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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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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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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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DUMMY

경환이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가 담벼락에 달아놓은 쇠문을 흔들어 보았지만 굵은 쇠사슬로 묶어놓고, 자물쇠가 걸려 있었기에 쉽사리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경환이 난감해하자 상현이 조용히 다가가 문을 다시한번 세게 흔들어보았다.


오랫동안 찾는 이가 없어서인지 녹이 슬어 ‘철컹철컹’거리는 시끄러운 쇠사슬 소리와 함께 문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세게 힘을 주면 부숴질까, 혹은 이내 문이 열릴까 싶었던 상현과 경환은 힘으로 해결하려 문을 더욱 더 세게 흔들어댔다.


그러자 철망과 쇠사슬이 부딪히며 더욱더 크고 요란스러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펴졌다.


너무나 시끄러운 철망과 문소리 때문일까 곧 안쪽에서 목이 다 쉰 늙은 노인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누구요!?”


낯선 노인의 말에 상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실례합니다. 저희가 뭣 좀 찾으러 이곳에 왔습니다. 혹시 죄송하지만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상현이 말하는 동안 수희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은 한껏 긴장한 채 숨죽여 상현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갑자기 덜커덕 소리와 함께 런닝구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직직' 끌며 머리가 거의 벗겨지다시피 한 늙은 노인이 나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여기 폐가랑 폐공장들 밖에 없는데 뭘 찾을 게 있다고 온 거요?”


노인은 알 수 없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희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경환이 상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르신! 저희가 이곳에 관련해서 뭘 좀 취재를 해야 해서요.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한번 휭하니 둘러보고 조용히 나가겠습니다. 저희 좀 들어가 봐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넉살좋게 웃어 보이며 노인에게 말한 것은 경환이었다.


수희는 그런 경환을 보며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분명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상현 씨처럼 곰 같은 캐릭터인 줄 알았더니 저런 잔꾀도 부릴 줄 알고?


수희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환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경환은 양복 주머니 안쪽에서 슬며시 지갑을 꺼내 지폐 몇 장을 노인의 손 안에 지워주고선 노인의 팔을 붙잡고 다시 한번 부탁하고 있었다.


경환이 노인에게 부탁을 하는 동안, 상현은 그런 경환의 옆에서 반쯤 벌어진 울타리 문 사이 틈새로 안쪽을 몰래 엿보고 있었다.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색한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그들을 향해 안쪽을 엄지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 들어가 봐야 폐가들 밖에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소란 떨지 말고 조용히 보다 가시오! 내 문은 열어 놓을 테니! 흰색 페인트 칠 된 폐공장은 절대 들어가지 마요! 거기 위험한 공장 기계들 많다고 합디다! 다치고선 내 원망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들어가지마슈!”


노인의 말이 끝나자 상현은 뒤돌아 일행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모두 조심히 따라오십시오!”


그의 말에 일행 중 천수도령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곳은 폐가와 폐공장이라고 했으니 사람보다도 영(靈)적인 위험이 더 큰 곳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천수도령의 설명에 상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일행의 뒤로 빠져 맨 뒤에 섰다.


맨 선두에 천수도령이 그리고 맨 후미에는 상현이 맡았다.


경환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카니발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기로 했다.




***




천수도령, 수희와 선아 그리고 승주, 한결과 상현 순서로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가자 철책 안에 펼쳐진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담벼락 초입 부분은 배수가 되지 않는지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어 거대한 흙탕물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인지 짙은 녹색 이끼들이 잔뜩 끼여 있는 진흙 뻘밭이었고, 그 옆으로는 무성한 잡초들이 허리춤까지 높게 자라 초록색으로 우겨져있었다.


무엇보다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 인근과는 다른 검고 음습한 분위기 때문인지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니 낡은 흰색 건물 하나가 제일 높게 우뚝 솟아있었고, 오랜 시간 비워진 것처럼 보이는 폐가 대여섯개가 그 흰색 건물을 주변 양 옆으로 퍼져있었다.


그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떼고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가는 와중에 일행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소름이 돋고 있었다.


선아와 수희 그리고 천수도령은 사악한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 했고, 승주와 한결 그리고 상현은 등 뒤에서 누군가가 쏘아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뒤통수가 따갑다는 표현을 쓰는데 마치 몰래 숨죽여 그들을 노려보는 듯한 기분이 느껴져 일행 모두가 소름이 돋은 채 조심스럽게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 그들 몰래 우거진 잡초 사이로 검은 눈동자 하나가 그들을 노려보며 지켜보고 있었다.


수희 일행은 주변 폐가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있나 찾고 있었다.


언제 다시 자신들을 향해 뱀 무리가 공격을 해올지 몰랐기에 일행은 모두 긴장한 채 언제든 공격을 막을 준비 태세를 갖춘 상태였다.


그들이 조심스레 하나둘씩 폐가들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주변에서 그들을 쳐다보는 쌔한 느낌은 여전했다.


수희 일행은 차라리 공격이 들어오면 나은데, 이렇게 숨어서 자신들을 노리는 것이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나 싶어 더욱더 움츠러들고,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천수도령보다 수희가 앞장서 걷고 있었다.


주변은 조용한 정적만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수희가 주변을 살펴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짐승이 아가리를 벌린 것처럼 엄청난 높이의 폐공장 문이 활짝 열린 채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희와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 홀린 것처럼 휘적휘적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아까 마을 입구 철문을 열어주면서 노인이 공장 내부는 위험한 기기설비들이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수희와 선아, 그리고 승주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건물 내부에는 일부러 다 비운 것처럼 공장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수희가 천수도령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뒤를 돌아본 순간 공장 문이 철컥 하고 잠긴 채 깜깜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수희가 소리 지르려던 순간 선아가 흠칫 놀란 말투로 수희에게 소리쳤다.


“언니! 소리 지르마! 가만히 있어! 여기 공장에 뭐가 있어!”


영(靈)적인 기운을 느끼는 것은 선아보다 수희가 익숙했지만, 지기(地氣)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선아가 더 예민하고 전문가였다.


선아의 목소리를 들은 수희가 갑자기 몸을 멈추자 이윽고 세 명의 여자를 둘러싸고 무언가 빠른 걸음으로 휙휙 뛰어 다니며 그녀들을 포위하며 에워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수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오른쪽 어깨에 맨 에코백 안에서 벽조목 부채와 부적이 들어있는 장지갑을 슬쩍 꺼냈다.


승주와 선아는 서로 손을 꼭 맞잡은 채 수희와 등을 맞대고 서있었다.


- 뭐지! 우리 모두 다 홀린 건가. 천수도령 오빠랑, 상현 씨, 한결 씨, 화련스님 네 명 전부 다 어디 가 있는 거야!


속으로 큰 낭패라는 생각이 들던 수희는 순간 자신의 오른팔에서 저릿하고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마친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싹 긁고 지나간 것처럼 뜨거운 열감(熱疳)과 함께 칼로 베인것같은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날카로운 칼에 살을 베였을 때 느껴지는 자상(刺傷)의 느낌이었다.


수희가 오른팔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 같은 통증을 느꼈을 때, 승주 역시 수희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다리와 옆구리를 베인 것 같았다.


승주 역시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으악! 아야! 이게 뭐야! 졸라 아파...”


이윽고 선아 역시 공격을 당한 것인지 선아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대로 우리 죽는 거야? 아이고... 흑.... 흐앙...”


“선아야! 그만 울어! 이거 지금 더 날뛴다!”


승주가 통증을 참아내느라 끙끙거리며 힘겹게 말했지만 선아는 승주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애처럼 더 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선아는 다 큰 어른처럼 굴었지만 아직은 어린 중학생이었다.


“엄마 미안해! 흑... 내가 잘못해썽... 엄마... 흑... 흐앙.. 엄마 보고 싶어!”


선아는 애처럼 서럽게 울기 시작했는데, 공장 내부가 텅 비어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울음소리는 애처롭게 가득 울려 퍼졌다.


“승주 언니! 괜찮아? 선아야 제발 진정해! 이러다 우리 진짜 다 죽어! 제발 좀 닥쳐봐!”


수희의 신경질적인 외침에도 선아는 정신없이 울기만 했다.


중학생이었지만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선아는 패닉에 빠져 대성통곡을 하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선아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알 수 없는 검은 형체는 더욱 더 신이 났는지 더 빠른 속도로 그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날카로운 무언가로 그들을 공격해오고 있었다.


수희와 승주는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들 주변을 빙빙 돌며 온몸에 자상(刺傷)을 입히는 존재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수희가 벽조목 부채로 알 수 없는 그 존재를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앳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공장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공격하지 말고 멈춰요! 지금 바로 합장하고 중지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말아요!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도 중지처럼 손바닥 안으로 말아 넣어야 해요!”


그의 외침에 수희는 재빨리 선아와 승주를 향해 몸을 돌려 그들에게 합장을 하게하고 중지 손가락을 안으로 말려들어가게 수인(手印)을 맺어주었다.


수희는 생각했다.


분명 이 수인은 전에 무명도사에게 배운 적이 있는 수인과 비슷한 손동작이었다.


수희가 승주와 선아를 챙기는 동안 그 존재는 수희 등 뒤에 다가와 그녀의 등에 여러 번 칼질을 해댔다.


어느 새 수희의 등은 피로 빨갛게 물들어 핏자국이 옷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수희는 등이 얼얼한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아와 승주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아는 계속해서 울기만 하면서 정신이 없었기에 수희가 쥐어주는 수인(手印) 손동작이 풀려 수희는 다시 계속 반복해서 선아의 손을 만져가며 수인을 다시 맺어주느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계속 무자비한 칼질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승주 역시 수희를 도와 선아를 살펴주려 했지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의식이 없을 정도로 뱀독(毒)에 당한 몸 상태여서 승주의 몸 역시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느 새 선아와 승주가 수인을 다 맺고, 수희 역시 수인을 맺자 자신들 주변을 휙휙 돌려 칼로 그들을 긁어대던 존재가 움직임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수희와 선아, 승주는 일제히 공장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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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챕터8-133. 전생- 전생의 기억 (2) 23.12.18 20 1 11쪽
132 챕터8-132. 전생- 전생의 기억 (1) 23.12.18 23 1 11쪽
131 챕터7-131(완).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4) 23.12.17 22 1 11쪽
130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23.12.17 20 1 11쪽
129 챕터7-129.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2) 23.12.16 20 1 11쪽
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0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23.12.13 27 1 11쪽
121 챕터7-121.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3) 23.12.12 29 1 11쪽
120 챕터7-120.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2) 23.12.12 27 1 11쪽
119 챕터7-119.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1) 23.12.11 22 1 11쪽
118 챕터7-118. 무명도사- 폭풍전야 (3) 23.12.11 24 1 11쪽
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4 1 11쪽
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6 1 11쪽
115 챕터7-115.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9) 23.12.09 26 1 13쪽
114 챕터7-114.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8) 23.12.09 27 1 11쪽
113 챕터7-113.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7) 23.12.08 24 1 11쪽
112 챕터7-112.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6) 23.12.08 26 1 11쪽
111 챕터7-111.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5) 23.12.07 31 1 11쪽
110 챕터7-110.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4) 23.12.07 29 1 11쪽
109 챕터7-109.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3) 23.12.07 28 1 11쪽
108 챕터7-108.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2) 23.12.06 26 1 11쪽
107 챕터7-107.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1) 23.12.06 29 1 11쪽
106 챕터7-106. 무명도사- 만월과 수연 (2) 23.12.06 26 1 11쪽
105 챕터7-105. 무명도사- 만월과 수연 (1) 23.12.06 26 1 11쪽
104 챕터6-104(완).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9) 23.12.06 2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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