천히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그의 눈앞에 진수성찬(?)이 펼쳐졌다.


"뭐, 뭐야 이게?"

사실 진수성찬이 아닌, 온통 과자들 뿐이었다.

초코맛, 딸기맛 바닐라맛 등등.

세상 모든 종류의 단맛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듯 보였다.

태훈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파악했다.


갑자기 눈을 감았다 뜨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과자들.

그리고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매우 화려했다.

가지각색의 화려한 보석들로 치장된 비싸보이는 가구까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안녕?"

그의 귀에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훈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천만의 계수 결정 위에 떠다니는 제인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상황을 정리했다.


"네 놈!!"

오리온과 이즈를 상대하려다 기절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파악-!

원형의 마법진이 나타나 그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이 마법진은......?"


"네가 하도 날뛰었다고 해서, 혹시라도 나한테 해코지할까 봐 생성해뒀어. 이래야 우리가 대화를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슨 대화를 말하는 거야, 난 너희들과 할 얘기 없어."

"이봐."

제인이 결정을 조금씩 소멸시켜 몸을 아래로 떨궜다.


바닥에 착지한 그는 종종걸음으로 태훈에게 다가왔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는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그러니까 10분만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줄래?"

태훈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나쁘지 않다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형 마법진에 손을 올렸다.

물론,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웃기는 소리, 남의 행성을 마음대로 침략해서 도시를 부수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주제에 그런 뻔뻔한 소리를 할 수가 있나?"

제인이 고개를 숙여 한숨을 쉬었다.


"에휴,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그건 찬성파들이나 하는 짓이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들려왔다.

"차, 찬성파?"

태훈이 얼굴을 들이밀자 제인이 그의 이마를 검지로 쿡 찔렀다.

"어이구, 아주 그냥 목이 삐져나오겠어. 당장 집어넣어."


태훈이 얼굴을 집어넣어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제인은 팔짱을 끼며 눈알을 위로 올렸다.

"생각해보니, 너희 종족들은 우리의 내부사정을 모를 수밖에 없구나."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듣던 말던 나는 뭐 상관 없어, 그냥 내 마음대로 씨부릴게."

제인의 말에 태훈이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이 안에 가둬놓으면 안 들으려야 듣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건 맞는 말이네."

제인이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사실 말이야, 우리는 너희 행성에 침공하지 않았어."

그 말에 태훈의 몸이 움찔거렸다.

태훈은 고개를 돌려 미간을 찌푸렸다.

"너, 아직까지도 그런 거짓말을.....!"

"정확히는 침공하지 않으려 했지."


제인이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태훈은 계속 불신했다.

"어설픈 거짓말로 나를 현혹시킬 수 있다 생각하면 착각인데."

"그래? 그럼."

제인이 동그란 계수 덩이를 생성해 터트렸다.

퍼엉.


속에서는 500ml 정도 크기의 원형 플라스크 병이 튀어나왔다.

하트 문양이 불투명하게 그려져 있는 모습.

제인은 그 속에 바람을 불어 연기를 주입시켰다.

"이렇게 하면 믿을 수 있겠지."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팔을 걷었다.


'뭘 하려는 거야?'

태훈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계속 제인의 행동을 응시했다.

곧 그녀는 걷은 팔의 반대쪽 손 검지에 뾰족한 계수를 생성시켜 그었다.

"뭐, 뭐하는......!"

스으으윽- 소리와 함께 붉은 혈흔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플라스크 병에 떨어트렸다.

혈흔이 병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연기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제인은 코르크 마개와 비슷하게 생긴 물건으로 플라스크 병의 입구를 닫았다.

"자, 내가 들고 있는 이 병은 무의 망언이라 불리는 플라스크야."


"무의 망언?"

태훈이 묻자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래, 혈흔을 주입한 시전자의 말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지. 만약 내가 계속해서 진실을 말한다면 병 속의 연기는 붉은색을 유지할 거야. 반면에 거짓을 말하게 된다면, 검은색으로 변하게 되지, 잘 봐."


제인은 헛기침을 한번 내뱉었다.

"크흠, 나는 남자다."

플라스크 속 연기가 그녀의 말에 반응하듯 요동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으로 변질되었다.

"색이 변했어."

태훈이 신기한 듯 플라스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제인은 플라스크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자, 이러면 믿을 수 있지? 여기서 더는 뭘 못 해줘."

순간, 태훈의 마음이 흔들렸다.

'뭐야, 이 정도까지 해준다고? 정말 나쁜 녀석들은 아닌가.....?'

하지만 곧 그 생각은 한 쪽 구석에 묻어두었다.


'아니야, 아직은 믿을 수 없어. 일단 이야기만 들어보는 거야, 이야기만.'

"자, 우선 아까 말했던 거 있지? 우리는 너희 행성을 침범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는 거. 그 말은 사실이야. 물론 반만."

"무슨 뜻이야?"


제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일단 이 곳은 아까 들었겠지만 또 다른 지구인 행성 아펠리온. 이 세계에는 여덟 개의 귀족 가문이 존재해."

'귀족 가문? 마치 웹툰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태훈이 경청하는 듯 제인을 쳐다보자 그녀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여덟 개의 가문들 중에서도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라져 구조를 이루고 있지. 반대파는 말 그대로 행성의 침략을 반대하는 이들, 그리고 찬성파는 침략을 찬성하는 이들."

태훈이 제인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너는......"

"응, 난 반대파야."


그녀의 말을 듣고 태훈은 플라스크로 눈을 살짝 돌렸다.

붉은색 그대로였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 듯한데.'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아니 찬성파는 도대체 왜 우리 행성을 침략하려 하는 거야?"


"아펠리온의 번영을 위해서야."

"번영?"

태훈은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라 인식하며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 번영. 자세하게는 말해주지 못하지만 세계의 왕께서 직접 시키신 일이야."


"반대파인 가문들은 반박하지 않았어?"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차마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는 사정이 있는 듯 보였다.

"할 수가 없었어, 왕의 말은 절대적이니까."

깊은 뜻이 숨어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음이 분명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 지금 네가 말한 걸로는 이해가 전혀 안돼."

태훈이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말했지만 제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전부를 말하지는 않을 거야, 그냥 요점만 기억해."


제인은 손가락을 펼쳤다.

"첫 번째, 우리 행성에는 찬성파와 반대파가 있다. 두 번째, 우리 파스티비아 가문은 반대파에 속하는 가문이며 너희를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세 번째, 나는 너희들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

플라스크 속 연기는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난 너희는 절대 용서 못해."

그 말이 비수가 되었는지 제인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이해해."

"하지만....., 거짓말이 아닌 건 알겠어."

태훈이 테이블을 바라보며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믿어주는 거야?"

제인의 표정이 약간 폈다.

태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래, 믿어는 줄게. 그렇다고 아직 너희를 백프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네가 숨기고 있는 모든 비밀을 말해줄 때가 오겠지."


"당연하지."

제인은 테이블 위로 눈을 돌리며 과자들을 가리켰다.

"너 혹시, 달달한 디저트 좋아해?"

"아니."

단호한 대답을 날리자 제인이 얼어붙었다.

"......, 싫어한다고?"


"응, 나 단 걸 싫어해."

재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태훈은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 채 기지개를 폈다.

"그것보다 빨리 원래 있던 곳으로 좀 돌려보내 주지?"

"죽어, 그냥."


"......, 뭐?"

"죽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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