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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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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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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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3화. 누명

DUMMY

“강태혁, 당신을 권 서장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느 틈에 내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고, 너무 황당해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이끄는 대로 동행하고 있었다.


“무슨 헛소리들이야! 강 형사가 죽이긴 누굴 죽여?”


서 반장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권 서장 사망 하루 전, 서장실에서 두 사람이 심하게 다퉜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반장님도 현장에 계셨으니 잘 아실 거 아닙니까.”


“트러블이 좀 있었기로서니 미치지 않고서야 현직 형사가 사람을 죽입니까? 그것도 자기 상관을.”


두 형사 무리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게 한순간 폭발해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강태혁 형사가 권 서장님을 살해하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그의 말대로 CCTV에는 내가 서장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이건 강 형사 집에서 찾은 마약입니다. 약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꾸 이러면 여러분 모두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상대편 형사가 하얀 가루가 담긴 봉투와 함께 약을 찾은 우리 집 사진을 내밀었다.


“야. 태혁아,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봐. 너 아니잖아.”


서 반장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게 그들은 내가 범인이라고 하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모든 증거가 조작된 것이고, 억울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내 말보다 증거들을 더 믿을 것이다.


난 순순히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좀 들렀다 갑시다.”


화장실 앞을 지날 때 내가 힘겹게 입을 뗐다.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사실 아까 서 반장이 내 팔을 잡았을 때 수갑 열쇠를 내 손에 쥐여줬다.


난 좌변기에 앉아 수갑을 풀었다.


“여기 휴지 좀 줘.”


화장지를 핑계로 나를 감시하던 놈을 내가 있는 칸의 문 앞으로 유인했다.


화장지를 건네주려 노크를 하는 순간 있는 힘껏 화장실 문을 발로 찼다.


순간 화장실 문과 함께 꼬꾸라진 그를 제치고 창문을 통해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한순간에 형사에서 도망자의 신세로 변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내 사진과 함께 내 신상이 낱낱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현상 수배를 내린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채 형사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배가 떨어진 이상 우리 집은 그들이 벌써 진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팀원들의 집으로 향하기엔 그들의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채 형사의 집으로 가니 예상대로 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야, 정 형사, 동만아. 나 체포하고 진급해야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한 농담이 오히려 분위기를 다운시켰다.


“선배님, 이 분위기 어떡하실 거예요. 너무 춥습니다.”


우리 팀 막내 동만이 괜히 핀잔을 준다.


이들은 나를 믿어주고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 주었다.


“근데 나 여기로 올 줄 알고 있었네.”


“강 형사님, 단순 무식한 거 다 아는데 뭘 새삼스레 얘기하세요.”


채 형사는 어김없이 팩폭을 날린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진지한 표정으로 서 반장이 물었다.


“글쎄, 내가 아는 사람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고, 그렇다고 엄마 집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을 마치고 나보다 더 수심에 차 있는 서 반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당신 걱정은 하지 말라고 전해 주란다. 경찰들이 와 꼬치꼬치 묻길래 전화도 잘 안 하는 놈 왜 여기 와서 묻냐며 혼을 내서 쫓아내셨단다.”


“아무튼, 우리 엄마 당차셔.”


우린 말 없이 허공만 응시했다.


“나 그냥 자수할까?”


체념한 듯 말을 꺼낸 내게 서 반장이 불같이 화를 낸다.


“무슨 헛소리야!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자수를 해? 어떻게 해서든 버텨서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지!”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신세를 지잖아.”


“선배, 무슨 말씀이세요? 억울한 누명 벗고, 신세 지신 거 다 갚으셔야죠. 전 톡톡히 다 받아낼 겁니다.”


말없이 지켜보던 정 형사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모두 고마워. 지금은 고맙다는 말밖에 해 줄 게 없네.”


동태를 살피기 위해 경찰서에 갔었던 채 형사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형부 피하셔야 해요. 아까 그 형사들이 여기에도 곧 들이닥칠 거에요.”


어찌할 바를 몰라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채 형사가 쪽지 하나를 내게 주었다.


“예전에 언니가 다녔던 시골에 있는 전문대학이에요. 다니는 사람이 없어 지금은 비어 있고, 외딴곳이라 저들이 쉽게 찾지 못할 거예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채 형사의 집을 빠져나왔다.


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 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고심 끝에 난 산을 타기로 했다.


꽤 먼 거리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12월 한겨울, 그것도 야간에 하는 산행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처참하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산길을 이제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더듬거리며 가야만 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마치 사람 비명과도 같은 고라니의 울음소리에 무언가 뒤따라 오는 거 같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거기에 금방이라도 확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한참 동안 산을 타던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도 못 피우고 겨울 외투 하나에 의지한 채 오지 않는 잠을 청해 본다.


날은 추운데 힘겨운 산행에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다.


잠깐 자는 동안 땀이 얼어붙어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눈을 뜨고 싶지가 않았다.


발로 밟힌 거처럼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길을 재촉했다.


TV에 나오는 자연인들을 보며 부러워 나 역시 언젠간 산에서 살아 볼까 생각했었는데, 이번 산행으로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몇 날 며칠 산을 헤맨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워진 지 오래된 낡은 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건물만큼이나 낡아 여기저기 솜이 삐져나온 소파 하나가 보였다.


고된 산행으로 인해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나는 소파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한참 만에 일어난 내 앞에 채 형사가 와 있었다.


“뭐하러 왔어. 이렇게 멀리까지..”


“그럼 다시 갈까요.”


일어나려는 채 형사의 팔을 끌어당기며 투정을 부렸다.


“농담이야. 처제.”


채 형사가 날 어이없게 쳐다본 후 싸 온 음식을 펼쳐 놓는다.


“며칠 동안 먹지도 못했을 건데. 드세요.”


“역시 처제뿐이야.”


괜히 채 형사를 보고 씨익 웃었다.


“반장님과 정 선배, 동만이가 누명을 벗길 증거를 찾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세요.”


난 말 없이 음식만 먹고 있었다.


“형부를 괜히 이 일에 끼어 들인 것 같아요. 형부만 곤란하게 만들어 놓고..”


“그게 무슨 소리야. 처제한테만 가족이 아니야. 나한테도 가족이야. 그리고 나 곤란한 거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잘 됐지. 오랜만에 산도 타고, 시골 공기도 마시고, 우리 좋게 생각하자.”


채 형사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저 그만 가 봐야 해요.


날 가만히 지켜보던 채 형사가 일어섰다.


“어, 그래, 음식 고마워. 잘 가.”


허름한 강의실에 또 나 혼자다.


“에이. 씨!”


괜히 짜증이 나서 먹고 있던 음식을 집어 던졌다.


나 혼자뿐인 강의실에 그릇 떨어지는 소리만 요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담배를 찾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데, 손끝에 뭔가 와 닿는다.


꺼내 보니 엄지손톱보다 작은 USB였다.


분명 내 것은 아니다.


그러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권 선배, 한주,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술을 마셨던 바로 그날, 술에 취해 해롱거리던 내 주머니 속에 이 USB를 넣던 권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이것 때문에 권 선배가 죽었구나.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 화가 나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권 선배 미안해요.”


화가 났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지금 당장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누명을 벗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 동료들이 내 누명을 벗겨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 서 반장이 동료들을 데리고 내가 숨어있는 곳으로 기다리던 소식을 들고 찾아 왔다.


동만이 제일 먼저 와 나에게 안긴다.


이번만큼은 나도 반갑게 동만이를 안아 주었다.


“이것 봐. 팀원들은 개고생하며 뺑이 치는데, 느긋하게 앉아 멍이나 때리고 있고.”


서 반장이 나에게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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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완전 범죄를 꿈꾸며 +2 23.11.03 76 6 10쪽
20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2 23.11.02 91 7 10쪽
19 제19화. 귀신 헬리콥터(1) +2 23.11.01 89 6 9쪽
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2 7 10쪽
17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2 23.10.30 93 9 9쪽
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1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1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6 10 9쪽
» 제13화. 누명 +2 23.10.24 102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5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18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29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9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5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5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3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7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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