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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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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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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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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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DUMMY

재벌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남의 것을 뺏기 위해, 모두 다 저런 걸까. 모두가 제거해야 할 대상인 걸까.


재벌이 이렇게 잔인한 거라면 난 재벌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서 반장에게 사실을 알리고 우린 다시 채린 양의 집으로 갔다.


도착하니 현장은 벌써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집의 지하실에서 싸늘하게 식어 있는 채린 양을 발견해 응급처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범인은 채린 양의 부모.. 아니 부모 역할을 한 이복 오빠와 그 부인이었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회장이 자기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자신이 실수로 낳은 딸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이복 오빠, 즉 아들의 딸로 입적시키고, 회사 내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아들은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기로 했다.


그렇게 잘 굴러갈 것만 같던 톱니바퀴가 어느 순간 어긋나기 시작해 끝내 뒤틀러 버렸다.


이에 앙심을 품은 아들 내외가 일을 꾸민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기 전, 영상들을 다 찍어 놓고, 채린 양을 이미 살해한 뒤였다.


자식을 잃었던 경험이 있던 나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허무하게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자는 사건이 왜 이리 허술하고 어설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뭔가 거창하고 치밀한 듯하지만, 코웃음을 칠 정도로 범행이나 수사가 허무하게 끝날 때가 종종 있다.


그렇게 여아유괴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너무 어이가 없던 탓에 사진에서 봤던 최 부장이란 인물에 대해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


회장과 그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최 부장에 대해 알 것만 같았는데, 다시 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어본들 순순히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난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서장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서장실로 가는 나를 서 반장은 극구 말렸지만, 아무도 내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나를 말리다 지쳐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서 반장을 내가 붙잡았다.


“야, 혹여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해 반장인 너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친구야.”


“이 새낀 이럴 때만 친구야. 옘병할..”


우리 둘은 서장실 문을 열었다.


“강 형사가 어쩐 일이야? 서장실 오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 서 반장은 강 형사한테 끌려 왔을 테고.”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왔어요. 선배.”


“우리 강 형사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야. 그동안 잘 지냈느냐,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인사치레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저 빈말 못 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선배.”


서 반장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렀다.


“허허. 그래야 강태혁이지.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뭐야?”


난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선배, 이 사람 알죠. 최 부장이라고. 누구예요?”


나의 돌직구에 울그락불그락 하던 서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야, 너 아직도 그 사건 파고 다니냐? 이제 그만 할 때도 됐잖아!”


“선배나 이제 그만 하시죠. 언제까지 쫄아서 쉬쉬하실 거에요?”


순간 서장이 내 뺨을 후려갈겼다.


“뭐? 이 새끼야! 쫄긴 누가 쫄아! 제 마누라하고 애새끼 죽어 불쌍하다고 봐줬더니 이젠 눈에 뵈는 게 없구먼!”


앞에 있던 테이블을 뒤집어엎고, 서장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서 반장이 가까스로 나를 뜯어말렸다.


“어이, 서 한주. 넌 밑에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말단 형사 새끼가 서장에게 달려들고!”


서 반장이 서장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사과하며. 눈이 뒤집혀 미쳐 날뛰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우린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 극한직업이다.”


술잔을 내려놓고 서 반장이 말했다.


“또 뭔 시비야?”


“또라이 강태혁하고 같이 다니는 게.”


“그럼 너도 가. 안 잡아.”


“아까 서장이 말했잖아. 불쌍해서 있어 주는 거라고.”


우린 서로를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바로 그 순간 서 반장의 폰이 울렸다.


슬쩍 보니 서장이었다.


“야, 받지 마. 술맛 떨어져.”


“야, 너는 술맛이 떨어지지만, 이 전화 안 받으면 난 밥줄이 떨어져.”


서 반장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 역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서 반장도 통화를 마치고 내 옆으로 와 담배를 빼 물었다.


“그 양반 뭐라냐? 나 자르라고 안 해.”


“왜. 겁나냐? 너하고 한잔한다니까 여기로 온단다.”


“넌 왜 쓸데없는 소릴 하고 그러냐?”


“너무 그러지 마라. 그래도 지랄 맞은 네 성질머리 커버해준 건 권 선배밖에 없으니까.”


잠시 후 서장이 왔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눈을 떴을 땐, 우리 집이었다.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폰을 보니 서 반장이었다.


“서장님 돌아가셨다.”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 반장이 말을 꺼냈다.


“뭐? 이 새끼야. 다시 말해 봐!”


서 반장의 말을 듣는 순간 술기운이 싹 달아났다.


“권 선배 죽었다고! 인마! 장례식장 주소 찍어 놨으니까 얼른 와.”


비록 어제 다투긴 했어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웃으며 술을 마셨는데..


장례식장엔 동료들이 벌써 와 있었다.


부랴부랴 문상을 마치고 나오는데 서 반장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들었는데 서장실에서 자기 총으로 스스로..”


서 반장이 말끝을 흐렸다.


“뭐? 그럼 자살을 했다는 거야?”


내 소릴 듣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서 반장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더 자세하게 말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 집에 보내고 권 선배와 한잔 더 했어. 권 선배가 네 걱정 많이 하시더라. 들추지 말아야 할 거 괜히 들춰 혹여나 너까지 다칠까 봐. 그게 너한테 화를 낸 이유며, 속 시원히 말하지 않는 이유라고..”


“오지랖 넓은 양반, 지 걱정이나 할 것이지. 왜 남 걱정을 해.”


어제 서장에게 모질게 했던 게 생각나 괜히 마음에 걸렸다.


“몇 잔 더하고 우리도 헤어졌어. 그다음은 아까 말했던 대로야. 그 이상은 나도 모르긴 마찬가지야.”


“부검은 안 한 데?”


“...”


서 반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 납골당에서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가려는데 채 형사가 날 불렀다.


“여기까지 왔는데 언니는 보고 가야죠.”


사람들을 보내고 우린 자리를 옮겼다.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 속 태은이 우릴 반겼고, 양옆으로 장모님과 딸 연서의 납골함도 보였다.


채 형사는 미리 준비해온 국화를 각자의 납골함에 넣었다.


“궁금하실 거예요. 예전 화재사건과 언니의 죽음, 그리고 권 서장님의 죽음까지. 원래 아빠는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아빠는 과학자셨어요.”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태은, 채은 자매의 아버지, 즉 나의 장인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약품 같은 걸 연구 하셨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 낯선 사람들이 몰려와 아버지를 거의 납치하다시피 어딘가로 끌고 갔고, 다행히 며칠 뒤에 무사히 돌아왔지만 더는 예전에 알던 아버지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언제나 웃어 주시며 자기와 놀아 주시던 아버지였는데, 이젠 더이상 웃지도 놀아 주지도 않고 오히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셨으며, 그러다 결국 나중에는 가족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아빠가 갑자기 변해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를 회상하며 채 형사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녀의 추론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끌려가셨을 때 아마도 협박을 받으셨던 것 같다.


그들이 하는 일에 동조하지 않으면 가족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는, 왜냐면 모두가 잠든 새벽에 아버지가 숨죽여 우시는 걸 봤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들이 또 아빠를 찾아 왔을 땐 아빠가 스스로 그들을 따라갔어요. 그날 오후 엄마의 통장에는 아빠의 이름으로 거금이 들어왔어요.”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 기다렸던 아버지 대신 경찰들이 나쁜 소식을 들고 찾아 왔다.


“맞아요. 아빠의 부고 소식이었어요.”


채 형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이야기를 이어 갔다.


“경찰들 말로는 어느 연구실에서 연구하다가 알 수 없는 폭발로 인해 사고를 당하셨다고, 그 강력한 폭발로 인해 시신조차 찾을 수가 없다고 했어요. 엄마는 경찰들에게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렇게 아빠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그들이 다시 세 모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언니였어요. 언니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어려서부터 영특했어요. 저와는 달리 조기 교육으로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도 다녀 왔어요.”


비록 아버지는 세상에 없지만, 태은은 계속 노력해 고2가 되던 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외국 유명대학 아버지와 같은 대학, 연구 관련 같은 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난 오늘 처음 듣는 사실이다.


입학통지서를 받던 그 날 태은은 그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어째서 그녀의 가족에게만 그러는지. 간간이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안부만 전한 채 태은은 그날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몇 년이 흐른 후 깡마르고 누추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언니 말로는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왔다. 어서 다른 데로 피해야 한다며 몹시 불안해했어요.”


그런 언니를 보며 엄마와 그녀 또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언니는 한동안 집을 떠나 있었어요. 언니와 아빠를 데려갔던 그들이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언니의 행방을 묻는 것을 보니 언니는 안전한 것같아 마음을 좀 놓였어요.”


몇 달 만에 나타난 태은은 그전보다는 조금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그들을 피해 집을 떠나 숨어있던 언니는 우연찮은 기회에 어느 시골 전문대에 입학했다고 했어요.”


채 형사는 태은의 이야기를 이어 간다.


“대학을 졸업한 언니는 아빠의 사건을 조사하던 형부를 만나 가정을 꾸미고, 연서도 낳았어요.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던 그때, 그들이 언니를 찾아와 다시 협박했어요.”


그녀의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중단된 연구를 계속하지 않으면 남편과 딸을 죽여버리겠다고. 그 뒷이야기는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하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했고, 그들에 의해 세 사람이 살해됐다는 거였다.


채 형사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밖은 어둠이 말려 와 있었다.


서장님의 장례를 치른 며칠 뒤, 한 무리의 사내들이 분주하게 경찰서를 헤집어 놓더니 내 자리로 모였다.


리더 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자신을 경찰이라 소개하고 신분증을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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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2 23.11.02 91 7 10쪽
19 제19화. 귀신 헬리콥터(1) +2 23.11.01 88 6 9쪽
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2 7 10쪽
17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2 23.10.30 92 9 9쪽
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1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1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6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1 7 9쪽
»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4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18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29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8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5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5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3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5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6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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