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595,368
추천수 :
9,730
글자수 :
1,392,165

작성
24.07.17 07:20
조회
318
추천
9
글자
12쪽

186화

DUMMY

“헌터님,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아, 네.”


내가 이 자리에 앉은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실전 업무를 몇 번 겪고 서류도 거의 다 읽은 나는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이곳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어렴풋이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순찰대와 초소 인원 근무 교대 완료했고 특이사항으로는 순찰대가 C급 정도로 추정되는 몬스터와 교전을 벌였습니다. 양쪽 다 사상자는 없고 몬스터는 박멸했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어서 쉬세요.”

“네, 수고하십시오.”


보고를 마친 헌터는 비틀거리며 강당을 나섰고 나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방금 했다시피 정말 별거 없었다.

직접 전면에 나서서 사람들을 지휘하기보다는 그냥 모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지휘관이라기보다는 감시자에 가까운 업무였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간 사람은 당연히 소은 누나였고 그 시스템은 굳이 내가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아무 동물이나 데려다 앉혀놔도 잘 굴러갈 만큼 완벽했다.


“하암~ 계속 앉아있으니까 졸리네.”


조용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마구 졸음이 쏟아졌다.

좀 쉬고 싶은데 생각해보니까 이게 근무나 휴식 시간이 따로 정해진 일도 아니고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거지?

나는 업무를 익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문제에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관님?”

“음⋯.”

“지휘관님?”

“으음⋯?”


그리고 그렇게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나는 그 자세가 너무 편해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잠든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벌써 교대 시간인지 나를 깨우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예, 예⋯! 무슨 일이시⋯ 어, 뭐야.”


남한테는 일 시켜놓고 자다가 걸린 나는 침을 흘렸는지 끈적한 느낌이 있는 입가를 훔치며 급히 일어났다.

하지만 곧 눈앞에 들어온 얼굴에 나는 숨을 돌리며 안심했다.


“뭐, 뭐야, 너구나, 무슨 일이야?”


나를 깨운 이는 다름 아닌 미즈키였다.

미즈키는 이 전란의 와중에도 머리를 말끔히 묶고 갑옷과 검을 최상의 상태로 손질해놓은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순찰대와 초소 인원 근무 교대를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뭐야, 너도 근무 투입되는구나?”

“네, 그렇습니다.”

“⋯⋯⋯?”


낯선 환경과 사람, 직책 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잠시 잡담이라도 나눌까 싶었는데 미즈키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뭐, 어디서 최면이라도 걸려서 온 건가 미즈키는 바짝 군기가 들어있었다.


“뭐야, 너 왜 그래, 갑자기 왜 존댓말이야? 하던 대로 해.”


평소에는 살짝 싸가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 나가던 애가 갑자기 따박따박 존칭을 쓰며 대답하니 도리어 무서웠다.

꼭 이 새끼랑은 완전히 연 끊고 남으로 살아야겠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지금은 사적인 자리가 아닌 지휘관과 휘하의 헌터로서 보고를 드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이러한 경계가 느슨해질 때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맞다, 원래 이런 애였지.

평소엔 내가 뭣도 아니라 잘 못 느꼈지만 원래 지켜야 할 원리원칙 다 지키고 사는 게 츠나모리 미즈키란 사람의 본성이었다.

그럼 나도 장단을 맞춰줘야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특이사항은 없었나요?”

“네,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공적인 보고는 다 들었으니까 사적인 관계로 돌아가 볼까요? 뭐 힘든 거 없어?”

“응, 없어.”

“허, 태세 전환 되게 빠르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딜레이 없이 공과 사를 휙휙 넘어 다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잘 있고?”

“잘 있지, 조금 쉬었더니 다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어.”

“너는 어떤데.”

“어때 보여?”


내 질문에 미즈키는 몸을 펼쳐 보여주었다.

미즈키는 지금까지 내가 봤던 그 어떤 때보다 말끔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뭐, 너도 좋아 보이네.”

“남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잘 챙겨, 우리 중에 네가 제일 상태 안 좋아 보여.”


미즈키의 말에 나는 강당 한쪽 구석에 설치된 거울로 내 모습을 봤다.

꼬질꼬질한 옷에 묘하게 뒤틀린 이목구비, 무엇보다 막 자다 깨 충혈된 눈 때문에 꼭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난 머리 한 번 세게 내려치면 멀쩡해져서 괜찮아.”

“내가 쳐줘?”

“아, 아니⋯ 때 되면 알아서 할게.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


칼자루로 내려찍기라도 할 생각인가, 나는 카타나에 손을 가져다 대는 미즈키를 서둘러 돌려보냈다.


“후우~ 이제 2시간 동안은 또 한가하겠네.”


순찰대와 초소가 근무를 교대하는 주기는 2시간이니 앞으로 2시간 동안은 또 아무것도 할 게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읽을거리도 없고 계속 앉아만 있으려니 몸이 배겨 설렁설렁 강당을 나서 밖을 돌아다녔다.


“엇, 어디 가십니까?”

“네? 어⋯ 트, 특별히 어딜 가는 건 아니고 그냥 한 바퀴 돌아보려고⋯.”


그런데 강당 문을 나서자 강당 앞의 경비를 맡은 헌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길 지키는 사람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예, 알겠습니다. 가자.”

“⋯⋯⋯⋯.”


거기다 경비병 넷 중 둘이 자연스럽게 내 뒤에 붙더니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 이거 설마 경호하는 건가?

처음엔 왜 따라오나 했는데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 나를 경호하는 게 확실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예? 아, 아니요?”

“⋯엇,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기다 나는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정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듯 싸돌아다닐 뿐인데 쉬고 있던 헌터들이 나를 보자 벌떡 일어나 용건을 물었다.

내가 뭘 시키려고 찾아온 줄 안 모양이다.

이것 참, 무거운 직책을 가지고 있으니 단순한 산책조차 단순하지 않게 되어버리는구만.

결국 단순히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여러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게 된다는 것을 안 나는 다시 강당에 틀어박혔다.


“허, 헌터님⋯!”


그렇게 강당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벌써 근무 교대 시간인지 헌터 한 명이 강당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 느긋하게 보고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드디어라고 해야 할지 기어코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100% 일이 터진 분위기였다.


“무슨 일이시죠? 심각한 일인가요?”


그에 나는 기다리지 않고 먼저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예⋯? 아, 예⋯! 그게, 순찰대 한 팀이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일어나기 쉽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 순찰대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몬스터에게 당했다는 소리니까.


“단순히 복귀가 조금 늦어지는 것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예, 아마 아닐 겁니다. 미복귀 순찰대엔 B급 헌터가 둘이나 있습니다. 이미 15분 정도 충분히 기다렸는데 그들의 복귀를 이만큼 지연시킬 정도의 전투라면⋯ 다수의 B급 몬스터와 보스, 혹은 A급 몬스터와 조우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근거가 단 하나도 없다.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져 순찰대가 고립된 게 확실하다고 판단된 나는 드디어 지휘관으로서 처음으로 명령다운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순찰대를 구조하러 갑니다. 이후 근무에 영향이 없는 C급 이상의 헌터를 2개 팀 정도 모아주세요.”

“예!”


그가 헌터를 불러 모으는 동안 나는 너덜너덜한 갑옷을 고쳐 입고 현장으로 함께 나설 준비를 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강당 밖으로 나가자 내가 말한 대로 2개 팀의 헌터가, 인원으로 치면 20명의 완전무장한 헌터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그러라고 했으니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 고급 인력들이 내 말 한마디에 척척 움직인다는 사실에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다.


“미복귀 순찰대가 맡은 순찰 구역이 어디죠?”

“이곳에서 큰길을 따라 시청 방향으로 이동해 서울역을 통과해 돌아오는 루트입니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묻자 근처 박물관 같은 곳에서 가져왔는지 인근의 간단한 약도가 그려진 지도로 가야 할 방향을 지시해주었다.


“그럼 팀을 2개로 나누어 수색합시다, 한쪽은 순찰대의 루트를 따라서, 다른 한쪽은 반대로 순찰대가 돌아오는 방향으로 수색하는 걸로 하죠.”

“네, 좋은 방법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기에 우린 긴말 않고 즉시 수색을 시작했다.

다들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헌터들이었기에 빠른 속도로 파괴된 도심을 자유자재로 가르며 사라진 순찰대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찾아 나섰는데⋯.


“뭐라도 보셨습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나뉘어 수색하던 다른 팀과 중간에서 만날 때까지 우린 무엇도 찾지 못했다.

몬스터에게 당했다면 시신이나 하다못해 핏자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투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수색 반경을 조금 넓히겠습니다. 흩어져서 순찰대의 순찰 루트 주변을 찾아보도록 하죠.”

“저⋯ 헌터님.”

“네?”

“지금 흩어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순찰대가 전투의 흔적도 남기지 못할만한, 그러니까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하고 당할 만한 몬스터라면 최소 A급의 보스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직 실체를 파악한 건 아니지만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흩어졌다간 여기저기서 각개격파를 당해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나는 순찰대의 흔적을 찾는 데에만 완전히 정신이 팔려있었는데 그들을 찾고 있는 수색대의 안위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게 안전과 수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가장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 스스슥 움직이는 인형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

내가 먼 산을 보며 그런 소리를 내자 수색대의 모두가 내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돌아봤고 저 멀리 있는 누군가도 우리의 시선을 느끼고는 이쪽을 돌아봐 우리와 눈이 딱 맞았다.


“저, 저 사람⋯ 없어진 순찰대 헌터 아닌가요?”

“마, 맞는 것 같습니다만⋯?”


난데없이 사람이 나타났으니 우린 일단 그와의 대화를 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 타다닷!


그는 냅다 도망쳐버렸다.


“뭐, 뭐야!”

“일단 잡죠?!”


갑자기 도망치니 우린 일단 그를 추격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아니, 저기요! 몬스터도 아닌데 갑자기 왜 도망을 치세요?!”

“그,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

“순찰대 소속 헌터 아니신가요? 다른 인원은 어디에 있죠?”

“그, 그게⋯ 저도 잘 모르는데⋯!”

“잘 모른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죠?”

“아,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그는 술이라도 먹은 듯 횡설수설 헛소리를 뱉어냈다.

낌새가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이건 무슨 가방이죠?”

“그,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요? 그냥 물약 몇 개 들어있는⋯!”

“네, 알겠으니까 이리 줘 보세요. 이거 안에 뭐 들었는지 확인 좀 해보시겠어요?”


나는 남자가 등에 메고 있는 가방을 강제로 빼앗아 수색대 중 한 명에게 넘겼다.

가방이 묵직한 게 절대로 물약이 들어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허, 헌터님⋯?”

“어⋯ 이건⋯.”

“하⋯ 씨발⋯.”


그리고 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한 수색대원은 조금 굳은 얼굴로 내게 내용물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들킨 남자는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의 가방 안에 든 것은 최소 수천만 원은 되어 보이는 수북한 돈다발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무한재생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7 206화 +1 24.08.14 219 7 12쪽
206 205화 +1 24.08.13 228 8 14쪽
205 204화 +1 24.08.12 229 8 14쪽
204 203화 +1 24.08.09 254 8 13쪽
203 202화 +1 24.08.08 231 7 13쪽
202 201화 +1 24.08.07 240 8 14쪽
201 200화 +1 24.08.06 241 8 13쪽
200 199화 +1 24.08.05 247 9 13쪽
199 198화 +2 24.08.02 263 11 12쪽
198 197화 +1 24.08.01 246 9 13쪽
197 196화 +1 24.07.31 248 8 15쪽
196 195화 +1 24.07.30 240 12 13쪽
195 194화 +1 24.07.29 251 11 12쪽
194 193화 +2 24.07.26 277 13 13쪽
193 192화 +1 24.07.25 261 9 13쪽
192 191화 24.07.24 285 10 13쪽
191 190화 +1 24.07.23 286 9 12쪽
190 189화 24.07.22 302 10 13쪽
189 188화 +1 24.07.19 320 10 13쪽
188 187화 +1 24.07.18 309 10 12쪽
» 186화 +1 24.07.17 319 9 12쪽
186 185화 +1 24.07.16 337 10 14쪽
185 184화 24.07.15 346 13 15쪽
184 183화 +2 24.07.05 431 12 12쪽
183 182화 +1 24.07.04 343 11 14쪽
182 181화 +2 24.07.03 384 11 13쪽
181 180화 +2 24.07.02 400 11 14쪽
180 179화 +2 24.07.01 420 11 15쪽
179 178화 +1 24.06.28 459 12 13쪽
178 177화 +1 24.06.27 454 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