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595,361
추천수 :
9,730
글자수 :
1,392,165

작성
24.07.19 07:20
조회
319
추천
10
글자
13쪽

188화

DUMMY

“지금부터 S급 헌터들이 돌아올 때까진 당신들을 이곳에 수감 하겠습니다.”


나는 소은 누나가 만들어놓고 간 감옥 앞에 서 그렇게 말했다.

소은 누나는 이런 일탈 행위를 벌이는 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각성자를 가둘 수 있는 마법의 감옥을 진작에 만들어놓고 갔다.


물론 여기 몇 달, 몇 년을 가둘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가둬놓기만 하는 건 남들 다 목 내놓고 일하는데 오히려 푹 쉴 시간을 주는 꼴일 뿐이니 감옥의 크기는 딱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평소라면 인권침해네 뭐네 하는 소리가 나왔겠지만 지금은 평소가 아니니 이 정도면 상당히 인도적인 처우라고 생각했다.


“아, 진짜 왜 이러십니까? 잘못했다고 했잖아요, 다신 안 한다고요.”

“잘못한 것도 맞고 당연히 다신 하지 않으셔야죠. 그러니까 이 정도로 끝내드리겠다는 겁니다.”


나도 괜히 일을 크게 벌리긴 싫다.

내 눈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곤 해도 어쨌든 모든 권한과 지휘권은 나에게 있기에 나도 일정부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니 최대한 들추지 않고 적당히 덮고 넘어가고 싶었다.

높으신 분들이 사고만 터졌다 하면 쉬쉬하면서 최대한 내부적으로 해결 보려 하는 게 이런 심정인 거겠지, 이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면 지금이 깔끔히 손절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내가 여기서 이들을 확실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일탈은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이 일파만파 퍼져 너도나도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닐 거고 그렇게 되면 조직은 걷잡을 새 없이 붕괴한다.

처음이니까 봐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처음이기에 이들을 본보기로 악순환이 시작조차 되지 않도록 여기서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


“어서 들어가세요, 다른 분들도 쉬어야 하고 저도 할 일이 많습니다.”

“아~ 지랄하네, 씨발새끼가.”


어어?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순찰대의 대장은 중얼거리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나를 향해 눈깔을 부라리며 그렇게 말했고 다른 대원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는 거다.


“야, 이 개새끼야. 꼴에 완장 좀 달고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냐? 내가 지휘관님, 지휘관님 하면서 빨아주니까 내가 진짜 네 부하로 보여?”

“⋯⋯⋯⋯.”


나는 할 말 있으면 다 해보라는 듯 대꾸하지 않고 기다렸다.


“아니,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생각할수록 좆같네,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명령질이야? 너 뭐 돼?”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냥 따라준 거지 당신 공식적으로 아무 권한도 없잖아. 적당히 해야 할 거 아니야?”


대장이 따져 들자 다른 대원들도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반발을 들은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분노나 당황 같은 게 아니라, 직위나 관직이라는 건 애초에 다 허상이었다는 딴생각이었다.

군대의 지휘관들은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헌터의 지휘관인 나는 왜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는 걸까.


이유야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보면 물리적인 강제성이 있냐 없냐의 차이였다.

군대는 지휘관의 권한을 감히 소수 따위가 거스를 수 없도록 수많은 인적, 물적자원에서 나오는 강력한 물리력을 국가라는 거대한 단체가 보장하지만 지금의 내가 가진 물리력이라곤 고작 내 몸뚱이 하나가 고작이다.

저쪽에서 충분히 거슬러 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올 법도 하다.


“⋯⋯흠.”


나는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슬쩍 분위기를 살폈다.

묘한 분위기에 이쪽을 둘러싸고 구경 중인 다른 헌터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이끄는 20명의 수색대 헌터들의 분위기인데⋯.


“⋯⋯⋯⋯.”

“⋯⋯⋯⋯.”


망했다.

수색대의 헌터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싸움을 떠밀고 움찔움찔 물러나고 있었다.

쪽수는 이쪽이 두 배 많지만 저쪽엔 B급 헌터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었다.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고 S급과 A급 헌터들이 자리를 비운 지금 B급 헌터는 이곳 최강자였고 그 지옥 같은 전투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하찮은 일에 휘말려 소중한 생명을 잃고 싶지 않은 헌터들은 최선을 다해 몸을 사렸다.


후~ 1 대 10이라, 싸우면 이길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폼나게 제압하긴 글렀구만.

그렇게 내가 진흙탕 싸움을 예상하고 있을 때였다.


“다들! 들어보세요!”


나와 대치 중이던 순찰대장이 갑자기 충분히 모여들어 이쪽을 구경 중인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여기서 헛짓거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워워, 잠깐만.

이러는 건 많이 곤란한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금 서울에 있는 모든 것엔 누구한테도 소유권이 없습니다! 돈이든, 금이든, 다이아몬드든! 뭐든 간에 전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아무래도 순찰대 대장은 나의 권한을 완전히 무너트릴 작정인가 보다.


“다들 고생했잖아요! 이 나라 위해 한목숨 바쳤잖아요! 그럼 보상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안 그래요?!”


순찰대장의 말에 헌터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들 생각지도 못하던 엄청난 기회에 눈을 떠버린 것이다.


“여러분 여기서 끝까지 개고생해봤자 뭐가 남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남아요! 그리고 끝나면 뭐 가진 건 있어요?! 당신들이 평생 죽도록 일해서 산 서울에 있는 집! 아파트! 그거 다 똥값 됐어요! 당신들 인생 다 날아간 거라고!”


순찰대장의 그 말은 많은 헌터들의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헌터는 다른 직업에 비하면 굉장한 고소득 직업이다.

그렇기에 이곳의 헌터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다들 서울에 자가 한 채씩은, 열심히 살았다면 두 채씩도 있을 것이다.

시드만 있다면 적금이나 주식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는 서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법이니까.

그런데 자신이 목숨 내놓고 일해 쌓아 올린 평생의 재산이 한방에 다 날아갔다니, 듣기만 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소리일 것이다.


“전 더 이상 이 짓거리 못 해 먹겠습니다! 이 지랄한다고 누가 알아줘! 나라에서 연금이라도 줄 것 같아요? 줄 리가 있나! 이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평생 폐지나 주우면서 살아야겠지! 그러니까 적어도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자고요! 자, 선택은 여러분이 하세요! 절 따라오실 분들은 지금 모이십쇼!”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마친 순찰대장은 당당히 주먹을 쥔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연설에 동화된 수많은 헌터들이 갈팡질팡하더니 결국은 그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와⋯ 끝났다⋯.

저 10명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라면 깨진 항아리 틀어막듯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이건 댐이 터져버린 수준이다.

더 이상 나 혼자선 어찌할 방도가 없다.


“자, 잠시만요! 이러지 맙시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어요! 좀 줄어들었을 뿐이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가 남아있다고요!”

“그래요! 애초에 아직 브레이크도 안 일으킨 던전이 수두룩한데 이렇게 분열돼 버리면 둘 다 죽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만큼 반대 의견도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헌터들 중, 내가 내야 할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이들이 나온 것이다.


“가시면 안 됩니다! 그깟 돈 몇 푼에 목숨 걸 거예요? 돈다발 잔뜩 껴안고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승에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야! 비켜요! 내 갈 길 가겠다는데 왜 막아요?!”

“거지 될 거면 당신들이나 실컷 하세요! 우린 그렇게 살 바엔 그냥 죽으려니까!”


돈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헌터들이 이곳을 떠나려는 헌터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서로를 막고, 뚫기 위해 힘을 쓰는 사람들이 나왔고 그것은 자연스레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이봐요, 이건 아니잖아요. 이러지 마세요, 잠시 이야기를⋯.”

“감히 어디 손을 대 씨발! 뒤지고 싶어?!”


- 콰가각!


“윽!”


내가 순찰대장을 진정시키려 그의 어깨를 붙잡자 그는 스킬을 실은 도끼를 휘둘러 나를 공격했다.

위력이 그리 대단치는 않았고 메이스로 막아 별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지휘관님을 공격해?! 당신들 지금 막 나가자는 거야?!”

“더 이상 말로 할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 그냥 강제로 뚫고 나갑시다!”

“먼저 공격한 건 당신들이야!”


순찰대장이 날 공격한 것이 기폭제로 순식간에 헌터들은 둘로 갈라져 무기를 꺼내 들고 스킬을 장전해 서로에게 겨눴다.

내전이었다.

차라리 헌터 절반이 뚝 떨어져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낫지 내전이라니, 최악의 최악이었다.


“뭐야?! 자는데 시끄러워서 와봤더니 아주 개난리가 났네?”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한 줄기, 아니 두 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야~ 넌 이것도 능력이다. 대체 뭘 했길래 이 지경을 만들어놨냐? 나중에 비법 좀 알려줘라.”

“나 뭐 하면 돼?”

“혀, 형! 서연아!”


어디 안 가고 광장에 있었는지 근처에 있었는지 소란을 듣고 형과 서연이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줄곧 혼자이던 내게 드디어 세력이라는 게 생긴 것이다.

고작 두 명이 늘어났을 뿐인데 등 뒤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야~ 박준혁 너 동생 일이라고 되게 빠르다~.”

“이게 무슨 난리야?!”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군.”


거기다 유스케와 아이리, 켄토까지.

일본 헌터까지 합세하며 세력은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났다.


“⋯큭! 강제로 뚫고 나가!”


정확한 상황과 관계를 알지 못해도 분위기라는 게 있다.

좀 전의 20명의 수색대 헌터와 달리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 않은 내 지원군이 도착하자 위기감을 느낀 순찰대장은 무리를 움직여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어떻게든 포위를 뚫고 광장을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저 사람 막아!”


그리고 나는 당연히 그런 그를 제지했다.

여전히 대치 중이긴 하지만 아직 헌터들끼리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니니 주동자만 제압하면 어떻게든 내전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형과 서연, 그리고 유스케, 아이리, 켄토는 이 사건의 주동자라 할 수 있는 순찰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주었다.


“큭, 무, 무슨 힘이⋯!”


모두의 합세로 전세가 단번에 뒤집혔다.

당장 내가 알기로 형과 서연만 해도 거의 A급에 가까운 B급 헌터다.

거기다 모르긴 몰라도 일본 헌터들도 그 정도 수준은 될 테니 순찰대의 헌터들은 힘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시발, 뭘 구경해! 이 새끼들 죽여버려!”

“네⋯ 네!”


이대로면 정말로 제압당할 것 같은 위기를 느낀 순찰대장이 자신을 따라나서기로 한 다른 헌터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

나는 제발 그들이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컷 돈을 벌 생각에 사로잡힌 수십, 수백의 헌터는 우리를 향해 무기를 겨누기 시작했고 계속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결국은 내전이 나기 직전이었다.


“!!!”

“!!!”

“!!!”


순간 느껴진 뒷골이 싸한 살벌한 마력에 모두의 몸이 얼어붙었다.

각성자만 느낄 수 있는 육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어떤 협박의 말이나 위협보다도 확실한 살의를 느낀 우리는, 모두는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항명에 내란까지⋯ 할 수 있는 건 아주 다 했군.”


그리고 그곳엔 미즈키가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냉철한 눈으로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순찰대장은 나한텐 그렇게 빽빽거리더니 미즈키 앞에선 고개도 똑바로 들지 못했다.

아주 강약약강의 표본이구만.

하지만 그럴 만도 한 게 기껏해야 여우와 살쾡이가 모여 서로를 향해 짖고 하악질이나 해대던 와중에 진짜 산군이 나타나 포효하니 나도 오금이 저렸다.

휴,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 되면 한숨 돌렸다.

내가 언제부턴가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긴장을 풀고 있을 때였다.


“묻겠다, 네놈은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지?”

“그게⋯.”

“이대로 병력을 해산한다고 해도 이미 깨지고 갈라진 내부의 결속력은 다시 붙일 수 없다. 이것을 네놈은 어떻게 수습할 것이지?”

“그, 그게⋯ 그러니까⋯.”

“멍청하긴, 질문에 꼭 답이 있다고 생각하나?”

“예⋯ 예?”

“네놈이 수습할 방법은 없다. 네놈이 할 수 있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뿐.”


- 촤아악!


“⋯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나는 어, 하고 허무한 감탄사를 내뱉었고 그것을 본 나는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미즈키는⋯ 내란을 주동한 10명의 순찰대원을 단칼에 참수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무한재생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7 206화 +1 24.08.14 219 7 12쪽
206 205화 +1 24.08.13 228 8 14쪽
205 204화 +1 24.08.12 229 8 14쪽
204 203화 +1 24.08.09 254 8 13쪽
203 202화 +1 24.08.08 231 7 13쪽
202 201화 +1 24.08.07 240 8 14쪽
201 200화 +1 24.08.06 240 8 13쪽
200 199화 +1 24.08.05 247 9 13쪽
199 198화 +2 24.08.02 263 11 12쪽
198 197화 +1 24.08.01 246 9 13쪽
197 196화 +1 24.07.31 248 8 15쪽
196 195화 +1 24.07.30 240 12 13쪽
195 194화 +1 24.07.29 251 11 12쪽
194 193화 +2 24.07.26 277 13 13쪽
193 192화 +1 24.07.25 261 9 13쪽
192 191화 24.07.24 285 10 13쪽
191 190화 +1 24.07.23 286 9 12쪽
190 189화 24.07.22 302 10 13쪽
» 188화 +1 24.07.19 320 10 13쪽
188 187화 +1 24.07.18 309 10 12쪽
187 186화 +1 24.07.17 318 9 12쪽
186 185화 +1 24.07.16 337 10 14쪽
185 184화 24.07.15 346 13 15쪽
184 183화 +2 24.07.05 431 12 12쪽
183 182화 +1 24.07.04 343 11 14쪽
182 181화 +2 24.07.03 384 11 13쪽
181 180화 +2 24.07.02 400 11 14쪽
180 179화 +2 24.07.01 420 11 15쪽
179 178화 +1 24.06.28 459 12 13쪽
178 177화 +1 24.06.27 454 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