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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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3.07.16 15:33
최근연재일 :
2023.11.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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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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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죗값, 내가 거둘것이야!

DUMMY

분명, 진천뢰가 날아오는 방향에 확신이 든 모양이었다.

뱃전에서 내려서며 왜인들이 향한 눈빛들은, 하나같이 주막이 위치한 언덕 쪽을 더듬고 있었다.


뱃전으로 떨어진 화기와 빙철에 당한 왜인들의 수가 많았던 탓인지. 배에서 내려 선 자들의 머릿수는 백 오십여명을 조금 넘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먼 곳에서 느끼기에도, 지금 저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 보였다.

욕과 함성이 섞인 소리들을 내지르며, 창과 검을 다잡고 주막을 향해 내 달리는 모습도 간혹 보이고 있었다.

무엇이든 만나기만 하면 베어버릴 기세로 이미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남은 진천뢰를 빨리 발사해야 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김 유천이 다급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맞추어 문규와 흥선군도 남은 진천뢰를 화포에 열심히 넣어 발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연신 모래밭 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그들의 눈에, 저 멀리 김 병국과 김 병학이 왜인들의 틈 사이에서 부지런히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 보였다.

바둥바둥 설쳐대는 모양이 김 병학과 김 병국도 이 상황에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리키는 곳은 궁문을 향한 방향이었고, 당황한 왜인들 에게 힘겹게 지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개중 몇명은, 아마도 화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막을 향한 오르막길로 방향을 잡는 모양이었다.


"저들이 우리의 위치를 확인 한 것 같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김 유천의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긴장감이 잔뜩 배어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긴장감을 잘라내는 소리가 주막 문 쪽에서 들려왔다.


"빨리 피하십시오!"


" 어? ... 누구...?"


분명 아군임이 틀림없어 보이는, 말투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사람들 이었다.


"지금 전하께서는 몇몇의 무사들과 나루터로 향하셨습니다.

적들이 이미 이 곳을 알아챘으니, 빨리 몸을 피하시라는 어명이 계셨습니다.

어서 따르십시오!"


"아, 역시. 전하께서..."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네, 그러하지요. 어서 어서 길을 살펴주시오. 따르겠소이다!"


흥선군이 많이 신나 보였다.

손에 들었던 비격진천뢰를 그대로 내려놓고, 흐트러진 토끼털 볼끼를 두 손으로 다시 끼워 맞추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있었다.




****




비원의 기린석상 앞으로 모여든 금군별장과 군사들이 비밀리에 옮겨놓은 조총과 검을 하나씩 나누어 잡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을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의 눈길은, 중전과 금군별장과 잎이 메마른 채 풍성한 눈앞의 풀숲더미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중전은 풀숲더미만 쳐다보고 서 있었고, 곁에 선 금군별장은 불안한 듯 중전의 얼굴만 살피고 있었다.


"마마..! 언제까지 이곳에..."


더 참지 못한 금군별장이 김 진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실 것입니다. 이곳으로...!"


"...네?"


한층 더 멍한 표정을 띤 금군별장이 숲 풀 주변을 다시 한 번 휘 둘러본 후, 여전히 난감한 표정을 띠었다.


"그리고, 저는 중궁전으로 돌아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 네? 마마, 무슨 말씀 이옵니까. 아니 되옵니다!"


"영상 그 자가, 전하를 협박하기 위해 수로 삼아 준비할 것은, 분명 궁내의 가족들일 테지요.

잠시 후 만약 제가 보이지 않으면, 찾기 위해 혈안이 될 것입니다.

대비전과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질 수도 있어요. "


"아니 되옵니다. 마마!

마마께서 영상대감 쪽으로 가계시면, 당연히 전하께서 곤란에 쳐하시게 됩니다.

그러니, 오히려 절대 영상 쪽으로 가시면 아니 될 일이옵니다!"


깜짝 놀란 금군별장이 김 진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일단은 영상쪽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자칫 다른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우려는 막아야 해요.

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저에게는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라버니도 아실 거잖아요."


금군별장을 다독이듯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김 진이 대답을 이었다.


"... 마마..."


"저도 죽으러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저들이 궁에 난입을 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이 후미진 비원부터 살펴보지는 않을 거예요.

이 곳에 계시다가 전하께서 도착하시면, 최대한 빨리 저들의 길을 막아낼 수 있도록 서둘러 주세요."


"...마마...!"


"가세, 김 상궁."


잔뜩 애가 탄 김 상궁를 오히려 재촉하며 김 진이 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중궁전으로 들어온 김 진의 표정에 잔뜩 고집이 어려 있었다.

서 탁 앞에 앉은 그녀의 앞에는 신주처럼 놓여진 묵직한 단도가 차갑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마..."


굳은 듯이 가만히 앉은 채 단도를 바라보는 김 진을 향해, 조심스럽게 불러보는 김 상궁의 목소리엔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마... 칼은, 어찌하여..."


" ... "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는 김 진이었다.


"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 자 또한 그 죗값을 치뤄야 할 것이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에, 김 상궁이 깜짝 놀라서 김 진을 쳐다보았다.

독한 말을 내뱉었지만, 어느 때보다 딱할 만큼 명료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 마마...!"


"내가 할 것이야!

내가 어미니, 내가 그 죗값을 거둘 것이야!"




****




질서를 잃은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와 함께 다급한 말 발굽소리가 사방에서 섞여 들리고 있었다.

광나루터를 벗어나려는 소리와 이곳으로 다가오는 말 발굽소리가 한데 뭉쳐진 소리는 욕설과 신음이 난무하는 인간들의 소리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주막을 나서던 흥선군 일행이 시끌벅적한 저 아래 나루터를 바라보았다.

진입 초입부터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한 이들이 정렬조차 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이었다.


김 병학과 김 병규를 위시한 몇몇 수장들이 배에서 내리는 이들을 서둘러 정렬하는 가운데,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한 원범의 무리가 무리들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배위에서 비격진천뢰의 공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수는 백여 명을 훨씬 넘었고 이들 또한 오랜 시간 훈련과 준비를 거친 무사들이었다.


삼십 여명의 작은 수의 원범의 무리를 보는 적들의 표정엔, 전혀 긴장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불시에 공격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에 일그러진 표정 있었지만, 원범의 무리에게는 웃음기마저 띤 채 여유로운 몸짓으로 검을 꺼내 들고 있었다.


원범의 목소리가 광나루주변으로 거세게 울렸다.


"역적의 무리와 내통한 왜놈들이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건, 김 병학과 김 병규를 위시한 몇몇의 수장들 이었다.


"형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임금입니다!"


김 병규보다 더 놀란 표정의 김 병학 이었다.


"전하가 어찌 이 곳에 나타난다는 말이냐!"


질서를 잃은 무사들보다 더 다급해진 모습이었다.


"형님, 이거 이상합니다.

임금이 이 곳에 나타났다는 건, 분명 더 많은 병력이 지원을 한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설마 임금이 고작 저 삼십 여명만 데리고 움직이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 그럴테지..."


"형님, 전 가겠어요. 이건 뭔가 많이 잘못 된 거예요. 숙부님과 아버님은 어찌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빨리 자리부터 뜹시다!"


"어, 그래. 그래야겠다.

가는 길에 상황을 보고, 아버님을 찾아가던지 산으로 가든지 해야겠어!"


여전히 멍한 표정을 떨치지 못한 채 김 병학이 주변의 수장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봐라, 우리는 아버님께 갈 것이다.

둘만 우리를 따르고, 나머지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한다.

무사들을 정렬해서 궁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알아서 적들을 막아내도록 해봐라!"


"빨리 서두르시오. 형님!"


"어, 그래!"


네 필의 말이 광나루의 후미진 뒤쪽 길을 타고 급하게 사라졌지만, 아무도 이들을 눈여겨보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빨리 빨리 집으로 들어들 가시오! 여긴 위험 합니다!

거 참, 애까지 데리고.. 이 사람들이... 구경거리라도 난 줄 아오?

애 데리고 빨리들 피하시오! 어여 어여..!"


나루터와 조금 떨어진 마을 초입에서 공륭이 사람들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요란하고 의미심장한 소리에 놀라 뛰쳐나온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주막에서 급하게 내려온 흥선군 일행을 본 공륭이 폴짝 거리듯 다가와 반갑게 이들을 반겼다.


"아이구, 살아들 계셨습니까! 전하께서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지 모릅니다!"


"이게 뭐, 죽기까지 할 만한 일인가!

그나저나 전하께서 직접 저 아수라장으로 들어가셨다는 말인가?"


흥선군이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네, 흥선군 나리. 이곳으로 오자말자, 그냥 바로 돌진 하셨지요."


"어허...참, 자 자 우리는 예까지 내려왔으면 된 것이니, 무사 양반들은 어서 어서 전하께 달려가서 힘이 되어 드리시게 "


"그래야 겠습니다. 그럼 조심들 하십시오!"


그들을 호위해준 무사들도 나루터로 달려가고,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놀란 마음을 안고 집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주변을 휘 둘러보던 흥선군이 다급하게 공륭을 불렀다.


"홍 내관, 저기 저 말을 내가 좀 빌려 타야겠네.

궁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어. 뭐라도 해야 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빨리 궁으로 들어가 보아야 겠네!"


"아이고 아니됩니다요 나리.

잠시 후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소신이 뒤를 따라야 하는데, 어찌 말도 없이 달려서 따라 가겠습니까.

아니됩니다요. 나리!"


"어허.. 참! 듣고보니, 또 그렇긴 하네만."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던 흥선군이 이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공륭을 다시 불렀다.


"그럼 이렇게 함쎄!

홍 내관도 어차피 궁으로 따라가야 할 일이니, 지금 나와 함께 먼저 저 말을 타고 궁으로 가 있도록 하세.

먼저 가서 전하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으이."


주군을 두고 자리를 뜨는 게 못내 꺼림직한 공륭이 여전히 대답을 못하고 주저하고만 있을 때였다.


"전하께서는 완위각으로 오실 겁니다. 함께 완위각에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 바로 궁으로 들어가셔야지, 그곳으로 들릴 겨를이 있겠소?

차라리 우리가 먼저 출발해서, 궁의 어느 쪽 문으로 들어갈 만하지 궁 주변의 상황을 먼저 살피러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전하께서는 무조건 완위각으로 들르실 것입니다. 흥선군나리!"


"거참... 시간이 없대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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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조총은...? 23.11.11 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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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죗값, 내가 거둘것이야! 23.11.09 74 4 12쪽
115 쏘아라! 비격진천뢰 23.11.08 63 4 11쪽
114 그 칼, 저 주시오! 23.11.07 63 4 11쪽
113 폭풍전야 23.11.06 63 4 12쪽
112 강화로 가시지요. 23.11.05 71 4 12쪽
111 오지랖이 넓었다. +2 23.11.04 7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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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움트는 진주민란 23.10.31 70 3 12쪽
106 섭정왕 23.10.30 77 5 12쪽
105 졸(卒)의 길 +2 23.10.29 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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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나랏일만 생각할 것이다. 23.10.27 72 4 12쪽
102 출결장 23.10.26 82 4 11쪽
101 추노꾼잡는 귀신 23.10.25 87 4 12쪽
100 비밀 향회 23.10.24 77 5 12쪽
99 선대왕의 유산 23.10.23 82 5 11쪽
98 조총을 가져오게 23.10.22 9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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