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승이계전생 (狂僧異界轉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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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작품등록일 :
2023.10.04 21:05
최근연재일 :
2023.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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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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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DUMMY

“여기야.”


목적지에 도착한 카일과 수아. 그 곳엔 아까 봤었던 시계탑이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여기라고?”


“응.”


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이곳이라니. 


카일은 하늘 위로 높이 솟은 첨탑을 눈에 담았다.


“여기야.”


수아는 어느새 시계탑의 작은 문 앞에 서 있었다. 편안하게 문을 여는 그녀의 모습이 제법 익숙해 보였다.


“들어가자.”


“응.”


카일은 수아를 따라 시계탑 안으로 들어갔다.


“오.”


시계탑 내부에 들어서자 끝 없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사각 나선형 형태로 이뤄진 계단이 탑의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높지?”


“응.”


“여기 올라가면 엄청 다리 아파.”


아무래도 그녀가 좋아하는 장소는 이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만 나오는 듯 했다.


“저 위쪽이야. 올라갈 수 있지?”


“그럼.”


“다리 아프다고 하면 안된다!”


능청스럽게 웃으며 계단을 딛는 수아. 그런 수아를  따라 카일도 계단에 발을 내딛는다.


저벅. 저벅.


계단 위를 한걸음씩 올라가는 그들. 오르는데 꽤나 오랜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으나, 카일은 수아의 걸음에 자신을 맞추었다.


“이걸 만든 사람들은 참 대단해. 어떻게 이렇게 높은 지을 생각을 했지?”


제법 높이 올라왔음에도 힘든 내색이 없이 말을 내뱉는 수아.


“이 꼭대기까지 지으려고 매번 이렇게 오르내리기를 했을거 아냐.”


“덕분에 하체는 단련됐겠지.”


“뭐? 꺄하하!”


예상 외의 대답에 수아가 웃음지었다.


“넌 생각을 해도 참.”


“···왜.”


“왜긴 왜야. 나는 이 탑을 짓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생각했는데, 너는 하체 타령이나 하니. 내가 얼마나 황당하겠어.”


“흐음.”


무엇이 문제인가. 자신은 지금 문도들의 하체를 조져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건만.


“어휴. 남자들이란.”


고개를 획 돌리는 수아. 그런 수아의 반응에 카일은 어쩔 줄 몰라했다.


‘뭐가 문제지.’


당최 여자의 마음 속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카일은 수아의 눈치를 살피며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의 입에는 그녀가 주었던 사탕이 들어있었다.


“다 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수아. 그곳엔 커다란 시계 부품들이 째깍거리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수아의 능숙한 안내에 카일이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녀가 출구를 열자 상쾌한 바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와! 시원해!”


그녀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곳은 크리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크리아의 전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멋지지?”


“너무 높지 않아?”


“뭐 이정도야.”


카일의 우려에 수아가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혹시 너. 뭐 고소공포증 있고 그런거 아니야?”


“무, 무슨 소리!”


자신은 숭산의 천길 낭떠러지에서도 뛰어내린 경험이 있다. 이정도야 자신에겐 뒷동네 마실 수준에 불과···.


“실 없어, 정말.”


수아는 웃으며 난간에 걸터 앉았다. 모습을 보아하니 제법 익숙했다.


“앉아.”


그런 수아를 따라 카일도 난간에 걸터 앉았다.


“······.”

“······.”


그렇게 한동안 말 없이 크리아를 내려다보는 그들. 눈 앞에 펼쳐진 멋진 전경은 분명 훌륭했으나, 가슴이 한켠이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


“누구야.”


침묵을 깬 것은 카일이었다.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지금이라면 꺼내도 될 것 같았다.


“도와줄게.”


“······.”


수아는 그저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본다. 그녀의 미소가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사실···.”


한동안 말이 없던 수아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빠한테 맞았어.”


“뭐?”


“어제 아빠가 못 나가게 했거든. 그래서 아빠가 잠든 틈에 몰래 나왔던거야.”


어제라하면 바로 세외림의 파티가 있었던 날. 그녀는 아마도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그곳에 왔었나보다.


“잔뜩 취해서 못 일어날 줄 알았거든. 아, 조금만 일찍 갔어도 안 들켰을텐데.”


그녀는 아쉽게 들켰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앉은 검붉은 피딱지가 더욱 안타까워 보였다.


“더구나 엄마의 드레스까지 꺼내 입어서 그런지. 아빠가 더 화를 내더라고.”


“······.”


듣기론 수아의 엄마는 예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돌아가신 엄마의 옷을 입는게 무에 그리 잘못된 행동일까.


“사실 나 아리아인 아니야.”


“···?”


아리아인이 아니라니. 이곳 사람 모두가 그녀를 아리아인으로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 그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우리 아빠랑 엄마, 모두 이곳 대륙 사람이야.”


어렵게 열린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카일에게 흘러갔다.


“우리 아빠는 군인이었어. 전쟁에서 나가서 싸우는 군인. 그래서 5년간 출정을 나갔어야 했나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말이야.”


“······.”


“그래서 엄마는 열심히 기다렸데. 자신의 배를 소중히 끌어안고 말이야. 내가 있었다는걸 아셨던거지.”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그렇게 엄마 품에서 열심히 컸어. 그러던 어느날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우리집에 왔더라고.”


“그게···.” 


“그래. 우리 아빠야.”


출정이 끝난 후, 그는 임무를 마치고 가정으로 복귀했던 것이다.


“날 본 아빠는 험상궃은 표정을 지었어. 음 뭐랄까, 당황? 황당? 분노? 뭐 엄청 복잡해 보였어.”


“······.”


“그러더니 아빠가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더라고. 무슨 부정한 짓을 저질렀냐며.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그럼···.”


“그래 맞아.”


수아는 카일이 추측한 내용을 입으로 끄집어내었다.


“아빠는 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라 생각했나봐.”


그럴 수 밖에.

카일은 이해가 되었다. 


토양에 뿌려진 씨앗은 본디 자신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법. 민들레의 씨앗은 민들레로, 매화의 씨앗은 매화로 태어나듯 말이다.


사람역시 마찬가지.

중원인의 자식은 중원인처럼, 서역인의 자식은 서역인처럼 그 모습을 갖춰 태어난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겼으니. 아빠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겠지.”


“······.”


“엄마는 세라자 여신 앞에 존재를 걸고 그런 적이 없다며 그것을 부정했어. 자신은 그런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말이야.”


- 당신의 아이에요!

- 개소리 하지마!


그때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의 한 맺힌 절규가. 

아빠의 고통에 찬 분노가.


“믿지 않으려 했지. 아니, 믿을 수가 없었겠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거 같아.”


수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아빠는 엄마를 버리지 않았어. 무척 사랑했나봐. 그런 짓을 당하고도 곁에 두었던 것을 보면.”


“······.”


“덕분에 주변에서 아빠를 엄청 조롱했던거 같아. 뻐꾸기 한마리가 알을 낳고 도망갔다느니, 남자 구실을 못해서 그렇다느니. 별에 별 심한 소리를 다 들었던거 같아.”


그들이 수아의 가족에게 날린 조롱과 멸시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수아의 부모는 그것을 견디고 또 견뎌냈다.


“그러고 엄마는 몇년 후에 돌아가셨어. 그 이후부터일꺼야. 아빠가 나를 때린건.”


“······.”


“술에 취하면 항상 나를 때렸어. 엄마의 이름을 부르면서.”


- 피엘!

- 아, 아빠···.

-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꺄악!


쿠당탕탕! 


수아는 눈을 감았다. 아픈 기억을 덮고만 싶었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감은 그녀의 눈 사이로 눈물 한방울이 흘러 내렸다.


“어제 엄마 드레스를 꺼내 입은게 잘못이었나봐. 나는 나름 예쁘게 보이려고 몰래 꺼내 입은건데···. 흐흑!”


수아는 어제가 떠올렸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을 줄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눈을 시퍼렇게 뜬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무서웠어. 도망치고 싶었어. 근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흐윽흑!”


감정이 북받쳤는는지 눈물을 쏟아내는 수아. 그런 그녀를 보며 카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여자애가 혼자 나가서 어떻게 살겠어. 나는 너처럼 강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데···.”


“수아···.”


카일은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에 동화된 카일의 입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이렇게 맞으면 아빠의 쌓였던 화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어. 이렇게 맞으면 아빠가 엄마를 용서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어.”


“······.”


“언젠간 용서해주겠지. 언젠간 다정히 나를 대해주겠지 했는데···. 흐흐흑!”


감정의 소용돌이의 휩쓸린 수아. 그녀의 울음이 맑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구슬프게 느껴졌다.


“수아.”


“응?”


자신을 부름에 습기 어린 눈망울로 카일을 바라본다. 눈물 때문인지 카일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패 줄까?”


“···뭐?”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몇 대만 적당히···.”


“하하하! 카일!”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 그런 카일의 모습에 수아가 감춰뒀던 웃음을 다시금 띄웠다.


“진짜 못말려.”


“왜, 왜.”


“아까도 그러더니만.”


아까라 함은 계단을 오르며 나눴던 대화인듯 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반응이긴 했는데···.


자기딴엔 나름 해결해주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이렇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카일이었다.


“해결해달라는게 아니야.”


“그럼···.”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돼.”


“······.”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걸?”


수아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눈물을 닦자 젖어있던 그녀의 감정도 조금 씻겨나간듯 하다.


“어릴 땐 참 여기 많이 올라왔었는데. 애들이 나보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막 놀렸거든. 못 생겼다고 그러고.”


아리아인스럽게 생긴 외모로 인해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던 수아. 그녀는 또래들에게 좋은 놀림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눈이 찢어졌냐느니, 피부가 왜 그렇게 하얗냐느니, 왜 그렇게···.”


“예뻐.”


“응?“


“예쁘다고.”


강렬히 부동심을 일으켜 꺼낸 한마디. 덕분에 카일의 얼굴을 타들어가는 듯 빨개졌지만.


“나 예뻐?”


그녀의 환한 미소를 다시금 볼 수 있었다.


“고마워.”


“응···.”


그녀의 미소에 홀린 듯 카일은 대답한다.


“나한테 예쁘다고 한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는데.”


“다들 눈깔이 삐었나보지.”


“뭐? 꺄핫!”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카일과의 대화는 그녀에게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되었나보다. 


“들어줘서 고마워.”


“뭘.”


“처음이야. 이렇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게.”


자신이 가진 비밀을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복된 일일까. 그 사람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귀담아 들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카일과 수아. 그들의 인연은 조금씩 두터워지고 있었다.


“우리집은 저기야.”


수아가 손가락을 가르켜 먼 곳을 가르킨다.


“저기 붉은 지붕의 건물 보여?”


“으음.”


눈을 찡그려 그것을 확인하는 카일.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 붉은 지붕의 주택이 있었다.


“보여.”


“그래 저기야.”


수아는 고개를 돌려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집이 저기니까··· 너가 사는 집은··· 저긴가?”


수아가 손가락을 돌려 한 곳을 가리킨다.


“저기 맞지? 넓은 공터에 회색건물.”


“으음.”


카일이 눈을 찡그려 그것을 확인한다. 5층 규모의 건물에 연무장까지. 세외림의 본관이 분명했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연무장에 사람들이 많다.


“뭐야.”


“뭐가?”


카일은 안구에 내력을 집중시킨다. 그러자 흐릿하게 보이지 않았던 그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세외림의 문도들이.


“수아.”


“응?”


“먼저갈 수 있어?”


“갑자기 왜?”


갑작스런 카일의 반응에 수아가 놀라 되묻는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아 그래? 그럼 같이··· 꺄아아악!! 카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카일은 그대로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더니 시계탑을 박차며 더욱 아래로 빠르게 떨어진다.


“어, 어···.”


말도 안되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수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우려와는 다르게 카일은 자연스레 착지한 후 한 곳으로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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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 +1 23.10.27 59 1 13쪽
20 019 +1 23.10.26 65 2 12쪽
19 018 +1 23.10.25 66 3 12쪽
18 017 +1 23.10.24 73 3 14쪽
17 016 +1 23.10.23 79 3 12쪽
16 015 +1 23.10.22 85 2 11쪽
15 014 +1 23.10.21 103 4 12쪽
14 013 +1 23.10.20 9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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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09 +1 23.10.16 134 2 12쪽
9 008 +1 23.10.15 1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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