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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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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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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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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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8화. 엔젤 사수작전!

DUMMY

징계도 풀리고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


새 업무는 여아이돌을 경호하는 일이다.


이름 이윤정, 그룹 ‘엔젤’의 리더이며, 아이돌 활동은 물론 솔로 앨범과 연기, CF 등 여러 방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의 사생팬이 몇 년간 따라다니다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 스토킹을 하고 그녀를 괴롭히고 목숨까지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스토커가 잡힐 때까지 그녀를 보호하는 것이다.


일명 엔젤 사수 작전이다.


나와 서 반장은 소속사 대표와 로드 매니저로 채 형사는 스타일리스트로 위장했다.


정 형사와 동만이는 우리의 백업을 맡기로 했다.


엔젤의 광팬인 동만이는 몹시 좋아하면서도 가까이 갈 수 없음에 많이 안타까워했다.


채 형사는 벌써 그녀와 친해진 모양이다.


하하 호호. 내 흉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죽이 잘 맞는다.


며칠 동안 지켜본 바에 따르면 남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것도 생각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


자기 기분과는 상관없이 대중들 앞에서는 언제나 밝게 웃어야 하며, 사생활까지 공개되어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입에도 담지 못할 악플과 안티에 시달린다.


그녀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신경쇠약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깜찍한 외모와는 다르게 술과 정신과 약에 의해 억지로 버티고 있다.


술에 취한 건지 아니면 약에 취한 건지 한 날은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여자 친구 있어요? 없어요? 그럼 난 어때요?


그러면서 나에게 엉기려는 그녀의 팔을 살짝 비틀었다.


팔을 살짝 비튼 것뿐인데, 그녀가 팔이라도 부러진 듯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태에 당황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녀 옆에서 같이 울고 싶은 심정이다.


잠시 후,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서럽게 울 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연기 연습을 한 거라며 가버렸다.


참 어이가 없었다. 사내 녀석이었으면 몇 대 쥐어박았을 것이다..


왜 여자들의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녀는 며칠 후에 있을 단독 콘서트 준비가 한창이다.


수험생이 따로 없다. 아니 수험생보다 더 혹독하게 연습을 한다.


꼭두새벽에 나가서 꼭두새벽에 들어오고, 잠은 한두 시간 자는 게 전부인 것 같다.


한 사람의 팬으로 또 우리가 지켜야 할 고객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걸그룹의 리더로써 항상 빠른 템포의 밝은 노래만 부르던 그녀가 차분한 분위기의 발라드를 부르니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그래서 그녀에게 열광하는 모양이다.


「가득 찬 내 방문을 연 채로~♬ 이젠 남아 있지 않은 너의 향기~♬


가득 찬 방 안에 남지 않았는데~♬ 멍하니 앉아 천장을 보니~♬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 너와의 추억~♬ 애써 떠올린 너의 모습~♬


어느샌가 맺혀 버린 눈물방울들~♬


지나간 추억은 시간 속에~♬ 잊으면 그만인 것을~♬


난 이 기나긴 밤을 잊지 못한 채 보낼까~♬


창문으로 기다리던 어둠이 오면 어제보다 작아진 내방 안에~♬


검게 어두워진 창문에 지웠다 다시 쓴다. 널 사랑해~♬


어둠뿐인 내 맘속에 반짝이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나중에 사건이 마무리되면 싸인도 받고 사진도 좀 찍자고 해야겠다.


콘서트 당일 새벽까지도 연습에 매진하다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그날따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일을 천직으로 삼고 하다 보니 위험을 감지하는 촉 같은 것이 생겼다.


서 반장과 함께 그녀의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다.


어두운 거실을 지나 불빛이 새어 나오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욕실에서 발버둥 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욕실 안에는 검은 복면을 한 괴한 둘이 드라이기의 전선 줄로 그녀의 목을 조르며 물이 가득한 욕조 안으로 그녀를 머리끝까지 집어넣고 있었다.


우리는 괴한들을 제압했고 채 형사는 그녀에게 CPR을 실시했다.


예상은 했지만, 저항이 거세다.


그들 중 하나가 서 반장에게 몸을 날려 욕실 문을 두 동강을 내버렸다.


거실 밖으로 내팽개쳐진 서 반장은 전열을 가다듬고, 격투를 이어갔다.


밀리는 것 같던 서 반장이 자기와 격투 중이던 놈을 오피스텔 밖으로 집어 던졌다.


괴한은 깨진 유리 파편과 이 층 밖으로 떨어져 나 뒹굴었다.


서 반장 역시 아래로 뛰어내려 놈을 완전히 제압해 버렸다.


나와 대치하던 놈은 단검을 뽑아 들었고, 그 뒤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의식이 없는 그녀에게 인공호흡 중인 채 형사의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놈이 단검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안쪽 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그의 다리를 쐈다.


총을 맞고 넘어진 괴한이 몸을 돌려 채 형사에게 달려드는 순간 놈의 머리통에 싸커 킥을 해 버렸다.


그 반동으로 물이 가득 담긴 욕조 속으로 처박혀 버렸다.


“멍하게 서 있지 말고 119에 빨리 연락해요!”


채 형사의 외침에 119를 불렀고, 어느새 서 반장도 다시 돌아와 있었다.


채 형사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그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녀의 방 화장대 위에는 연예계 생활에 대한 허탈함과 콘서트에 대한 압박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유서가 자필로 쓰여 있었다.


그녀의 필체까지 흉내 내 일을 꾸며 자살로 위장하려고 한 참 치밀한 놈들이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 형사와 동만이가 그 둘을 체포했다.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놈들을 경찰서 사무실로 데려갔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그녀가 보였다.


뒷정리를 정 형사와 동만이에게 맡기고는 구급차를 따라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눈을 뜬 그녀는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로 콘서트장으로 갔다.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콘서트고, 콘서트만 기다려 준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우리는 콘서트가 한창일 때 그곳을 빠져나왔다.


엔젤 사수 작전에서 우리의 임무는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TV에는 그녀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며 그녀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어제는 술이 너무 취해서 실수했어요. 죄송해요.”


콘서트가 있기 며칠 전 그녀가 전날에 무례하게 군 일을 사과하러 찾아 왔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팔을 꺾어 죄송해요. 다치시거나 하신 건 아니죠.”


서럽게 울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나 역시 그녀에게 사과했다.


“근데 채 형사 언니와 사귀는 사이세요?”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얼굴만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맞구나. 언니도 아저씨랑 같은 행동을 했어요. 아저씨 얘기하니까 당황해하며 얼굴 빨개지고 말도 막 버벅거리고.”


그녀가 재밌다는 듯 얘기했다.


“아저씨, 언니한테 잘 해 주세요. 언니, 예쁘고, 똑똑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아무튼, 나하고는 딴 판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질투가 날 만큼 아저씨랑 너무 잘 어울려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 우리 언니 울리지 마세요. 그땐 제가 아저씨 팔을 꺾을 테니깐.”


그렇게 난 엔젤로부터 귀여운 협박을 받았다.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미소 짓고 있는데, 채 형사가 다가왔다.

“뭐 재미난 일 있어요. 왜 혼자 실실 웃고 있어요. 허파에 구멍 난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에겐 다정하고 잘 해 주면서 왜 나에게만 차가운지. 원..


오랜만에 몸을 써서 그런지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고 으슬으슬 춥기 시작한다.


몸살이 오려나 보다.


혹시나 해서 자가키트를 해봤는데 다행히 확진은 아니었다.


연신 재채기를 하는 나를 병균보균자 보듯 몸을 사리는 서 반장과 그 악당 무리들을 보니 악성 변이 바이러스 확 먹여 버리고 싶었다.


“몸도 안 좋은데 집에서 며칠 쉬면서 몸조리 잘해.”


“그래 알았어. 난 들어가서 좀 쉴게.”


병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이 동갑이고, 몸은 나보다 더 쓴 서 반장은 멀쩡한데 나만 빌빌거린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나였지만 반장이라는 짬밥은 무시 못 하는 모양이다.


남들은 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랑하는 가족이 반겨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스위트 홈이겠지만 나에게 집이란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차갑고 썰렁한 들어가기 싫은 곳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마땅히 갈 곳이 없으니 가기 싫더라도 가야 할 수밖에.


저녁은 아까 서에서 간단히 해결했고, 솔직히 입맛도 없다.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와이프가 끓여 주던 호박죽이 간절하다.


그 당시에는 그게 행복인지 몰랐다.


퇴근하며 약국에 들러 한 케이스에 이천 원 하는 종합감기약을 샀다.


비번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역시나 며칠 동안 집을 비운 탓에 냉기가 감도는 꼭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두컴컴한 적막감만이 나를 반겼다.


나를 반겨 주는 사랑하는 가족 같은 건 없었다.


불을 켜는 것조차 귀찮아 어둠에 휩싸인 거실을 탐험하다 테이블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었다.


참다못한 서러움이 폭발해 단발의 욕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방방 뛰는 걸 보니 걱정할 만큼은 아니네요.”


어둠 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채 형사였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치 죽은 내 아내가 다시 살아온 것 같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채 형사를 와락 껴안을 뻔했다.


“채 형사가 여긴 어쩐 일이야?”


그런 마음을 억누른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냥 한 번 와 봤어요. 궁금도 하고 약도 전해 줄 겸.”


여전히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그녀의 말투가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봤으니 됐어요. 그만 가볼게요. 약 잘 챙겨 먹고 그럼 쉬세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내 곁을 지나치는 그녀를 나도 모르게 와락 껴안았다.


그녀도 가만히 있는다.


“여기까지예요. 명심하세요. 우린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란 걸.”


그녀는 도도하고 시크한 채 형사로 돌아와 집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말술을 마셔도 끄떡없던 내가 고작 작은 감기약 두 알에 취해 해롱거린다.


약간 업된 기분에 살짝 설레기까지 한 게 이래서 약에 중독되면 못 헤어나오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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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2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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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1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1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6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2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5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18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0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9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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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7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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