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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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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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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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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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1)

DUMMY

마차는 총 다섯 차량이었다. 모두 마석유를 사용하는 기계공학마차였다.

그 외에도 수십에 달하는 당나귀들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짐들도 훼손된 채 길게 흩어져 있었다. 그 짐들 사이로 꽤 많은 짐꾼들과 노예들로 보이는 조각난 시신들 속에 호위들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의 시신들조차 상당한 범위에 걸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이 플레이어란 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질 좋은 무기들 때문이었다.

보이는 대로 얼핏 머릿수를 살펴도 오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상단 규모로 보였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독하게 당했네. 살아남은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행렬의 구조로 봐선 이동 중에 당한 것 같은데 이 정도 규모의 상단이 아무리 그레이 스콜베어가 숲의 학살자라고 해도 고작 한 마리에게 당했을 거란 것은 도저히 믿을 순 없는데, 어찌 된 걸까? 곧 피냄새를 맡고 청소부들이 몰려오겠지. 그전에 조금이라도 좋으니 목을 축일 수 있는 약간의 물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현수는 조간 난 살점을 밝지 않게 조심스럽게 가장 가까이 있는 마차에 접근했다. 가죽들을 엮어서 만든 포장으로 덮여있는 마차엔 세 마리 까마귀가 그려진 깃대가 비스듬히 꼽혀있었다.


“세 마리 까마귀라니.......”


현수는 이런 엠블럼을 사용하는 상단이 헤븐의 2지구에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자 현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기억대로라면 헤븐의 2지구에는 24개의 자치구역이 존재하는데 이 엠블럼을 사용하는 상단이 2지구에 있다는 것은 상단의 무력이 상당하다는 말일 텐데 아무리 숲의 학살자 그레이 스콜베어라도 이렇게 철저히 상단을 짓밟을 순 없다고 확신했다.

이 상황이 왠지 어색하단 생각과 함께 기억 속에 있는 상단이란 생각이 들자 내심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멈칫했던 현수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죽어나간 상단이었다. 여기 물건에 손을 댄 다해도 누가 알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현수의 마음이 편해졌다.

게다가 현수는 영혼이동을 해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에 홀로 떨어졌다. 앞으로 이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물자가 떡하니 떨어졌다. 그야말로 이젠 주인이 없는 물건이었다. 찜찜했지만 탐이 날 수박에 없었다.

이런 현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라도 하듯이 환청처럼 야차대 대장의 말이 들렸다.


"아! 이거 대박이네. 이게 다 얼마야? 이 정도 물자라면 우리 야차대가 3지구에 거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현수야, 어때 흥분되지 않니?"


하고 들려온 대장의 들뜬 목소리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야차대 대장이 살아있는 현수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광야의 삶의 지혜를 일깨워준 것이다. 아마도 몸의 주인이 평소 야차대 대장에게 들었던 기억이 어떤 작용을 일으킨 것 같았다.


"그래 야차대 대장의 말처럼 광야의 첫 번째 규칙, 주인이 없는 물건은 그것을 먼저 취한 사람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상단의 물자는 이미 주인이 없는 물자이니, 이를 내가 취한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어. 고마워요. 대장, 나를 일깨워줘서.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요. 야차대는 내가 잘 꾸려 나갈게요. 모두 함께 죽었으니 저승에서도 흩어지지 말고 모여서 나를 지켜봐 줘요."


이상하게도 자신과 연관이 없는 야차대 대장의 환청같은 목소리에 현수는 지금 자신이 찾아가는 헤븐의 야차대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2지구에 있는 상급 상단의 마차답게 마석유룰 사용하는 마차는 운전석과 물건을 실은 객차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객차는 뼈대를 철로 만들고 목재로 이루어진 벽은 가죽 포장으로 덮여있었다. 사실 최소 이 정도 규모의 마차를 보유하고 있어야 아웃사이더와 약탈자들의 습격에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상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던 마차를 덮고 있던 포장을 걷어내자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현수는 왜 이 마차가 무사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이 마차에는 그레이 스콜베어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들어있지 않았기에 마차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 뒤에 있는 마차도 건들인 흔적이 없으니까 패스 그런데 그 다음 마차는 부서져 있었다.

뜯겨나간 가죽 포장 아래 보이는 건 곡식이나 치즈, 꿀, 술 등과 같은 기호 식품이 든 나무 통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부서져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의 시선이 마차 옆에 절반 정도 부서진 채 매달려 있는 나무통에 머물렀다. 물이었다.

현수는 물이 든 나무통에 다가가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목울대를 넘기며 넘어가는 물은 미지근하면서도 조각난 나뭇조각들이 떠있었지만 현수에겐 감로수와 같았다.


'아! 살았다.'


이들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현수는 덕분에 갈증의 지옥에서 벗어났다.

충분히 물을 섭취한 현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시선은 어느덧 피해가 없는 네 번째 마차를 지나 다섯 번째 마차로 향했다.

다섯 번째 마차의 찢어진 가죽 포장 아래 심하게 우그러든 손가락 굵기의 철근을 엮어 만든 마차에서 피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희미한 신음 소리까지.......

현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우그러든 마차로 다가갔다. 구겨진 철창 안에는 피떡이 된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을 먹으려고 그레이 스콜베어가 철창을 두드린 것 같은데 사람들과 철근들이 뒤엉키면서 포기한 것 같았다. 이들 외에도 널린 것이 사람들의 시체였기에 그레이 스콜베어로서는 이 마차에 무리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 것 같았다.

그런데 희미하지만 사람의 신음 소리가 구겨진 철근 아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수는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그 신음 소리는 구겨진 시체 더미 속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시체들 위에 구겨진 철근들이 그 시체들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인을 하자니 우선 철근들을 제거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 많은 철근들을 어떻게 제거하지 하는 생각이 들자 현수는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돌아서기에는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신의 고유 스킬인 해석안(룬)에 의해 보이는 시채 더미 위에 뜬 청색창을 봤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내용을 담은 플레이어들의 상태창이었다. 그것도 3개나.......


헬레나(7성, 레벨-47)

고유 : 바람의 수호 정령 피오리오의 추종자-숲의 속삭임.


잔느(6성, 레벨-32)

고유 : 대지의 수호 정령 카드모스의 추종자-땅의 의지


셀레나(7성, 레벨- 42)

고유 : 물의 수호 정령 에페리아의 추종자-환희의 숨결


상태창을 본 현수는 눈만 껌벅거렸다.

수호 정령의 추종자라니 왜? 저런 능력자들이 철장 안에 갇혀있었던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떠있던 청색창이 조금 더 희미해지더니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저 시체 더미 속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든 현수는 시체 더미를 누르고 있는 여러 가닥의 철근 중에서 두 가닥의 철근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렇게 한 건 현수에게 철근을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를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염화(룬)을 의식하며 마력을 두 손에 모으자 두 손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화력이었다. 두 손으로 움켜진 철근은 염화(룬)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시체 더미를 누르고 있던 철근들을 끊어낸 현수는 쌓여있는 시체들을 땅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시체들이 치워지자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는 조심스럽게 그들을 땅에 내려놓았다. 쌍둥이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들과 소년이었다. 그런데 소년의 생김새도 뛰어났지만 여자들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가희 천상계의 미모였다.


‘어떻게 네 첫 사랑, 잉글리드 버그만과 닮은 여자들이 이곳에 있는 거지?’


정신을 잃고 피에 젖어있었지만 큰 키에 성숙한 몸, 아름다운 얼굴은 어려 보였지만 현수가 종로의 P영화관에서 본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잉글리드 버그만을 꼭 빼어 닮은 여자들이었다. 현수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인 카사블랑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영화계에 종사하는 덕분에 사부와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곤 부끄럽지만 가끔 꿈속에서 그녀를 생각하면 몽정을 할 정도로 이 여인에게 빠져들었다.

이처럼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훔치던 스웨덴 태생의 잉글리드 버그만은 중학생이었던 현수의 마음에 청춘의 불을 지핀 여인이었기에 그녀를 꼭 빼어 닮은 여인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현수는 숨이 가빠지고 가슴 한편에서 묘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현수의 시선이 멈춘 것은 그들의 목에 걸려있는 은색 구속구였다. 그것이 노예를 뜻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했지만 틈틈이 떠오른 자신이 차지한 이 몸 주인의 지식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천상계 미모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노예라니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이들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짐작한 현수는 아공간(룬)에 있던 포션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꺼내 이들에게 먹였다.


“이봐. 젊은이 나 좀 볼 수 있을까?”


포션을 먹인 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수를 깨운 것은 탁하고 힘이 쇠잔한 목소리였다.

현수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쪽에서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을 상황을 대면하게 되었다. 하체는 사라지고 흘러내린 내장이 보이는 상체만 남은 늙은이가 현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손짓으로 현수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유독 그 노인의 주변에 시신들이 많이 엉켜있었기에 노인 역시 죽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다만 그 시체들 속에 현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시신들 속에 권총을 차고 있는 사람들의 시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권총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라면 4성급 이사일 텐데 그런 이들의 시신이 두 구나 보였다. 아직 이 세상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 것은 안이었지만 현수는 이들 시신에서 또 한 번 석연치 않은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2명이나 되는 4성급 이상의 플레이어가 그레이 스콜베어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현수는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생각했지만 띄엄띄엄 떠오른 지식만으로 무언가를 단정짓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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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3) 24.02.03 34 0 21쪽
4 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2) 24.01.29 33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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