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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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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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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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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7화. 사이비

DUMMY

출근하려는데 시골에 계신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무슨 일이세요?”


마흔이 넘은 놈이 엄마가 뭐냐 하겠지만 낯 간지러워 어머니란 소리는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너는 성질 좀 죽이랬더니 그걸 못 참고 그새 사람을 패니.”


엄마도 지난번 사패 연쇄살인범을 때린 걸 보셨나 보다.


“잔소리하실 거면 그냥 끊고요.”


“아니다. 얘. 너 우리 옆집에 사는 인숙이 아줌마 알지. 인숙네가 글쎄 돈을 빌려 달라고 그러더구나.”


“그 아줌마한테 돈 빌려주고 못 받으셨어요? 아. 얼마나요?”


“넌 성질이 왜 그렇게 급하니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엄마 아들이 엄마 닮아서 그렇죠. 누구 닮아서 그러겠어요.”


“이놈의 녀석이 확! 그게 아니고, 빌려 달라는 돈의 액수가 좀 커서 말이다.”


“얼마나 빌려 달라는데요?”


“십억. 내가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느냐고, 내 사정 잘 알지 않냐며 잘 타일러서 보냈는데,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돈을 빌리려 다녔던 모양이야. 은행에서도 대출을 좀 받은 모양이고.”


통화하면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 아줌마 아들이 무슨 사업 해요?”


“인숙네 아들, 재작년에 물에 빠져 죽었잖아.”


“그럼,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이 그 큰돈을 뭐에 쓰려고 그런데요.”


“그거 때문에 너한테 전화한 거 아니냐. 네가 잠깐 내려와 좀 알아봐 달라고. 올 때 한주 반장도 같이 데려와.”


“엄마는 왜 국가 공권력을 사적인 일에 쓰려고 하세요?”


“이 망할 놈. 너 때문에 고생한 이 어미를 위해 그런 것도 못 해주냐. 잔말 말고 내려와!”


더 말할 새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셨다.


출근한 나는 서 반장에게 엄마와 통화한 내용을 말해 주었다.


“잘됐네. 어차피 너 징계 받아서 일주일 동안 할 일도 없잖아.”


사실 그 일로 인해 일주일 동안 근신하라는 징계를 받았다.


잘 패줬다고, 속이 다 후련하다고 위에서 칭찬을 받았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이 상보다는 징계를 받아야만 했다.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제는 아무 타격도 없다.


원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집에 있어 봤자 할 일도 없고, 자꾸 잡생각만 들어 출근해서 빈둥거린다.


“나도 오라고 했으니까 오랜만에 어머니도 뵐 겸 같이 가면 되겠네.”


“시골 가시게요. 저도 같이 가요.”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채 형사가 끼어들었다.


위에 보고하고 우리 세 사람은 엄마가 있는 시골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두 사람을 친아들인 나보다 더 반가워하셨다.


서 반장에겐 부족한 나를 잘 보살펴 줘서 고마워하셨고, 채 형사에겐 가족이 죽은 게 당신 탓인 거처럼 미안해하고 안쓰러워하셨다.


우린 간단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옆집으로 향했다.


우리의 신원을 밝히자 당혹스러워하다가 엄마와 채 형사가 잘 구슬려 돈을 빌리려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몇 주 전에 인숙 아줌마에게 자신을 목사라 소개하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스스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아들이 지금 지옥에 있다고, 그 아들을 지옥에서 구해내려면 헌금을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 불에 사그라진다고 했다고 한다.


“이 여편네야. 그 허무맹랑한 소릴 듣고 이러는 거야! 믿을만한 소리를 믿어야지.”


엄마가 인숙 아줌마를 붙들고 탄식한다.


나는 이런 놈들이 제일 싫다.


순진한 사람의 제일 아픈 상처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악마보다 더 악랄하고 야비한 놈들.


그놈은 진짜 목사도 아닐 것이다.


목사를 사칭해 풍월로 들은 거 뱀보다 더 교활한 사기꾼의 혀로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현혹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 그런 류의 인간이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정 형사에게서 동종 전과가 있는 데이터를 받았다.


서 반장과 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용의자를 추리고 추려 보여 주니 맞다고 한다.


그는 사기로 네 번이나 별을 달았던 이력이 있는 전과 4범의 사기꾼이다.


우리는 인숙이 아줌마에게서 집회가 열린다는 곳의 주소를 받아 그곳으로 갔다.


그곳은 낡은 외관에 이름조차 없는 건물이었다.


건물 근처로 가니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여~ 주여~ 내 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때에~」


이어 목사로 보이는 그 사기꾼의 설교가 이어졌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 앞에 나아가 우리 죄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죄가 무언지 알지 못합니다.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겉모습과는 달리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야, 이거 방역법 위반 아니냐?”


내 수군거림에 앞에 있던 사람이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줬다.


사기꾼의 설교가 계속되었다.


“여러분, 우리가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를 지었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우린 억울하면 누구를 찾아가나요? 변호사를 찾아가지 않습니까?”


그자의 말에 여기저기서 ‘아멘, 아멘’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사기꾼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이 교회에 다니는 우리에게 변호사는 누구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우리 죄에 대한 변호를 맡겨야 합니다.”


여기까진 믿지 않는 나도 수긍이 간다.


바로 그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근데 변호사한테 변호를 맡길 때 그냥 맨입으로 맡깁니까? 죄의 무게에 따라 수임료를 줘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변호를 잘 해 줘서 천국에 가게 해 달라고 예수님한테도 수임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난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의 돌발 행동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주시했다.


옆에 있던 서 반장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 친다.


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잠시 멈췄던 사기꾼의 설교가 이어졌다.


“그럼 예수님한테 수임료를 어떻게 드릴까요? 우리가 가서 직접 드리면 제일 좋은데, 그렇게 못하지 않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죠? 여러분. 바로 여러분 앞에 있는 목사인 저를 통해 드리면 됩니다. 제가 예수님의 말을 여러분들한테 전해 주고 여러분들의 기도를 예수님한테 전해 드립니다.”


어쭈 설교의 내용이 더 가관이다.


“ 제가 예수님과 여러분의 소통 창고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가 바로 저고 제가 바로 예수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예수인 저를 믿으십시오. 저를 믿으면 복을 받고 무병장수하며, 결국 제가 있는 천국으로 들림 받아 올라갈 것입니다.”


누가 들어도 얼토당토않은 개소리인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눈물을 흘리며, 할렐루야를 연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저에게 헌금을 해야만 합니다. 돈을 갖다 바치십시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십만 원, 백만 원!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몽땅 바쳐야 합니다. 왜인 줄 아십니까? 천국도 이 땅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더는 듣고 있기 거북해 밖으로 나가려는데, 채 형사가 내 손을 잡고 밑으로 끌어 내린다.


“여러분 휘황찬란한 금으로 지은 집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그냥 길바닥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천국이라고 하는 나라에 황금 집을 분양받으시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내셔야 합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양손에 꼭 쥐고 있는 수많은 재물, 짐들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양손에 꼭 쥐고 있는 그 재물들, 짐들을 이제 제 앞에 몽땅 토해내시고, 예수 손을 잡고 들림 받아 천국으로 올라가십시오.”


설교가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미리 준비해 온 전 재산을 그자의 발아래에 내려놓는다.


“야, 이거 사람들 말려야 하지 않을까. 근데 저 새끼 지금 웃고 있는 거 아니냐?”


자신의 발아래 재물들이 쌓인다는 것이 기쁜지 사기꾼이 아예 대놓고 웃기 시작한다.


“여러분! 지금 제가 웃고 있는 건 제가 웃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를 천국에서 만나는 게 너무 기쁘신 예수가 웃는 겁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골치가 아프다.


“차에서 내릴 때 총을 가져올 걸 그랬다. 저놈은 천국을 가는지 못 가는 지 좀 보게.”


한쪽 눈을 감고 손으로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검지를 당겼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이런 거짓 선지자 같은 사이비, 가짜들이 판을 친다.


누구나 이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가짜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처럼 이들의 뱀 같은 속삭임에 속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들의 말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속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야금야금 갉아 먹기 때문에 일 것이다.


교회나 절 같은 곳을 가는 사람들은 뭔가가 잘 풀리지 않거나 문제가 있어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자기가 좋아서 감사하고 단지 믿음 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는 사람은 극소수.. 아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거의 무언가를 이루려고 자기가 염두에 담아 둔 목적이 있어 가는 경우다.


병이 있는 사람은 병을 고치기 위해, 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사업가는 자기가 하는 사업이 번창하게 해달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종교인이 된다.


사이비들은 이런 약점들을 빠르게 간파해 자기에게 빌고 돈을 갖다 바치면 병도 고치고, 원하는 대학도 가고, 재벌이 된다고 하고 저 강대상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팔고 있는 목사의 탈을 쓴 독사의 개자식은 영생을 미끼로 사람들을 사냥하고 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할 시에는 정성이 부족해서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자기를 더 많이 믿고 떠받들고 더 많은 재산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사람들은 이 말에 혹해 가짜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속아 넘어간다.


앞에서 짖어대는 저자도 사실은 사기전과 4범의 악질 중에서도 최악질이다.


당연히 목사도 아니다.


감옥에 있을 때 출소 후 사기를 어떻게 칠 것인지 궁리 끝에 찾아낸 게 이것이다.


사이비의 사기 쇼가 마친 후 사람들에게 거둬들인 재물들을 차에 싣고 있을 때, 채 형사가 접근해 신앙상담을 이유로 숲으로 유인해 놈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찬 상태에서 뒷걸음질하다가 자빠져 발버둥을 친다.


그 모습이 꼭 땅꾼에게 잡힌 뱀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거 같다.


“데려가봤자 몇 년 살고 나와 또 이 짓을 할 건데 그냥 묻어 버리자.”


“여러분 왜 이러십니까? 전 아무것도 없는 목사입니다. 제발 저를 풀어주십시오.”


놈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저 사기꾼 새끼가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짜증을 내며 놈에게 다가가는 나를 서 반장이 막아섰다.


난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이, 사기꾼! 우리가 당신 풀어주면 당신은 우리한테 뭘 줄 건데?”


혹자는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해도 그도 사람이고 인권이라는 게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잔인하고 반인륜적 행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기꾼들은 자기가 사기 친 피해자들의 인권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사기전과 4범이 될 때까지 수많은 가정과 사업장을 파탄 내고, 자기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의 목숨까지 해하고, 심지어는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겁탈도 스스럼없이 했을 텐데, 이건 잔인하지 않고 인륜적 행위인 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아까 사람들한테서 받은 헌금을 드릴게요.”


많이 조급한 모양이다. 목소리가 더 떨린다.


“그건 널 풀어주지 않고도 우리가 충분히 가질 수 있는데, 우리가 널 풀어 줘야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봐.”


서 반장이 내 장난에 동조했다.


“저에겐 노모(老母)가 있습니다.”


순간 정적이 흘렸다.


잠시 후, 나와 서 반장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집 컴퓨터에 노모(nomo)가 있다고?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너 부모님 안 계신 거 다 아는데.”


우리가 하는 짓거리를 한심한 듯 쳐다보던 채 형사가 더는 못 참겠는지 놈의 신상을 읊어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놈이 더 간절한 목소리로 살려 달라 애원했다.


놈에게 겁을 더 주려다가 채 형사의 성화에 못 이겨 사기꾼을 체포해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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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2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2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4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6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20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1 7 11쪽
» 제7화. 사이비 +6 23.10.16 140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6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7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6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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