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이 땅 위에 믿을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냥 그렇게 이해해.
"악! 간지러워요."
"가만히 있어봐. 또 할 거야."
또 다시 손톱을 세워 그의 등에 내 마음을 새긴다.
'오래도록...'
그가 몸을 돌린다. 나와 얼굴을 마주한다. 그의 숨결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저 하나 뭐 물어봐도 돼요?"
"뭔데?"
"누나 전 남친이요. 어떤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얘기 들어서 뭐하게."
"누나가 좋아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요."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어서 자자. 나 피곤해."
이불 속에 얼굴을 묻는다. 그가 나를 꼭 껴안는다. 온기 사이로 서운함이 느껴진다.
"그 사람에 대해서 편하게 얘기해줄 때까지 기다릴게요.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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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그는 서은우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답할 수 없었다.
마음 가운데 서은우가 거대한 돌덩어리처럼 박혀있기에 그 무게를 들어 올려 꺼내보기가 버겁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안... 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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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TV를 본다. 저녁 6시. 밝았던 낮의 빛이 내일을 기약하며 잠시 자리를 비킨다.
그 빈자리를 어슴푸레한 어둠이 스멀스멀 채우고 있다.
'연예계 소식입니다. 최근 히트곡 '그린'으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최지인씨가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최지인 갑질 뉴스가 계속 나오네요."
"쟤 유명했어. 싸가지 없기로. 예전에 프로그램 같이 한 번 한 적 있었는데 나한테 인사 한 번 없이 쌩하고 지나가더라고."
"그랬었군요."
"배고프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모자랑 마스크 좀 챙기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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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우가 좋아하는 아귀찜 식당을 선택했다.
"나 누군지 몰라보겠지?"
"아주 꽁꽁 감춰서 몰라보겠어요."
맛있게 아귀찜을 먹고 있는 중에 옆 테이블의 대화가 귀에 들린다.
"최지인 갑질 논란 들어봤지?"
"응. 어우 진짜 그런 애들은 빨리 추방 시켜버려야 해."
"근데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차미지 있잖아."
차미지... 나....?
"걔도 싸가지 바가지인가봐. 인터넷 찌라시로 돌아다니고 있어."
"세상 여리고 불쌍하게 생겼더만, 진짜면 완전 충격이겠다."
뜨끔하다. 밥 맛이 없어졌다. 그런 나를 알아챘는지 테이블 위로 손을 건넨다. 그의 손을 살짝 잡는다.
결국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상처는 결국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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