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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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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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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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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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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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DUMMY

경찰서로 향하는 두 대의 차, 뒤따르던 차에 타고 있던 정 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방금 서에서 사건이 접수됐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는 사건 현장으로 갈 테니 먼저들 들어가십시오.”


“야, 너희 지금 우리 노땅이라고 왕따시키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전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당황해하는 게 보였다.


“야, 인마.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 가만히 있어도 꼰대 소리 들을 처지에 왜 그렇게 애들을 못살게 구니.”


서 반장의 꾸중 소리에 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죄송합니다. 주소 찍어 드리겠습니다.”


정 형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전화를 끊고 난 후 우린 미친 듯이 웃었다.


잠시 후 정 형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초등학교」


문자를 확인한 나는 정 형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우리가 좀, 약 올렸다고 이런 문자를 보내냐? 초등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날 게 뭐가 있다고.”


참 어이가 없었다. 아직 어린애들만 있는 곳인데.. 난 속으로 정 형사가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말하길 바랬다.


“아닙니다. ○○초등학교에서 독극물 테러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종료 버튼을 눌렀고, 서 반장은 서둘러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초등학교 앞에는 벌써 구급차와 경찰차 여러 대가 뒤섞여 있었다.


우리는 멀찌감치 차를 대고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사람, 온갖 오물을 토하고 쓰러진 사람,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운동장은 더 아수라장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교무실로 향하던 찰나 건물 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다행히 대기 중이던 소방차로 인해 큰불은 나지 않았다.


우린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폭발음이 들렸던 곳은 더 처참했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팔과 다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피로 범벅이 된 채 여러 구의 시체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상황을 수습하긴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곧 이어 감식반이 도착했고, 우리는 CCTV부터 확보했다.


CCTV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수사를 했을지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타버린 메모리카드를 복구한 후, 영상 속 인물들을 입수한 명단과 한 명 한 명 대조해 갔다.


50대 초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무어라 외친 후 손에 들고 있던 걸 땅에 던져 버림과 동시에 폭발이 일고 영상은 멈춰버렸다.


애석하게도 소리는 복구가 되지 않았기에 소리친 내용을 바로 알 수 없었고,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폭발로 인해 대부분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쳐서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영상 속 그 남자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했다.


이번 사건은 유난히 더 그런 것 같다.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어떻게 독극물 테러를 하고 폭탄을 터뜨릴 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정문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지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사건이 중대하다 보니 우리 힘으로는 역부족이고 다른 경찰서에서도 현장에 와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익은 얼굴도 몇몇 보인다.


그들도 나를 봤는지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강 형사님, 지난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저희도 제보를 받은 거라..”


지난번 권 서장 사건 때 나를 체포하려 했던 놈들이다. 생각 같아선 들이받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뭐. 괜찮습니다. 우리야, 위에서 까라면 까는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건 마무리되면 소주나 한잔 사십시오.”


대충 인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화면에서 본 살아 있는 권 서장의 모습이 생각나 그들을 살짝 떠보기로 했다.


“근데 제가 권 서장을 살해하는 장면이 페이크였다면 권 서장이 살아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제가 알아보니까 그날 총소리만 들었을 뿐, 실제로 그 이후로 권 서장의 시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의 묵직한 돌직구에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솔직히 그 이후의 일을 말씀드리자면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동료를 모함하고 범죄자로 만들려 했다고 조사도 수차례 받고 징계도 며칠 전에 끝나 이것저것 생각할 경향이 없었습니다.”


난 속으로 ‘에라 쌤통이다. 너희 그때 나한테 안 맞아 죽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아.’라고 말하고, 그들을 최대한 밝은 얼굴로 보내줬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정 형사는 뭔 일이라도 터지는가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보였다.


피해자들은 없었지만, 현장은 그때의 처참했던 사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있는 장소로 가 우리의 신분을 밝히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그때의 일을 조심스레 물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도 배달된 우유를 각 반에 나눠 줬어요.”


자신을 교사라 밝힌 여자가 대답을 해 주었다.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는 거로 봐서 그녀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우유를 마시던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며 바닥에 쓰러졌어요.”


그녀는 그때의 일이 떠올랐는지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마 이 사건이 그녀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우유에서 악취 같은 건 나지 않았나요?”


얘기를 듣고 있던 정 형사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애들이 마시던 우유를 집어 냄새를 맡아봤지만, 우유 냄새밖에는 나지 않았어요. 119에 신고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괜찮은지 살펴보려 교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터지는 바람에..”


그녀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그때 누구와 마주치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내 질문에 그녀가 고민하더니 뭔가 떠올릴 듯 이야기했다.


“그때, 교감 선생님과 마주쳤어요. 폭발이 있기 전에 교감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아주 급하게 나오셨어요.”


우린 화면 속 사내를 캡처한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맞아요. 이분이 교감 선생님이세요.”


“그때 교무실 안에서 무슨 소리 들으신 건 없으세요?”


“아뇨.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정 형사가 서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서 반장을 필두로 채 형사와 동만이, 그리고 아까 운동장에서 마주쳤던 형사 무리가 들어왔다.


“반장님 어쩐 일이세요?”


서 반장은 반기는 우리를 한 번 쓱 보더니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던 여교사에게로 다가갔다.


“우효정 씨, 당신을 ○○초등학교 독극물 테러 용의자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피의자의 진술이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며..”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동안 뭔가로 뒤통수를 세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야,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누가 나한테 설명 좀 해 주라.”


얼굴에 화상을 입긴 했어도 고운 얼굴에 상냥한 미소까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사건이 있기 두 시간 전, 업체에 직접 들러 우유를 미리 받아 갔어요. 용의자가 나오는 우유 업체 CCTV와 우유를 받아 갔다고 직접 싸인한 확인서도 증거로 확보했습니다.”


채 형사의 말이 끝나고 난 뒤, 다른 서의 형사가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인근 지역 농약사에서 농약을 구입한 내역도 확인했고, 이효정 씨 차 안에서 산 것과 똑같은 농약이 들어 있는 다량의 주사기도 찾았습니다.”


“국과수에 확인한 결과 같은 성분의 농약이야.”


서 반장이 쐐기를 박았다.


그녀는 단념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우리는 그녀를 서로 연행했다.


“왜 그랬어요?”


조사실에 마주 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따돌림을 당했어요.. 살인자의 딸이라고.. 조사해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 아버진 사람을 죽인 살인자였어요. 비록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충격적인 사실을 그녀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그걸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더 다정다감하게 다가갔어요..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저를 더 멀리 밀어내고 절 인정해 주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학부모들한테까지 사실을 알려 자신들의 자식을 살인자의 딸년에게 맡길 수 없다며 학교로 찾아와 수업시간 도중에 행패를 부렸어요.. 아이들까지 저를 무슨 괴물을 보듯 무서워하고 피해 다녔어요.. 그래서 결국 그런 일을 저질렀어요..”


난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저 혼자만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나니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까 마음먹었는데, 괜히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도, 살인자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태어나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인간 때문에 일평생 이런 수모를 당해야만 하나 화가 났어요.”


독극물 테러 사건은 씁쓸하게 매듭을 지었다.


우린 쉴 새도 없이 곧바로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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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 우리집빌런
    작성일
    23.10.30 09:19
    No. 1

    사회적 편견은 정말 없어져야해요.하지만 내 자식이 같은 상황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전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Hi에나
    작성일
    23.10.30 09:30
    No. 2

    저 역시 같은ㄴ 생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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