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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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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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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02)

DUMMY

Episode 101 - 사이보그들



AM. 08 : 19

정혁이 슬며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밤새 잠을 뒤척였는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으응?"

그는 부은 눈으로 윤 설의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없었다.

'아직 안 들어온 건가? 아니면 씻으러 간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침구류가 너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평소 행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혁이었기에 윤 설의 특징은 잘 파악하고 있었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내 잘못이 크긴 하지.....'

정혁은 머리를 쥐어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침대 밑에 있는 샤워 바구니를 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생활관의 문을 열자 벌써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진짜냐?"

"그럼 진짜지, 임마!"

복도를 돌아다니는 대원들의 시끄러운 대화 소리가 들렸다.

정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샤워장으로 직행했다.

뜨거운 열기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튀어나왔다.


샤워기의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뭘 어떻게 돼, 완전 비상 걸려버린 거지."

'비상?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대화에 관심이 갔지만 딱히 더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따뜻한 물에서 15분 정도 샤워를 하고 나와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개운한 정신으로 문을 여니 안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석이 보였다.


정혁은 곧바로 인사했다.

"아, 지휘관님, 어쩐 일로 오셨습ㄴ......"

그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한석이 다가와 정혁의 어깨를 잡았다.

"엇?!"

갑자기 묵직한 감촉이 느껴지자 정혁의 몸이 뒤로 쏠렸다.


한석이 버럭 외쳤다.

"최정혁, 큰일 났다!!!"

큰일이라는 말에 저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혹여나 윤 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무, 무슨 일이십니까?"


한석이 어깨에 얹은 두 손을 놓았다.

"강병태랑 송재승, 두 사람이 자취를 감췄어."

전혀 다른 이유의 큰일이라 쉽사리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 네?!"


------


백조전대 회의실.

"아, 그래서......, 도주 경로는 보시는 것과 같이 세 방향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전대의 5지휘관인 윤호가 천천히 브리핑을 실시했다.

다른 지휘관들은 그저 경청했다.


전문용어로 탈영이라 불리우는 행동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일어났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전의 대응이 느렸다.

윤호의 브리핑 아래 전대장인 하진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동안 꽤나 휴식은 잘 취했는지 얼굴빛은 괜찮아 보였다.


윤호가 허공에 띄워진 홀로그램 창을 지웠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진명에게로 옮겨졌다.

심각했다.

일련의 시간 동안 이 정도로 대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충격적이네."

긴 정적 끝에 진명이 입을 열었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로 손깍지를 꼈다.

진명은 모든 지휘관을 한 번씩 훑었다.

"충격적이야, 안 그래?"


가민이 말했다.

"맞습니다."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 한 사람을 생사불명의 상태로 만들다니, 가히 충격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진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의를 쫓고, 사람을 구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만행을 벌일 수가 있는지 되려 묻고 싶을 정도인데."

진명의 얼굴이 의미심장했다.

그는 도민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지문 조사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


"아, 안 그래도 회의 전에 이미 문서를 받았습니다."

민호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서류 한 장을 뒤짚어 읽기 시작했다.

"본 지문 검식 결과, 수건에서 확인된 지문은 강병태와 송재승, 그리고 최정혁, 세 사람이다."

민호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리 놓고 저리 봐도, 사건의 범인은 그 두 명이 맞는 것 같네요. 도망친 정황도 그렇고......"

가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저런 행위를 벌일 수가 있다니요."


6지휘관인 이지은이 손을 떨었다.

진명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테이블 위에 분노에 찬 손을 올렸다.

"만약, 만약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선처는 없다. 절대로."


------


404 생활관.

"도대체 왜......"

정혁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미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진 후였다.

이제는 거의 오후가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는데도 윤 설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에요."

무엇이라도 좋으니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전해야 할 것도 있는데 정작 당사자가 없다는 것이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었다.

정혁은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똑똑.

누군가 생활관 문을 두드렸다.

정혁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그러자 머리털을 쭈뼛쭈뼛 세우며 남자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외모에 정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 누구시죠?"

남자가 약간 숫기 없는 목소리를 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저는 5지휘대에 소속된 최 한이라고 하는데요.'

"네."


남자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본론을 말했다.

"그게 말씀드려야할 게 있어서, 잠시 앉아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여기 앉으세요."

정혁은 중앙 테이블을 가리켰다.

남자가 감사합니다- 라며 다가와 좌석에 앉았다.


"무슨 일이시길래......"

"아, 사실은 이제 새벽에 잠이 영 오지 않아서 잠시 산책이라도 할 겸 밖으로 나갔었거든요."

"네."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봤어요."


주어가 없어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정혁은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뭘 보셨다는 거에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납치된 걸 봤어요, 윤 설씨가."

그 한 마디가 정혁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뭐, 뭐라고요? 납치?"

문득 들었던 생각은 강병태와 송재승이었다.

정혁은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얹어 상체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납치 됐다고요? 송재승이랑 강병태한테?!"


"아, 아니요. 처음에는 천가민 지휘관님 이었거든요. 그래서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분홍색 연기가 튀어나오자 윤 설씨가 기절했었어요."

정혁의 동공이 떨렸다.

"그 다음은요?"


"그러고 지휘관님의 형체가 왠 사이보그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이제까지 그런 장면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너무."

최 한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일어나 정혁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늦게 말씀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정혁은 이미 세상 복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X발."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지안 가의 성역 - 혼테일.

윤 설이 눈을 떴다.

주변이 온통 암흑 천지라 도대체 뭐하는 공간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바닥을 기어가며 소리쳤다.

"저기요, 누구 없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었다.

그 때, 누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말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목소리를 작게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상태는 어때? ]

[ 좋아, 그런데 모습을 드러내도 될까? ]

약간의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윤 설은 이질적인 대화 내용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 뭐에요, 누가 있는 거에요?"


[ 목소리가 거친 게 우리를 보면 바로 달려들 것 같긴 하네. ]

[ 그래봤자 소용 없지, 저 녀석은 우릴 못 이기니까. ]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 그냥 불 켤까? ]

정적이 약간 흐른 뒤 공간에 빛이 들어왔다.


윤 설의 주위로 원형의 불투명한 베리어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관찰하는 반 사이보그들.

한 쪽 눈이 파랗게 물들어져 있지만 한 쪽은 인간의 눈이었다.

총 세 명.

그들은 모두 파란색의 망토로 전신을 두르고 무표정으로 윤 설을 응시하고 있었다.


윤 설이 기겁한 듯 약간 뒤로 발을 뺐다.

"뭐, 뭐야? 당신들 뭐하는 족속들이야!"

여성 사이보그와 남성 사이보그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웅얼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모양으로도 유추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저 멀리 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백발의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중년이었다.

그는 물고기의 비늘과 같은 문양이 가득한 갑옷을 입고 붉은 뿔을 장식하고 있었다.

남자의 등장에 모든 반 사이보그들이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단장님.""

하지만 단장인 남자는 그 누구에게도 눈길 주지 않았다.

그는 불투명한 원형 베리어에 우뚝 서서 윤 설을 응시했다.

"이 녀석인가?"

"맞습니다, 단장님께서 잡아오라 했던 인간입니다."


"호오."

단장은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윤 설을 계속 관찰했다.

'만만치 않아보이는데, 정혁이라도 있었다면 돌파해볼 수 있었을 텐데.'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최정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었다.


윤 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장에게 손가락을 가리켰다.

"어이, 거기 너. 누구야? 왜 나를 이 곳에 가둔......"

"버튼 눌러."

여성 사이보그의 말에 옆에 있던 남자가 스위치를 꺼내 눌렀다.

순간.

파지지직-!!!!!


엄청난 위력의 번개가 원형 베리어 안에서 터졌다.

순식간이었지만 치명상을 주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윤 설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쓰러졌다.

"커, 커헉......!"

입에서 분비물이 절로 튀어나오며 무릎이 굽혀졌다.


앞으로 쓰러진 그녀는 희미해지는 초점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아, 안 돼, 여기서 잠들어버리면......, 위험해져......!'

그녀는 양손을 펼쳐 있는 힘껏 회복의 계수를 발현시켰다.

단장은 아무런 후속타도 날리지 않았다.

그저 윤 설의 행동에만 집중할 뿐.


천천히 하얀색의 계수 결정을 전신에 흩뿌렸다.

한번에 즉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타들어가던 화상이 점점 사라졌다.

그러나 통증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는 상태.


남자 사이보그가 다시 한번 스위치를 누르려 할 때.

단장이 손을 옆으로 올려 말렸다.

"하지 마라, 어떻게 대처하는지 굉장히 궁금해지는군."

그의 말에 남자 사이보그는 곧바로 스위치를 거둬들였다.


쓰러진 상태에서 계수를 어느 정도 집어넣으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어찌 저찌 몸을 움직일 힘이 보충된 것 같자 그녀가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이, X, X발....., 방금 도대체 뭐야?"

위로 눈알을 올리니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레이저구가 보였다.

"저, 저걸로......"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다리의 힘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단장이 입을 열었다.

"재밌네, 재밌어. 더 볼 필요도 없겠다."

그의 눈이 사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정체 모를 공간을 나갔다.


- 실험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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