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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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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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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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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21)

DUMMY

Episode 120 - 디스트로이어



"느껴, 지금 그 감각을. 그리고 익숙해지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심야를 통과하기도 전에 전멸할 테니까."

'느, 느끼긴 개뿔......, 몸도 제대로 안 움직여지는데!'

정혁이 아랫 입술을 꽉 깨물며 정신을 바로잡았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체내의 힘을 뺀다면 곧바로 기절할 것이 분명했다.

"내, 내가......!"

정혁이 억지로 고개를 들어 간부진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제복과 얼굴이었지만.


그는 자신감있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쓰러질 것 같아?"

그렇게 그는 마음 속에 담아둔 다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설이 누나, 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죽어......!"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그 현실에서도 정혁은 윤 설을 걱정했다.


제인이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억지로라도 버티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버티는 정혁의 얼굴.

일그러진 주름과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그의 노력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더, 더 이상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들을 속으로 삼키자 제인이 그제서야 암흑 결정들을 거뒀다.

정혁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모든 결정들이 제인의 손에 들어왔다.

그는 떨리는 육체를 바닥으로 엎었다.

흐릿해진 초점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진명이 달려나와 정혁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듯 보였지만 이미 탈진해 버린 듯 숨을 쉬는 행위만을 반복했다.

진명이 시선을 올려 제인을 바라보았다.

"괘, 괜찮은 거 맞습니까?"


제인이 손을 펄럭거리며 대답했다.

"에이, 뭘 호들갑을 떨고 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그리고, 어차피 범선에 침투하기 전에는 거처야 할 훈련들이야. 방금 계수를 덮은 최정혁 뿐만 아니라......"

제인이 정예 맴버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있는 너희 모두가 해당된다는 이야기지."

눈으로 직접 본 정혁의 상태.

고작 심야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양이 덮어졌을 뿐인데도 사람이 저렇게 괴로워할 수 있다니.

약간의 두려움이 몰려왔다.

제인이 손을 펼쳐 계수 뭉치를 약간 생성해냈다.


"자, 혹시 여기서 자신도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 거수."

그러나 그녀의 제안에도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정적과 함께 따가운 제인의 눈빛만이 간부진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제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쯧, 이거야 원. 이런 정신머리로 어떻게 윤 설을 구한다는 건지 모르겠네. 들어가자마자 전멸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정혁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해, 해야 해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며 모두에게 충고했다.

"움직이면 안 돼, 잠시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진명의 충고에도 정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해야 해요, 전대장님. 정말 설이 누나를 구하고 싶다면......"

그의 동공 안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맞는 말이었다.

결심을 한 이상 시행에 옮겨야 한다.

만약 눈앞의 시련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할 것이라면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화람이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 까짓것 뭐 해보면 되지."

"오호, 그렇게 나와야지."

제인의 음침한 미소에 화람이 긴장했다.

"이 정도 쯤이야, 금방이지."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제인이 손에 뭉쳐있는 계수 덩어리를 화람에게 던져 씌웠다.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머지 않아 신호가 왔다.

"으윽!!!!"


그녀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오라가 점점 숨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저절로 무릎이 굽혀지고 가슴에 손이 올라간다.

마치 심장을 노리는 검은 괴수의 형체가 보이는 것 같다.

눈이 번쩍 뜨였다.


"커, 커헉!!!"

입에서 분비물이 흘러나오고 시야가 좁아졌다.

'이, 이게 절반도 채 안되는 양이라고?'

화람이 정혁과 똑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그러나, 50퍼센트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잡혀있는 윤 설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겠는가.


화람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빨이 물어뜯고 있는 피부 아래에서 피가 솟아날 때까지 계속.

하지만 육체가 느끼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약통.

몸이 웅크려지고 정신의 타격이 일어났다.


"어때, 넌 버틸만 해?"

제인의 덤덤한 말투에 화람이 눈을 부릅 떴다.

'말도 안되는 소리, 버틸만 하냐고?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그 속마음을 밖으로 뱉어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곧 체력적 한계가 다가왔다.


'안 돼, 여기서 끝내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정신력.

화람은 그것을 믿었다.

웅크린 몸에서 손이 뻗어나와 제인의 다리를 잡았다.

텁!

제인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뭘 하려는 거야?"

화람의 신음이 들렸다.

"하아, 하아, 하아......, 뭘 하려는 게 아니야......!"

그녀의 손이 점점 떨렸다.

"지기 싫은 거야, 그냥. 이런 개같은 뭉치 하나 따위에 지고 싶지 않은 거라고."


제인이 흥미로운 듯 입술을 오므렸다.

'장막이 씌워진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다고? 너도 역시는 역시인 건가?'

제인은 적잖게 놀란 듯했다.

그 최정혁과 마찬가지로 화람 역시 결정을 견뎌내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정혁마저도 감탄사를 보낼 정도였다.

"지휘부대장님......"

그녀의 정신력이 대단했다.

당연히 화람 또한 정혁과 같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심장이 조여오고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은 치가 떨릴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려 하고 있다.

물론 그 이후로는 입을 열 수 없을 정도의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대단해 보였다.

제인이 미소를 지으며 결정들을 거두었다.


화람의 몸에서 빠져나온 결정들이 허공에서 뭉쳐지며 다시 제인의 손으로 돌아왔다.

화람이 회의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그녀는 천장을 향해 눈을 올리며 계속해서 심호흡했다.

민호가 달려와 화람의 맥을 짚었다.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입으로 가쁜 호흡을 뱉고 있는 그녀에게 정혁이 다가왔다.

"지휘부대장님, 괜찮으세요?"

화람이 곧바로 정혁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빡-!

경쾌한 소리.


정혁은 이마를 짚고 뒤로 넘어졌다.

"으아아악!!"

화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정혁에게 말했다.

"바보, 지금 보고도 모르냐? 힘들어 죽겠는데."

그 말에 정혁 역시 반격했다.

"말씀하시는 것 보니 괜찮으신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그러나 웃고 있는 그들과는 다르게 제인은 심각했다.

"지금 그렇게 하하호호 떠들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제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절반이야, 절반. 지금 잘 쳐줘도 절반조차 안되는 양을 씌웠을 뿐이라고. 이래서는 범선 안으로 들어갈지 언정 제대로 구출해낼 수도 없어."

그녀의 말이 맞았다.

사실상 절반의 힘을 약간이나마 버틴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거진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


"이렇게 된다면 방법이......"

이번만큼은 제인 역시 도통 수가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가 고민에 빠져 있는 그 때,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저기, 터무니 없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수가 생각났는데요."

미어캣처럼 동시에 간부진들의 시선이 이동했다.


"방법이 생각났다고?"

"뭡니까?"

하나는 기대하는 이들의 표정을 보자 왠지 부끄러워졌다.

"아, 별건 아니고 그냥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야기해 보세요, 어차피 이런 저런 아이디어는 다 종합해야 할 것 같으니까."


하나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검지를 들어올렸다.

"크흠, 일명 아르마딜로 작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르마딜로 작전이요?""

모두가 하나의 의미심장한 네이밍 센스에 고개를 돌렸다.


"뭔지 자세히 좀 설명해 주세요."

가민이 묻자 하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


서울에 존재하는 산 어딘가.

저벅저벅- 거리는 풀잎을 밟는 소리가 귓가에 스친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걷고 있는 여성이 목에 짧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그녀는 곧 맞이하게 될 먹잇감들을 위해 걸음을 빨리 했다.


이미 시내와는 꽤나 떨어진 곳.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곳에서 홀로 쓸쓸히 걸었다.

- 적신호, 존재 유무 0.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녀는 곧 정상 쯤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을 보았다.

- 목표 지점, 도달.


그녀는 계속해서 기계음 섞인 말을 뱉으며 앞으로 걸었다.

금방이라도 붉은색의 레이저가 뻗어나올 것만 같은 반쪽 눈.

팔을 뒤덮고 있는 기계적인 움직임.

그리고......

끼이이이익-!


건물에 도달하자 회색의 제복을 입은 남성이 등장해 그녀를 맞이했다.

"아아, 여기는 벡터 1, 벡터 1. 현 시간부로 전대 내 출입자가 있다고 알림, 이상."

남자는 검은색의 스카우터를 착용한 상태로 여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예, 여기는 늑대전대입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ㄲ......"

샥-!

간결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육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여성은 치지직- 거리는 기계음을 애써 무시하며 그대로 전진했다.

곧이어 앞에서 하품 소리가 들렸다.


"하아암, 뭐야. 뭔데 이렇게 소란이야?"

또 한 명의 남자가 입을 벌리며 등장했다.

"이런, X발!"

그리고는 앞의 상황을 곧바로 알아차린 듯 전투 태세를 취하며 무전을 걸었다.

치지직 소리와 함께 남자가 외쳤다.


"아아, 여기는 벡터 2, 벡터 2! 침입자 발새.....!"

촥-!

남자의 몸이 힘없이 늘어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 진입 완료.

그녀는 조심스럽게 늑대전대의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대원들이 몰려왔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즉각 놈을 사살하라!"

전대 내의 간부진들과 대원들 수십 명이 등장해 계수를 끌어모아 발사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폭격의 세례가 이어졌다.

콰과과과광-!!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여성은 손쉽게 방어막을 생성했다.

그러자 발사된 계수포들이 주변으로 튕겨져 나갔다.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스쳤다.

- 목표물 전원 말살 시작.


기계음 섞인 목소리를 뱉은 후 여성은 체내의 붉은 계수를 방출해 각성 단계를 끌어냈다.

광분.

그리고는 돌격했다.

방어벽을 치우며 눈의 레이더를 활용해 계수포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 하나씩 피해나갔다.


"젠장, 뭐야!! 하나도 맞질 않고 있어!"

"어떻게든 해야 해, 난사라도 해봐!!"

대원들의 다급한 대화 사이로 윤 설의 폭격이 이어졌다.

하늘에 원형으로 생성된 마법진에서 수십 발의 계수포가 쏘아졌다.

- 적, 조준 완료.


그리고 붉은색의 스파크가 튀김과 동시에 심판과도 같은 공격이 전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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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레퀴엠(98) 23.10.17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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