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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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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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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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한낮의 음악 학교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한낮의 음악 학교는 평화롭고 따분할 정도로 평범해보였다.

따가운 초여름의 햇살을 받고 가만히 또 고요히 서 있는 건물은

사람처럼 잠든 것 같이 보였고 그런 평화의 상징으로 보였다.

장식적인 세공이 화려하고 장대하게

도안(圖案) 그대로 조각이 되었고

건물의 전체적인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고 순결한, 흰빛을 반사시키는 순백색이었다.

아직은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을 한낮이어서 그런지

건물 밖도 또 건물 안에서도 조용하게 정적이 가라앉아서

들려오는 어떤 자그마한 소리도 없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적도 드문 건조하고 따가운 계절에서

사람들은 차츰 자신도 모르게 탈진하듯이 지쳐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착각이었다.

한두 가지든 여러 가지든.


음악 학교에서는 지금 수업이 한창이었다.

피아노실이 여러 개가 있는데

모든 피아노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피아노만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거기선 힘을 빼고 오히려 속도를 늦추면서 타건(打鍵)을 하라고.

너 일부러 그런 거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선생님?


제자처럼 보이는 젊은 청년이

곤란한 태도로 대답을 하고 있면서도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저는 선생님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그거야,

내가 알 수도 없고

그건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잖아?


교사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여자였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젊은 여자로

지체 높은 사람들이 입을 듯한

비싸고 호화로운 옷들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내가 이 학교에서 제자들을

지금까지 몇 년을 가르쳤고

그 동안에 총 몇 명을 가르쳤는지

너는 알고나 있니?


아니요. 선생님.

제자는 조금도 심각한 구석이 없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인 여자는 심각해 보였다.



랄드웨이페미크,


너 이런 식으로 할 거라면

내가 따로 연락을 너의 부모님에게 하는 게 낫겠지?


아니요.

제자는 이번에는 역시 조금도 심각하지 않았다.



랄디에,

너 이런 식이면

내가 부모님에게 아주 따지러 갈 거야?


제자는 미소를 그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두 손은 건반에서 떼고 피아노의 뚜껑을 열고 닫는 부분에

대고서 시종일관 여유 있었다.


제 부모님들은 바쁘십니다.


교사는 팔짱을 끼고 나서는

여자들 특유의 가늘게 눈을 찡그린 작아진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뭐가 바쁘신데?



의논이 많으시더라구요.

제자는 이젠 두 손을 피아노의 열린 뚜껑 위에서 떼고는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꽃들이 들어간 창문의 장식은 너무 화려해서

마치 왕궁의 유리창 창문을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 장식의 한 가지는 왕실을 상징하는 꽃인

장미가 상징적으로 간결하게 도안(圖案)되어서

테두리가 되어서 창문을 감싸고 있었다.

이 학교는 왕립 음악 학교일지도 몰랐다.


부모님들은 서로 늘 의논을 하셔요.

두 분 다 그 집에서 처음 살아본다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아도 되는지

서로 의논을 열정적으로 바쁘게 하시지요.

두 분이 서로 보기만 하면 그런 사이 좋은 의논을 하셔요.



교사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잠깐 그 아름다운 선의 몸매를 똑바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가만히 그를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작은 소리로 한 번 웃었다.

다시 연이은 웃음소리들이 그녀에게서 나와서

방을 투명한 물결이 그렇게 하듯이 이어지면서 채웠다.


미안하구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럴 의도가 있으셨는지 없었는지.


약간 비꼬는 것처럼 불만스러운 의도에서 나온 말로

들릴 수도 있었으나 소년처럼 해맑은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제자의 나이는 스물 대여섯살이거나

그보다 조금 몇 살 더 어릴 것 같았다.

진지하고 침착한 남성적인 멋이 있는 대범한 외모에

듬직하고 당당한 체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늘 입가에 맴도는 장난스러운 미소처럼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며 낙천적인 면도 동시에 엿보이는 청년이었다.

청년을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그시 지켜보고 있던 교사는

전신을 위아래 모두 아름답고 섬세한 자수 장식으로 수를 놓아서

속이 그물처럼 들여다보이는 지극히 정교한 무늬로 되어있는

겉옷을 입고 그 속에 다시 비슷한 고급스럽고 반짝이는

같은 흰색 의상을 화려하게 받쳐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나이도 비슷하거나

몇 살 더 많아 보였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계절이

짜증이 저절로 솟구치는 불쾌함과 함께

어느덧 세상을 다시 방문해서

사립 음악 학교 밖의 풍경은

날카로운 추억처럼 빛나며

사랑스러운 기억보다도 아름다운

다시 찾아온 여름이었다.

나무들마다 그늘이 섬세한 그림자가 되어

옅은 검은 색으로 어둡고 시원한 공간을 마련하면서

점점이 흩어진 다른 땅의 부분들을

여름의 평화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거리의 가로수들도 그리고 거리도

약간씩 너울거리는 미동을 보이다가

때로는 완전히 정지한 채

뜨거운 햇살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회상하듯

그대로 풍경의 일부가 되어서

다시 자신들을 시험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행복해지려는 시도의 목적을.






침착하고 느긋한 품위 속에서

수업은 정해진 방식대로 진행되고 마침내 끝났다.

어떻게 보면 유쾌하고 명랑한 한때였었다.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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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회: 한낮의 음악 학교 23.11.03 45 0 5쪽
10 10회: 블라스펙트 러페이케이퍼스 23.11.01 4 0 12쪽
9 9회: 노인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23.10.30 8 0 9쪽
8 8회: 연금술에 대하여 23.10.27 1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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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회: 내게는 뭔가가 없었다네 23.10.25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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