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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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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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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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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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DUMMY

드디어 ???를 만났다.

그는 처음엔 단순한 빛의 형태였고 지금은 하얀 천을 둘러싼 미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존재에게 형태는 친근함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무슨 생각해? 와서 앉아.”

“아, 예⋯.”


나는 그가 테이블의 의자를 빼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서둘러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


일단 테이블에 앉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

“네⋯.”


정확했다.

물어보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뭐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횡설수설하지 않을까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나는 ???가 대치동 일타강사급의 말빨로 알아서 모든 걸 정리해 이해시켜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신적인 존재가 말주변이 없을까.


“나도 그래.”

“???”


하지만 ???는 김서연 못지 않은 멍한 얼굴로 무책임한 말을 했다.

아니, 당신이 불렀잖아요.


“⋯그럼 저희 통성명부터 시작해볼까요?”

“아~ 그래, 그거 좋겠다. 그런데 나는 너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까 나만 알려주면 되겠네?”


역시 굳이 나에 대해 소개할 필요도 없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저쪽에서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또 뭔가를 고민하더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누군지 알려주기 좀 그렇네.”


자신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럼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러게, 그래도 호칭 하나는 있어야 편할 테니까⋯ 그래, 그냥 담당자라고 부르면 그게 제일 적절하겠다!”


담당자?

그는 굉장히 미묘한 호칭을 이야기했다.

인간 세상에서야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어디서나 쓸법한 흔한 호칭이지만 그게 인간과 신 관계에서 쓸 호칭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는데 뭐 어떡하겠어, 딱히 더 좋은 호칭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담당자님⋯께 질문을 좀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 애초에 그러려고 부른 거기도 하니까!”


묻고 싶은 게 참 많다.

하지만 서로 입이 하나씩밖에 없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에 한 가지씩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는 수밖에.


“저 탑은 대체 뭔가요?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렇다면 다른 것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위험에 대한 질문부터다.

다른 궁금증은 답을 몰라도 살아도 사는데 별문제 없지만 저 탑은 내 생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감상적이기보단 이성적인 성격이구나? 하지만 아주 좋은 태도야,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언제나 너 같은 사람들이지.”


담당자는 앉아서 설명하긴 어려운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가 일어서자 칠판 같은 홀로그램이 튀어나와 그림이 그려지며 시각 자료 역할을 해주었다.


“자, 봐봐, 너희가 던전이라고 부르는 곳 있지? 거기가 저 탑 안이야. 여기저기서 갑자기 나타나는 던전 입구는 저 탑 안의 어딘가로 이어지는 통로고. 끝, 되게 쉽지?”


진짜 너무 쉬웠다.

달리 뭘 물어볼 게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또 명확했다.


“그럼 그 던전이라는 건 왜 나타나는 건데요? 애초에 던전 같은 게 대체 왜 있는 거예요? 누군가 만든 건가요? 몬스터는 또 뭐고요?”

“워워, 진정해, 그걸 전부 설명하려면 세계관이 너무 넓어지니까, 간단히 정리해서 알려줄게.”


담당자는 칠판의 그림을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며 말했다.


“너도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탑과 몬스터는 당연히 자연적인 게 아니야 인공적인 산물이지.”


담당자는 그런 사실을 알려주고는 곧바로 말을 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 같은 존재는 하나가 아니야, 여럿이, 나도 다 모를 정도로 아주 여럿이 있지, 너라고 온 세상 사람을 전부 아는 게 아니듯이 말이야.”


탑과 몬스터는 인공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담당자와 같은, 내겐 신처럼 느껴지는 존재는 하나가 아니다.

그 두 가지 사실만으로 나는 담당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유추했다.

대충 누군가가 저런 것들을 만들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보냈다, 라는 거 아니야.


“⋯표정을 보니까 벌써 이해한 것 같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너흰 일종의 생물 병기에 의한 침략을 당한 거야.”

“누가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그것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주요 등장인물이 몇백 명 정도 나오는 몇천 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간단히 줄이자면 일종의 식민지 전쟁이야. 내가 아까 말했지? 나 같은 존재가 여럿 있다고. 원래 인격체라는 건 둘 이상이 모이면 서로 갈라져서 싸우는 존재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너희 세상의 국가나 연합같이 이쪽에도 나름의 수많은 세력이 있고 서로 협력하고 또 싸우기도 해, 지금처럼.”

“그런데 아무 상관 없는 저희는 왜 공격하는 건데요?”

“그⋯ 상관있어, 너희가 모를 뿐이지.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곤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둬? 사실은 너희가 사는 세상이 우리가 관리하는 세력권이거든.”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의문이 들었다.

언제, 누구 허락받고 마음대로 우리를 관리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내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한 나는 소름이 쫙 돋았다.


인간이 어디 가축의 허락을 받고 사육을 하던가?

그냥 잡아다 키우다가 용도에 따라 이용할 뿐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덕에 평생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는 먹이사슬이라는 놈이었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말라고 했지만 역시 기분 나쁘게 들리지? 하지만 네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건 정말 아니니까. 오히려 보호해 주고 있는 거지.”


담당자는 아까부터 내 생각을 읽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슨 생각 할지 뻔하니 예측해서 이야기하는 건지 헷갈리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 참, 확실하게 알 수가 없으니 생각조차 내 마음대로 못 하겠네.


“저기 그런데, 보호라면⋯ 무슨 보호를 해주셨다는 거죠?”


던전과 몬스터로부터 세상을 보호한 건 헌터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헌터들이 제 목숨 바쳐 지킨 세상인데 갑자기 보호라는 이야기를 하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아, 맞다! 미안, 나만 당연하게 알고 있는 거지 넌 전혀 모르겠구나! 이것도 알려줘야겠네!”


그러자 담당자는 진실을 알려줬다.


“너희가 지닌 능력, 각성이라고 하는 너희의 초능력. 그거 우리가 준 거야,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생물 병기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예?”

“비유하자면 간접적인 무기 지원이야. 적군은 총으로 무장했는데 너희는 몽둥이나 든 수준의 전력 차이니까 너희한테도 총을 쥐여준 거지. 시스템으로 훈련도 시켜주고.”

“시, 시스템도⋯ 담당자님이⋯?”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우리’가 만든 거. 혹시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필요한 기능 있으면 피드백해줘, 검토해보고 가능하면 업데이트해줄게.”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누군가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장기 말이 된 것 같은 느낌이기에 기분 좋을 때 뜨는 그 느낌은 아니었다.


“왜⋯ 왜 그러는 거죠?”

“응?”

“이해가 안 돼서요. 저쪽이나 담당자님 쪽이나.”

“뭐가?”

“저렇게 거대한 탑과 몬스터를 만들고, 또 평범한 사람을 각성자로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존재들이 왜 싸움을 단숨에 끝내버리지 않고 이렇게 질질 끄는 거죠?”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래, 너희가 보기엔 괜히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 꼭 너흴 가지고 노는 것처럼, 하지만 완벽히 오해야. 그것도 너희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거든.”


내가 별로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자 담당자는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혹시 제네바 협약이라고 아니?”

“어⋯ 네, 대충 알고 있어요.”


상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군대에 있을 때 무슨무슨 교육으로 대충 흘려들은 기억이 있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적군을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폭탄으로 산산조각 내는 전쟁 중이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키자, 라는 선을 그어놓은 협약, 대충 그 정도로 알고 있다.


“뭐, 그런 거야.”

“네?”

“그러니까, 우리도 전쟁이라고 막 싸우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합의한 선과 규칙을 지키며 싸우는 거라는 거지. 생각해봐. 만약 저쪽에서 너희를 확실하게 끝내겠다고 엄청 강한 몬스터를 만들어서 보냈어.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응원해?”

“더⋯ 강한 각성자를 만들어야겠죠?”

“그렇지, 그런데 그러면 쟤들도 구경 안 하지, 또 더 강한 몬스터를 더 많이 만들겠지, 그럼 우리는?”

“또⋯ 더 강한 각성자를 만들겠죠.”

“그렇지! 그렇게 무한 파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거야. 그러다 결국 간접적인 방법으론 안 되겠다 싶으면?”

“직접⋯ 나서려나요?”

“바로 그거야, 결국엔 지금 같은 대리전이 아니라 전면전으로 번질 거야. 그런데 그럼 몬스터와 각성자의 싸움만으로도 쑥대밭이 되는데 그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이 너희 세상에서 전쟁을 벌이면 너희가 무사할 수 있을까?”

“아니⋯요.”

“맞아, 물론 너희를 무시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인류는 확실하게 멸망해, 그런데 그렇게 되면 누구도 좋을 게 없잖아? 인간은 멸망해서 슬프고 우린 세력권의 문명이 멸망해서 슬프고 저쪽은 기껏 싸워놓고 얻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슬프고, 패배자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지.”


꼭 인류멸망시나리오 같은 데서 빠지지 않는 핵전쟁 시나리오 같았다.

전쟁이 격화되다 못해 무차별적인 핵무기 사용으로 결국 모두가 멸망하는 그런 시나리오.


“그래서 오래전에 정해진 룰이 있어, 너희 말로 하자면 일정량의 코스트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개입할 수 있도록 해놓은 거야.”

“코스트요?”

“응, 예를 들면 우리한테 100포인트가 있다고 쳐봐. 그럼 우리가 싸움에 개입하는 모든 행동엔 사전에 합의된 일정량의 코스트가 필요해, 아까 우리가 각성자의 힘을 줬다고 했지? 그런데 그것도 그냥 마구잡이로 힘을 부여할 수 없는 게 F급 각성자를 만드는 건 1포인트, S급 각성자를 만드는 건 50포인트가 드는 식이고 상대로 마찬가지야, 결국 우린 서로 정해진 자원 안에서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안배를 해야 한다는 거지.”

“그런 거군요, 그런데 그거는 꼭⋯.”

“스타크래프트 하는 것 같지?”

“엇⋯ 네⋯.”


어디 동네 형도 아니고 신의 입에서 스타 얘기가 나오니까 되게 이상하게 들렸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하지만 담당자에게 아무도 모르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게 있었다.

특별히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공평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그 게임의 승리를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유닛 입장에서 이 게임을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이상한 곳으로 새버렸는데 그래서 저 탑은 뭐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 그러게. 좋은 지적이야. 하마터면 역사 강의 할 뻔.”


내 말에 문뜩 정신을 차린 담당자는 고개를 털며 잡념을 털어내곤 칠판의 보충 설명과 설명해줬다.


“저 탑은 끊임없이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둥지야. 그리고 둥지가 어느 정도 차면 너희에게 익숙한 던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거지.”

“그런데 궁금한 게 그럼 왜 던전이 나타나자마자 안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고 어느 정도 유예를 준 뒤에 나오는 거예요?”

“아~ 너희가 던전 브레이크라고 하는 거? 그것도 다 코스트 문제야, 일종의 밸런스 패치 같은 거지. 가끔 S급 던전은 예고 없이 갑자기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잖아? 그럼 그건 코스트를 더 소모한 던전이라고 보면 돼.”

“인간 세상이 다 돈 문제이듯이 그쪽은 다 코스트 문제군요.”

“하하,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은 거지 뭐, 아무튼 문제는 이제 탑이 소환돼 버렸잖아? 그 상태로 탑이 열려버리면 그땐 아무 코스트 제한 없이 계속해서 생성되는 대로 몬스터를 내보낼 수 있어, 이야~ 벌써부터 깝깝하지?”

“네, 어떻게 막아야 할지 견적도 안 나오는데요.”

“하지만, 걱정 마시라! 그걸 막을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널 이 자리에 부른 거니까.”

- 꿀꺽.


쉬울까, 어려울까, 당연히 어렵겠지.

나는 담당자가 하는 말을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탑의 정상에 오르면 탑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일종의 제어 시스템이 있거든? 그걸 나한테 가져오면 돼, 어때 쉽지?”


그리고 담당자는 말로는 참 쉬운 방법을 알려주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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