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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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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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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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독(毒) (1)

DUMMY

성채는 깨어났다. 주변은 고요했다.


“···.”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긴 잠에서 깨어난 것같이 몸이 무거웠다. 아니, 정말로 오랫동안 잠든 것 같다. 성채는 그것을 천장의 모양을 보고 알았다.


‘집이··· 아니야.’


성채는 놋으로 된 종을 집기 위해 머리맡으로 팔을 뻗었다.


‘없어.’


성채의 침상 머리맡의 작은 탁자엔 몇 가지 물건이 거의 항상 준비되어 있다. 작은 놋쇠 종, 금으로 된 촛대, 세필과 손바닥만 한 종이 몇 장, 설총이 직접 만들어준 사슴 장식 벼루와 먹, 간단한 화장도구들까지.


사실 성채는 아직 화장을 배운 일도, 누군가 화장을 해준 적도 없었기에, 그중 화장도구들은 2년쯤 지났지만, 아직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물건들이다.


이 용도 불명의 화장도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물건들은 성채에겐 생활필수품이었다. 말을 못 하니 놋쇠 종이 있어야만 기척을 낼 수 있었고, 지필묵이 있어야만 의사소통이 되었다.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지만.


‘오라버니···. 득구···. 아무도 없어···?’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있어 본 일은 처음이었다. 보통 성채가 잠에서 깨어날 때쯤이면 설총이 먼저 와서 아침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쭉 그래왔으니, 성채로선 생경한 경험이다.


지끈!


몸을 일으키려 하자,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다. 아니, 실제로 찢어진 것 같다. 오른쪽 눈은 감은 채로 뜰 수가 없다. 두려울 정도로 아팠다.


또르륵,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프고, 또 무서운데 아무도 곁에 없다는 사실이 성채를 더 힘들게 했다. 껑껑 물고 늘어지는 고통이 팔다리를 얽어맨다.


‘여긴 어디···?’


고통이 짙어질수록 공포도 그 색을 덧씌워갔다. 아직 오후의 햇살이 남아 창밖에서부터 금색 광선을 비추고 있지만, 저것마저도 붉은 핏빛으로 보일 정도였다. 한참을 소리 없이 서러운 눈물만 뚝뚝 흘리던 중, 매캐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독?’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가 또 왕창 눈물을 쏙 뽑아냈다. 독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지만, 잘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몇 번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였다.


‘약···. 약을 달이는 냄새.’


성채는 안 먹어본 약이 없다. 물론 과장이지만, 남들이 평생에 걸쳐 먹을 약을 12년 만에 먹은 것은 사실이다.


‘약, 약방?’


거기까지 떠올리자 희미한 기억 속에 득구와 가끔 지나치던 홍 의원이 떠올랐다. 뭉툭한 주먹코에 홀아비의 긴 밤을 술로 지새우느라 늘 코가 빨갛고 적당히 앞머리가 벗어져 재미있는 얼굴의 의원이었다.


겉모습으로는 믿기 어렵지만 심지어 장필, 종칠과 동년배란 이야기도 들었다.


이곳이 홍 의원의 약방이란 확신이 들자, 두려움의 색깔이 조금 옅어졌다. 물론 고통은 여전했지만, 공포라는 그림자를 걷어내자 호기심이 그 자리를 대신 메웠다.


‘문이···.’


장지문이 걸레처럼 대롱대롱 달린 것이 보였다. 득구가 걷어찼을 것이다. 안 봐도 척이었다.


슬그머니 자신을 들쳐 안은 득구의 팔이 기억나는 것 같았다. 잠시나마 고통 대신 부끄러움이 뺨을 당겼다. 성채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이쿠야! 아직 움직이시면 안 돼요!”


홍 의원의 목소리다.


“아직 움직이면 큰일 난단 말입···응?”


홍 의원이 성채의 맥을 짚어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요래조래, 다시 팔목을 되짚어보고, 팔목 위로 수태음폐경의 혈들을 짚어보던 홍 의원은 중부혈에 이르러 휘둥그렇던 눈이 아예 달걀만 해졌다.


“이게, 왜 이런 겨···? 이상허다···?”


머리에 칼을 맞은 열두 살짜리 소녀가 일주일 만에 눈을 떴다. 고작 일주일이 뭔가? 즉사하지 않은 것이 신기한 중상이었는데.


“근데 왤케 멀쩡한 겨···?”


홍 의원은 침과 함께 의구심을 꿀꺽 삼켰다. 성채가 멀쩡히 뜬 한쪽 눈으로 홍 의원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 * *



“미친개. 미친개. 미친개. 미친. 개? 개. 개. 미칮, 미친개. 개. 미친. 미친. 미친개. 미친개. 미친개. 미친개. 미? 친개. 미친. 미친. 개. 개. 개. 개. 개···. 미친개.”


미친개는 죽여야 한다. 어떻게? 아, 마침 좋은 약을 하나 알고 있다. 미친개에겐 매가 약이다. 그래, 미친개는 매로 때려죽여야 한다. 죽을 때까지.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려야지. 뼈가 다 부서지고, 근육과 피부가 다 터져서 핏물만 남을 때까지.


육포가 될 때까지 때리고 또 때려야지. 개가 죽을 땐 깨갱, 소리를 내면서 죽는다. 주인을 몰라보는 개는 마땅히 죽여버려야 한다. 목을 뎅겅, 베어서 죽이고, 머리를 콰직, 박살 내어 죽이고, 온몸의 뼈와 살을 써걱써걱, 낱낱이 발라내어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야···.


“약이든 독이든 써서 고쳐내 보란 말이다!! 네놈이 그러고도 의원을 자처하느냐?!”


독? 그거 좋다. 미친개에게 독을 먹여서, 독살을 시켜버리는 거다. 놈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아래로는 썩은 내가 나는 내장을 쏟아내며 죽게 될 것이다. 그래, 아주 꼴좋다. 독, 독, 독을 구해야지. 어디서 독을 구해? 어디서? 어디···. 천중. 천중이라면 간단히···. 천중?


“천중. 천중을 찾아야 해.”


지금 당장, 미친개를 죽일 수 있는 약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약을.


진여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놀란 토끼 눈으로 자길 쳐다보는 두 사람에게 씩, 웃어준 진여송은 문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독! 독! 도오옥!”



* * *



“자, 잡아! 잡아! 녀석을 잡으라고!”


당황한 진량이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의원은 물론이고 호위들조차 진여송의 움직임을 놓쳐 버렸다.


“이 무능한 놈들!!”


진량은 당장이라도 호위들의 목을 치고 싶은 심정을 불처럼 토해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는 놈들이었는데, 한현보에 다녀온 이후로는 저잣거리 왈패만도 못해 보인다. 저런 놈들을 호위라고, 내 목숨을 맡기고 살았다는 건가?


“이···익!”


진량은 이를 갈면서 문을 나섰다. 못난 아들놈 때문에 또 골머리 썩을 것에 미간을 부여잡은 진량은 의외로 자신의 고민이 간단히 해결된 것을 발견했다.


“으풉···.”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갔던 진여송은 웬 여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면사로 얼굴을 가린, 정체 모를 여인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

“진 대인 되시는지요?”


진량이 정체를 캐묻기도 전에, 여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인은 숱하게 쓰인 말로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라는 그 표현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 탓인지, 면사 뒤로 감춘 얼굴도 무척이나 빼어나 보였다.


“누구···신가?”


진량은 경계하며 물었다. 여인은 얼굴을 반쯤 가린 면사 위의 두 눈을 초하룻날의 달처럼 구부렸다.


“소첩이 올 것을 천가방주께 듣지 못하셨는지요?”

“그게···.”


가만히 되짚어보니, 천중이란 놈이, 진여송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보낸단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이 여인은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다. 천중 따위와 알고 지낼 사람으로는 느껴지진 않는다.


“놈은···. 그냥 왈패 놈인 줄 알았는데.”

“왈패라니요? 후후, 강호에는 은인자중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사옵니다. 천가방주는 그런 이들 중 하나였을 뿐이지요.”

“···그런 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진량이 시큰둥한 어조로 대꾸하자, 여인은 부드럽게 굽은 눈매를 유지한 채 진량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인께서는 대인의 귀하신 옥체와 아드님을 이런 저잣거리 한가운데에 세워두시려는 것이옵니까? 안으로 드심이 어떠하신지요?”

“···.”


진량이 말없이 먼저 안으로 들었다. 여인은 진여송의 손을 잡고 그를 따라 의원 안으로 들어갔다. 여인의 손아귀에 잡힌 진여송은 조금 전까지 일으키던 발작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얌전히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해서.”


진량은 얌전해진 진여송과 여인을 번갈아 쳐다보다 간신히 말문을 떼었다.


“자네는 누구신가?”

“소첩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신지요?”


진량은 왈칵, 성을 내려다 한 번 참았다. 비단, 여인의 미모가 탁월해서만은 아니었다.


오랜 관직 생활을 통해 다져진 직감으로, 이 여인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묘한 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로 날 찾은 겐가?”

“그야, 이런 상황에서 대인을 찾아뵈올 일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오직 대인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충심, 그 외에 무엇이 있겠사옵니까?”

“충심이라.”


진량은 탐탁지 않은 눈으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이 여인도 우거 선생과 관련 있는 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천가방의 천중은 믿을 수 없는 자다. 아니, 믿어서는 안 될 자다.


강호의 오랜 격언을 따르면, 강호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노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여자라 하였다. 특히, 가장 위험한 자들이 바로 여인, 그중에서도 미녀란 족속이다. 미녀는 아주 가볍게, 사내의 방심을 뒤흔들고 그 인생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만약, 천중 그 천하고 돼먹잖은 놈이 불순한 목적으로 이 여인을 보낸 것이라면···?


“나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경을 치르기 전에, 바른말로 고하는 것이 네 신상에 좋을 것이다! 너는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날 찾았으며··· 천가방주와는 어떤 관계인지 낱낱이 고하거라!”

“어머, 경을 치다니요. 그 무슨 두려운 말씀을···.”

“어허, 네 이년!”


챙!


진량이 검을 뽑아 들고 호통치자, 여인은 놀랐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러 하는 연기라는 것을 진량도 모를 수 없었다. 이 여인은 명명백백히 장난스러운 태도로 진량을 능멸하는 중이었다.


“감히, 대명군의 정천호인 나를··· 능멸할 셈이냐?!”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대인. 대인께서는 고정하시옵소서. 소첩은 이미 다 말씀을 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천가방주의 일로, 대인을 찾아뵈었다고 말이옵니다.”

“이 년이 정녕···!”


진량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여인은 답을 하는 대신, 실수를 빙자해 면사를 떨어뜨렸다. 여인의 맨얼굴을 목도한 진량은 두 눈을 홉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던 탓이다.


“하아, 대인. 처음 보는 소첩을 이리 박대하시니··· 소첩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여인은 진량의 곁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오는 여인의 걸음에, 진량은 저도 모르게 몸을 사리며 물러섰다.


“소첩이 혹, 대인을 두렵게 하였나이까? 소첩이 무엇을 하여야 대인께서 마음을 놓으실 수 있을지, 부디 소첩에게 하교(下敎)하여 주시옵소서.”


여인의 입술이 마침내 진량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여인의 숨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서자, 진량은 이전부터 느껴지던 미묘한 압박감이 자신의 전신을 옥죄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전신을 결박당한 것과 같은 그 느낌.


“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이, 이 나를 능멸하려는···.”


그 순간, 여인이 홱, 돌아섰다. 그와 함께 진량을 옥죄던 압박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고정하시옵소서. 소첩은 천가방주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간신히 위엄을 되찾은 진량이 묻자, 여인은 떨어진 면사를 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소리만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바른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네년의 목을 칠 것이다!”

“후후. 그리 성급히 굴지 마시옵소서.”

“이리 수상한 자를 눈앞에 두고 내 어찌 성급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대인께선 천가방주에게서 어떤 이름을 듣지 않으셨사옵니까?”

“···.”

“그 이름을 정녕, 소첩의 입으로 들어야만 믿으시려는 것이온지요?”


진량은 두 눈알을 굴렸다. 귀띔 정돈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 여인이 정말로 천중따위가 아니라 우거 선생이 보낸 여인인가? 손을 잡아도 되는 여인인가? 아니, 이런 여인따위와 손을 잡아? 정천호인 내가?


진량은 점점 머릿속의 생각들이 곤죽처럼 뒤섞이는 것을 느꼈다. 혼란스럽고, 답답했다. 식은땀까지 주륵, 흐른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여인은 위험하다. 그러니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우거, 우거 선생의 이름을 들려준다면···!


“이, 이 나를 현혹하려느냐···?!”

“호호호! 현혹이라!”


진량은 검을 쥐었다. 그러나 허공만 쥐고 말았다. 그제야 진량은 자신이 원래 검을 들고 있었던 것과 아까 여인이 다가올 때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뒷걸음질을 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신의 무력은 삼류를 겨우 면한 수준이지만, 진량은 명문무가인 광동진가의 후예로, 일생토록 군문(軍門)에 속한 몸이었다. 그 손으로 일생 잡아온 검이다. 그런 손에 검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잊게 만들다니.


“너···. 너는 누구냐. 대체 뭐야. 뭐 하는 년이야?!”

“후후후. 소첩은 그저 일개 계집일 뿐이옵니다. 정천호 대인께서 상관하실 바가 아닌.”

“우, 웃기지 마라. 당장 정체를 밝히지 못할까?!”

“정말···. 알고 싶으신지요?”


그 순간 진량의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었다. 본능이 머릿속에서 강렬한 신호를 보내왔다. 저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되면, 그 끝이 좋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천중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수면 아래는 은은하며, 우거진 숲은 침침하지요.’


천중은 호흡을 멈추었다. 어느새 거칠어진 호흡 탓에 목이 칼칼했다.


‘그렇기에 강호무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마치 천중이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또렷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난은 이쯤 하겠사옵니다.”


여인이 손을 휘두르자, 여인의 손등을 휘감듯이 얽어맨 넝쿨 장식에 달린 작은 방울들이 일제히 소리를 냈다. 그 방울 소리가 진량의 귀를 두드리자, 진량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같이 호흡과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헉, 헉···. 이게··· 뭐냐···?”

“후후, 현실을 일러드린 것이지요.”

“···현실?”


여인의 웃음은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진량은 이전처럼 강하게 여인에게 소리 지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량도 무인이다. 여인과 자신의 격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

“다시 말씀드리지만, 소첩은 대인을 위협하러 온 것이 아니옵니다.”

“···그럼 무슨 용무더냐? 사실대로 고하거라.”

“소첩은 도리어 대인과 여기 도련님께 도움을 드리러 온 것입니다.”

“···무슨 뜻이냐?”

“이런 뜻이옵니다.”


여인이 다시 손 장식의 방울을 흔들자, 방금까지 여인의 팔을 감싸 안고 갓난아기처럼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려고 애쓰던 진여송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펄쩍 뛰며 여인에게서 떨어졌다.


“···아, 아버님?”

“!”


또렷한 목소리였다. 진량은 두 눈을 부릅뜨고 여인과 진여송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놀라운 일에,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얼어 있던 두 명의 호위무사와 그 호위들의 등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의원까지 깜짝 놀라 진여송을 쳐다보았다.


“이제, 소첩을 신뢰하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여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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