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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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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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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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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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DUMMY


윤재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결국 아무런 비유나 상징 메타포를 가지고 있는데 아니었어! 그냥 말 그대로 일곱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일 것을 예견하신거야. ‘법(法)’이라는 단어는 군다리명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해태를 상징하는 것이었고... 선대 스승님께서는 이 모든 걸 예견하시고 해태의 비늘을 무명스승님 목에 꽂아 넣으라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씀하셨던 거구나!


윤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희에게서 잽싸게 그 비늘을 빼앗아 무명스승을 향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윤재는 수희가 비명소리를 지르며 놀라는 것을 바라보며 미안한 듯 살짝 웃어 보였다.


윤재는 스승님을 향해 달리는 이 짧은 찰나에도 예전에 자신과 스승이 나눴던 이야기를 회상 중이었다.


무명스승님께서 인자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었다.


“윤재야! 만약에 혹시 네가 감당키 어려운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존재를 맞닥뜨리게 어떻게 할 셈이냐?”


“일단은 도망쳐야죠?”


윤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자 무명이 말했다.


“옛끼! 이 녀석아! 그러면 그 상대방은 멍하니 네가 도망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다더냐? 도망을 치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거 아니냐! 방법을 생각해놔야지!”


윤재는 자신의 턱에 손을 가져다대고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흠...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게임 오바? 끝 아닌가요?”


“그럼 맥없이 그냥 그 상대방 손에 죽고 말 것이냐? 으이구!”


무명이 윤재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윤재의 콧등에 손가락을 튕겼다.


아프다는 듯이 코끝을 붙잡고 인상을 찡그리던 윤재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내가 가진 마지막 패를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할 때 한방 먹이면요?”


“그렇지!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할 패가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에 말이다? 그 상대방이 너의 그 수까지 미리 꿰뚫고 있다면... 이미 상대방이 너의 수까지 짐작하고 있다면 어쩔 테냐?”


무명 스승은 윤재가 그런 대답을 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물었다.


윤재는 활짝 웃어 보이며 무명이 자신에게 역시 그와 같은 질문을 할 것을 미리 짐작하기라도 한 듯이 일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럴 때는 그냥....”


“그냥?”


윤재는 스승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수희가 쥐고 있던 손바닥 안에 있는 푸른 비늘을 꺼내 들고 무명에게 달려들었다.


윤재는 스승을 향해 품안에서 무언가 부적 같은 것을 꺼내려는 행동을 취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무명은 서둘러 수인을 맺고 무언가 중얼거리려고 했다.


분명 무명은 윤재의 밀교 공격 비술을 막으려는 방어술을 펼치려는 것이 분명했다.


윤재는 자신의 생각이 통했다는 듯이 기쁜 얼굴로 밝게 웃으며 그대로 무명스승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언가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몸통박치기를 시전한 윤재의 당황스런 행동에 사형의 악귀가 깃든 무명은 그런 윤재와 그대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명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윤재를 쳐다보더니 왼손을 들어 올려 윤재를 한 대 후려치려는 자세를 취했다.


모두가 황당해 ‘어엇!’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는 순간 무명이 갑자기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무명의 목을 향한 순간 모두가 그대로 멈춘 채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윤재가 수희의 손에 들려있던 해태바늘을 가지고 그대로 달려들어 무명의 턱 밑에 박아넣었던 것이다.


새빨간 피가 후두둑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대로 무명의 앞에 서있던 윤재의 머리 위로 무명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핏방울이 한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재의 얼굴은 '후두둑' 떨어지는 굵은 핏방울에 젖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컥’소리와 함께 무명의 입에서 본래 무명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윤재야! 우리 윤재!”


“스승님! 정신이 돌아오셨군요!”


윤재가 큰 두 눈동자에 닭똥 같은 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왼손으로는 자신의 목에 박힌 해태 비늘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무명스승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보다 큰 키와 우람한 덩치의 무명이 '토닥토닥' 다독거려주는 어깨 위의 손길은 따뜻했다.


“그래, 우리 윤재!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때 그 일이 생각난 게지?”


“예!”


윤재는 콧물을 들이키며 울음이 가득 찬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때, 우리 윤재가 뭐랬더라... 맞다! 상대방이 그 수까지 읽고 있다면!”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짓을... 저질러 상대방을 당황시키고....”


윤재는 콧물을 훌쩍이며 꺽꺽대고 울고 있었기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윤재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무명은 다정히 웃으며 그의 말을 이어 말해주었다.


“뒤통수를 친다고 했지? 우리 윤재 다 컸구나! 장하다. 내 비록 사형에게 영혼을 빼앗겨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잘했다! 용왕신과 더불어 너의 결계술에 저 여자 부적술까지.. 밀교 본연의 의미를 너는 다 통달했구나. 그래. 모든 종교를 잘 섞어 본연의 의미를 찾는 것이 밀교 본진의 구도자의 길이다. 너는 진정한 구도자(求道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게야! 내가 맘 편히 떠날 수 있겠구나!”


무명은 무척이나 기쁜 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윤재가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다 떨어지자 이윽고 자신이 무명의 목에 박아 넣은 푸른빛의 해태비늘이 무명의 목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잘 살아야한다! 고마웠다. 네 덕분에 나도 스승님처럼 남은 인생을 잘 버티며 살 수 있었다. 스승님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아런 마음이셨겠구나 싶다...”


무명은 의식이 흐려지는지 점점 눈이 감겼고,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무언가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내 비록 악귀가 된 사형이 내 몸에 들어와 행한 일이라 해도. 내 손으로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참회하려거든 이 방법밖엔 없는 것 같구나. 미안하다. 윤재야. 수희에게 태백 철암에 탄광마을로 가라고 전해주렴.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야 화마를 상대할 수 있다고... 꼭 기억해내야 한다고 말이다! 수희의 몸을 떠난 화마를... 이제는 막아야지!”


윤재는 그의 말을 단 한마디로 놓치지 않으려 무명의 바로 앞에서 귀를 바싹 세우고 그의 말을 한마디로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무명은 수희를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수희야, 정말 미안하다! 윤재 이 아이를 거두어다오! 부탁하마! 미안하다!”


수희에게 마지막 부탁의 말을 남긴 무명은 그대로 윤재의 몸 안에 품속에서 꺼낸 밀교 만고비전의 몇 가지 비술이 적힌 작은 수첩을 넣어주고는 윤재를 있는 힘껏 밀쳐냈다.


그리고선 무명은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튼 채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무명의 몸은 이내 검은 불꽃이 일더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은 무명을 그대로 집어삼킬 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의식이 있는 채로 불에 타오르는 무명은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비명 하나 지르지 않은 채, 끝까지 가부좌를 푸르지 않은 채 참선하는 자세로 꼿꼿이 앉아 있었다.


무명은 온몸이 불에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에도 입술을 앙 다문채,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손으로 무언가 열심히 수인을 맺고 있었다.


- 저대로 불에 타 죽으려는 건가!


수희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스승님!”


윤재가 울부짖으려 무명에게로 다가서려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수희가 윤재의 몸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


한결 역시 윤재를 막아서는 수희가 힘에 부쳐하자 윤재의 다른 팔을 붙잡고 그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수희와 한결이 윤재를 막아서며 무명의 최후를 지켜보는 동안 천수도령과 선아, 그리고 승주는 조용히 화련스님의 등 뒤로 다가가 몸을 숨겼다.


화련스님은 모든 것을 지켜보며 조용히 목탁을 두드리며 경을 읊고 있었기에 그 주변은 편안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위로하고 보드담어주는 것 같은 포근한 느낌에 화련스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간 힘들었던 고생이 다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이제야 한시름 덜었다는 듯이 선아가 조금은 밝은 표정으로 천수도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사형! 이사람 사이비 아니에요? 마을 밖에도 이 사람 따르는 이상한 사람들 한 무더기 있다던데요? 전부다 저 무명도사라는 사람한테 홀려서 사이비 교도가 된 거에요? 진짜요?”


선아가 천수도령의 등 뒤로 몸을 숨기며 그에게 묻자 천수도령이 선아를 조용히 쳐다보며 말했다.


“선아야... 사이비가 뭔지 알아?”


“그거 티비 같은데서 사람들 막 세뇌시켜서 전 재산 빼먹고 그러는 이상한 종교 아니에요?


선아의 말에 천수도령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하다는 말이 어떤 게 기준이지? 불교? 기독교? 천주교?”


“글쎄. 그건 믿는 사람 마음대로 아닐까요? 종교에 답은 없으니까...”


선아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천수도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세상에 절대신(神)이나 유일신(神)이라는 건 없어.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종교는 없는 거야.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엔 올바르고 비슷한 것 같지만 속은 다른 걸 말해.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종교 같지만 본질은 아닌 종교를 말한다는 거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란 게 상당히 애매모호한 개념이야. 기독교 입장에선 불교가 사이비 일 것이고, 불교 입장에서는 밀교가 사이비 일거거든. 모든 게 다 상대적인 거라는 뜻이야.”


“그러면... 사형은 어떤 게 사이비 종교라고 봐요?”


선아가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이 맑은 두 눈을 빛내며 천수도령을 향해 물었다.


“내가 따로 사이비라고 정하는 건 없어... 다만 나는... 비슷하지만 아니다 라는 확신... 그러니까 어떤 사(私)적인 의도를 가지고 진짜인 척 하는 가짜라는 느낌이 들면 그건 사이비라고 봐.”


“사적인 의도요?”


“응. 보통... 교주는 신도들에게 금품, 성적인 접대, 권력 등을 요구해.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무언가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역시.... 나는 사적인 의도라고 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거리는 선아를 바라본 천수도령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천수도령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어딘가 처연하고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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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챕터8-133. 전생- 전생의 기억 (2) 23.12.18 20 1 11쪽
132 챕터8-132. 전생- 전생의 기억 (1) 23.12.18 23 1 11쪽
131 챕터7-131(완).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4) 23.12.17 22 1 11쪽
»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23.12.17 20 1 11쪽
129 챕터7-129.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2) 23.12.16 20 1 11쪽
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0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122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23.12.13 26 1 11쪽
121 챕터7-121.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3) 23.12.12 29 1 11쪽
120 챕터7-120.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2) 23.12.12 27 1 11쪽
119 챕터7-119.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1) 23.12.11 22 1 11쪽
118 챕터7-118. 무명도사- 폭풍전야 (3) 23.12.11 24 1 11쪽
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4 1 11쪽
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6 1 11쪽
115 챕터7-115.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9) 23.12.09 25 1 13쪽
114 챕터7-114.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8) 23.12.09 27 1 11쪽
113 챕터7-113.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7) 23.12.08 24 1 11쪽
112 챕터7-112.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6) 23.12.08 26 1 11쪽
111 챕터7-111.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5) 23.12.07 31 1 11쪽
110 챕터7-110.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4) 23.12.07 29 1 11쪽
109 챕터7-109.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3) 23.12.07 28 1 11쪽
108 챕터7-108.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2) 23.12.06 26 1 11쪽
107 챕터7-107.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1) 23.12.06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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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챕터7-105. 무명도사- 만월과 수연 (1) 23.12.06 26 1 11쪽
104 챕터6-104(완).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9) 23.12.06 2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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