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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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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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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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1

DUMMY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1




“다들 어제 뉴스 봤냐?”


어두운 터널 안에 멈춰 서 있는 SUV 안, 조수석의 중년 남자가 말했다.


“천혈가(家) 3세 천중호인가? 걔가 어제 가주 승인도 없이 ‘넥타르’ 마셨는데 혈마법 능력 얻었단다.”


이에 운전석의 안경 쓴 남자가 말을 받았다.


“와······ 그 새끼 유명한 망나니 아닙니까?”

“근래에 가장 유명한 개새끼지.”

“저번에 그, 여의도 H백화점에서 여직원 성추행해서 완전히 나가리 될 줄 알았는데, 혈마법이면 그 가문 정통 능력 각성이잖아요?”

“그래, 1차 각성부터 그걸 얻었다니 기사회생한 거지 뭐.”


조수석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소음기를 돌려서 끼우기 시작했다.


“하─ 나는 C등급 능력으로 애 둘 먹여 살리려고 뼈 빠지게 일하는데······ 그 개새끼는 좆대로 살아도 인생 탄탄대로네.”

“용이 개새끼를 낳았죠.”

“딱 그 말이 맞다.”


이 기이한 대화는 극히 일상적인 가십이었다.


세상의 축이 크게 뒤틀렸으나, 사람들은 이제 그 기울어진 축에 적응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1945년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의 끝자락, 연합군이 베를린을 함락하여 전쟁의 승패가 분명해졌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항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왜?


최후의 보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태평양 심해 1,053m의 비밀 해저 연구 기지였다.


그곳에서 나치 친위대 과학자들이 심해 지층에서 발견한 ‘신물질’을 수년간 연구하고 있었고, 베를린 함락 무렵에는 무기화 작업의 마지막 공정 중이었다.

후에 공개된 영국 특수작전집행부(SOE)의 기록물에 따르면 해당 ‘신물질’을 일본 제국을 무릎 꿇린 두 발의 핵폭탄보다도 더 강력한 전략 병기로 추정했다고 한다.


핵폭탄, 그 괴물 같은 것보다 더 강력하다니······.


연합군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응책은 단순하면서도 확실했다.


― 작전명 소각 (Operation Incineration)


1945년 10월 14일, 태평양 해저 지층에서 12발의 핵폭탄이 터졌다.


세상의 축이 뒤틀리는 순간이었다.


핵폭발의 여파로 대지진과 함께 8번째 대륙, 미지의 세계 ‘무(MU)’가 솟아올랐다.


동시에 나치 독일이 연구하던 미지의 신물질이 전 지구로 산란했으니······.


마나(Mana).


인류는 세상을 뒤바꾼 신물질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정말로 ‘마법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기이하고도 신비한 에너지원으로, 인간을 초인으로 거듭나게 해 주었으니─


각성(覺醒, Awaken)이었다.


연이은 세계 대전으로 과학 기술이 폭발하던 와중 별안간 마법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조금 안 되어, 마법이란 것이 뉴 노멀이 된 시기, 그게 바로 현재였다.


“하여튼 6대 가문 ‘혈연 계승’ 이야기 들으면 무슨 딴 세상 이야기 같아서 가끔 같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니까?”

“6대 가문 가주들 전부 4차 각성까지 한 양반들이니까 3대가 지나도 RNA인가 DNA인가 그 안에 마나 농도가 진하다고 하더라고요.”

“······DNA?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같은 인간이 아닌 것 같네.”


언뜻 봐서는 신분제가 사라진 듯한─ 그리하여 자유주의란 멋들어진 사상이 세계에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우리 아버지 DNA는 너무 인간적이었단 말이지.”

“에이─ 그렇게 말씀하면 우리 집안은 뭐가 됩니까? 그래도 과장님 정도면 꽝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아쉬운 거다. 외가 쪽 DNA가 더 강했으면 반 등급이라도 높게 각성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신분 사회가 아니라 혈통 사회다, 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어떤 ‘특성’을 각성했는가에 따라서 자식의 인생은 태어나기 전에 결정된다.

좋은 특성을 지닌 가족은 ‘혈연 계승’을 통해서 힘과 명예를 축적하고 ‘가문’ 혹은 ‘세가’라고 불린다.


“그래도 6대 가문, 대감집에서 노비로 밥 벌어먹는 게 어딥니까? 진은 그룹! 애들도 학교에서 아빠 직업 써서 낼 때 쪽팔리진 않잖아요?”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6대 군벌가(軍閥家)가 대를 이어서 지배 중이다.

한국 전쟁 당시 공산 세력으로부터 한반도를 구해 낸 전쟁 영웅들이 세운 가문으로, 정·재계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가히 21세기의 제후들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노비는 무슨······ 우리는 개야, 개. 뛰라면 뛰고 물라면 물고, 그러다가 수틀리면 삶아 먹는 사냥개라고.”

“하하─ 그래도 정체성이라도 뚜렷한 게 어딥니까? 차라리 개 팔자가 상팔자 같은 게, 서얼 놈 팔자는 개만도 못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던 운전석의 남자가 오른손으로 백미러를 기울여서 뒷좌석의 누군가를 비췄다.


“······안 그래요, 유재익 씨?”


백미러 속, 한 남자가 손발이 묶이고 입까지 막힌 채로, 두 명의 거구 사이에 끼어 있었다.

딱 봐도 자의로 이 차에 탄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게. 이 자식 이거 서얼이라고 해도 제 주제 알고 가문에 해도 안 끼치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지?”

“예, 홍일 그룹 쪽 하청에서 균열감식반으로 일하고 있었다던데요? 세후 280만 원 받으면서요.”

“그런데도 잡아다 죽이는 거 봐라, 개도 이렇게 명분 없이 죽이지는 않는다.”


혀를 쯧쯧 차던 조수석의 남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유재익 앞으로 내밀었다.


“유재익 씨, 당신은 오늘 담당 구역인 여기 수락산 터널 폐쇄 구역에 ‘균열 감식원’으로서 점검 나왔다가······ 운 좋게 이걸 발견한 거야.”


그가 손에 든 것을 흔들었다.

10ml짜리 크리스털 병 안에 든 기묘한 빛깔의 액체가 불빛을 반사하며 찰랑거렸다.


“이거 뭔지 알지? 넥타르야.”


넥타르(Νέκταρ).


그것은 ‘각성 촉매제’였다.

매우 희귀하여 가장 낮은 등급조차도 수억 원을 호가하지만, 자신의 진짜 재능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해 봐야 하는, 현시대 최고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신은 ‘희귀성 마나하트 균열증’을 앓고 있어서 2차 각성을 시도하면 심정지 쇼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지만······ 늘 2차 각성을 열망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다가─ 이 공짜 넥타르를 발견한 순간, 충동적으로 음용한 거지.”


유재익이 꿈틀거렸으나, 양쪽의 거구들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뉴스 속보로 나가기에도 썩 괜찮은 시나리오지? 역시 6대 가문이야, 별것도 아닌 놈도 핏줄이랍시고 9시 뉴스에 한 번 띄워 주잖아? 시작하자고.”


남자의 말이 끝나자, 뒷자리의 거구 둘이 유재익을 차 밖으로 끌고 나가 내팽개쳤다.


“과장님, 뭘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그러십니까? 무슨 형사가 미란다 원칙 고지하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유재익 씨 1차 각성한 능력이 ‘영매’라며?”

“예? 아─ 부계 혈통이 그거일 겁니다. 그게 왜요?”

“혹시 몰라. 넥타르 먹고 죽어서 귀신으로 2차 각성할 수도 있잖아? 꿈자리 뒤숭숭하지 않으려면은 왜 죽는지 정도 알려 줘야 원한 좀 풀리지 않겠냐?”


과장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이 자식은 운도 지지리도 없네요? 1차 각성 때 하필 그 6대 가문의 피가 아니라 천민 애비 피를 물려받고, 또 2차 각성도 안 되는 불치병까지 걸리고.”

“유재익 씨가 1차로 외가 쪽 능력을 각성했으면, 진작 낙하산으로 진은 그룹 부장 되셔서 우리 목줄 쥐고 계셨겠지.”

“하하─ 천혈가 그 망나니가 용이 개를 낳은 꼴이면, 이 자식은 용이랑 개가 짝짓기한 결과물이 아닙니까?”

“딱 그 말이 맞다.”


유재익은, 대한민국 현대 군벌가 인물 사전에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로 기록될 자신의 인생사를 들으며, 터널 안쪽 깊은 곳으로 끌려갔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그 비참함 속에서 그는 생각했다.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 * * * *



“······억울하냐?”


아버지의 물음에 유재익은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인 밥상 앞이었다.

물론 그래 봤자 두 부자가 다였지만 말이다.


“뭐가?”

“네 엄마 쪽 능력 못 물려받은 거 말이다.”

“갑자기 뭐야? 아빠가 이런 어색한 분위기 조성하면 보통 구린 게 있을 때인데?”

“아니······ 생각해 보니 재익이 네가 그런 건 한 번도 말 안 한 것 같아서······.”


아버지는 볼을 긁적거리면서 눈동자를 굴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아빠도 말은 잘 안 했지만, 신경 안 쓰일 수는 없잖냐······.”

“왜? 영매 특성, 수요는 늘 있잖아? 균열 열릴 때마다 감식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밥벌이에는 문제없는데 뭘 걱정하고 그래?”

“그건 맞는데······ 너는, 네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유재익은 고개를 돌려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노을도 다 저물어 가는, 한기가 돌기 시작한 늦은 저녁이었다.

마당 한쪽에 작은 목재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살짝 열린 문 안쪽으로 화구 하나가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르르─


보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은 무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마금속’을 녹일 수 있는, 마력으로 피워 올린 불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화구였다.


“저건 취미로 하면 되지, 뭘······.”


잠시 침묵하던 아버지가 다시금 물었다.


“······너는 망치질이 왜 그렇게 좋냐?”


아버지는 야장일을 망치질이라고, 다소 헐뜯듯이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대장장이란 그저 금속을 녹이고 조형해서 도구를 만드는 일을 뜻하지 않았다.


아티팩트(Artifact).


마법이 담긴 물건을 만드는, 현시대 가장 고부가 가치를 지닌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재익의 외가가 있었다.


진은(眞銀)


대한민국 6대 가문이자, 전 세계 아티팩트 제조 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가이며, 강력한 아티팩트로 무장한 군벌가이기도 했다.

그런 가문의 사위가 된 ‘영매’ 특성의 아버지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외가의 일을 망치질이라고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유재익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8살 때부터 엄마를 따라서 그 망치질을 해 왔으니······.


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냥 뭐, 재밌으니깐······.”

“어떤 점이 재밌는데?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땀 뻘뻘 흘리고 불에 그슬리는 일이 대체 뭐가 재밌냐? 나 같으면 차라리 사우나나 하겠다.”


유재익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딱 망치를 들면, 처음에는 만들고 싶은 게 분명한데, 그게 또 수백 수천 번을 담금질하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거든? 근데 또 정작 만들어지는 건 전혀 예상도 못 한 물건일 때가 있단 말이지?”


그는 자신의 비유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맛이 꼭, 도박 같다고 해야 할까? 못 끊겠어.”


도박 같은 맛이 있다─ 반쯤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다.

이런 말을 진은 가문 장인들이 들었으면 역시 반쪽짜리가 사고방식도 허접하다고 비웃었을 거다.


그런데 아버지가 씩 웃더니 주먹을 내미는 게 아닌가?

유재익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주먹을 맞부딪혔다.


“역시 내 아들이긴 해? 아빠랑 같은 욕망을 품고 있네?”

“뭐가 똑같아? 아빠는 겨울에도 뜨겁다고 불 앞에도 안 오잖아?”

“아니, 그 도박하는 맛이라는 표현 말이야.”

“······아빠, 도박해?”

“아니─ 이 자식아! 그러니까 내 말은······ 미지의 순간을 내 손으로 발굴하는 재미? 네가 말한 도박 같은 맛이 그런 거 맞지?”

“미지? 발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강요하는 듯한 물음에 유재익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서 말이야······ 나, 또 간다.”

“뭐? 가긴 어딜 가?”

“무 대륙 탐사, 다시 간다.”


그 순간 유재익은 밥상을 뒤엎을 뻔했다.


“미쳤어?!”

“이 자식이, 어디 밥상머리에서 소리를 질러?”

“저번에 조난돼서 죽을 뻔했다가 겨우 귀환했는데, 거길 또 간다고? 제정신이야? 치매라도 걸렸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이 눈깔이, 미지의 대륙을 헤쳐 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는데 어쩌냐?”

“아─ 절대 안 돼!”


하지만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넌 날 못 막는다, 아들아.”

“아 씨, 헛소리하지 마! 내가 망치 다른 용도로 쓰게 하지 말라고 했지? 진짜 확 무릎이라도 박살 내야 그 짓 관둘 거야?”

“그러니까, 나도 너 안 막는다.”

“······.”

“그냥 하고 싶은 걸 해.”


잠깐의 침묵 속,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 아빠한테 개기는 것처럼, 핏줄? 혈통? 그런 건 좆 까라고 해.”


아버지는 창문 너머, 창고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네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런 마인드로 대한민국 최강의 사내한테 찾아갔지.”

“또 그 얘기야?”

“그 사내, 네 외할아버지가 말하더구나! 망치로 맞아 죽겠는가? 아니면 용광로 안에서 타 죽겠는가? 내가 대답했지.”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는 씩 웃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용광로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망치로 맞겠습니다! 아버님이 원하는 모양이 될 때까지 담금질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손가락이 가리켰던 곳, 화구에서는 미처 꺼지지 않은 불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최고의 선택이었지.”


며칠 뒤 아버지는 무 대륙으로 떠났다.


그리고 유재익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 * * * *



“쿨럭─”


유재익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재익 씨, 정신이 좀 드시나?”


입안에 뭔가 흐르고 있었다.


“어어─ 뱉지 말고 다 삼키라고.”


피는 아니었다.


그 맛은, 몸이 저릿하다가, 온몸을 타고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묘한 맛이다.


“큭─”


이런 맛은 딱 한 번 느껴 봤다.


‘외할아버지가 줬던, 넥타르······.’


1차 각성의 순간─ 그러나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며, 인생의 축이 크게 뒤틀렸던 그 순간의 맛이다.


짜─악!


웬 충격에 고개가 돌아갔다.


“······자자─ 정신 차려 유재익 씨! 벌써 죽으면 안 돼! 당신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과장이란 자가 유재익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당신 어머니 유품, 마스터피스 등급의 아티팩트, 그거 어딨어? 그거 어딨는지 말해 주고 우리한테 점잖게 넘겨주면, 넥타르가 다 흡수되기 전에 우리가 당신 살려 줄 수 있어.”


······역시 그런 거였나?


며칠 전, 진은 그룹 계열사 ‘진은공략’의 상무 진태준, 사촌 형이 유재익을 찾아왔다.


그가 말했다.


― 재익아, 너······ 아버지 찾으러 무 대륙 가고 싶잖아? 그런데 네 형편에 지금 짐꾼으로라도 갈 수 있겠냐? 내가 최고의 탐사대를 지원해 주마.


유재익은 그 뒷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 그 대신······ 고모가 남긴 마스터피스, 그거 나한테 팔아라.


진은가의 3세대 사이에서 요직 승계를 위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가 내에서 권력을 쥐는 방법은 돈도 명예도 아닌, 아티팩트였다.

얼마나 더 좋은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는가─ 그것이 이 가문에서의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당연했다.

아티팩트는 전략 병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한 국가의 안보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잘 생각해 봐! 그런 물건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건 가문에게도 인류에게도 엄청난 손해가 아니겠냐? 고모도 그런 건 원하시지 않을 거다.


······거절했다.

아마도 4번째 거절이었을 거다.

그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유재익 씨? 당신 지금 넥타르 먹어서 그 뭔 놈의 질환 때문에 마나하트가 붕괴 중이라니까? 시간 없으니까 빨리 판단하라고.”


과장이 재차 물었고, 유재익은 온몸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한마디를 짜내서 내뱉었다.


“헉─ 조······.”

“그래그래, 천천히 말해.”

“조─ 까라고─ 해······.”


과장이 쥐고 있던 유재익의 턱을 내던지듯 밀었고, 유재익이 뒤로 나동그라졌다.


“어차피 당신 살릴 방법 따위는 없었어.”


이윽고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왔고, 유재익은 본능적으로 가슴 부근을 움켜쥐며 바닥을 굴렀다.


“끄─ 끄아아아!”


희귀성 마나하트 균열증.


마나하트 내부에 균열이 존재하여 임계치 이상의 마나를 품으면 폭발을 일으켜서 무조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원인 불명의 마나 질환이었다.


그게 지금, 유재익의 몸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웅──!


그의 심장 부근이 시퍼렇게 빛을 발했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졌으나 반대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숨이 막히며 시야가 협소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 2차 각성이 시작됩니다.


그러한 시스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의 시야는 완전히 검게 물들었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넥타르를 섭취하여 2차 각성에 이르렀으나,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이렇게 죽는다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원통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


생각이, 멈췄다.



* * * * *



― 넥타르를 섭취했습니다.


― 각성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2차 각성이 시작됩니다.


― 혈계 잠재력 확인 중······.

* 영매(C등급)이 확인되었습니다.

* 스타 빌더(S등급)이 확인되었습니다.


―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심정지 상태)

* 영매 능력의 ‘특수 각성’이 해금됩니다.


― 네크로맨서(S등급) 특성을 얻었습니다.

* 혈계 잠재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 네크로맨서(S등급) + 스타 빌더(S등급)

= 헬 포지(유일) 스킬이 개방됩니다.


·

·

·


― 죽음은 당신을 거두지 않습니다.


작가의말

데뷔작에 이어서 다시 한번 네크로맨서 주인공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1월부터 조금씩 준비해 오던 글입니다.

비축이 여유가 있으니, 신중하게, 좋은 이야기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일 오전 중에 한 편이 더 연재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얼의 뜻을 모르지 않습니다. 작중 인물이 주인공을 비꼬려고 한 대사이며, 그만큼 친부 쪽 혈통이 평민/쌍놈으로 여겨질 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전적 의미에 부합해서 대사를 할 것 같진 않아서요)  맥락상 대감집-우리는 거기 사냥개-근데 개보다 못한 서얼 주인공으로 이어지는 비유가 또 적합하기도 한 것 같아서 사용한 거고요.

그리고 2화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맥락상 아버지 혈통이 가문 내에서 취급이 좋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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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1

  • 작성자
    Lv.99 da******..
    작성일
    24.07.24 03:25
    No. 1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1 뀨뀨잉뀪
    작성일
    24.07.24 16:30
    No. 2

    취향이네요 특직물 짱이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7 k9******..
    작성일
    24.07.28 01:19
    No. 3

    난 네크로멘서가 제일 좋음 이번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7.28 22:39
    No. 4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4.07.30 23:22
    No. 5

    복수에 딱인 능력이네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81 트러블썸
    작성일
    24.08.04 01:21
    No. 6

    서얼은 첩의 자식입니다.
    주인공 서얼 아니에요.

    찬성: 33 | 반대: 2

  • 작성자
    Lv.87 블라타르
    작성일
    24.08.06 00:26
    No. 7

    헬포지라니. 디아블로 생각나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5 일정
    작성일
    24.08.06 07:45
    No. 8

    주인공이 왜 서열이야?

    찬성: 5 | 반대: 1

  • 작성자
    Lv.99 풍운지애
    작성일
    24.08.06 07:57
    No. 9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에스텔
    작성일
    24.08.06 08:58
    No. 10

    딸의 자식이 왜 서얼이에요... 서얼 뜻을 모르시는듯..

    찬성: 16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60 지점장
    작성일
    24.08.06 10:04
    No. 11

    서얼 뜻 모르지 않습니다ㅎㅎ 작중 인물이 주인공을 비꼬려고 한 대사이며, 그만큼 친부 쪽 혈통이 평민/쌍놈으로 여겨질 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전적 의미에 부합해서 대사를 할 것 같진 않아서요)
    그리고 2화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맥락상 아버지 혈통이 가문 내에서 취급이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찬성: 4 | 반대: 39

  • 작성자
    Lv.74 소설광신도
    작성일
    24.08.06 10:06
    No. 12

    쪽지온거보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김갼
    작성일
    24.08.08 19:36
    No. 13

    화이팅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아제감성
    작성일
    24.08.09 01:38
    No. 14

    1편만에 날 포기하게 하다니..
    와... 장난 아니다.....

    찬성: 10 | 반대: 1

  • 작성자
    Lv.77 붉은마늘
    작성일
    24.08.09 08:35
    No. 15

    작중 설정상 혈통에 따른 우열을 서얼로 표현하려고 한 거 같은데 혜자스럽다 창렬스럽다 뉴진스럽다 처럼 작중에서 열성혈통을 발현한 사람들을 서얼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닌 이상 단어를 잘못쓴 게 맞는 거 같네요. 매운맛 난다고 와시비를 고추라고 부르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찬성: 20 | 반대: 5

  • 작성자
    Lv.94 마도폭풍
    작성일
    24.08.09 13:28
    No. 16

    네크로멘시-그리고 네크로멘서가 시체를 일으키고, 또 스켈레톤 무리를 사역하는 이미지는, 전적으로 20세기 이후 서브컬쳐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하죠.
    서양사에서 전통적인(20세기 이후 서브컬쳐에서의 이미지가 아닌) 네크로멘서의 이미지는 기독교의 구약성서에 기록된 마녀의 그것이었습니다.
    구약의 열왕기상에는 권력에 취해 방자하게 행동한 끝에 신에게 버림받은 사울왕이 팔레스틴족과의 대전을 앞두고 한 여성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여성은 사무엘선지자의 흉내를 내는 악마에 빙의되어 예언을 하게 되죠.
    이렇듯 죽은자의 영(으로 추정되는 것)을 소환하여 빙의되어 그것에 몸을 맡기는 것. 이것이 바로 네크로멘시이며, 이를 행하는 존재가 바로 마녀였죠.

    놀랍게도 이 전통적인 네크로멘시와 네크로멘서는 현대 한국에서 바라보는 무속과 무당의 그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 의미로 사실 따지고 보면 현대에 남아 있는 네크로멘서란 바로 무당과 박수무당들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자돌
    작성일
    24.08.09 16:35
    No. 17

    100년도 안된 세계관에 혈통 어쩌구 할거면, 최초 혈통 형성에 대한 걸 어느정도는 적어야지.

    찬성: 7 | 반대: 1

  • 작성자
    Personacon 비비참참
    작성일
    24.08.09 20:11
    No. 18

    '신물질'을 >> 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world33
    작성일
    24.08.10 00:24
    No. 19

    모르고 썼겠냐? 등신들

    찬성: 3 | 반대: 8

  • 작성자
    Lv.52 아틀락나차
    작성일
    24.08.10 10:10
    No. 20

    나치의 우생학이 현실이 된 세계. ㄷㄷㄷ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24.08.10 17:49
    No. 21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7 ijason05
    작성일
    24.08.10 22:54
    No. 22

    1화에 볼 게 많아서 좋네요. 주인공 등장하는 백미러 묘사도 좋았어요.
    어휘가지고 작가를 평가하는 건 썩 취향이 아니라서 ;
    재벌가 사촌 형과의 관계가 너무 사이다적으로 단순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경계되지만 그를 포함해도 신뢰도가 생겼어요

    찬성: 0 | 반대: 3

  • 작성자
    Lv.99 글장난
    작성일
    24.08.11 00:24
    No. 23

    정식결혼인데 서얼임?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83 tonic
    작성일
    24.08.11 17:59
    No. 24

    서자 얼자 둘을 합쳐서 서얼이라 합니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19 ch******..
    작성일
    24.08.12 00:37
    No. 25

    꼭 아는척 하는 ㅅㄲ 들이 있어요 그냥 대충 사생아라고 생각하면 되지 뭐이렇게 따져

    찬성: 0 | 반대: 7

  • 작성자
    Lv.87 넙띠
    작성일
    24.08.12 16:22
    No. 26

    우길걸 우겨야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7 별을먹는별
    작성일
    24.08.14 10:00
    No. 27

    가문에서 버려진 주인공도 진작 넥타르지원 받아먹었는데 저 망나니는 왜 이제서야 1차각성한거?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89 트리플럭
    작성일
    24.08.14 13:08
    No. 28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3 [魔仙]
    작성일
    24.08.14 14:53
    No. 29

    연재 번호 12까지 읽은 후기
    1. 장편 소설 같은 느낌이 듬.
    -갑자기 확 강해져서 무 대륙을 포함 한 전 세계를 씹어먹는 먼치킨이 되어 200편 이내에 완결 낼 지는 모르겠으나...성장물이고, 성장이 빠르지는 않을 것 같음.

    2. 설명이 많음.
    -대화체 보다, 설명이 더 많음. 그래서 중간 중간 스킵하는 경우도 있었음.

    3. 소설 속 등장 인물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진상, 군상들을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매 편을 읽을 때 마다 좀 갑갑함...
    주인공 설정을 독고다이로 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주인공을 제외 한 모든 인물들이 좀..갑갑한 인물들임.

    그래서 읽다가 하차 함.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비아...
    작성일
    24.08.14 23:53
    No. 30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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