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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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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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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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DUMMY

이 름 : 이채린(여, 6세)


유괴장소 : 집과 어린이집 사이로 추정


유괴시간 :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유괴 된지 이틀이 지남)


부 모 : 부(이기석)-30대 중반 도월제약회사 상무, 모-전업주부


그 외 : 보통 같은 또래의 여아, 몸의 흉터라던지 특이 사항은 없고,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기 위해 차를 태우는 과정에서 괴한에게 납치. 현재까지 유괴범에게선 아무 연락도 없음. 범행에 사용한 차는 대포차로 추적이 불가능하며, 괴한도 얼굴을 가린 상태라 신원을 알 수 없음.


사건 일지를 살피던 중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도월제약회사,’


태은이 아버지,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연구소가 있던 곳이다.


뭔가 촉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반장님, 더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부모를 좀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유괴사건과 더불어 오래전에 일어났던 화재 사건에 대해 실마리를 찾을 게 없나 알아보기 위해 자진해서 나섰다.


“갑자기 왜 그래? 맨날 밑에 애들만 부려 먹으려 하던 놈이. 아픈 게 다 안 나았어.”


망할 놈, 그냥 좋게 허락해 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아뇨. 아프고 나니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랄은. 갔다 와. 누가 쟤 백업 좀 해줘. 안 하던 짓 하는 게 뭔가 크게 사고 칠 것 같다.”


팀원 모두가 서 반장의 말에 납득하는 눈치다.


“제가 따라갔다 오겠습니다.”


채 형사였다.


“그래, 딴 놈들은 감당이 안 되니까 채 형사가 가는 게 맞겠다. 저거 눈 뒤집히려고 하면 가차 없이 그냥 보내버려.”


우리 두 사람은 유괴된 아이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상당한 재력가였다.


제약회사 연봉이 세다는 말은 들었지만 30대 중반의 상무치고는 과분한 듯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재벌 집이었다.


“조부께서 선대 회장이셨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회장이시고, 다음은 제가 물려받을 예정이고요.”


자식을 유괴당한 부모치고는 여유로운 것 같다.


밤사이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나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었다.


근데 알 수 없는 뭔가 찜찜한 게 있다.


나도 예전에 딸을 유괴당해 봐서 누구보다 그들의 심정을 잘 아는데, 마치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다.


간절함!


이들에게선 간절함을 볼 수가 없었다.


질의응답을 하는 내내 딸을 유괴당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했고, 여유까지 느꼈다.


원래 내 자식이 유괴를 당하면 혹여나 잘 못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어야 정상인데, 이들에게선 그걸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재벌들은 원래 그런 건가. 자식을 잃어버려도 티를 내지 않고, 그럼 나는 재벌이 아님을 감사해야겠다.


화재 사건에 대해 전해 들은 게 없나 물어보려다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놈들한테서 연락이 오면 저희에게 바로 알려 주십시오.”


채 형사가 대신 인사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거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지나치는데, 한 사진 속 인물에 시선이 멈췄다.


예전에 권 선배와 서장실에 불려 갔던 날, 서장실에서 봤던 바로 낯선 그 남자였다.


“선배, 뭐해요? 어서 가요.”


채 형사의 성화에 궁금증만 남긴 채, 빠져나왔다.


잠깐 있다 나온 거 같은데 시간이 꽤 흘렸다.


채 형사를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다.


채 형사는 아직도 처가에 살고 있다.


“라면 먹고 갈래요?”


오면서 아무 말이 없던 채 형사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라··· 라면.”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시고요. 생각 없으면 그냥 가시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호박죽 이후로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이상한 생각은 무슨, 라면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채 형사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여긴 그대로네.”


지금이라도 ‘장모님, 저 왔어요.’ 하면 ‘우리 강 서방 왔는가.’ 하고 나와서 반겨 주실 것만 같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시고 가만히 앉아 계세요.”


“내가 만지면 뭐 망가져. 맨날 아무것도 만지지 말래.”


투덜거리다가 하마터면 테이블 위에 있던 꽃병을 깰 뻔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얌전히 앉아서 라면이 나오길 기다렸다.


강 형사가 라면 냄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와~ 처제, 아직 내 식성 안 까먹었네. 라면은 살짝 덜 익은 듯 꼬들꼬들한 게 맛있지. 잘 먹을게.”


채 형사가 맥주잔 가득 소주를 채우고 내 앞에 앉았다.


“처제는 안 먹어?”


“저는 별로 생각이 없어요. 형부나 많이 드세요.”


그러곤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겉으로는 애써 씩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처제 역시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제 처제도 다 컸네. 소주도 마실 줄 알고. 처음 봤을 땐 젖비린내나는 애였는데, 이제 시집가도 되겠어. 우리 처제 시집갈 적엔 식장에 내가 손잡고 같이 들어가 줄게.”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던 말이 더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전 시집 안 갈 거예요.”


“처제도 나한테 반했구나. 하긴 나 같은 남자도 드물지.”


어색한 데다 서먹하기까지 하다.


“벌써 시간이 저렇게 됐네. 잘 먹었어. 처제, 그럼 내일 봐.”


딴청을 피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선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형부, 잠깐만 이리 와 보세요.”


채 형사가 나의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끌어들였다.


채 형사의 이끌림에 방으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다.


방안에는 화재 사건에 대한 수사자료가 가득 차 있었다.


“형부도 눈치챘겠지만 도월제약회사, 화재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더불어 엄마, 언니, 연서 세 사람의 죽음까지도요.”


“역시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었군. 그 운전자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일 년도 되지 않아 출소하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아마 그 운전자도 입막음하기 위해 누군가가 죽였을 거야.”


의문점이 많은 사고였기에 조사하려다 사적인 일을 공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 나름대로 오랜 시간 수사를 진행했는데, 경찰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사건이라 알아낸 게 별로 없어요. 겨우 알아낸 게 정부 고위직과 연관이 있다는 거예요.”


채 형사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을 본 나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부도 아는 사람일 거야 믿었어요.”


“나도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고, 예전에 얼굴 한 번 본 것뿐이야. 아버지 화재 사건을 조사하려다가 외압 때문에 그만둔 적이 있는데, 아마 이 사람 때문 같아.”


권 선배와 서장실에서 봤던 의문의 그 남자다.


“그리고 오늘 이기석 상무 집 거실에 걸려 있던 사진에서 보시고요.”


채 형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름은 모르고, 최 부장이라고 불린다는 것만 알아요. 브로커라는데 무슨 브로커인지는 조사 중이에요.”


“최 부장에 대해서는 내가 조사할게. 이 자에 대해 알만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


최 부장 사진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조심하세요. 형부 목숨까지 위험해 질 수도 있으니. 자세한 건 나중에 다 말씀드릴게요.”


채 형사가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나야 뭐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처제나 조심해.”


애써 웃어 보이며, 경찰서로 향했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사무실에는 나머지 서 반장을 비롯하여 나머지 팀원들이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놈의 자식들! 이 형님이 통닭 사 왔다. 야식들 먹고 해.”


술 생각이 절실했지만, 언제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올 줄 모르는 비상 상황이기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서 반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한주야, 너 혹시 최 부장이라고 들어봤냐?”


그의 사진을 보여 주며 물었다.


“아니. 최 부장이 누군데?”


“우리 장인 화재 사건하고 연관된 인물이야.”


서 반장이 화들짝 놀란다.


“야, 서장님 아시면 또 어떡하려고.”


“어, 그 양반은 알고 계시겠지. 출근하면 한 번 물어봐야겠네.”


매우 걱정하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에이, 농담이야. 농담. 너무 걱정하지마.”


그 순간 허겁지겁 달려오는 동만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동만아. 너 혹시 우리 먹을 통닭까지 다 먹은 건 아니지.”


동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그게 아니라. 전화가 왔어요. 전화가. 유괴당한 아이의 집에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사무실로 달려갔다.


전화를 한 건 아이의 엄마였다.


“유괴범들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통화를 마친 우리는 아이의 집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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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2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4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6 6 9쪽
»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20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1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9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5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7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6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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