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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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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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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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것은 잘된 것일 뿐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인간의 악행이 무궁무진한 이유가 뭔지 알고 있는가?


내가 그런 하찮은 것 따위를 알 게 뭔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큰 이유라면 그 이유는

인생이 유한하기 때문이라네

땅이나 흙이나 구름이나 바람이나 기타 자연에 비교하자면

너무 짧기 때문에 그렇게 역설적으로 악착 같아진 거야

오래 오래 장구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사소한 것들까지

악마처럼 매달리지는 않을 텐데

그렇지 않을까?


영생의 샘을 말하는 건가?


그럴지도


내가 져도 그만 그가 져도 그만

내가 이겨도 그만 그가 이겨도 그만

내가 가져도 그만 그가 가져도 그만

누가 옳아도 그만 누가 틀려도 그만

내일이 없다고 내일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네

더 성실하고 더 열심히 더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극소수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리거나 포기라도 한 것처럼

인생을 막 살아버린다네

인내심은 정말 귀찮다는 듯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이 멈추고 답답하게 암흑이 되기라도 한 듯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시공 속에서

시간도 잘 흐르지 않을 듯싶은

어둡고 검은 공간에서는 말소리도 잘 오고 가지 못했다.

계속 대화들은 단조롭고 또 지루하게 그저 흘러만 갔다.















그런데 너는 왜 굳이 선량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왜 그렇게

철저하게 노력을 하는 것이지?

왜 쓸데없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살려고 하느냐고?

왜? 그 이유가 뭔가?

혹시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거냐?

그래도 너 자신이 너를 본다면 추하고 역겨운 건 싫어서?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그렇게 도덕적으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로 실제로 아름다운 걸까?

단지 아름다움을 위해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진짜로 아름다운 걸까?


보는 사람이 없다면 또는 어떨 때는 자신이 자신을 아름답든 더럽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그렇다면 굳이 아름다워질려고

그렇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살아야만 할 이유가 존재하기나 할까?


그렇다면,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도 어쩌면 일종의 이익과 손해의 개념에서

정신적인 그리고, 스스로가 거둘 개념과 관념과 심정적인 이익을 위해서

심미적인 목적에서 그저 아름답게 살려는 것이 아닐까?

도덕과 윤리가 정신적인 이익을 주기에

굳이 도덕과 윤리를 엄수하고 살아간다면?

추해져도 상관이 없고 보는 시선이 없다면 추하고 추악하고 비도덕적이어도

얼마든지 윤리적인 실종을 느끼거나 윤리가 부족하다고

무슨 불편함이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지만 잘 살 수는 있지 않을까?





난 잘 모르겠네

나는 여자들이 아니라서 그런 내면적인 문제들은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아


이 친구야, 그런 건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남자들도 가끔은 생각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아, 집어치우게

내 나이가 몇 살인데 고작 그런 것들로 고민씩이나 한다는 말인가?











더웬델러스케펠경은 논문집을 들쳐보고 있었다.

존경하던 스승 더웨인켈퍼시안이

가르치고 강론하던 주제와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단순히 음악만 전공하고 몰두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도 당당한 기사의 한 명이었으므로 그런 점은 그다지

이상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에 군사 학교를 졸업했으므로

기억도 그리고 논문집에서 출처를 찾기도 다 모호했다.

어딘가 논문집에 적혀 있을 어떤 내용이

이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러나 논문집들은 의외로 너무나 많았고

하나 하나 다 일일이 찾기에는 논문집마다의 두께와

한 장 한 장 다 합친 쪽수의 그 양이 상당했다.

그런 탓에 아침부터 피곤해지기는 싫었기에

아쉽지만 그냥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신경이 예민하고 또 그런 탓인지 상쾌한 자극이 찾아오는

가장 맑고 제일 신선한 시간대에는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잠깐 동안의 순간적인 추구라고 하더라도.







고요한 정령(精靈)들의 신비스러운 영기(靈氣)가 감도는

신성한 생동감으로 충만한 이른 아침에는

그렇듯 신비스러운 경건함에서 나온

섬세한 집중이 마땅히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잠시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는 눈과 진짜 자신의 눈까지 두 눈을 모두.

새벽은 이제 그들만의 군대처럼 조용히 고요하게 몰려왔던 때와

똑같이 저절로 물러가듯 다시 아무도 모르게

그들만의 움직임으로 아주 부드럽고도 무척 신속하게

어떤 작은 소음도 소홀히 내지 않고 소리 없이 물러가리라.

그리고 다시 따뜻하거나 혹은 덥거나

또 다른 날이 시작될 것이다.

세상은 다시 움직일 것이고 그만큼 세상이 돌아간 곳에서

무엇인가 다시 변한 빈 틈 같은 세상의 균열이 있게 될 것이다.

그 균열이 크든 작든.

정결한 의식 속에서 가만히 그 흐름에 몸과 정신을 다 맡기고

영혼은 따로 떠나서 저 멀고 먼 아득히 떨어진 그 어디메를

헤매이듯 그는 두 눈을 감고 몹시 상냥하고 그리고

지극히 세심하게 어루만지려는 듯

가만히 또한 사뿐히 건반 위에 얹고만 있었다.

이 검고 작은 건반들 속에 어딘가에서 음악들이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기라도 하듯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그 음악들을 꺼내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음악들을 꺼내는 방식이 각자 달랐으므로

음악들은 그렇게 생생하고 싱싱하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웠다.

그 음악들을 꺼내고 들으며 다시 흘려보내고

다시 침묵과 적막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인생의 비슷한 여러 과정과 닮아있었다.








서서히 바깥이 밝아지고 있었으므로

방도 환해지고 있었다.

그가 피아노를 치기에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이

점점 더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촉각은 이미 엷고 희미한 온기가 대기 전체에 스며들어서

후텁지근한 미온한 온도는 그렇게 피아노 연주에는

오히려 적합하지가 않았다.

그가 두 눈을 잠깐씩 감았다가 뜨고

어린아기를 바라보듯 내려다 보면서 치고 있는 곡은

<가도 갈 수 없는 머나먼 곳: 세이덴레켈메스의 낙원>이었다.

신들의 보물이 있다는 멀고 먼 낙원을 찾아서

고향과 나라를 떠나 그저 정처 없이 방황과 혼돈만을 겪었던

비운의 영웅이자 용사였던 고대의 인물이라는

세이덴레켈메스.

그가 가고 싶어 했었던 곳은 결국 어디쯤일까.

음악은 조용히 직선을 부드럽게 완만한 속도로 질주하다가

조금씩 낮은 상승하는 오르막길에 들어선 마차나 말처럼

다시 올라가는 고조된 감정으로 침착한 열광을 예비하고 있었다.

그는 섬세한 엷은 희열이 떠오른 얼굴로

만족감 속에서 두 눈을 감고

애정과 정성이 가득한 연주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하얀 피였다.

마치 아침마다 마시는 우유나 염소유처럼 희고 걸쭉하면서 진한 백색이었다.

그 백탁액이 오른쪽 콧구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와서

피아노의 건반들마다 물감이나 벽에 칠하는 도료처럼 드디어

떨어지고 덮어버리자

그가 피아노 연주를 그만두었다.

한참을 피아노만 내려다보던 그가 갑자기 방이 폭발하거나

터져서 무너질 것만 같은 벼락이나 천둥처럼 강렬하고 큰

고함을 내질렀다.

분노는 그의 몸 속 어딘가에서 이렇게 깊이 들어있다가

이제 때를 만나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다만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그가 두 눈 혹은 한쪽 눈을 신화 속의 괴수들처럼 흉맹하고 광폭하게

번쩍거리는 살기(殺氣)를 가득 담아서 빛내면서

이유도 모르고 상대도 없는 적의를 이렇듯 혼자 있는 시간에

혼자만이 있는 자신이 음악을 연습하거나 연주하는 방에서

이렇듯 고열의 용암처럼 분출하듯 내비친 적은 없었다.

그가 몸을 부르르르, 떨면서 분노와 굴욕 비슷한 표정이 뒤섞인

괴상하고 기괴한 감정을 지나치게 과하게

그가 피아노를 부수기라도 할 듯이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가

피아노를 내리치지 않고 찬찬히 그 손을 내리고 말았다.

그는 잠시 일어나서 서성거리며 방을 미로에 갇힌 생쥐처럼

이상한 근심과 까닭 모를 초조에서 나온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빙글빙글 배회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일정하게 닮은 같은 원이라는 형태로 둥근 선을 그려가며

방을 돌고 있던 그가 우뚝 멈추어 섰다.

그의 두 눈이 무서운 홍염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오른손을 건너편의 벽에 대고 무엇인가를 확 던졌다.

벽이 와르르르르 그냥 부서지며 동시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는 아직도 투명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그 타오르는 불길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고 눈앞의 벽이 무너지고 남은 잔재인 옛 벽이 멀쩡히 있던

그 장소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두 눈은 텅 비고 잔잔해졌지만 그러나 무서울 만큼

차갑게 똑같이 또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유 모를 적개심과 터무니 없이 깊은 원한과

어딘가 조용히 그 밑에서 흐르고 있는 것만 같은 차가운 증오 혹은

차가운 혐오감이 눈동자들 속에서 내비쳤다.


현실이 보잘 것 없는 투성이들이라면

차라리 이 세상과 그 속의 인생은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이것들로 아무것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면

그런 모든 것들을 다 내다버려야만 하지 않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까?

진작에 다 그만두었더라면 이런 심한 괴로움은 없었을 것을


그는 넋두리처럼 잔잔하지만 강렬한 회한을

서글픈 분노로 토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 식사를 차리고 다시 하루가 분주히 또 흘러갈 것이다.

어서 하인들과 하녀들이 오기 전에

정신을 제대로 수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체면과 위신이 제대로 또 그대로 있게 된다.

냉정한 음악을 세밀하게 정신을 집중해서 치고 있노라면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다시 피아노를 치려고 건반 앞에 앉았지만

아직 여전히 남아있는 자신이 방금 전에 흘렸던 백색의 피를

보게 되자 다시 피는 싸늘하게 냉각이 되었다.

온기가 피와 몸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저런 피를 흘려야만 할 이유라고는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의 분노가 다시 눈동자들 속에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탈출하려는 우리 속의 맹수처럼 그는 다시 방황하듯이

방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칼들이 삐쭉삐쭉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은은한 불길들처럼 다시 붉고 진한 피처럼 위험한 적색으로

머리칼들은 춤추듯이 자꾸만 일어섰다.

그가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상의 위에 다시 외출용 의복인 정식 제복을 닮은 윗옷을

겹쳐서 입고 있었던 그는 얼굴이 몹쓸 만큼 험악하게

변한 나머지 다른 사람처럼 난폭하고 맹렬한 모습이었다.

공격성으로 점철된 낯설고 차디찬 그의 얼굴에서

진정한 평온은 평상시의 그가 자주 보이던 침착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그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얼굴 가까이에 대려는 듯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차츰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오른손에는

이상한 살덩이 혹은 살가죽 같은

그의 얼굴이 달라붙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있던 곳에는 어떤 두상 같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형태의 전체적인 어렴풋한 윤곽만이 남겨졌다.

그의 오른손에 점점 더 그의 얼굴이 달라붙고

그의 얼굴은 자꾸만 투명한 두개골 같은 전체적인 두상만 남으며

그러나 수정처럼 얼음처럼 투명하고 또 불투명한

이목구비가 없는 해골처럼 변해갔다.

빛이 굴절되거나 투과되지 않는 그래서

그 속이 보이지 않건만

한편으로는 투명하게 반짝거리며 몹시도 아름답게 빛나는

기이하고 기괴하며 괴상한 해골이었다.

그는 입술이 없는 입으로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잠자코 그대로 있었다.

다시 그의 얼굴에서 또 다른 살가죽들이 나오고는

그대로 눈 코 입과 귀를 이루며 또 다른 얼굴로 돌아갔다.

점점 더 원래대로의 생김새로 더웬델러스케펠경은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다시 오른손을 뻗었다.

방안의 모든 물건들이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서

마구 빠르게 떠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 천천히 그러다가 대단히 급격하게

마구 회전을 하다가 그에게로 마구 흡수라도 당하듯이

파도처럼 주저함도 없이 밀려들었다.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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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76 세상의 끝에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24.07.10 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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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신비한 나무: 기적의 갑옷 24.07.08 7 0 12쪽
73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험 24.07.07 6 0 12쪽
72 불의 보석 24.07.04 5 0 11쪽
71 얼음의 보석 24.07.03 8 0 14쪽
70 용의 보석 24.07.02 9 0 13쪽
69 이 낙엽들도 언젠가는 타오르는 불길로 24.07.01 3 0 12쪽
68 다시 돌아온 이 계절에도, 그러나 24.06.27 4 0 12쪽
67 너와 나의 건널 수 없는 강물 24.06.26 4 0 12쪽
66 참을 수 없는 아픔보다 더 괴로운 건 24.06.25 3 0 12쪽
65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24.06.24 3 0 12쪽
64 잠든 손의 반지 24.06.20 1 0 11쪽
63 타오르는 얼음처럼 24.06.19 4 0 12쪽
62 시간과 공간의 밖에서 24.06.19 5 0 12쪽
61 너도 나도 다 사람이지만 24.06.18 6 0 12쪽
60 종이에도 피로 글씨는 쓸 수 있다 24.06.17 5 0 8쪽
59 산과 호수의 잠든 밤 24.06.16 7 0 11쪽
58 내게도 이 들판은 너무 좁다 24.06.13 4 0 16쪽
57 거미줄에 매달린 곤충의 유해(遺骸) 24.06.12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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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쓸데없는 욕망의 시체들 24.05.27 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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