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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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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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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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DUMMY


지금은 기절한 채 쓰러진 저 세 사람보다 사라진 수희와 승주, 그리고 선아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천수도령은 일월선녀의 지시대로 앞쪽을 일월선녀에게 비춰 보여주며 일월선녀의 지시에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일월선녀나 천수도령은 알지 못했지만 일월선녀가 말한 비책은 일전에 윤재가 수희를 비롯한 여자 일행들에게 거울이나 핸드폰을 비춰 보이는 것만 믿으라고 말한 비방책과 같은 것이었다.


분명 앞쪽을 보면 거대한 벽으로 막혀있거나 낡은 컨테이너박스 혹은 고장난 농기구들이 보였지만 일월선녀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을 한다거나 오른쪽으로 돌아서 걸으라거나 하는 식으로 천수도령에게 지시를 했다.


스승님의 말을 믿고 그대로 걷던 천수도령은 이내 자신의 몸을 투과하고 스쳐지나가는 커다란 바위를 보고서야 자신이 지금 무언가에 홀려있음을 직감했다.


거대한 농기구나, 공장 판넬 혹은 바위들을 비춰줌으로서 자신이 다가오지 못하게끔 막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십여 분을 천천히 걷자 어느새 수희와 승주, 선아가 들어가 있는 거대한 폐공장에 다다랐다.


천수도령이 폐공장 입구에 서있는 동안 수희와 승주, 선아는 내부에 있는 핵(核)을 깨부수느라 흰색 백사(白蛇)와 대치 중이었다.


영상통화 속 스피커폰으로 일월선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들어라. 격(格)이 정말 높은 존재가 자신의 격을 숨긴다면, 네가 못 느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네가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잘은 모르지만 네가 지금 결계 속에 갖혀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의 잊혀진 밀교나 일본의 토착신앙인 슈겐도에서는 수행장의 위치를 외부인에게 숨기기 위한 결계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귀신의 짓은 아닌 거 같으니 지금은 그와 비슷한 결계 속이라고 밖에 의심이 되질 않는다.”


스승 일월선녀의 설명을 들은 천수도령이 침을 '꼴깍' 한번 삼키고는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어떤 귀기(鬼氣)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확실하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스승님! 왜 지금부터가 문제입니까?”


천수도령의 말에 일월선녀가 대답했다.


“잘 생각해봐라. 너는 지금 결계 속인데, 결계를 친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결계 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결계란 본디 본인을 숨기거나 들어온 이를 가두기 위함인데 너는 지금 그 둘 다 통하질 않으니 어떻게든 널 죽이려 물고 늘어질 것이야. 조심해야 한다!”


일월선녀는 근심어린 말투로 천수도령에게 말했다.


이윽고 일월선녀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 천수도령을 향해 날아왔다.


그것은 작은 나비 모양의 흰색 종이였는데 마치 표창처럼 날아와 천수도령의 손을 노렸다.


천수도령이 재빨리 기척을 느끼고 몸을 피하자 표창 같은 나비모양의 흰 종이는 그대로 폐공장 입구 문에 날아와 박혔다.


천수도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만 몸을 피하느라 자신의 핸드폰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윽고 땅에 떨어진 휴대폰 전화가 꺼지며 일월선녀와의 전화가 끊겼다.


천수도령이 놀라서 신칼을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호탕한 중년의 남성이 웃는 소리가 들리며 박수소리가 메아리 쳐 들려왔다.


“역시 평소에 일월선녀님의 고명(告明)은 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칭찬을 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 모를 말투였지만 분명 자신의 등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천수도령은 황급히 몸을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어느새 나타난 것인지 낡은 황토색 개량한복을 입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등 뒤로 검고 길죽한 플라스틱 통으로 된 가방 같은 것을 메고 있었는데 그의 왼손에는 작은 하얀색 종이 같은 것이 잔뜩 들려 있었다.


- 저걸 날린 건가? 종이 같은데 표창처럼 날아와 철제문에 그대로 박히다니!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그대로 죽겠구나!


천수도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신칼을 쥔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이내 ‘저벅저벅’소리를 내며 중년의 남자가 천수도령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천수도령은 고민 중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공격술은 대부분 귀신이나 영(靈)적인 것에 작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눈앞에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에게 어떤 영적인 공격이 통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하얀 나비종이를 다시 한번 날리려는 동작을 취하는 순간 천수도령을 신칼을 들어 올려 표창처럼 날아오는 것들을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앞을 막아선 호리호리한 체구의 어떤 젊은 남자가 짧은 주문을 외우며 수인(手印)을 맺자 자신을 향해 날아 든던 나비모양의 종이들이 발밑에 힘없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스승님!”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중년의 남성을 향해 소리지르고 있었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멍해있던 천수도령의 어깨를 어느 새 다가온 수희가 '툭' 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승주는 선아에게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수희는 한껏 씨뻘개진 얼굴로 분하다는 듯이 씩씩대며 벽조목 부채를 펼쳐 눈앞에 중년 남성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오빠! 괜찮지? 안부는 좀 나중에 묻고, 나 지금 저 인간한테 할 말이 산더미라 나중에 이야기해!”


수희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씩씩거리며 흥분해서 천수도령의 앞으로 나와 그 젊은 남자 옆으로 나란히 서서 있는 힘껏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무명도사 아냐? 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한데 이렇게 환대해주니 황송해서 온몸이 떨려오네! 야 이 개 놈의 새끼야!!!”


수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옆에 있던 윤재의 몸이 흠칫 놀라 살짝 떨렸다.


- 아니, 이 여자가 다짜고짜 우리 스승님 보고 욕지거리라니! 아무리 스승님과 아는 사이라지만 나이도 어린 여자가 참!


윤재는 그런 수희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썼다.


수희는 그런 윤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무명을 향해 바락바락 악에 가까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야! 내가 뭐 하나만 묻자! 너 왜 내 주변사람들 공격하냐? 그것도 뱀들 부려서? 내가 진짜 많이 생각해봤거든? 근데 내가 너한테 뭐 실수한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왜 그러는 건데?!”


수희가 묻자 무명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악인(惡人)이라면 응당 잘못을 늬우치고 회개해야 마땅한데 너는 그러질 않는구나!”


무명의 말에 수희는 속에서 열불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누가 누구보고 악인이래! 우리가 무슨 악인이야! 진짜 왜 그러는거야!?”


그러자 수희의 옆에 서있던 윤재가 무명 스승을 향해 말했다.


“스승님! 제가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았는데 스승님이 말씀하신 사이비가 이 사람들 맞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들이 사이비나 악인(惡人)들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윤재의 말에 무명(無名)은 난감하다는 듯이 입술을 앙다문 채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아꼈다.


수희가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벽조목 부채를 들고 무명을 향해 강력한 바람을 흘려 보냈다.


“이 여자가!”


윤재가 놀라 수희를 돌아보자 수희가 소리쳤다.


“이 벽조목은 신물(神物)이라 어차피 사람한테는 힘을 못 써! 저기 앞을 좀 봐!”


수희가 소리치자 이내 벽조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강력한 돌풍(突風)으로 변해 무명에게 날아갔다.


이윽고 무명의 가슴팍에 다다른 돌풍은 무명이 재빨리 꺼낸 붓으로 허공에 써내려간 글씨에 부딪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사람에겐 해(害)를 끼치지 않는다면서요?”


윤재가 한껏 커진 눈으로 수희를 바라보며 말하자 천수도령이 옆으로 다가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이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지. 귀신한테 먹힌 거야.”


수희와 천수도령이 매서운 눈으로 무명을 노려보자 무명이 껄껄 웃으며 자신의 제자인 윤재를 향해 손짓했다.


“윤재야, 이리 와야지? 저 사람들은 사이비(似而非)야. 사람을 말로 홀리는 존재들이다. 절대로 믿어선 안 돼! 저 사람들 말이 너무 믿기 쉽겠지만 본디 악은 그렇게 사람을 쉽게 홀린단다.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어서 이리 오렴!”


무명의 차분한 말에 윤재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윤재 자신을 거둬 많은 가르침을 준 스승이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옆에서 자신이 지켜본 무명스승님은 분명 선한 일을 행한 선인(善人)이었다. 지역 여러 곳을 돌며 영(靈)적인 문제를 금전적인 보수도 받지 않고 해결 해주며 곳곳에 선행을 베푼 의인(義人)이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무명을 따르는 이들이 늘면서 이 마을은 무명을 따르는 이들에게 있어 수행 장소이자 수련원인 동시에 모임 장소가 되었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 결계로 숨겨둔 수련 장소에서 많은 이들이 무명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밀교의 비법들을 전수받고 있질 않던가.


무명스승님이 악귀에게 잠식이라니 윤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서서히 무명에게 윤재가 다가가자 수희와 천수도령이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수희가 그런 윤재를 제지하기 위해 그의 앞을 막아서려는 순간이었다.


무명이 재빨리 왼손에 들고 있는 흰색 종이들을 날렸고, 수희는 얼떨결에 벽조목 부채로 바람을 날려 보냈다.


벽조목 부채에서 나온 바람은 엄청난 돌풍으로 바뀌어 그 흰색 나비같은 종이표창들을 땅바닥에 처 박히게 만들었다.


윤재가 어느새 무명스승의 옆에 다가서자 무명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재가 수희 일행은 슬픈 눈으로 쳐다보며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무명이 그의 등에 멘 가방 속에서 커다란 붓 하나를 꺼내어 윤재의 손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예상치 못한 무명의 공격에 방심하고 있던 윤재는 그대로 왼손의 손가락을 붓에 맞았고, ‘으드득’소리와 함께 뼈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분명 붓대에 맞았음에 분명했지만 마치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맞은 듯한 엄청난 충격에 윤재의 손은 골절상을 입은 것이 확실해보였다.


이내 윤재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악!”


윤재가 고통스러운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왼손을 잡고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게 왜 결계 안으로 들어와서 이것들이랑 말을 섞니!”


무명은 혀를 끌끌 차며 땅바닥에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윤재를 향해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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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챕터7-131(완).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4) 23.12.17 22 1 11쪽
130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23.12.17 20 1 11쪽
129 챕터7-129.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2) 23.12.16 20 1 11쪽
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1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122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23.12.13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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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챕터7-120.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2) 23.12.12 27 1 11쪽
119 챕터7-119.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1) 23.12.11 22 1 11쪽
118 챕터7-118. 무명도사- 폭풍전야 (3) 23.12.11 24 1 11쪽
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4 1 11쪽
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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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챕터7-109.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3) 23.12.07 28 1 11쪽
108 챕터7-108.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2) 23.12.06 26 1 11쪽
107 챕터7-107.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1) 23.12.06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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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챕터7-105. 무명도사- 만월과 수연 (1) 23.12.06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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