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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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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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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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칼 판매상의 마지막 이야기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그게 내가 공주님을 만났던 만남의 마지막이었다네.


음...

신음인지 나지막한 감탄사일지 모르겠는

외마디 짧은 소리가 덩치 큰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레이왈드렌프케스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절반쯤은 몸을 돌린 옆으로 보며 앉은

동업자 칼 판매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후론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나?


그렇다네.

당연하지.

칼 판매상은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마지막이 아니겠나?

칼 판매상 맥퀘이는 벽에 뭐라도 있는지 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거, 야,

그렇... 지만

아니, 그래도 다시 한 번 좀,

어떻게 만날 수도, 있고, 뭐...


자넨 그게 나빠.

전장(戰場)에서와 이런 일상 생활에서의 차이가.

뭘 우물쭈물하나?

그리고 자네가 겪은 것도 아닌데 왜 단호하지 못하지?

게다가 한참 됐어. 오래 전 이야기라고.


언젠데?

퉁명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레이왈드렌프케스가 조금 탁자 위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몸을 뒤로 빼면서

물어보았다.


자넨 그게 나빠.

성격이 안 좋다고.


미처 칼 판매상 맥퀘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다시 재차 말을 하며 레이왈드렌프케스가 투덜거렸다.

덩치가 산처럼 우람한 남자가 가끔 귀여울 때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우리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한참 됐어.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19일 전에.


에에?

놀리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른 곳인 그의 몸에서 왼쪽으로

벽이 있는 곳을 향해서

한 번 쳐다보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정면인 칼 판매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레이왈드렌프케스가 말했다.


정말로 언제인데 그게?


오래됐다니까.


아? 그래.

그래, 그럼.


뭐가 그렇다는 것인지

레이왈드렌프케스는 고개를 숙이며

자문자답하듯이 대꾸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시 말했다.


나는 졸리고 피곤해서,

에휴, 지금 도대체 몇 시야?

그냥 이렇게 잘라고.

문법에도 맞지 않은 표준어가 아닌 잘라고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두 팔뚝 위에 턱을 묻듯이 얹으며

레이왈드렌프케스가 중얼거렸다.


세상과 개체 같은 개별적인 개인은

분리되어 있다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하겠다는 듯이

칼 판매상은 오른팔을 탁자에 얹고

몸을 틀어서 아까 레이왈드렌프케스가 쳐다보던

같은 왼쪽벽을 바라보며 독백처럼 말하고 있었다.

마치 연극하는 배우처럼.


결국 세계는 그 속에 여러 구성 요소들로써,

이 세상이라는 세계를 조직했으므로,

세계와 나는 불가분의 같은 구성 원리로 된

처음부터 같은 것이지만,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나이고

너는 어디까지나 너일 뿐,


세계는 세계이며

그 속의 아주 작은 인간인 나는 어디까지나 인간인 나일 뿐이라네.


세계는 세계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있는 것이라네.


왜 나는 너로 살 수 없는가

왜 너는 내가 될 수 없는가


어디까지나 너는 너, 나는 나

왜 나는 네가 아닌가

왜 나는 네가 될 수 없는가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세상을 한 번이라도 둘러보라고.

눈 덮인 빈 들판이 있다면, 그 옆엔 겨울 호수가 있다네.

그 호수를 지나쳐서 계속 걸어가고 또 걸어가면

산봉우리들이 줄지어서 나타나는 산맥이 또 나타나지.

그 산맥을 또 지나가면 다시 암석 지대가 나타난다고.





산맥은 산맥일 뿐이고

호수는 언제까지나 호수일 뿐이라네.

호수를 인공적으로 흙더미들로 메우지 않는 이상,

호수가 산이나 들판이 될 순 없어.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며,

그것은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도

달라지지 않아.


세계에 들어가있는 요소들인 사람들과 동식물 등등은

세계가 창조되면서 세상에 나타나고 존재하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살아가고

세상이라는 이 세계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조차도 쓰지 않는다고.

죽든 말든 굉장한 번영을 하든 집단적으로 멸망을 하든.



이 세상이 존재하면서부터

사람들도 그 속에서 함께 하게 되었지만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이 세계는 돌아간다네.

작동할 때 이쪽인 사람들의 사정은

쳐다보지도 않는 거라고.


세계는 존재하지만

그 속의 구성 요소들은 각자 있는 것이라네.

세계가 만들어질 때

그 속의 피조물들과 피조물들인 각종 생물들과

또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졌지만,

세계는 인간과 함께 있지만

그러나 세계와 인간은 각자 있네.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고

인간은 인간대로 살아가지만

그러나 세상과 인간은 함께 있다네.

같이 있으나 따로 움직이는,

뭐 간신히 겨우 그렇게 설명이 가능하려나?



사실 그 원리도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세계가 가동되는 원리와

인간들이 사는 곳에서 작동하는 원리가.

그런 거야.


그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각자가 독자적인 입장이 다 따로 있는 거지.


나는 공주님이 될 수 없었고

공주님은 내가 될 수 없었지.


공주님이 원하는 것 욕망하는 것 그리고 소원들

다 내겐 없었거나 내가 해줄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네.


그래서 나는 공주님에게 결혼 허락을

끝내 받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 거라네.






이제 알겠나?


모르겠는데.

다소 단호하지만 어리둥절한 대답이

레이왈드렌프케스에게서 나왔다.

마치 돌려주는 물건처럼.







공주님은 공주님의 삶이 있었고,

나는 나대로의 욕망과 소원이 있었던 거야.

공주님이 원하는 욕망은 나로서는 도저히 채워줄 수가 없었던

전혀 다른 욕망이었지.


공주님은 이뻤나?


자네? 잔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리고 오늘 몇 번째 묻는 건가?

예뻤었지. 당연히.


한숨이라도 내쉬는 듯이

칼 판매상 맥퀘이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러나 공기가 나가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전히 앞의 벽만 칼 판매상은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주님은 결코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네.

아주 재미있는 여자였지.


그래? 오호, 그것 참 재미가 있군.

흥미로워. 계속 해보게나.


잔다며?

앞의 벽을 계속 쳐다보며

연극 배우의 낮은 음성의 독백처럼 말하고 있는

맥퀘이의 얼굴은 단조로운 피곤함 같은 게 엿보였다.

그럴 만한 야심한 시간이었으니까.



공주님은,

결코 남의 지배를 받을 사람이 아니었어.

그건 그녀가 공주라는 지극히 존귀한 신분이어서도 아니고,

그녀가 여자여서도 아니었다네.

그리고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는 게 쉽겠나,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는 것이 쉽겠나.

한마디로 대단히 이해하기 힘든 여자였었지.

까다롭다, 그런 문제도 아니었어.

오히려 처음 만나본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친절하고 유쾌하며 상냥해서 아주 따뜻한 성격의 여자라고

한결같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네.

그러나,


맥퀘이는 오른손을 들어서 그의 오른쪽 귀 밑의 부근에

갖다대고는 고개도 그 손쪽으로 좀 기울이고 나서는

먼 벽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나,


같이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녀는 자꾸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네.


그건 그걸 경험한 사람만이 알아.

한마디로 말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

휘둘리게 된다네. 제멋대로 그녀에게 휘둘리는 거야.

이쪽 저쪽으로 마구.



예뻤냐구?

예뻤었지. 그런데 사람이 단순히 외모가 전부가 아니잖아?

물론 공주님은 예뻤다네.

하지만 내가 맹세를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녀보다 훨씬 더 예쁜

다른 많은 미녀들을 보았다네.

그런데도 그녀에겐 그런 미녀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어.

독특함이라고나 해야 할까?

매력이라고 해도 좋겠지.

하여튼 설명을 잘 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어.

그래서 마치 계곡의 소(沼)에 빠지게 되면

마구 빙글빙글 회전당하면서 빨려들어가는 사람처럼

결국엔 그렇게 되고 마는 거야.

도저히 사람을 놓아주지도 않지.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그게 자신의 의지로 그녀를 쫓아다녔다고

그 남자들이 착각까지 하게 만든다네.

아주 먼 훗날에 가서야 그걸 그 남자들은 알게 된다네.


비로소 칼 판매상 맥퀘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업자이자 친구인

레이왈드렌프케스를 쳐다보았다.

친구는 탁자에 엎드려서 겹쳐 쌓은 자신의 두 손목 위에

얼굴을 돌려서 대고는

자신의 오른쪽 벽을 쳐다보는지 그 상태로 잠이 들었는지

하여간 그런 자세였다.



잔다더니 진짜 자는구만.

맥퀘이는 중얼거렸다.


나 자는 것 아니야.

다음을 어서 계속 얘기해보게나.


유령이 대답하는 느낌이야.

고개를 돌려서 벽이나 쳐다보면서 말을 하니까.

맥퀘이는 다시 자신이 보던 왼쪽의 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걸어오는데

시가지의 한쪽에 흐르고 있던 작은 하천에

꽃잎들이 둥 둥 떠내려오더군.

아주 많은 꽃잎들이 작정한 듯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물 위에서 떠서

계속 밀고 내려오듯이 흘러가고 있는 거야.

향기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지.

더욱 분노가 치밀더군.

저런 건 축제 때나 아니면 꽃이 필 무렵에나 보이는데.

왜 오늘인가.

차라리 하늘에서 꽃잎이 떨어져서 우수수 마구 쏟아진다면

그게 더 연극적일 텐데.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자연과 운명의 신(神)도

이렇게 무대 연출을 해주나, 하고 말이지.

그러나 그럴 리가 있었겠나.

실제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던 거야.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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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회: 노인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23.10.30 9 0 9쪽
8 8회: 연금술에 대하여 23.10.27 12 0 15쪽
» 7회: 칼 판매상의 마지막 이야기 23.10.26 16 0 9쪽
6 6회: 내게는 뭔가가 없었다네 23.10.25 17 0 12쪽
5 5회: 칼 판매상과 도시 23.10.23 28 1 15쪽
4 4회 : 내 이름은 엔티레이미크 23.09.19 45 1 4쪽
3 3회 : 금지된 마법서 +1 23.09.18 48 2 10쪽
2 2회 : 세상에서의 처세 +1 23.09.13 94 3 10쪽
1 1회 : 시장에서 +2 23.09.12 26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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