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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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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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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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드리우는 암운 (1)

DUMMY

一.




날이 밝기 무섭게 조휘는 숭산을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소림사를 찾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많았다. 여러 상단의 상인들부터, 그저 위안을 얻기 위해 절을 찾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조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잘 닦인 길에서 벗어났다.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은 한적한 숲길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여기서부턴 신법을 펼쳐서 빨리 갑세.”


길 안내를 하는 것은 홍무기였다. 개방의 작은 주인은 처음 와보는 산길에서도 방향을 잘 잡아서 도착지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겨울의 동풍이 물러간 숭산의 저편에선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따듯해지는 바람이 불어왔다. 불가의 향취를 그득하게 담은 바람. 절로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바람이다.


중원 불문의 성지, 소림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당에서 피워낸 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조휘의 코를 간지럽혔다.


참으로 좋은 느낌이었다. 전란의 시대를 살아온 조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은, 그런 바람이었다. 무림맹주 시절에도 숭산을 올랐던 적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휘는 달리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거닐며, 과거를 떠올렸다.


앞서 달리는 홍무기는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는 조휘에게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달린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둘이었다. 둘 다 시원한 인상의 미남이었기 때문일까.


“거의 다 왔소.”


홍무기가 말하기도 전에, 조휘는 몸소 느끼고 있었다.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웅혼한 불심이 느껴졌다. 더욱이 기감이 예민한 조휘는 다른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불심 사이에 섞여 나오는 무에 대한 열망이라. 새삼스레 실감 나는군.’


강호는 항상 어지럽다. 악독한 마인이 나타나서 강호를 어지럽히지 않더라도,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 강호였다.


소림은 강호를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라던가? 산에 틀어박혀서 불법만을 익히는 것이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이냔 말이다.


어지러운 강호는 항상 소림을 시험에 들게 했다. 그래서 소림은 힘을 키웠다. 그들을 시험하는 강호에 몸소 증명한 것이다.


작금에 이르러선, 백도 정파를 받치는 거대한 기둥이 된 소림.


천하공부출소림이란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굉장한 기도다.”


홍무기가 절로 긴장했다. 그들을 마중 나오는 무승의 방대한 기(氣)를 느낀 것이다. 일전에 그가 만났던 남궁진천의 장엄한 기도와는 다른 느낌의 충격이었다.


한없이 깊다. 너무도 깊고 투명하다. 북해의 얼음 호수가 이러할까 싶었다. 그러나 소림승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차갑지 않았다.


한없이 깊고 투명하지만, 한없이 따듯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무(武)로써 풀어낸 소림의 무승이 붉은 가사를 펄럭이며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강부동의 신법이 아니다. 일보(一步)마다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소림의 공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패도적이지만, 그 속에 살아숨쉬는 불심을 느낄 수 있었기에, 홍무기는 그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았다.


홍무기가 승려를 향해 포권했다.


“개방의 후개가 소림의 나한각주를 뵙습니다.”


당대 소림의 나한각주, 공심(公心). 천하기재(天下奇才)들이 넘치는 소림에서도 그 재능을 인정받은 불세출의 천재다. 이립에 이르지 못한 나이에 칠십이절예의 절반을 익혔고, 불혹에 이르러 소림의 절학, 무상대능력을 대성했다는 희대의 무승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공심일세.”


반장을 취한 공심이 조휘를 바라봤다. 잠시 그를 살피던 공심이 탄식했다.


“전신에 피의 갑주를 두른 지옥의 신장이지만, 그 속에는 하얀 마음을 지키고 있구나······!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위하는 그 마음만큼은 진심. 그러나 처절함 몸부림을 보니 감히 숭고하다고도 말할 수가 없도다.”


무어라 말하고자 하는 공심은 입을 벌렸다 닫기를 반복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달싹임을 반복하다 공심이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소.”


조휘가 그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조휘입니다.”


“조휘. 조휘라.”


한참을 곱씹던 공심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대와 같은 사람은 아무리 힘든 역경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답을 찾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소. 구도자의 길을 걷는 사람이지만, 구도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


구도자의 길을 걷지만, 구도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 말했다면, 그저 그런 소리로 치부하고 넘길만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소림의 나한각주에게서 나온다면 완전히 다른 말이 된다.


“과찬이십니다.”


“법에 맞는 올바른 견해를 얻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미혹 당하지 말아야 하오. 나조차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아직 약관에 불과한 청년이 몸소 해내고 있다니.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오.”


조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말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 년을 살다가 돌아왔다고 어찌 말하겠는가. 그런 조휘의 존재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를 완전히 반하는 존재였으니.


‘내가 역천의 존재지. 다른 게 역천의 존재가 아니다.’


조휘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공심에게 말했다.


“그래서, 스님께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이놈아!”


홍무기가 화들짝 놀라 조휘를 만류했지만, 공심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휘젓고 말했다.


“나는 당신을 모르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 그렇지만 나는 불자이자 무승이오. 부처님을 따르지만, 무(武)에 몸을 던진 무도한 자. 내가 무도한 것을 알기에 나 역시 나름대로 법을 따르기 위해 몸부림쳤소. 그리하여 얻어낸 눈이 바로 이것이오.”


공심이 제 눈가를 툭툭 쳤다.


“허억!”


홍무기가 화들짝 놀랐다. 공심의 시커먼 눈동자가 황금색이 되었기 때문이다. 금안(金眼)에 맺힌 불광이 어찌나 찬란하던지, 절로 손을 모아 합장할 뻔했다.


“화안금정(火眼金睛)······.”


공심이 고개를 저었다.


“전설상의 화안금정은 아니오. 그러나 미혹과 번뇌를 물리치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금정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하오.”


공심이 눈동자가 깊어졌다.


“당신을 보니, 내가 느꼈던 불안감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소.”


“······.”


“마교.”


“······!”


둘의 반응을 본 공심이 탄식을 터트렸다.


“허어! 아니길 바랐지만······ 진짜였구나. 진짜였어······.”


“스님.”


공심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제 스님이 아니오. 마(魔)의 종자들이 고개를 들었으니, 불자에서 무인이 되어야 할 시간이 왔소. 소림승으로서가 아닌 선배 강호인으로서 나를 대해주시오.”


“······.”


공심의 말투가 조금 바뀌었다.


“소협들은 곧바로 나를 따라오게.”


소림승이 아닌, 선배 강호인. 자신을 던졌던 불심의 바다에서 스스로를 건져냈다. 그 각오야말로 진정한 불자만이 할 수 있는 각오였다.


한없이 깊고 투명했던 기도에 묵직함이 들어찼다. 스스로를 강호라는 지옥의 구렁텅이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던져버린 공심의 기도는 더없이 웅혼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공심의 기도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던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겠는데.’


‘좋은데?’





二.




홍무기는 지하수로를 나온 직후, 조휘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놈들은 진짜가 아니야. 마교의 팔대종파, 귀악종에서도 떨어져나온 떨거지 중의 떨거지다. 진짜 귀악종의 지파가 이곳에 있었으면, 이미 하남 일대에서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을 거다.”


조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떨거지 중의 떨거지지만, 놈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미친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하남에 똬리를 튼 건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나 이곳에 주교라도 있으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홍무기가 대꾸했다.


“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마 주교는 없을 거라는 말이겠지.”


“끽 해봤자 집법사자 선이야. 그러나 집법사자도 만만히 볼 수는 없다. 그 거칠고 악랄한 마교에서도 구르고 구른 놈만 집법사자가 될 수 있어. 단순히 무공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안목도 대단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어려운 싸움이 되겠군.”


“그래. 그냥 어려운 싸움이 아니라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설령 가능해도, 너무 위험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어. 나는 몰라도 개방의 후개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지. 소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소림의 모두가 알게 되어선 안 돼. 그럼 놈들은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 거다.”


홍무기는 이해했다. 방장 대사를 비롯한 소림의 높으신 분들이 알게 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아래의 제자들이 알게 되는 것은 말이 달라진다.


그들이 불안감을 품게 되면 공기가 달라진다. 항상 인자하고 따스해야 할 소림에 변고가 생기면 자연스레 절을 찾아오는 세인들에게까지 영향이 생긴다.


“분위기라는 것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지. 이 일을 알게 되는 사람은 최대한 적을수록 좋아. 그리고 우리와 함께 놈들을 조질 인원은 무공이 고강한 무승 하나, 혹은 둘이 가장 이상적이다.”


“방장대사님께 지급으로 보내야겠구먼.”


“부탁 좀 하지.”



그것이 어젯밤의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조휘는 소림의 방장실 앞에서 생각에 잠겼다.


‘지하수로는 놈들의 거점이었다. 본대는 따로 있어. 지하수로가 아니라면······ 어디에 있을까.’


조휘의 상념을 끊은 것은 공심의 중후한 목소리였다.


“들라 하시네.”


방장실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업무를 보는 곳은 무척이나 조촐했으며, 방 안에 사치품이라고는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승려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틀린 말이었다. 아무리 승려라고 하더라도 소림의 방장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이끄는 수장에게는 그 자리에 걸맞은 품격이 필요했다.


‘하나도 필요 없다는 거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늙은 승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공간은 늙은 승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의 경지가 지고했기 때문이었다. 박수가 절로 나올 수준으로 진기를 몸에 담아뒀다. 극에 달한 반박귀진(返朴歸眞)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후개. 그리고 이름 모를 행자(行者)여.”


작금의 소림을 이끄는 방장, 각몽(覺夢)이 그들을 향해 반장을 취했다.


“부족하지만 소림을 이끌고 있는 각몽입니다. 이렇게 뵙는 것은 처음이지요?”


각몽의 목소리는 여느 시골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인자한 촌로의 목소리처럼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달까.



각몽이 조휘를 흘긋 바라봤다.


‘저런 청년이······?’


불도에 몸을 던진 한 사람의 승려로서, 아니 그 이전에 강호에 몸담은 선배 강호인으로서 후개 옆에 선 사내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개방의 후개가 지급으로 보낸 서신의 내용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래서 각몽은 개인의 호기심을 뒷전으로 미뤘다.


“서신의 내용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그냥 단순한 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심각하더군요. 후개의 입으로 자세한 내용을 들어야겠습니다.”


“서신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최근······.”


홍무기는 조휘가 살피던 문서들을 정리한 내용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달했다. 상황 설명을 들은 각몽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검은색 꽃무늬 반점이라······.”


각몽이 한숨을 쉬었다.


“마화(魔花)군요.”


홍무기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렇습니다.”


홍무기가 각몽과 눈을 마주했다. 순간 홍무기의 눈에 맺힌 정광을 바라본 각몽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용두방주께서 제자를 참으로 잘 키우셨어.’


홍무기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투명했다. 그래서 각몽은 그 속에 담긴 뜨거운 열망을 제대로 목도할 수 있었다.


‘협의라······.’


홍무기가 말했다.


“이번 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선 안 될 일입니다. 저와 이 친구, 방장대사님과 공심 대사님까지. 딱 이 넷으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빈도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공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홍무기가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조휘가 입을 열었다.


“일단 역진신의라는 작자부터 만나봐야겠다, 거지야.”


조휘가 눈을 빛냈다.


“내 생각엔 그 사람도 마인이야.”


각몽과 홍무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진신의라면 빈도도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를 대하고 의술을 배푸는 것에 거리낌이 없던 훌륭한 의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절간에서도 살인자는 납니다.”


각몽은 무어라 말을 하려했지만, 조휘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역진신의를 거처를 곧바로 수배해줘라. 만약 내가 추측한 게 맞다면······ 한시가 급해.”


“추측? 뭔 추측.”


“그건 확신이 들면 말해주마. 나 간다. 바로 수배때려.”


조휘가 각몽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방자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한 시가 급한 일이기에 먼저 일어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휘는 각몽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밖으로 나섰다.


.

.

.

.

.


각몽과 둘이 남은 홍무기는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놈의 새끼는!’


아무리 그래도 소림의 방장대사가 아닌가! 그 불심만큼이나 협심이 대단해서 한창 현역일 적에는 무수히 많은 마두들을 때려잡으셨다고 들었다. 지금은 많이 유(柔) 해지신 것이지, 한창일 적에는 성정이 불같던 분이라고 들었는데······.


“허허허.”


각몽이 털털하게 웃었다.


“저 청년은 누구입니까?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후개와 꽤 친한 것 같습니다.”


홍무기가 제빨리 고개를 저었다.


“저런 무도한 놈과 친구라니요. 웬숩니다. 웬수.”


“허허허.”


각몽의 눈이 깊어졌다.


‘참으로 이상한지고. 그 청년의 눈에선 불심이라곤 찾아볼 순 없었지만······ 어찌하여 빈도의 진기가 반응하는고?’


각몽은 무상대능력과 반야진경을 대성한 불가의 고수다. 작금에 이르러 무혼의 끝을 확인하고 지고한 경지에 발을 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을 발달시키면서 진기의 성질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각몽은 그것을 대오금력(大悟金力)이라고 명명했다.


“허허허.”


“조휘라고 하는 놈입니다. 저도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홍무기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리 보여도 경우가 없는 놈은 아니니, 부디 불민하게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각몽이 홍무기를 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림의 방장 자리를 노름판에서 딴 놈은 아닙니다. 급한 일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참으로 신기한 청년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대오금력이 꿈틀거렸다. 마치 오래전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순간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이 있었다.


‘아니. 아닐 것이야. 그건 불가능하다. 본사의 장경각에서 나간 적이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익힌단 말인가.’


각몽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공심을 바라본 각몽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심은 곧바로 후개를 따라가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악적들을 물리치거라. 그리고······.”


각몽이 인자하게 웃었다.


“다치지 말거라.”


“다녀오겠습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홍무기와 공심이 예를 취하곤 밖으로 나섰다. 홀로 남은 각몽이 창가로 걸어갔다.


“······먹구름이 찾아오는가.”


그의 깊은 눈동자가 하남 성도로 향했다. 유달리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보였다.


“무림에 새로운 별이 떠오르는 것일까.”


각몽이 허허롭게 웃었다.


그때였다.


“방장!”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장로가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제자, 제자 하나가!”


각몽이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천천히. 괜찮으니 천천히 말해주게.”


“삼대 제자 명각이가······!”


이어진 말을 들은 각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뭣!”


“전신에 검은 꽃이 펴있었습니다! 저도 그것이 뭔지 오면서 기억해냈습니다. 마화, 마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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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궁진천일세. +5 23.08.08 5,592 6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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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익루주, 나 조휘요. +4 23.08.04 7,316 94 15쪽
3 다음에는 누구를 썰어줄까. +8 23.08.02 7,957 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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