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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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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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글자수 :
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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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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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4화. 불효자

DUMMY

봉투 안에는 그동안 나왔었던 증거들이 모두 조작이고, 현상 수배를 해제한다는 영장이 들어 있었다.


이걸로 내 혐의는 완전히 벗을 수 있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 가면 몸보신부터 시켜야 하겠다. 애 피골이 상접해 못생긴 얼굴 더 못 생겨 더는 못 봐주겠다.”


그리웠던 서 반장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팀원들과 잡담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울 엄마, 촌구석에 계시면서 아들 누명 벗었다는 소식은 또 언제 들으셨데.”


“강태혁 형사님 되십니까?”


내 기대완 달리 전화기 안에서는 남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전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김순경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순경이란 말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는 서 한주 반장이라고 합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낌새를 눈치챈 서 반장이 내 손에 있던 핸드폰을 낚아챘다.


“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서 반장이 아무 말 없이 먼 곳만 응시하다 한참 만에 입을 뗐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지.”


“무슨 일인데 이렇게 뜸을 들이고 그래? 속 시원하게 말 좀 해봐.”


나의 재촉에도 서 반장은 다시 입을 닫았다.


전화해 다시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럴 용기가 나지가 않았다.


휴게소에 도착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서 반장만 쳐다볼 뿐이었다.


“태혁아. 어머니 돌아가셨단다.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서 그만..”


서 반장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충격을 받은 우리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 형사에게서 운전대를 넘겨받은 서 반장이 차를 돌렸다.


사이렌만 요란하게 울릴 뿐 차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나 도저히 엄마 볼 면목이 없네. 한주야, 부탁 좀 하자.”


시체 안치소에 도착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서 반장에게 맡기고, 정 형사, 채 형사와 함께 사건 현장인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쳐 놓은 폴리스 라인을 신경질적으로 걷어 냈다.


집 안에서 순경 하나가 우리에게 와서 인사를 한다.


“강태혁 형사님 되시죠. 전 아까 전화 드렸던 김순경입니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상황을 말해 주듯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김순경이라고 그랬나. 현장 검증은?”


“네. 현장 검증 다 마쳤습니다.”


내 질문에 군기가 바짝 든 듯 김순경이 대답했다.


“야, 정 형사, 여기 뭐 닦을 것 좀 찾아와 봐.”


손과 옷에 피가 잔뜩 묻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가 닦겠습니다. 선배님.”


잠시 후 걸레를 정 형사가 걸레를 들고 왔다.


“우리 엄마 핀데, 그냥 내가 할게.”


정 형사에게 걸레를 건네받았다.


“정 형사, 아직 부모님 살아 계시지. 잘 해 드려. 지나고 나서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방을 어느 정도 치우고 나니 서 반장과 동만이 왔다.


“너 이러고 있을 줄 알고 어머니 화장해서 보내드리고 왔다. 너한테 말 안 하고 내 멋대로 처리해서 미안하다.”


서 반장과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웠다.


“내가 미안하지. 내가 해야 할 걸 너한테 미뤘는데. 그리고 너도 친아들이나 마찬가지지 뭐. 고맙다. 한주야.”


서 반장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이놈은 꼭 잡자.”


어느새 나머지 팀원들도 곁에 와 있었다.


“반장님, 이제 지시를 내리시죠.”


우리는 서 반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젠 특별히 지시하지 않아도 자기 맡은 바 소임을 다 한다.


우선 정 형사와 동만이는 관할 파출소에 들러 사건에 대해 더 알아보러 갔고, 나와 채 형사는 사건이 발생한 날 혹시라도 있을 목격자를 찾기 위해 탐문 수사를 이어 갔다.


CCTV는 말할 것도 없고, 한밤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시골에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목격자를 찾는데 난항이다.


우리는 우선 인숙이 아줌마를 찾아갔다.


예상대로 우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통곡하기 시작하셨다.


“아이고.. 우리 성님, 불쌍하고 원통해 어떡해.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으셨는데 어째 이런 일이...”


채 형사가 간신히 진정시켰다.


“아줌마, 사건 당일 뭐 보신 거나 들으신 거 없으세요?”


내 물음에 아줌마는 뭔가 기억난 듯 말문을 연다.


“잠결에 옆집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난 또 자네가 온 줄 알았지. 그게 그 소리였구먼. 에구. 어떡해. 내가 그때 나가 봤어야 했는데.”


겨우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인숙이 아줌마를 만나는 사이 서 반장은 마을 이장님을 만나고 있었다.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안됐어. 장례 없이 바로 화장하고 끝냈다고. 김순경한테 들었어.”


말을 마친 이장님이 먼 산을 바라본 뒤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네.. 뭐.. 좋은 일도 아니고..”


서 반장이 말끝을 흐렸다.


“평소 마을에서 수상하다거나 그런 사람은 없었나요?”


“한 사람 있긴 한데. 아마 한 달 반쯤에 외지에서 이사를 왔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얼굴도 험악하고, 집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고. 한번은 괜히 말을 걸었다가 네가 뭔 상관이냐며 날 죽일 듯 달려들어 난리도 아니었어. 결국엔 김순경까지 오고 그랬어.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론 더 보이지 않는 거 같네.”


우리는 이장님에게서 그자의 집 위치를 확인한 후 그곳으로 향했다.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나와 주십시오.”


몇 차례 불러 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확인하니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수사를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야반도주한 듯 급하게 짐을 챙겨 간 것 같다.


우린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궁이에서 타다 만 피 묻은 옷가지들이 나왔다.


그것들을 수거해 국과수에 보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이 근처에 숨겼을 것 같은데.. 옷을 급하게 태우고 확인도 하지 않을 걸 봐선 땅을 파고 하진 않았을 거야.”


서 반장이 혼잣말하듯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범행의 증거를 찾기 위해 우린 모두 혈안이 돼 있었다.


마당을 둘러 보던 중 화장실에서 시선이 멈췄다.


“사람 부를까?”


낌새를 눈치챈 서 반장이 물었다.


“사람 부르고 할 시간 없어. 저거 허리 높이 밖에 안 와. 내가 전에 빠져 봐서 알아.”


난 서둘러 신발과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다.


“너 진짜 들어갈 생각이야?”


“뭐 뾰족한 수도 없잖아.”


말로는 걱정하는 척 크게 말리지는 않는다.


난 마스크와 빨래집게로 코와 입을 대충 막고 푸세식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재래식 화장실 특유의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진 것 같다.


목을 최대한 쭉 빼고 그 밑에까지 손을 뻗었는데 손끝에 다른 무언가가 닿는 게 느껴졌다.


그걸 집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더 숙이는 바람에 턱까지 물컹한 것이 묻었다.


손으로 더듬거리다 마침내 그것을 들어 올렸다.


오물이 잔뜩 묻은 식칼이었다.


그걸 들고 화장실을 빠져나와 뒷수습한 뒤 칼에 루미놀반응이 있는지 봤다.


역시나 오물들에 씻겨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혈흔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과수에 긴급 의뢰한 결과 엄마를 찌른 칼이 맞았다.


용의자는 전입 신고도 하지 않아서 신병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급하게 도주하면서도 집에다가는 지문이나 흔적이 될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았다.


매우 허술하면서도 매우 치밀하다.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칼 손잡이에서 어렵게 지문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린 그 지문을 전과자들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범인이라 부르고 싶지만, 아직 범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 당일 새벽에 버스터미널에서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찾았다.


그걸 토대로 우리는 본격적인 용의자 체포 작전에 들어갔다.


놈의 부모가 있는 주거지와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 잠복했지만, 놈은 쉽게 몸을 노출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내연녀를 찾아 설득해 놈이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린 서둘러 밀항하기로 한 장소로 가 잠복 끝에 놈을 체포할 수 있었다.


칼을 들고 자해를 하겠다며 격하게 반항을 하다가 독기 서린 내 얼굴을 보고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아마도 사건 당일 집에 있던 내 사진을 본 모양이다.


또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사건을 마무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건을 해결했다는 성취감보다는 말로는 표현조차 힘든 묘한 슬픈 감정이 생긴다.


특히나 이번엔 그 슬픔이 더 크다.


동료들을 뒤로 한 채 홀로 엄마가 계시는 시골로 향했다.


엄마의 집으로 갔지만 나를 반겨 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싸늘하게 식어 있는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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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완전 범죄를 꿈꾸며 +2 23.11.03 76 6 10쪽
20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2 23.11.02 92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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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4 7 10쪽
17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2 23.10.30 93 9 9쪽
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1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1 8 9쪽
»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2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5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19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0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9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5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5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3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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