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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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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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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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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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8회: 연금술에 대하여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내 속옷들은 어디에 있는가?

키가 크고 잘 생긴 후리후리한 체격의 미소년이

바쁘게 옷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았다.


글쎄, 요...

아마 빵 바구니 위에 있지 않을까요?

저어~ 기. 저 철제, 쇠로 된 빵 바구니 위에.

한쪽 끝으로 두 눈동자를 모아서 함께 밀어버리듯이

그렇게 묘한 눈으로 왼쪽 어딘가를 막연히 바라보면서

동시에 입술을 뾰죽히 내밀어 발음을 하며

집사가 대답했다.

집사는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서 모아 끈으로 한 번 묶지는 않고

그냥 갈색에 가까운 금발의 머릿결을 짧게 잘라서 정돈한 모습의

나이가 좀 든 남자였다.

짙은 남색 계통의 소매가 길이도 길고 둘레도 크고 넓은

상의를 입고 하의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새하얀 바지에 흰 양말을 신고 있었고

검은 가죽 단화는 고급스러워 보였다.

귀족을 모시게 되면 하인들도 몸에 품위가

저절로 배이는 것인지

나이 든 집사는 절도 있고 위풍당당하면서도

공손한 우아함이 있었다.

그가 모시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분위기가

늘 필요했었으니까.


아, 여깄다. 고마워. 베른하르켄 집사 아저씨.

소년은 목에 채울 짧은 타이와

그 타이를 고정해줄 거의 같지만 약간 다른 색상의

둥근 원 모양의 핀을 양손에 들고는

번갈아가며 들어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몸치장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던 그 소년이

몸을 돌려서 집사를 돌아보더니

다시 말했다.


내 속옷들은 철제 빵 바구니 속에 들어있었지

그 빵 바구니 위에 놓여있지 않았다구.



집사는 그저 네, 네, 하듯이 고개를 숙이며

동시에 허리도 함께 앞으로 깊이 숙였다.

그래서 쓴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고통이라는 게 말이야,

어느 순간에 이르면

옅어지고 희미해지다가

이윽고 그윽한 쾌감으로 변해버린다구.

난 그게 정말 싫어.


이제 바야흐로 청년이 되려고

청년의 나이에 곧 진입을 하기 직전인

소년과 청년의 갈림길과 그 문턱에 선

나이의 소년이 해야 할 말은 아닌

일종의 뜻밖의 말을 그리고 지금까지 대화와는

상관도 없는 말을 미소년이 해버렸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옷을 매만지고 있는

그의 등에서 나오기라도 하는 듯한

엉뚱한 주제의 말을

아주 어릴 적부터 양육이라도 하듯이 모시고 있는

그 미소년이 커가는 모습을

계속 지금까지 지켜본 집사는

허리를 좀 더 밑으로 숙이며 고개도 들지 않고

주인님 혹은 주인님의 아들인 자가 던진 그 말에 대하여

성실하고 성의 있는 대답을 즉각 말했다.


아픈 만큼 성장하는 법이지요.


나의 작전에 합류하지 않을래?

미소년이 돌아보며 말했다.

몸을 틀어서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은

진지한 장난끼가 가득했다.


집사는 역시 이번에도 고개를 들어서

소년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급하게 대답했다.

몸을 앞으로 깊이 숙이고 있는 그 모습으로.


새로운 술은 새로 만든 술통에 담아야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돼지고기보다도 더 좋은.


소년은 여전히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사는 이미 소년의 등을 보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주인에게 혹은 주인의 아들에게

예의를 표시하고 있었기에.


새 술은 찬란하지

돼지고기와 함께라면.


술보다 더 착하고

돼지고기보다도 멜러트산의 산멧새 고기보다도 더 상냥한

남부 케일러스 평원의 포도보다도 더 아름다운

우리 가문의 사람들




외부 식민지에서의 새로운 삶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기회와 모험이 가득한 황금의 신세계에서

기존의 삶을 도약할 기회라니까.


소년은 자신의 손목 소매를 번갈아 이쪽 저쪽 양쪽을

어루만지며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말했다.


진짜 모험을 시작해볼까?



소년은 외출을 하고 있었다.

빵 바구니 위에 혹은 빵 바구니 속에 놓아두었던

속옷을 하반신의 바지 속에 입고서.

상반신의 속옷은 침대 밑에 두었던

조각도와 장갑이 원래 있어야만 했었던 선반에

대신 놓여 있었던 것들을 상의 속에 입고서.

공방(工房)은 아니었지만 틈틈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는

그의 작업실처럼 쓰고 있는 방은

그의 침실에서 옆의 옆에 있는 방이었다.

그리고 그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옷을 입고 있던 방은 의상실로

침실에서 한참을 떨어져 있었다.

그의 집은 광대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선택을 해야할 만큼.

혹은 그의 아버지의 집은.


밤은 깊고 멀어서

온통 푸르게 변한 검은 어둠이

거리와 주변 풍경을 채색하듯이

보이는 모든 곳을 다 채우고 있었다.

희미하고 어슴푸레하지만

엷은 스며드는 빛에 의지해

키가 큰 소년은

밤의 거리를 망설임이라고는 없이 걷고 있었다.

완전히 식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어두운 거리를 그렇듯 물 흐르듯이

거침없이 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소년이 길을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듯했다.


물고기가 유유히 흐름에 몸을 맡긴 듯 또는

흐름을 가르고 나아가듯

소년은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야심한 시간대에 소년은 그렇게 멀리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수행하는 하인을 단 한 명도

거느리고 있지 않았다.


언제나 걷던 길처럼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다음의 예정된 방향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곳을 딛고 있었다.

추억은 존재의 집이라고 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음악 학교였다.

밤의 음악 학교는 높고 커서

흐릿하고 희미한 어둠과 경계선이 불분명하게

그곳에 있었다.


사립 음악 학원 추억.


위풍당당한 건물로서의 장식적 위용과

침착하고 안온한 공간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확보가

한눈에 느껴지는 건축물로서

추억처럼 오래된 낡고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 지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신축 건물처럼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한 밤의 공간 속에 사립 음악 학원은

역시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식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주변의 거리에는 그런 건물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1층의 문 위 어딘가에

높이 달려있는 간판과 그 간판 속의 튀어나온 금박 글자들도

또 그, 5층이나 6층쯤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도

자신의 존재감과 더불어 그에 따르는

알 수 없는 기시감에서 나오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애틋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낯설고 처음 보기에 신선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망설여지는.


키가 큰 미소년이

밤의 공간에 떠도는 듯 정지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지만 거대한 윤곽으로 튀어나온

음악 학교 건물을 잠시 우러러보듯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았다.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라기보다는

회한(悔恨)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미묘한 엷은 불분명한 미소만이 입가에

어쩌면 신비롭게 희미한 빛으로 반짝이며 감돌고 있었다.

조용하고 경건하기까지한 잠깐의 적막이

그곳을 통과하고 지나갔다.

그가 문패의 글자들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어두운 밤의 빛 속에서 읽어내려갔다.

어둠은 검은 소음들처럼 무겁고 둔탁하게

건물 위와 사방에 내려앉아 있었다.


사립 음악학교 레페이스베트리엔



소년은 침착하고 그리고 또한 동시에

익숙하게 주저함이라고는 없이

1층의 출입구인 크고 아름다운 금속 장식들로 뒤덮인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건물의 실내는 어두컴컴한 심연이었고

어딘가 싸늘하고 상쾌한 나머지 퀘퀘한 감촉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예고 없는 방문처럼 물씬 엄습했다.

시각적으로는 불쾌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감촉은 서늘한.

그리고 이상한 알 수 없는 불쾌한 후각마저도

은연중에 희미하게 감지되었다.

소년은 막상 건물의 실내로 들어서니까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맹인이 손끝으로 더듬더듬 더듬어가며

사물을 식별하는 것처럼.

그러나 왠지 그의 몸짓에서 스며 나오는 분위기는

어둠이 실내에 완전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가 걸어가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실내에는 오래된 먼지처럼

자욱하고 진한 암흑이 깔려 있었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적하고 음산한 차가운 빈 실내.

그 큰 공간의 어디 너머에

마치 아주 깊은 바다의 밑바닥 같은 곳에서

물 위로 떠오르는 듯한

오래되고 낡은 고색창연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 제자여,

이곳엔 어인 일로 다 왔느뇨?





그곳엔 흡사 시체나 산 송장처럼 보이는

백발이 온통 산발해서 두 어깨 근처로

부서지는 빛이나 떨어지는 꽃잎들처럼

마구 부스스하게 엉망으로 날리듯이

그러나 결국엔 얌전하게 내려온

어떤 노인이 있었다.

그는 세월과는 무관하게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마치 장식장이나 탁자위의 화병처럼

벽에 걸린 틀 속의 초상화처럼

그곳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책상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자신의 의자는 노인처럼 어둡고 낡았는지

겨우 희미한 윤곽들만 파악이 되었다.

노인이 쓰고 있는 가구들과 노인은.

시각적으로는.



나의 스승이시여,

그리고 이 왕국에 유일무이하게 단 한 대만 있는

피아니에지스테의 유일한 자격과 유일한 소유자이신

불멸의 음악가 메릴테이레트로피에스이시여


그러나 어떤 대답도

마치 깊은 심해(沈海)에 던져진 작은 조약돌 한 개의

거품 같은 사소한 소리마저도

상대방에게서는 들려오지 않았다.


불멸의 존재로 음악계에 군림했었다는

메릴테이레트로피에스라는 노인은

어둠 속에서 두둥실 떠오른

어떤 환상(幻像)이나 환영(幻影)처럼 그리고 유령처럼

흠칫 놀랄 만큼 비현실적이고 어쩌면 공포스러운 느낌마저도 주면서

그냥 아무 말도 어떤 작은 하찮은 동작의 변화도 없이

그 자리에 그림자처럼 흐릿하게만 있었다.



왜 아무런 말도 없으십니까?

라는 말은 하지도 않고 소년은 잠자코 그 자리에

스승의 분부를 들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제자처럼

가만히 있었다.


과거에 스승이었다는 노인도

역시 별 말이 없었다.


바다 밑도 이렇듯 어둡고 조용하고

거대한 허무의 엄청난 공백일까?


소리도 빛도 사라진

어두컴컴한 암흑과 고요의, 바다 아닌 바다 같은 크지 않은 방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기다리고만 있었다.

마치 두 마리의 언제나 자유롭고도 각자에게 무관심한 물고기들처럼.








마침내 침묵을 허물듯이

침착하고 단조로운 목소리가

늙은 사람쪽에서 먼저 차분하게 흘러나왔다.




이미 빠져 들어가고 있는 너에게

더 할 말은 없다.





뭘요? 뭐를?


소년은 평범한 목소리로 건조하고 담담하게

재차 노인에게 연달아 물어보았으나

소년의 심정은 불편한 듯 불쾌하게

억지로 억누르면서 대꾸하는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저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도 파악하기 힘든

이상하고 가느다랗지만 희미한 영문 모를 소리들처럼.

얼굴에는 평온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왠지 몸 전체에서 기묘하게 자꾸만 그런 느낌이 전달되는 식으로.



노인은 뭘 그런 걸 다? 다 알잖아? 다 알면서

라는 대답 같은 괴상한 침묵을

답변을 대신해서 온몸으로 밀고 가듯이

혹은 그 자리에 정지한 채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 쇠말뚝처럼

잠자코 필사적으로 무언(無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미가 없는 무의미라는 일종의 의미처럼

무언(無言)이라는 언어가 아닌 언어로 일종의 언어처럼

그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었다.



난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떤 결과가 설령 닥치더라도.

나는 당신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멸의 존재인 늙은 유령 같은

모습이 어렴풋이 그것도 겨우 절반만 보이고 있는

매우 나이가 많은 노인은 어떤 대답도 의외로 하고 있지 않았다.

잠자코 어쩌면 한사코 침묵을,

마치 거부하는 몸짓이나 반대하는 의지의 표현처럼

완강하게도 표출하던 그가 이윽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음성답게 창로(蒼老)하고 음산(陰散)했다.



복수의 맛이 그렇게 달콤할 것 같지?

목숨의 맛은 더욱더 맛이 좋고 감미로우며

심지어...



노인은 잠시 잠깐 말을 끌듯이 끊었다.

몇 초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다시 돌아온 말을 할 때에

그는 이미 침착해지고 있었다.


은혜롭고 평안하기까지 하단다.


뭘요? 뭐를?


소년은 불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손하지도 않았다.

음악계에서 이미 살아서도 불멸의 존재로 추앙을 받은

위대한 이 음악가에게 소년은 그다지 공경스러운 태로를

이미 아까부터 보이고 있지 않았다.



목숨의 맛이 그렇게 달콤하다고.


노인은 재차 강조하듯이 혹은 그냥 말을 하듯이

어쨌든 다시 말을 또 한 번 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소년의 반응은 냉담하고 싸늘했다.

비어버린 빈 공간처럼 견고한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한 것이다.

답변 없는 자신의 말에 응답 없는

아예 일절 돌아온 적조차 없던 메아리 같은

방 전체를 갑갑하고 왠지 음산하고 음침하게 가득 메운

거대한 침묵에

노인은 기분이 상한 것인지 다시 말했다.


복숭아 먹을래?

복숭아의 맛이 좋아.


아직은 복숭아가 나올 계절이 아닙니다.

제철 과일은 아니지요. 아직 여름은 아니지 않나요?

소년은 서서히 도전적인 어조로 자기의 태도를 바꾸고 있었다.


뭘? 뭐를?

여름이 이젠 코앞이야.


노인은 텅 빈 허공을 뚫어지게 집중적으로 바라보듯이

소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이제는 계절이 오고 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마저도 어떻게 된 거냐?


소년은 노인의 책상 앞에 서 있었고

노인은 시종일관 자신이 마주한 책상 뒤의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었으니까

노인은 하는 수 없이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어야만 했었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래서 그 크지 않은 방은 마치 일종의

거대한 창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쓸데없이 휑한 거의 아무것도 보관하고 있지 않은.


제가요? 뭘요? 뭐를?

그럴 리가 설마 있으려고요?



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지?

목소리는 차분하고 별로 커지지 않은

비슷한 음성의 크기였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매서운 추궁 같은 분위기가

노인의 어조에는 역력히 묻어났다.



얘야,

나의 사랑하는, 사랑하던 수제자야,


제발 나를 바라보아라,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러나 방에 있는 사람들이든 사물들이든

거의 제대로 똑똑히 식별조차도 잘 되지 않는

시커멓고 기분 나쁘기 짝이 없게 텁텁하고

무척 메마르게 건조하지만

깊고 깊은 바다의 물 속 바닥에

도처에서 만연한 암흑처럼

완전한 어둠 같은 심연(深淵)의 깊이 속에서

실내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왠지 돌아가는 느낌 속에서의 눈치만으로도

둘은 그 시커먼 암흑 같은 어둡기만 한 곳에서

비록 잘 보이지는 않아도 그렇거나 말거나

서로 정답게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토록 오래 간만에 만난 흡사 할아버지와 손자와도 같은 사이임에도.



소년의 엷은 갈색의 두 눈동자는 이젠

푸르고 차가우면서도 냉담하고 무감정한

평정 상태의 멸시 비슷한 빛으로 변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거의 매일매일처럼

무표정하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순간들에 보여주는

일종의 싸늘한 공백으로 채워진 얼굴처럼.


그러나 소년의 상황은

그런 엷은 시무룩함 같은

일상의 권태로운 순간이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 나날마다 점점이 흩어진 그리고 정지된

무의미의 의미들인 작은 냉소들로 덮인 얼굴들 같은.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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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회: 한낮의 음악 학교 23.11.03 45 0 5쪽
10 10회: 블라스펙트 러페이케이퍼스 23.11.01 5 0 12쪽
9 9회: 노인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23.10.30 9 0 9쪽
» 8회: 연금술에 대하여 23.10.27 13 0 15쪽
7 7회: 칼 판매상의 마지막 이야기 23.10.26 16 0 9쪽
6 6회: 내게는 뭔가가 없었다네 23.10.25 17 0 12쪽
5 5회: 칼 판매상과 도시 23.10.23 28 1 15쪽
4 4회 : 내 이름은 엔티레이미크 23.09.19 45 1 4쪽
3 3회 : 금지된 마법서 +1 23.09.18 48 2 10쪽
2 2회 : 세상에서의 처세 +1 23.09.13 94 3 10쪽
1 1회 : 시장에서 +2 23.09.12 26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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