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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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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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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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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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밖에서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평범한 사람은 결코 아니야.

그런 것 같습니다. 웃기는 인간이지요.

낮게 깔리며 웃는 목소리들이 먼저 말을 꺼낸 사람에게

동의라도 한다는 듯이 뒤따라서 들려왔다.

목소리가 너무 자욱한 듯 멀리서 희미하고 아득하게 들려왔으므로

성곽이 마치 무슨 메아리가 희미한 먼 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여럿이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성채의 내부가 분명했다.

대자연의 넓고 광활한 풍경이 아니었다.

성채도 역시 데이모레페이게스가 있었던 성처럼

호수 주변에 물과 가까이 있었다.

다만 야트막한 돌산이 또한 가까이에 있었다.


불의 접시를 어떻게 되찾아오지?

그거야, 아!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 그거 참!

문제는, 몰래 은밀하게 되찾아와야 한다는 겁니다.

외부에 불의 접시라는 존재를 들키면 안 되니까요.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말만 던져놓고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밑의 부하일 사람들은 열을 띠어가며 흥분하고 있었다.

불의 접시를 노리는 놈들이 더 있을까요?

이거 혼란스러운데요?

각자 중구난방으로 마구 내뱉듯이 제대로 된 의견이랄 것도 없는

그들의 의견 개진에 잠자코 있던 상관 같은 사람이

드디어 한마디를 보탰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늦으면 늦어질수록 위험이 더 커진다고.

최후의 경우엔?

없애도 좋아.

그러면 불의 접시는? 못 찾게 되면 어떻게 하지요? 만약에 깨진다거나

혹은 어디에 숨겨놓고 아무리 협박을 해도 털어놓기는 커녕 자살을 해버리거나?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상관으로 보이는 자의 목소리는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불의 접시는 회수는 못해도 일단은 놈들은 제거해버려.

방해가 되는 놈들이니까.

급할 것 없다는 목소리였으나 대단히 차가운 느낌이 선뜻선뜻 느껴지는

단호하고 잔인한 음성으로 상관의 목소리는 변해있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다시 목소리들은 조곤조곤 낮게 뭔가를 계속 의논하기 시작했다.

복도 밖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길고 아름다운 붉은 양탄자가 장려하고도 미려하게

복도 끝의 또 다른 통로로 가는 문의 바로 앞까지

겸허하고도 위대한 흔적과 배려처럼

고요하고 적막하게 뻗어있었다.

검은 성이라고 외부에서는 불렀지만

막상 성채는 실내 내부에 검은색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름과 실체가 겉과 내부가 잘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세상에서 의외로 흔했다.
















데이모레페이게스의 지시를 받은 에팅켄퓌스는

잠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세상에는 혼란스러울 때가 인생에서 불가피하게 있었다.

그것도 의외로 자주 있었다.

그렇게 많이 살아온 나이가 아니었음에도

에팅켄퓌스에게도 이미 여러 번 그런 경우가 찾아왔었다.

지금 역시 그런 경우였다.

불의 접시를 되찾아오라는 엄중하고 싸늘한 명령이 떨어졌다.

일방적이고 차가운 명령이어서 불복종일 때는

어떤 처분이 있을지도 전혀 알 수 없는 무서운 명령이었다.

어쩌면 상당히 긴급한 명령일지도 몰랐다.

에팅켄퓌스는 데이모레페이게스에게서 마법을

직접 전수받지는 못 했었다.

에팅켄퓌스는 그럴 등급이 되지 못했다.

재능도 사람들마다 다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명령을 받은 에팅켄퓌스가 사실은

불의 접시를 도난하고 탈취하려던 사람이라면

데이모레페이게스와 그 위의 최종적인 명령권자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 에팅켄퓌스가 알고 있는 정보들은

미레로스라는 그리고 또 지금 여기에서는

다른 이름을 쓰고 있는 남자에게서 다 얻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는 에팅켄퓌스의 육촌형인 휘케텔프와

친한 사이였고 나이도 비슷했다.

휘케텔프가 그림을 전공하듯이 열중하는 것과 달리

그림에도 음악에도 자신의 관심사를 다 걸쳐 놓고 있었지만.

물론 진짜 미레로스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그가 이곳에 잠입하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푸른 성에서만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검은 성과 푸른 성 모두가 다 나섰다.

그렇다면 에팅켄퓌스 자신은?

에팅켄퓌스 자신은 그 어느 쪽에도 다 속하지 않았다.

과연 그 존귀하고 강력한 특정 마법의 의식상 필수 제기인

불의 접시를 누가 가져갔을까?

그것부터 어쩌면 먼저 파악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야 당연히 회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앞길이 막막했다.

도대체 누가 중간에서 빼앗아 갔다는 말인가?

미녀는 하나이고 구애하는 남자들은 너무 여러 명이다.

보물은 한 개이고 두 눈이 충혈된 욕망들은 너무 많다.

세상의 흔한 갈등과 분쟁과 비극은

이 부조화와 불일치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먼저 발생했다.

어느 누구도 욕망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양보를 하지 않았다.

누가 언제 탈취를 해갔는가?

먼저 빼앗으려던 사람들에게서 대담하고 간단하게 탈취를 한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에팅켄퓌스는 아침의 창문을 열고서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파도 같은 잔잔한 아침의 신선하고 싸늘한 촉각에

두 손에 온 신경을 기울여서 다정하고 섬세하게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가, 아름답고 세심하게 조율이라도 하듯이

음악 학교에서 경연에 보일 과제곡을 연습했다.

세상과 대자연은 언제나 그랬듯이 늘 평화로웠고

오직 에팅켄퓌스의 마음만이 혼란스러웠다.

적어도 에팅켄퓌스의 내부에서만 그랬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몰랐다.

에팅켄퓌스가 차츰 병세가 깊어지고 있었건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몰랐다.

가끔은 마법의 이런저런 힘들을 다 동원해서

에팅켄퓌스는 자신의 병을 늦추어보려고

온갖 시도와 노력을 해보았다.

잘 되어가고 있는지 그것은 잘 몰랐다.

그런 것은 아마도 외부에 있을 타인들이 봐야만 알 수 있는 문제들일 터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에 종사하게 될 문명인인

어느 귀여운 미소년이 사실은 내부에서 차츰차츰 붕괴되어가듯이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과 인간이 일치하지 않고 부조화스러운 경우가

너무 많았으므로 뭐가 이상할 것도 실상은 없었다.

실제와 현실이 다르다면 그렇다면 그 현실을 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에팅켄퓌스의 곡은 점차 희미하고 세련되게 조용한 명상 속을 거닐고 있었다.

별로 빠르거나 격한 곡조가 아닌 온건하고 담담한

피아노 연주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웬델러스케펭경은 자신의 집사장에게서

간략하지만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

음악 학교 학생인 에팅켄퓌스가 수일 내로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집사장이 놓고 간 짧은 편지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그쪽 집의 하인이 구두로 말을 하고 편지를 건네고 돌아갔을 때의

요점만 말한 것이 이 편지에도 그대로 적혀있을 것이다.

핵심은 그가 왜 자신의 집에 찾아오느냐는 것이었다.



더웬델러스케펠경은 혼란스러운 경험을 이미 그의 나이에

적지 않게 많이 겪어보았다.

그러나 지금 그의 혼란한 느낌은 가중적으로

더욱 심한 것이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로

작위와 세습 영지를 승계한

대귀족가의 차남이었고, 음악 학교의 새로운

전설적인 교사였다.

이미 당대에 그보다 더 피아노 연주 실력이 나은 사람들은

평생을 피아노에 바치다시피한 원로들 몇몇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가 나이가 그 원로들만큼 들게 된다면

그는 장차 작곡에 있어서도 위대하고 탁월한 경지에 오르게 될 거라고

자타공인 모두가 다 예상을 했다.

어쩌면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종의 기대같은 것이었다.

진심에서 나온 축복 같은.

그러나 그는 다른 신분이 따로 또 있었다.

더웬델러스케펠경은 보석을 보관하는 7명 중의 한 명이었다.

그의 존재는 왕국 전체에서도 극비사항인 기밀이었다.

더웬델러스케펠경은 모종의 통로로

에팅켄퓌스가 보석 보관자의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팅켄퓌스가 더웬델러스케펠경도 역시 똑같은

보석 보관자의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그가 왜 곧 자신에게 찾아오려고 할까?

그렇다면 에팅켄퓌스도 더웬델러스케펠경이

똑같은 보석 보관자의 한 명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걸까?

그래서 지금 그를 방문하겠다고 찾아오는 것이라면?

지금 불의 접시가 사라져서 그 분실물을 회수하거나

적어도 행방만이라도 탐지하려고

관련된 분야의,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은

두 눈이 붉게 충혈이 되도록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었다.

그런 미묘한 시기에 왜 에팅켄퓌스가 자신의 저택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것인가?

에팅켄퓌스가 하인이나 집사를 보내면 된다.

또 이쪽인 더웬델러스케펠경도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음악 학교에서도 거의 매일 같이 만나려고만 한다면

언제나 에팅켄퓌스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을 만날 수 있었다.

음악 교사실로 직접 찾아오거나 아니면 어디에서든

복도에서든 교정의 나무 밑에서든

지나가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을 부르기만 하면 됐으니까.

점점 더 모든 것이 헝클어지듯이 복잡해져만 갔다.

복잡함이 이 세상을 흥미진진하게 한다면

이 세상은 정말 흥미로운 지옥이었다.

차라리 따분한 천국보다는 평화가 실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담한 지옥에서의 흥미진진한 고뇌에 찬 삶을

원할 것이다.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안과 긴장이 있는

위태로운 행복을

사람들은 차라리 그리고 오히려 더 원했다.

무미건조한 행복은 무자극한 그 본질로서

사람들에게 거의 언제나 소외받았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이었다.

사람들은 평화는 없어도 살 수 있었지만

쾌락이 자극하지 못하는 불감증의 삶은 살지 못했다.

달빛이 푸르게 물드는 깊은 심야에도

침대보까지 눈물로 적시면서도 베개를 베고도

잠이 못 들어도 좋지만

그가 혹은 그녀가 없는 세상은 차라리 살고 싶지 않다는

어리석은 욕망이 인간으로 변해서

걸어다니는 육체가 바로 인간이었다.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때로는 심지어 고뇌가

파도처럼 덮쳐올지라도 범람하는 고민 속에서

가끔 간혹 한두 개의 쾌락과 희열만이 간신히 있더라도

그 상대적으로 대단히 열악한 횟수의 쾌락과 희열 때문에

그토록 고통스럽고 피곤한 인생을 지속적으로

집요하고 열정적인 의지로 추구했다.

에팅켄퓌스가 와서 무슨 말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불의 접시와 관련된 말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쩌면 이 집의 구조나 어디에 숨겼을까,

그런 짐작하는 시선으로 몰래몰래 은밀하게 관찰만

집요하고 철저하게 하고는 물러갈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미 그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이

또 다른 보석 보관자의 한 명이라는 점을 파악을 끝냈다고

더웬델러스케펠경 역시 근질거리는 가려움 같은

엷은 긴장과 성가신 초조로 짐작이 아닌 판단을 내렸다.

서로 카드에서 각자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도박을 감행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덤홀이든 윈버넘이든 포커든 이제는 서로가

지능과 담력으로 승부를 겨루어야만 한다.

대결이라면 대결이고 승부라면 승부가

일차가 되는 것인데 앞으로 계속 또 이어지게 될지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은 알 수 없었다.

불의 접시를 그도 지금 행방을 찾고 있었다.

종적이 묘연해진 그 지극한 마법 보물을

일단 누가 가져갔는지라도 알아야만

다음 단계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것이 최소한의 기본이라는 관념이고 개념이었다.

더웬델러스케펠경은 자꾸만 에팅켄퓌스가

참으로 그 속을 짐작할 수 없는 재미있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데이모레페이게스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이 속한

검은 성의 사람이 아니었지만

데이모레페이게스도 더웬델러스케펠경에게

연락을 보내왔었다.

더웬델러스케펠경도 적당히 이제는 어느 쪽인가에 줄을 선다는

처세에서의 시험 같은 난관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위험하고 불길한 자각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계절에 음험한 세상이었다.

문피아 검은 성 시간과 공간의 밖에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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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험 24.07.07 6 0 12쪽
72 불의 보석 24.07.04 5 0 11쪽
71 얼음의 보석 24.07.03 8 0 14쪽
70 용의 보석 24.07.02 9 0 13쪽
69 이 낙엽들도 언젠가는 타오르는 불길로 24.07.01 2 0 12쪽
68 다시 돌아온 이 계절에도, 그러나 24.06.27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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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24.06.24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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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의 밖에서 24.06.19 5 0 12쪽
61 너도 나도 다 사람이지만 24.06.18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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