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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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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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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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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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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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DUMMY

추운 날씨여도 활기가 끊이질 않았던 명동이지만 한동안 외국인들이 입국이 막히면서 명동은 죽은 시장이 되어버렸다.


전국에서 제일 비싼 땅값으로 유명한 명동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자 수많은 노점상들과 가게들도 어찌 달리 버틸 방법이 없었다.


어느새 모두 가게 문을 닫고 휴업 내지 폐업을 하면서 명동 시장은 어느 새 텅 빈 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어느새 외국인들의 입국이 허용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명동은 예전과 같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명동은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명동 백마녀는 휘황찬란한 명동의 밤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낡은 외투자락을 여겨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자신의 낡은 빌딩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로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력이 하나 없이 노쇠한 자신이었기에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웬만한 일은 모두 상현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상현과 경환에게 보고만 받곤 했는데, 오늘 저녁에 급히 사무실 직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척이나 다급하고 위급해 보이는 말투로 더듬거리는 직원의 목소리는 백마녀로 하여금 굳이 힘든 걸음을 하게 만든 것이다.


“사장님. 잠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지금요!”


다급해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언가 불안하고 두려운 듯 말끝이 떨리는 직원은 상현과 경환이 고르고 골라 선별한 믿음직한 경호 인력이었다.


웬만한 운동선수 덩치만한 건장한 사내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찾는 것을 보면 사무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서둘러 상현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상현은 백마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백마녀는 작은 보폭으로 종종거리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분명 알 수 없지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



백마녀가 문을 열자 처음으로 보이는 광경은 젊은 여자 셋이 사무실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들의 옷차림은 단정하고 수수했는데 여자 세 명 모두 하나같이 알 수 없는 기다란 통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음료수 페트병 같기도 하고, 기다란 유리병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내 백마녀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녀들은 백마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것을 눈치 챘는지 백마녀를 향해 몸을 돌리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사장님이시구나!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장님! 여기 어깨 오빠들이 이걸 안 받아줘서요! 이것 좀 봐주세요!”

“이거 되게 귀한 거에요!”


그녀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 톤과 말투였는데 그녀들은 하나같이 모두 백마녀를 향해 자신들이 들고 있는 통을 들이밀며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백마녀의 얼굴에 들이민 것은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뱀술이었다.


작은 유리병 안에는 투명한 물이 차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살모사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모양의 뱀들이 하나같이 똬리를 트고 있었다.


백마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이 미친 년들은 또 뭐야!”


백마녀의 외침에 사무실 책상 앞에 가만히 서서 벌벌 떨고 있던 건장한 남성 셋이서 갑자기 몸의 긴장이 풀렸는지 ‘훅’ 숨을 들이마시고는 재빨리 백마녀의 등 뒤에 섰다.


“사장님! 이 여자들 이상합니다. 조심하십시오! 저희가 몸 하나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백마녀의 등 뒤에서 사내 하나가 백마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백마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여자들을 바라보자 각자의 손에 들려있던 뱀술을 백마녀의 얼굴에 더욱 가까이 가져다대며 다시 한번 말했다.


“담보로 이것 좀 맡기고 돈 빌리려는데 이 오빠들이 꿈쩍을 안 하네요? 사장님이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제일 나이 들어보이는 여자 한명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하자 이내 백마녀가 그녀를 향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 개같은 것!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패악질이야!”


늙고 노쇠하여 살가죽만 남은 늙은 노인이었지만 목소리나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운 하나만큼은 장사(壯士)라 할 정도로 힘이 넘치고 카랑카랑했다.


기 쎈 백마녀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세 명의 여자들은 자신들이 품에 쥐고 있는 뱀술병이 깨질세라 재빨리 등을 돌려 지팡이질을 피했다.


“할머니! 이게 얼마나 귀한 건줄 알고 이러세요! 이거 깨지면 할머니 제 명에 못 죽어요!”

“이야! 이 할머니 기운이 보통이 아니시네? 저 남자들보다 쎄잖아?”


다른 두명의 여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백마녀를 향해 쏘아붙였다.


그녀들의 말에 백마녀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죽는 게 두려울 거 같냐? 이제 살만큼 살아서 사는 것도 지겹다! 근데 이 년들 봐라? 오호라! 그 뱀술 병이 깨지면 안 되나본데? 지금 바로 여기서 안 나가면 당장 뱀술 병이고 뭐고 모조리 다 깨부숴주마! 어디 내가 못할 성 싶으냐?”


백마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뱀술이 담긴 병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를 기세였기에 세 명의 여자는 서둘러 사무실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백마녀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사무실 내부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백마녀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분명 나이가 50은 훌쩍 넘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까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쥐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뱀술병을 들고 상현과 대치 중이었다.


상현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연신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는데, 얼굴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상현은 그렇게 잔뜩 땀범벅인 얼굴로 힘겹게 그 뱀술 병을 잡고 있었는데 마치 뱀술 병을 상대방에게 서로 주려고 떠밀 듯이 안간힘을 쓰며 술병을 중년의 여성에게 한껏 밀고 있었다.


“넌 또 뭐하는 거냐!”


백마녀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낯선 중년의 여성을 향해 외치자 상현의 시선이 백마녀에게 향했다.


백마녀의 존재를 눈치챈 중년의 여인 역시 마찬가지로 재빨리 힘을 거두며 백마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중년의 여자는 오른쪽 눈썹 밑에 기다란 흉터가 하나 있었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긁힌 것인지 깊게 패인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인지, 짙은 분을 발라 엄청 두껍게 화장을 한 얼굴이었다.


입술 또한 새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있었기에 평범한 중년의 여성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중년의 여성은 상현에게서 가볍게 뱀술병을 빼앗아 그대로 품안에 껴안고는 백마녀에게 총총 걸음으로 다가섰다.


“여기 사장님? 이거 뱀술 좀 받으세요. 담보 맡길 게 이거 밖에 없어서... 저희 딸들이랑 가지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 젊은 청년이 글쎄 이건 못 받아준다고 하잖아요?”


“딸들이라고? 딸들이 전부 씨가 다른가? 엄마 얼굴을 하나도 빼다 박은 년이 하나도 없던데? 애비가 다 다른 모양이지? 너도 지팡이로 때려주랴? 술병을 부숴주랴?”


백마녀가 무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 붙이자 싱글벙글 웃고 있는 중년의 여인의 입가가 무표정으로 순식간에 변하더니 성큼성큼 사무실 문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긴장한 채로 지팡이를 들고 있던 백마녀를 향해 중년의 여인이 몸을 휙 돌리더니 나직이 한마디를 하고 사라졌다.


“부군칠성을 거부하다니, 돈 벌기 싫으신가보네? 다시 찾아올게요!”


그 말을 내뱉는 그녀의 눈은 살기가 등등했다.


불과 몇 분전만해도 싱글벙글 옆집 아줌마처럼 웃으며 살갑게 굴던 것은 상상조차 못할 만큼 지금 그녀의 눈은 지독하고 매서웠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백마녀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이미 돈은 똥 닦을 때 써도 될 만큼 넘치고 많아! 어딜 내 앞에서 돈 얘기를 꺼내고 지랄이야! 담에 또 오기만 해 봐! 술병에 든 뱀을 꺼내서 씨벌껀 네 년 아가리에 쑤셔 넣을 테니!”


백마녀의 외침에 긴장이 풀린 것일까, 중년의 여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상현이 온몸에 긴장을 푼 채 사무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상현아!”


상현이 풀썩 주저앉는 소리에 백마녀가 그에게 다가갔을 때, 상현은 거의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상현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하다 못해 서서히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상현이 기침을 쿨럭이더니 그가 무언가 토해내듯이 '울컥' 하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피를 내뿜었다.


이내 그 피 안에서 작은 실뱀 같은 것들 서너마리가 미친 듯이 펄떡이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놀란 백마녀가 황급히 낡은 신발로 그 뱀들을 밟아대기 시작했고, 이내 백마녀가 부르는 소리에 바깥 사무실에 있던 장정 둘이 들어와 상현을 부축해 안고 백마녀와 함께 뱀들을 밟아죽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한바탕 난리 소동이 있은 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린 상현은 백마녀가 건네는 물잔을 받아들고 목을 축였다.


상현은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백마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르신! 중년의 여자와 젊은 여자들이 사무실로 들이닥쳐서 다짜고짜 돈을 빌릴 터이니 담보로 뱀술을 받아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무실을 어떻게 알고 찾아 온거지?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그래, 근데 어떻게 알아냈다 쳐도.... 뱀술이라니... 별 해괴한 일이구나. 그래서?”


“당연히 담보물 설정이 어렵다고 하니, 그 때부터 중년의 여인이 저에게 강제로 뱀술을 떠넘기려고 했습니다. 안 된다고 그 뱀술을 다시 건네 주려는데, 그 여자 힘이.... 제 힘보다 강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그렇게 사무실에서 꼼짝도 못하고 대치 중이었던 겁니다. 일반적인.... 중년 여성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백마녀가 되묻자 상현이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말했다.


“그 여자들 눈빛이... 돈을 빌리러 온 채무자의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광기에 사로잡힌듯한 눈빛이었습니다. 특히 저랑 힘겨루기 하던 여자 눈빛은... 제가 보기엔 뱀 같았습니다. 확실히 뱀눈이었습니다. 사람 눈빛이 아닙니다. 절대로... 저 사람들 절대로... 사람이 아닙니다.”


상현의 말을 유심히 듣던 백마녀는 낡은 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수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백마녀는 분명 사람의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의 일이 아니라면 그녀가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수희밖에 없었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몇십년 동안이나 사채밥을 굴러먹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였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백마녀 역시 무섭고 두려웠다.


백마녀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만 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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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1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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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챕터7-118. 무명도사- 폭풍전야 (3) 23.12.11 24 1 11쪽
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4 1 11쪽
»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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