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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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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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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03)

DUMMY

Episode 102 - 미팅



"그게 사실이냐?"

민호가 동공을 키우며 소리쳤다.

도저히 두 귀로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으니.

민호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이를 갈았다.

"젠장, 이런 일이......"


사태의 연속이었다.

전대 전멸 이후, 강병태와 송재승 사건, 이어서 윤 설의 납치까지.

아주 그냥 보기 좋게 쉬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흔적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나?"

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보고 전에 최 한 대원이 목격했다는 장소로 가봤는데 특이사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모래를 밟고 지나간 발자국 정도였을까요."

"그래, 그럴 거라 예상은 했다만....."

민호가 머리에 손을 얹어 생각에 잠겼다.


"설이를 납치해서 어디로 데려갔는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데려갔는지도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군.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변수는 언제나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만 대처 방법이 미숙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만약 저쪽에서 무언가를 요구할 목적으로 데려갔다면 곧 저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은 뻔합니다."

민호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만약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납치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만약 죽인다고 해도 우리 전부를 죽여야 했어."


퍼즐 조각이 몇 부분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무턱대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

민호의 물음에 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조금의 단서도 없으니 지금은....."


툭툭-.

누군가 정혁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쳤다.

정혁은 손을 뒤로 내밀어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 잠깐만요. 지금 중요한 대화중이라....."

그러나, 다시 한번 더.

툭툭-.


정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돌았다.

"아, 지금 중요한......!"

"여, 안녕?"

충격적인 사람이 보였다.

조태훈.

그는 싱긋 웃으며 정혁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어?"

민호마저도 벙찐 듯 눈을 크게 떴다.

분명 괴수에게 당했을 거라 생각한 조태훈이 그들의 앞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태훈이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자 정혁은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의 뺨을 쳤다.


짝-!

완전 크게 소리가 날 정도로 치자 태훈이 깜짝 놀라며 손을 내밀었다.

"야, 뭐, 뭐야? 왜 갑자기 뺨을 때리냐?"

"이거 꿈인가요?"

정혁이 민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

민호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뺨을 정혁에게 들이밀었다.

정혁은 본인도 모르게 민호의 뺨을 세게 쳤다.

짝-!!!!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귀를 울렸다.


민호는 벙찐 듯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체 버퍼링이 걸렸는지 10초 뒤 정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최정혁, 나중에 지휘대장실로."

"ㄴ, 네?"

태훈은 당황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할까요? 제가 정황은 다 말씀드릴 테니까 여기서 이러시지 마시고....."

태훈이 옆으로 몸을 돌렸다.

"손님도 있거든요."

그의 등 뒤에는 머리를 늘어트린 제인이 있었다.


"여, 안녕!"

눈으로 보기에는 꽤나 아리따운 소녀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강력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민호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두 사람을 전대 건물 안으로 들였다.

"일단 들어오시죠."


------


백조전대 B관

게스트 룸

민호가 차를 잔에 담아 제인에게 건넸다.

"입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거라도....."

"아."

태훈이 손을 펼치며 막았다.


"차는 괜찮습니다, 지휘대장님. 이 친구, 단 것 외에는 도통 먹지를 않아서요."

민호가 아, 라는 소리를 내며 차를 거둬들였다.

"단 음식이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이를 어떡하죠?"

제인이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아, 괜찮아. 아까 실컷 먹고 왔으니 지금은 별 생각 없어."


"그, 그러시군요."

정말 독특한 취향이었다.

단 것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니.

그러나 그것보다도.

'바, 반말을 한다고? 나보다 나이도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어림잡아 제인의 나이는 스무살 정도 밖에 되어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반론이었다.

물론 그들은 제인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지만.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배려라고나 할까.


"자, 그럼."

태훈이 손뼉을 치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이야기 해드릴게요, 어떻게 제가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제 옆에 계신 이 사람은 누군지."

그렇게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이 고난이었다.

시작말로 제인의 정체를 밝히자 정혁과 민호가 죽일 듯이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후로 30분 동안의 대화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말도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절로 저은 적도 있었고, 흥미롭게 입술을 씰룩거린 적도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민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만을 쳐다보았다.

"후, 그래. 그러니까 지금 옆에 앉아 계신 이 분이 귀족 가문의 가주이시고, 너를 학방이라는 단체에 초대하고 싶어한다, 이 말인 거냐?"

태훈이 고개를 약간 갸우뚱거렸다.


"뭐, 생략된 부분은 많지만 대충 맞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왜 하필 너를, 다른 유능한 인원들도 많은데."

태훈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 그거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어쨌든."

제인이 상체를 앞으로 빼며 말했다.

"결론은 이거야, 난 너희를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그에 마찬가지로 너희도 우리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민호가 태훈을 노려보았다.

"네?"

콱-!

그는 앞으로 달려들어 태훈의 멱을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있는 네가 진짜 조태훈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까 내가 정혁이한테 들은 게 있거든."


"네? 뭐, 뭘 들었다는 거에요!"

"일단은 확인을 좀 해봐야지."

민호가 태훈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

"아, 아아아!!!"

"어이구, 어이구, 엄살은!!!"


민호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더욱 세게 볼을 잡아당겼다.

"아, 지, 진짜 아파요, 진짜!!!"

그러나 그것은 사실확인을 위한 것이 아닌 살아돌아와 기쁘다는 도민호만의 표현이었다.

민호가 태훈을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자, 잠깐, 잠깐!!!"

제인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는 그런 잡담을 할 때가 아니야, 그리고 만나야 했던 인물들도 있었어."

"만나야 할 인물이요?"


정혁이 묻자 제인의 검지가 자신을 향해 뻗어졌다.

그는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저, 저요?"

"그래, 너. 최정혁. 아이들이 조사한 내용을 보니까 아주 흥미롭던데. 그 희귀하다는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각성의 단계까지 익힌 모양이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각성에 대한 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역시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제인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다 보이지."


그녀의 시선에 정혁의 체내 계수가 보였다.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했다.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완성도 높은 계수 결정들을 저 몸으로 받아낼 수 없었겠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한 답이었다.


"그럼 설마 저를 만나려 하시는 이유가....."

약간은 불안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러나 제인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예상 그대로였다.

"맞아, 학방에 들어오게 설득하려고."

"아."


정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조태훈에게 옮겨졌다.

"태훈 씨는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나요?"

그는 아무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는 뭐, 하겠다고 했지."

"그렇게 간단히요? 아닐 것 같은데."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지, 그냥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거든. 그런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어."

"진정성이요?"

태훈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어때? 내가 선택한 곳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가 가지 않겠어? 너도 학방에 들어오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태훈은 한없이 진지해보였다.

정혁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여기에 남아있을래요."

결국 정혁은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제인이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약해진 정혁은 아니었다.

"저를 높게 봐주시는 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제 할 일이 따로 있어서요."

"무슨 할 일?"

잠시 머뭇거려진다.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아 그게......"

"지금 대원 한 명이 납치되었다고 해서요, 저희는 그 사건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순간 태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납치 당했다고요? 누가요?"

아무래도 같은 조직에서 생활했던 이들이다 보니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민호는 조심스레 정혁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윤 설 대원이 새벽에 어떤 사이보그에게 납치 되었다고 하더라."

순간 제인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사이, 보그라고?"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가 형성된 듯했다.


너무나도 어두운 반응에 정혁이 물었다.

"혹시 뭐라도 아시는 게 있나요?"

제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쾅- 쳤다.

세 사람이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거렸다.

"구하러 가야 돼, 안 그러면 그 아이 죽을지도 몰라."


"주, 죽는다고요?"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의 어딘가

떠돌아다니는 정사각형

어두운 공간 속에서 지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입고 있는 제복을 털며 거대한 원형 테이블의 좌석에 앉았다.


붉은색의 보석이 꽤나 정교하고 화려하게 박혀있지만 다소 불편한 의자였다.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미동 없이 자리했다.

5분이 지나자 또 다른 이가 등장했다.

"먼저 와있었군."


붉은 머리와 제복을 입은 늙은 노인이었다.

지안은 그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약속한 시간은 분명 10분 전이었을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군, 슈메르다."

슈메르다는 입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언제나 시간 약속 하나는 엄격하구만, 지안."


"안녕들 하신가."

"늦었군."

곧이어 두 명이 동시에 들어왔다.

모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으며 꽤나 미남형이었다.

한 사람은 짧은 머리에 보라색 목걸이를 장착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한 길이의 흑발에 정장 차림이었다.


"왜 안 어울리게 정장을 입고 온거지, 엘리페르?"

슈메르다가 묻자 엘리페르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인간들이 입고 다니는 복장도 꽤 재미있어 보여서."

"그래도 너무 안 어울려."


"잡담은 이제 그만하고."

지안이 모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뺐다.

"다 모였으면 이제 시작하자."

슈메르다가 웃으며 일관했다.

"그래, 늦는 게 좋은 것도 아니니 슬슬 이야기해보자고."


- 지구 평탄화 계획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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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레퀴엠(101) 23.10.21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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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레퀴엠(99) 23.10.19 24 1 11쪽
98 레퀴엠(98) 23.10.17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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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레퀴엠(96) 23.10.15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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