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승이계전생 (狂僧異界轉生)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金金金
작품등록일 :
2023.10.04 21:05
최근연재일 :
2023.11.05 20: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092
추천수 :
65
글자수 :
124,017

작성
23.10.15 22:23
조회
131
추천
2
글자
12쪽

008

DUMMY

- 당신이 유륜인가요?


보고싶다.


- 나는 남궁수아라고 해요.


내 부동심을 깨트렸던 유일한 존재.


- 이것도 인연인데 악수나 한번 할까요?


그때 그 손을.

한번 잡아나 볼 것을.


***


“으윽···.”


카일이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산건가.’


왕초를 구하기 위해 여래신장을 사용했다. 모자란 내력은 선천지기를 끌어다 썼다.


선천지기(先天之氣).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운. 후천적으로 쌓아올린 내력보다 훨씬 정순하고 압축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선천지기를 활용한 무공은 후천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허나 사용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하는 법.


생명을 지탱하는 근원적 기운이기에 조금만 사용해도 신체에 무리가 가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두 소진할 경우 죽는다.


‘미친 짓이긴 했다만.’


카일은 이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우거의 움직임.

리오의 등을 밀어내며 바닥에 내려온다.

바로 진각을 밟으며 몸을 튕겨낸다.

젖 먹던 힘으로 여래신장을 사용한다.


여래신장을 사용하는데 모든 선천지기를 끌어 쓸 필요는 없었다.


워낙 정순한 기운이기에.


하지만 병약한 신체에서 뽑아낸 기운이다보니 사용하는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이승에 생명을 붙들어 놓을 수 있었다.


“카일!”


카일이 깨어난 걸 확인한 리오는 황급히 달려왔다. 그리고 또 다시 카일을 끌어안으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흐엉엉!”


영영 일어나지 못할까 전전긍긍한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울음소리가 예전의 그것보단 더욱 컸다.


“좀···.”


조용히 울어라 임마.

골 울린다.


리오의 머리를 천천히 토닥거린 카일. 손으로는 친구를 달래며 눈으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름한 천막과 군데군데 낡은 물건들.


아마 왕초의 비자금을 뒤졌던 장소인듯 했다.


“···.”


군데군데 먹은 음식 냄새와 생활한 흔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거지들과 리오가 이 곳에서 자신을 돌봐준 듯 하다.


“카일. 좀 어때?”


울만큼 울었는지 카일의 상태를 확인하는 리오. 아무리 귀신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하나, 일주일동안 깨어나지 못했던 카일이다. 그런 카일을 걱정하는 것은 리오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음.”


자신의 상태를 가늠하던 카일은 나즈막히 답변을 내뱉었다. 


“안 좋아.”


선천지기를, 그것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주화입마에 들진 않았으나, 내공심법으로 다져놨던 기혈들이 모두 뒤틀렸다. 중원의 소문난 의원이라도 치료에 족히 3년은 필요하리라.


‘석달은 걸리겠어.’


하지만 카일은 정양(靜養)하는 기간을 석달로 잡았다. 전생에 뒤틀린 기혈을 치료해 본 경험도 여러번 있거니와, 소림의 절예 중 신체 회복에 탁월한 신공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놈들은?”


“아 그게···.”


리오는 그간의 상황을 천천히 카일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뭐? 오우거를 팔아?”


“응. 그렇다니깐?”


리오의 말을 선뜻 믿기 힘든 카일이었다. 몬스터란 녀석을 잡아다 팔 수 있다니. 거기다 오우거는 가격이 또 어마어마하단다. 열명이 일년은 편히 놀고 먹을 수 있는 돈이랬나.


“상처 입지 않은 오우거는 특상품이래.”


카일은 알지 못했지만 오우거는 그 용도로써 쓰임이 다양했다.


우선 오우거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은 방어력이 뛰어나 숙련된 전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오우거의 힘줄은 질기면서도 탄성이 좋아 활시위 재료 중 최상급 재료였다.


거기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은.


“오우거의 피가 엄청나게 귀한 재료래. 마법사들이 엄청 침을 흘리는 재료라고 하더라고.”


분명 그러했다. 그들은 그 피로 오우거만큼 힘을 강화시킬 수 있는 포션이나, 힘을 증가시키는 영약 등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우거 파워 건틀릿도 제작할 수 있었다. 이 건틀릿은 특별한 조건 없이도 착용자에게 오우거만큼의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힘이 약한 마법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할만한 장비였다.


“상처 난 오우거는 피가 빨리 썩어서 구하기가 어렵나 봐. 그런데 너가 상처 없이 잡았잖아.”


“아하.”


그래서 크게 돈을 벌었구만.


의도하여 그리 한 것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호오.’


리오의 이야기를 들은 카일은 감탄했다. 분명 왕초가 주도하여 이 일을 처리했으리라 싶었다.


‘짜식.’


왕초를 흠씬 두들겨팼던 자신이다.

그런 자신에게 앙갚음을 할 법도 하건만.

자신을 돌봐줬을 뿐더러, 오우거의 사체까지 팔아 돈을 벌어왔다.


‘제법인데.’


비록 거지 생활을 하고 있다곤 하나, 왕초는 분명 실력 있는 용병이었을 것이다. 어떤 연유에서 거지가 되었는지 한번쯤은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흣차.”


몸을 일으킨 카일은 기지개를 폈다. 일주일동안 누워있던 탓에 몸이 엄청나게 굳어 있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근육들을 푸는 작업을 한 후,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리오. 잠깐만 부탁할게.”


“아, 응.”


전에도 봤던 장면이기에, 리오는 방해되지 않도록 거리를 벌린 후 조용히 기다렸다.


카일의 운기조식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이미 거지들은 거처에 돌아와 그의 운기조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운기조식을 마무리 한 카일은 조용히 눈을 떴다.


“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눈빛들. 그 눈빛들이 너무 강렬하여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와아!”


리오의 당부 덕분에 소리내지 못했던 거지들은 카일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메시아께서 깨어나셨어!”

“메시아가 아니라 부처님이라니깐!”

“그거나, 그거나!”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거지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카일. 이 놈들이 왜 이렇게 기뻐하는지 알지 못했다.


“깨어나셨군요.”


어느새 그들 앞으로 왕초가 다가와 카일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덕분에.”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진심 어린 왕초의 모습에 카일도 웃음 지어보였다.


“대충 들었어. 돈 좀 벌었다매?”


“하하. 덕분이죠.”


왕초는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마탑에 사체를 팔아 치울 거래상을 찾았다느니, 부패방지 마법을 걸 마법사를 구했다느니.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주욱 내뱉었으나 결론은 오우거를 팔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돈은 전표로 바꿔 보관해두었다고 한다.


“날 죽이고 혼자 먹지 그랬어.”


“하하! 그것도 좋죠.”


카일의 말에 농으로 받아치는 왕초. 하지만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근데 생명의 은인을 공격할만큼 파렴치한 놈은 아니라서요.”


“새끼. 멋있는 척은.”


비록 시작은 악연이었다곤 하나, 이제 이들과 동지가 된 듯 했다.


“카일님.”


“왜.”


어느새 극존칭을 사용하는 왕초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카일.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들의 호칭을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아. 물론 리오는 제외였다.


“이제 어쩌실겁니까.”


“뭘.”


미래에 대해 물어보는 왕초의 말에 카일은 반문했다. 방금 일어났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저는 카일님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무슨 희망.”


왕초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자신이 보았던 희망을 반드시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용병단을 만들면 어떻습니까.”


“용병단?”


“예. 카일님과 함께라면 저희들끼리 용병단을 꾸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왕초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제가 비록 사정에 있어 이 곳에 굴러들어왔다 해도, 나름 이자크 용병단에 있던 놈입니다.”


“이자크 용병단!”


이자크 용병단을 알고 있던 몇몇 거지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비록 제가 C급 용병이어도 안목 하나는 자부합니다. 그곳에 있는 A급 용병들조차도 결코 카일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왕초는 말을 이었다.


“용병은 등급별로 수주할 수 있는 의뢰가 달라집니다. 물론 그만큼 큰 보상이 따르지요.”


“······.”


“카일님을 주축으로 용병단을 꾸린다면, 저희 형편이 달라질겁니다. 뒤에 있는 이 놈들도 돈 좀 쥐며 살아갈 수 있구요.”


“흠.”


“거기다 카일님 같은 실력있는 인물이 용병단을 꾸린다면, 저희 용병단으로 들어오려는 자들도 많을겁니다.”


확실히 용병들은 실력 있는 용병단에 들어가길 원했다. 보수도 보수거니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뭐 대충 알겠어. 용병단을 만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단 말이잖아.”


“그렇···."


“근데 말이야.”


왕초의 말을 끊은 카일.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말해줘야겠다 생각했다.


“그 실력이란거. 나만 있잖아.”


“······.”


“너네들은 약하잖아. 뭐, 나 혼자 의뢰받아서 너네 먹여 살리라고?”


카일의 말에 의표가 찔린 왕초.


“아, 아니··· 용병단 총괄 운영은 제가 하고, 잡일은 저 녀석들이···.”


더듬거리며 당황해하는 왕초를 향해 카일은 쐐기를 박았다. 


“나는 너희를 도와준다고 했지. 먹여살린다고 한 적은 없어요.”


“······.”


“위험하게 돈도 벌어다 줘. 시비터는 놈들 잡아줘.”


“······.”


“왜. 나중엔 똥도 닦아달라고 하지 그러냐.”


카일의 말에 왕초와 거지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왕초의 계획은 분명 전적으로 카일에게 의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싫어.”


“···카일님.”


카일의 완강함에 왕초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거지들도 마찬가지.


“카일님! 저희와 함께 해주십시오!”


순간 용기를 낸 거지 하나가 카일의 앞으로 빠르게 튀어 나왔다.


“카일님! 저희 같은 비렁뱅이들이 무슨 희망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저희는 카일님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요.”


“······.”


“요 일주일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믿기지 않는 경험도 하면서 없던 희망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거지는 카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의 눈엔 눈물이 어려있었다.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십쇼. 흑흑.”

“카일님!”

“카일님!”


거지들은 하나 같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울먹였다. 어찌나 처량한지 그것을 보고 있던 리오도 눈물을 글썽일 지경이었다.


“새끼들아. 누가 버린데.”


“···예?”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냐. 용병단 안 만든다고 했지.”


“그럼···.”


도대체 어쩌실겁니까.


왕초는 카일의 의중을 살폈으나, 쉬이 유추해낼 수 없었다.


“좋아. 기왕 이렇게 된거 만들어야겠다.”


“···용병단을요?”


“아 씨. 그거 안 만든다고.”


“그럼 무엇을···.”


카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는 작았으나, 좌중은 그를 거대하다 느꼈다.


“문파를 만들거야.”


“문, 문빠요?”


“문파. 새끼야. 문파.”


문파라는 개념이 생소한 거지들. 이들에겐 카일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왠 뚱딴지인가 싶었다.


“그래. 이 세상에 소림의 속가 하나정돈 세워줘야지.”


“······.”


“연이 녀석이 알면 난리를 치겠지? 흐흐흐.”


“······.”


“내가 개파조사라니··· 크히힛!”


자꾸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웃는 카일.


그가 이런 행동을 할 땐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거지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문파 이름은.”


카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그 곳에 숭산이 자리한 듯 했다.


“세외림(世外林)으로 하자고.”


세상 저편의 소림.  


이세계에 생긴 소림의 서막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광승이계전생 (狂僧異界轉生)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022 +1 23.11.05 33 1 12쪽
22 021 +1 23.11.04 36 1 12쪽
21 020 +1 23.10.27 59 1 13쪽
20 019 +1 23.10.26 65 2 12쪽
19 018 +1 23.10.25 66 3 12쪽
18 017 +1 23.10.24 73 3 14쪽
17 016 +1 23.10.23 79 3 12쪽
16 015 +1 23.10.22 85 2 11쪽
15 014 +1 23.10.21 103 4 12쪽
14 013 +1 23.10.20 92 3 12쪽
13 012 +1 23.10.19 100 2 11쪽
12 011 +1 23.10.18 108 3 12쪽
11 010 +1 23.10.17 110 2 12쪽
10 009 +1 23.10.16 134 2 12쪽
» 008 +1 23.10.15 132 2 12쪽
8 007 +1 23.10.14 143 2 13쪽
7 006 +1 23.10.13 160 2 13쪽
6 005 +2 23.10.12 185 3 14쪽
5 004 +1 23.10.11 193 4 13쪽
4 003 +1 23.10.10 226 4 15쪽
3 002 +2 23.10.09 296 5 13쪽
2 001 +2 23.10.09 310 5 12쪽
1 프롤로그 +2 23.10.09 305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