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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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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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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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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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DUMMY

대부업체 사장에게 우리가 수사하는데 협조하면 정상참작을 해 형량을 줄여 주기로 딜을 했다.


물론 그런 건 없다. 우린 수사를 위해 때론 이런 회유책을 쓰기도 한다.


일단 내가 그들과 접촉하기로 했다.


대출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쫓기다 사장에게 붙잡혀 신체 포기 각서를 쓰고 장기밀매 업자에게 넘겨진 시나리오를 짰다.


누구를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나와는 달리 모두 내가 제격이라고 나를 지목했다.


내 자체가 삶에 찌든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나. 그렇지 않아도 솔직히 내가 하려고 했다. 자칫 목숨까지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후배들이나 서 반장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태혁아. 걱정하지마. 우리가 항상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 믿어.”


“어휴, 당연히 너희 믿지. 한주야, 위험한 상황에서 나 안 구해 주면 저승 혼자 안 간다. 여기 있는 너희 싹 다 데려갈 거야.”


걱정하는 팀원들을 안심시키려 괜한 너스레를 떨었다.


드디어 D-day, 난 업체 사장에 의해 밀매 업자에게 넘겨졌다.


“저기요. 근데 건강진단서는 필요 없으신가요?”


내 질문에 중간급으로 되어 보이는 사내가 귀찮다는 듯 답을 주었다.


“그딴 거 필요 없어.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꺼내 보고 우리가 판단하니까. 어디 한군데가 망가졌어도 싱싱한 부분을 떼다 팔면 되니까. 그래도 마진이 남으니까. 우리로선 손해 보는 건 없어. 이 눈깔 하나만 떼다 팔아도 제법 쏠쏠하거든.”


그렇게 말한 후 희번덕거리며 웃는 그 녀석의 죽빵을 날려 버리고 싶었다.


그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씌운 후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갔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폐건물은 짓다 만 창고 같기도 하고 버려진 축사 같기도 했다.


안에서는 병원에서나 맡을 수 있는 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들의 이끌림 대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술용 침대가 놓인 방이 보였다.


그 방으로 들어가라고 누군가 내 등을 떠밀었다.


방안에는 침대 말고도 수술을 하기 위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웃통을 벗고 누워.”


그들의 말대로 윗도리를 벗고 침대에 누우니 수술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마취제는 놔 드릴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야.”


바늘이 꽂힌 링거병에 마취제가 섞이고, 내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강태혁 형사님, 여기서 다시 만나는군요. 지금은 당신들의 수작에 당해주지만, 다음번에 만날 땐 강 형사님의 목숨은 제 겁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내가 찾고 있던 베일에 싸인 최 부장이란 것을.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거 같은데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에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그들 사이로 서 반장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몸을 일으킨 후 내 몸을 더듬거렸다.


다행히 내 장기를 빼내기 전에 상황이 종료된 모양이다.


“태혁아, 수고했다. 너 때문에 이놈들 다 잡을 수 있었다.”


“최 부장은? 잠들기 전에 최 부장을 본 거 같아.”


“애석하게도 우리가 왔을 땐 그 최 부장이란 자는 없었어.”


서 반장이 나에게 담배 한 대를 권했다.


이로써 우리 내부에 그들과 내통하는 자가 있는 게 분명해졌다.


어쩌면 경찰서 내에 있는 모두가 그들과 한통속일지도 모른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어지러운 내 머릿속만큼이나 혼란스럽다.


“근데 최 부장은 왜 저놈들한테 미리 안 알려 줬을까?”


“그가 생각하기에 저들은 이제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이참에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우리한테 던져 줬을 수도.”


경찰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서 반장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에 도착한 나는 모두의 만류에도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징계 먹을 각오를 하고 아까부터 꼭 하고 싶었던 그놈들을 발로 자근자근 밟아 버렸다.


내 성질을 아는 동료들은 굳이 나를 말리려 하지 않았다.


미리 잡아두고 있던 대부업체 사장과 장기밀매 업자를 대질시키니 투견장의 개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며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누가 더 센지 여기서 끝장을 한번 볼까. 어때 연장 하나씩 쥐여줘!”


나의 말에 조사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조사하기 전 내가 먼저 기선을 제압한 탓에 여느 때보다 순조로운 조사가 이루어졌다.


워낙에 점조직으로 되어 있기에 최 부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고 며칠 후 나의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형식적인 심문 절차가 진행된 후 사고뭉치인 요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위원장 대부분이 사고만 치는 나를 더 이상 봐줄 수 없으니 파면하자는 의견을 냈고, 서 반장은 나를 변호하기 바빴다.


“강 형사가 또 한 번 사고를 친다면 그땐 저도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겠습니다.”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장 서장이 경찰 배지를 떼어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저 역시 그만두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서 반장도 장 서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분명 조금 전까진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몸 여기저기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세 사람은 그렇게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두 사람의 뜻은 받아들여졌지만, 징계가 필요했던 위원회는 우리에게 3개월 감봉이란 징계를 내렸다.


두 사람에게 감사함을 내색하기도 전에 사건이 또 터졌다.


서울 인근에 있는 폐가에서 여러 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공포 체험을 주 콘텐츠로 하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채널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흉가로 소문이 자자한 그 폐가를 찾았다.


영상을 한창 찍고 있던 도중 안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방 한가운데 가지런히 누워있는 시체 세 구와 천장에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폐가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하니 온갖 소문이 다 돌았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그 사람들을 죽였다. 아니다. 그들은 이미 몇십 년 전에 죽었는데, 시체가 썩지 않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발견이 되었다. 야밤에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그 시체들이 돌아다니는 걸 봤다. 등 전부 조사해 볼 가치도 없는 헛소문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사건 현장을 살펴보니 바닥에 있는 세 구의 사체의 목에도 교살의 흔적이 보였고, 주변에 유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은 노파였는데, 몇 년 전 앓고 있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집은 자식들은 외국에 있기에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것이다.


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호사가들에 의해 그 집은 평범한 가정집이 한순간에 흉가로 변하고 말았다.


그 집에는 그 다섯 구 말고도 집 안 구석구석에 여러 구의 사체가 더 나왔다.


우린 그것들을 부검센터로 옮겼다.


보통은 검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에서 대기하는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있고 해서 임시로 그 집에 수사본부를 차렸다.


수사본부라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다 망가진 책상 하나 주워다 놓은 게 전부이다.


마침내 부검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사인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타인에 의한 교살이 맞았다.


“근데 또 한 가지. 누군가 몽둥이나 채찍 같은 거로 때리고 칼로 상해를 입힌 흔적도 있어.”


부검센터장의 소견이었다.


피해자들의 신원은 밝혀졌는데, 사는 곳, 직업, 나이 모두 다르고 딱히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정신병력이 모두에게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신과 치료 한 번쯤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당장 나조차도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으니 특이하다고 할 수가 없다.


거기다 병원도 다 달랐다.


“신병이에요.”


피해자의 집에 갔다 온 채 형사가 들어오며 외쳤다.


“다른 피해자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신병을 앓고 있었답니다.”


채 형사 뒤로 정 형사와 동만이 들어오고 있었다.


“피해자들 모두 박보살이라는 무당에게 눌림 굿을 받는다고 집을 나간 다음,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눈 밖에 있어 보이지 않던 서낭기가 창문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무당집으로 향했다.


대문밖에는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려고요. 박 보살님.”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팽개치고 산 쪽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걸 본 채 형사가 재빠르게 제지했다.


채 형사의 기세에 눌린 박보살이 모든 걸 단념하곤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건의 전말은 박보살이 정신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나오는 사람 중 한 명을 골라 허구가 들려서 그런 것이다. 내가 그 허구를 없애 주겠다며, 재산을 빼앗고 굿을 핑계로 피해자를 구타하고 결국에는 목을 졸라 살해한 후 비어 있는 집에 시체를 가져다 놓은 후 흉가로 소문을 내 아무도 그 집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나중에는 불을 질러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었다.


그녀의 집에서 범행에 사용한 피해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밧줄이며, 흉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추후 조사한 결과 그녀는 진짜 무당도 아니었고, 여자 혼자서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목매달고, 옮기고 했을 리 없다고 판단해 추궁한 결과 나머지 공범들도 검거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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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완전 범죄를 꿈꾸며 +2 23.11.03 76 6 10쪽
»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2 23.11.02 93 7 10쪽
19 제19화. 귀신 헬리콥터(1) +2 23.11.01 89 6 9쪽
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4 7 10쪽
17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2 23.10.30 93 9 9쪽
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2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1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2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6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19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0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39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5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6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4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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