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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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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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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11)

DUMMY

Episode 110 - 되돌릴 방법



"뭐? 뭐라고?"

화람이 문을 열던 손을 집어넣어 다시 진명에게로 다가갔다.

"아, 레코드 아나일레이션이라는 기억 소각에 대해서....."

그녀는 눈알을 위로 올려 생각한다.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이라, 흐음......"


화람은 무언가 불쾌한 듯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아, 생각이 날듯 하면서도 안나네."

그 말을 듣고 진명이 확신했다.

'지휘부대장님도 모르는 것을 보면 괜찮은 정보는 얻기 힘들겠네.'


본래 의학적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법.

국내에서 꽤나 알아주는 형호의 정보가 정확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화람에게 물어본 이유는 단 한 가지.

꼬투리라도 잡고 싶기 때문에.


그 때, 화람이 눈을 번쩍 떴다.

"아, 생각났다."

진명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뒤로 하고 입을 벌렸다.

"어, 어떤 것이......"

"아, 별 건 아니고 간단한 거야. 도움이 될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아주 작은 거라도 괜찮아요, 그러니 아시는 게 있으시다면 뭐든 말씀해주세요."

진명의 간절함에 화람이 답했다.

"음, 내가 과거 누군가에게 들었을 때 해결 방안이 딱 하나 존재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해결 방안이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정보였다.

가뭄의 단비 같은 느낌이랄까.

진명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말했다.

"말씀해주세요."


"원인을 만나야 한다고 들었는데."

"네? 원인이요?"

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원인. 그런데 그 원인이 뭔지 모르겠어, 사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했던 거야."


'확실히......'

진명 역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원인을 만나야 하다니.

무슨 뜻일까?

머리를 쥐어짜봐도 제대로 된 답이 도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질문은 갑자기 왜 하는 거야?"

"아, 그게 사실은 조하나 지휘부대장이......"

이야기를 들은 화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하나한테서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이?"

"예, 그래서 전반적인 기억 자체가 뒤바뀌어 버린 것 같은데 형호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터라 난감할 뿐입니다."


백화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랬구나, 그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냈어?"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이 발생한 이유 말씀입니까?"

"응."

진명이 손깍지를 끼며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예상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를 끔찍하게 잃은 슬픔으로 과거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것이 원인이라 보긴 합니다."

화람이 눈알을 올려 중얼거렸다.

"제일 친한 친구라....."

그러다 그녀는 동공을 키워 진명에게 시선을 옮겼다.


"혹시 그 사건이?!"

화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예, 맞습니다. 차르카 올로소가 일으킨 백마전대 전멸 사건입니다."

머리가 아파왔다.


지진 뒤에 여진이 있다는 말이 있듯, 어찌 큰 사건은 끝나도 연달아 후폭풍이 불어올 수 있는 것인가.

"이래서 싫어, 이 개X끼들....."

화람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할 듯 치솟았다.

"후우."


화람은 분노를 삭히고 난 후,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명아."

"예, 지휘부대장님."

그녀는 노려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명을 쳐다보았다.

"혹시, 조하나 지휘부대장 좀 만나볼 수 있어?"


------


끼익-.

생활관의 문이 열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하나와 그걸 유심히 지켜보는 최형호.

형호는 고개를 돌려 화람과 진명이 들어온 것을 체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오셨습니까? 총 지휘부대장님, 오랜만입니다."


형호가 악수 요청을 하자 화람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 오랜만이네. 거의 2년 전이 마지막이었나?"

"예, 2년이 넘었죠. 학사관을 떠나 저는 다시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화람은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하나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형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지금 수면중인 상태여서 몸을 건드리게 되면 깨어날 겁니다."

"알아, 강제로 수면 마법을 걸어놨지?"

형호가 관자 쪽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예,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길래. 억지로라도 좋으니 재워두려고 했습니다."


"그래, 아마 기억이 바뀐 상황이라면 낯선 곳이라 혼란스러워 잠도 제대로 오지 않을 테니까."

진명이 두 사람 사이에서 튀어나와 말했다.

"지휘부대장님, 아까 저에게 했던 말 형호에게도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원인에 대해 말했던 거?"


"예, 그걸 들으면 형호도 뭔가 생각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황을 전혀 모르던 형호는 그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화람이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그게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을 유일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치료할 수 있다고요?"

형호는 이해가 안되는 듯 얼굴 각도를 돌렸다.


그는 턱에 손을 얹어 만지작거렸다.

"흐음, 그건 이상하네요. 제가 알기로 계수에 의한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 배웠는데."

그 말에 화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도 아직 검증된 이를 만나보지 못해서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그리고 애초에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일단 들어는 보죠, 지금은 우선 실마리라도 잡는 것이 중요하니까."

"응, 그 방법이 뭐냐하면 원인을 만나야 한대."

자신이 들은 것이 맞는지 형호는 얼굴을 앞으로 뺐다.

"네? 뭐라고요? 원인을 만나야 한다고요?"


형호 역시 진명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잘 이해되지 않는 답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원인? 원인을 만난다라.....'

지금까지 배운 기억 손상에 관한 그 어떠한 치료법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화람이 말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된 치료법이 아닌 듯 보였다.

진명이 화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차르카 올로소를 만나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엥, 그게 무슨 소리야?"

화람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원인이라 하셨잖습니까, 애초에 조하나 지휘부대장에게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이 발생한 이유를 비집고 들어가 보면 차르카 올로소 때문이 맞으니까."

뭔가 어색한 정답이었다.

근접에 가깝지만 너무 단순화 되어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형호는 일리가 있다는 듯 손가락을 딱- 쳤다.


"반은 정답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원인 자체를 만난다면 깨어졌던 기억들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화람은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뭔가 부족한데, 그걸로는 아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근데 어차피 방향을 전혀 모른다면 당장 무엇이라도 시도는 해봐야 하잖아요? 만약 이 방법이 실패한다면 그 때 다른 추측을 생각하면 되니까."

형호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무엇이든 시도해야 하는 쪽이 옳은 방법이었으니.


그러나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그래 좋아,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럼 어떻게 올로소와 만나게 할 건데?"

"아......, 그걸 생각을 못했네요."

화람이 말해준 것은 이론만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기교가 필요했다.


이미 차르카 올로소는 최정혁에 의해 미궁에서 죽었다.

시체를 보여줄 수도 없는 일인데 어떻게 죽은 이와 산 사람을 만나게 한단 말인가.

무언가 꼼수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인형 특수제작이라도 맡겨서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볼까?"

반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형호와 진명의 반응은 정색 그 자체였다.

"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화람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냥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어....."

조금씩 크기가 줄어드는 목소리였다.

정적이 흐르며 세 사람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아."

진명이 눈을 크게 뜨며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드림 체이서?""

진명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의 눈썹이 들어 올려졌다.

"예, 꿈을 쫓는 자. 그, 다른 사람의 환영 속으로 들어가는 마법 있잖아요."


형호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맞아요, 확실히 그걸 활용하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있잖아."

화람이 반박을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드림 체이서를 쓸 수 있는데?"


그녀의 질문에 진명이 화람을 가리켰다.

"안, 되십니까?"

그 질문이 어이 없었는지 화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 진명씨. 모를까봐 해두는 이야기인데 드림 체이서는 생각보다 쉬운 마법이 아니야. 최소 학사관장급 이상의 인물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마법이라고."


"아, 그런. 전혀 몰랐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몰랐다.

사실 남의 환영 속으로 침투한다는 기이한 설정 자체가 굉장한 계수 소모를 일으키기도 하고, 애초에 현실 세계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익히지 않는 발현자들 또한 많았다.

화람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애초에 드림 체이서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 해도 굳이 필요도 없는 마법을 익힐 리 없잖아? 아마 그걸 발현시킬 수 있는 발현자는 세상에 몇 안될 거야."

"그렇다면....."

진명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길고 길었던 토론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었는데 다시 원점이라니.

이거, 퍼즐을 거의 다 맞췄더니 다시 바닥에 흩뿌려진 느낌이었다.

진명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지휘부대장님."

"응?"

"학사관장님에게 부탁하는 건 많이 실례겠죠?"


"뭐라고?!"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애초에 드림 체이서를 익혔을지 확실하지도 않는 인물임과 동시에 학사관 사건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을 양반이었다.

"될 리가 있겠어? 그 사람이 뭐 좋다고 드림 체이서 같은 쓸데없는 마법을 익히겠냐? 그리고 아마 바빠서 우리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도 없을 거야."


사실 알고 있었는데 물어본 것이었다.

장난이라도 -물어나 볼까- 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형호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정말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슬슬 얼굴들이 잿빛이 되어갈 때쯤.


- 내가 해줄까?

아무도 없는 구석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방금 목소리 못 들었어?"

"지휘부대장님이 내신 거 아닙니까?"

화람이 고개를 저었다.


- 에이, 참. 눈치 한번 더럽게 없네.

노란 결정들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며 곧 제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세 사람은 모두 놀란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 어엇?!""

"뭐야, 왜 이렇게 놀라? 나 처음 봐?"


제인이 진명과 형호를 응시했다.

"아, 너희 둘은 처음 보는구나?"

"그, 누구신지?"

형호가 묻자 제인이 검지로 자신의 볼을 찔렀다.

"제인 파스티비아!!!"

'서양인인가?'


진명의 속마음을 듣자마자 제인이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서양인? 그게 뭔데?"

진명의 속에서 벼락이 쳤다.

'뭐, 뭐야? 어떻게?'

제인이 세 사람을 비집고 들어가 하나의 앞에 섰다.


그녀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하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후에 입꼬리를 올렸다.


- 그래서, 내 도움 받을 거야?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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