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 ( 人類滅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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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15.05.31 15:39
최근연재일 :
2016.07.26 02:03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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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64
추천수 :
803
글자수 :
161,829

작성
15.06.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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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1
추천
27
글자
5쪽

Episode 1 재난 ( 災難 ) [04]

DUMMY

혁주와 여학생은 달리기를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굴다리는 멀어져 있었고 무너지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저씨의 모습도 비쳐지지 않았다.


“죽었겠죠?”


“그렇겠지.”


자동차에서 나오는 불빛 이외에는 전혀 빛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전기가 모두 끊긴 듯 도시는 죽어있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저 멀리서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지진으로 이어졌다. 둘은 어디서 일어나는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혹시 아까처럼 땅이 갈라지거나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점점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았지만 정신만 없어질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혁주는 옆에 있던 건물이 살짝 흔들리는 걸 느끼고는 여학생에게 말했다.


“저 건물 위태로워 보이지 않아?”


“그래 보이네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윽고 옆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혁주는 여학생의 손을 붙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아직 빛나고 있는 가로등이 보이자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뒤에서 몰려오는 먼지바람을 피해 언덕을 넘어 가로등 앞에 도착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건물들을 보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후우.. 일단 이 근처 사람들은 전부 대피한 것 같아.”


“아니면 죽었거나요.”


혁주는 여학생이 쳐다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무너진 주택 안에서 조그맣게 드러난 팔과 머리가 살짝 보였다. 혁주는 여학생의 눈을 가리고 가로등 근처에 다 무너지고 형태만 겨우 남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잠깐 여기에 앉아 있자.”


여학생은 그 말에 동의하고 서로 앉았다. 가로등의 불빛은 주차장 안쪽에 겨우 드러내고 있었다. 여학생은 위에 돌무더기들을 보며 물었다.


“혹시 여기도 무너지지 않을까요?”


“괜찮을 것 같아. 어차피 무너질 것도 더 없는 것 같고.”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에 앉았다. 혁주도 옆에 앉았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앉아있었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내온 것은 여학생 쪽이었다.


“아까 틈에서 꺼내줬을 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점점 몸을 조여 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뭐, 그 정도야 할 만하지.”


“아저씨는 죽었지만요.”


다시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둘은 그저 앉아만 있다가 약간 몸도 풀고 그랬다.


“저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김혁주. 너는?”


“민세연이요.”


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는 어떻게 되니?”


“열아홉이요.”


“뭐야, 내 동생이랑 똑같네. 난 스물한 살인데. 너 혼자야?”


“네, 집에 돌아가니 아무도 없었어요.”


혁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연이 제발 자기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바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빠는요?”


혁주는 말을 꺼낼까 말까 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피곤한 눈에 손을 대고 말했다.


“빌라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나만 빠져나왔어.”


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혁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내고 말을 이었다.


“웃긴 건 부모님께서 내 가방에 필요용품들 다 넣어뒀는데 굴다리 앞에 두고 나왔네.”


“저도 그 가방 봤어요.”


다시 침묵만이 둘을 감싸고 있었다. 혁주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안 내려 했으나 소리가 손 밖으로 새어나왔다.


세연은 울고 있는 혁주를 안아주었다. 혁주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참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참기 쉽지 않았다. 세연은 울고 있는 혁주를 보며 자신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한참동안 울다가 도저히 눈물이 그칠 것 같지가 않자 혁주는 세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연 또한 혁주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는 잠시 동안 그렇게 있었다. 세연이 먼저 혁주에게 눈을 감고 흐르는 눈물을 느끼며 조용히 키스를 했다. 혁주에게 입을 맞추고는 서로 한동안 멍 때리다가 혁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연을 껴안았다.


서로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치 오랜만에 만나 함께 한 연인처럼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나마 자기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로 키스를 퍼붓고는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각자의 옷을 벗겨주고는 천천히 다음 행위로 넘어갔다. 둘이 흘리고 있었던 눈물은 어느 덧 멈추었다. 주차장 안에서는 신음소리가 나기 시작했으며 둘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본능만이 아닌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감성을 억누르기 위해 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행동해야 할 순간이 있으며,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작가의말

19금은 원치 않기에 최대한 수위를 낮춰서 올립니다. 원래는 19금으로 만든 소설인데 다양한 연령층들을 위해 일부러 수위를 낮추고 그 덕분에 분량도 줄어든 점이 있습니다. 혹시 이게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 했었는데 19금이 아닌 소설에서 이보다 더 심한 걸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마지막 장면이 뜬금포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이 방법 말고는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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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pisode 4 난국 ( 難局 ) [17] 15.09.05 755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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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pisode 4 난국 ( 亂國 ) [14] 15.09.02 579 5 6쪽
63 Episode 4 난국 ( 亂國 ) [13] 15.08.29 612 4 5쪽
62 Episode 4 난국 ( 亂國 ) [12] 15.08.28 598 6 5쪽
61 Episode 4 난국 ( 亂國 ) [11] 15.08.27 611 7 6쪽
60 Episode 4 난국 ( 亂國 ) [10] 15.08.26 641 6 5쪽
59 Episode 4 난국 ( 亂國 ) [09] 15.08.25 727 7 6쪽
58 Episode 4 난국 ( 亂國 ) [08] 15.08.24 637 5 5쪽
57 Episode 4 난국 ( 難局 ) [07] 15.08.23 658 7 5쪽
56 Episode 4 난국 ( 難局 ) [06] 15.08.22 694 7 7쪽
55 Episode 4 난국 ( 亂局 ) [05] +1 15.08.21 587 8 6쪽
54 Episode 4 난국 ( 亂局 ) [04] 15.08.20 428 6 6쪽
53 Episode 4 난국 ( 亂局 ) [03] 15.08.19 390 6 6쪽
52 Episode 4 난국 ( 亂局 ) [02] 15.08.18 422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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