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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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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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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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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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포칼립스(1)

DUMMY

간신히 계단에 발을 걸친 현수는 뭉클하게 등에서 느껴지는 안내양 누나의 빡센 도움으로 꽉 들어찬 버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초의 시간이었지만 현수는 기가 빨리는 것을 느꼈다.


‘겨우 탔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현수가 버스 승객들 사이로 몸을 우겨넣는 순간 주위의 거센 반발력을 느꼈다. 그 순간 좌우로 요동치는 버스의 움직임에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던 버스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게 현수의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무색무취, 그것이 한마디로 현수의 학교생활이었다. 왕따는 아닌데 왕따 같은 학교생활이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3학년이 될 때까지 이 학교에서 현수는 친구가 없었다. 아니 친구란 친근한 단어에 현수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고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건 이유가 있었다. 집에서 하는 가업 때문에 현수는 어렸을 때부터 못 볼 것을 많이 들으며 컸다. 고조할아버지부터 시작했다는 고리대금업 즉 사채업이 현수네 가업이었다. 그것도 한국에 짜한 지하경제의 거물로......, 꼭 현수가 들으려고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에 있는 경호원들의 은밀한 말로는 할아버지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히고 했다는 것이다.

그 중엔 현수가 어려서부터 얼굴을 알고 있던 아저씨도 들어있었다. 그 아저씨의 딸이 국민학교 친구였고, 아직까지 현수의 곁에 친구로 남아 있는 태희의 절친이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그 사건이 어린 현수의 마음에 큰 짐이 되어버렸다. 그 뒤 현수는 학교에서 웃음을 잃었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이 흘러 학교가 파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여느 때처럼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바쁘신지 아직 귀가하지 않으셔서 혼자 영천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방으로 올라와 책상에 앉았다. 곧 기말 시험이었다.


“휴-.”


답답한 한숨을 내쉰 현수는 성문기본영어책을 꺼내 폈다.

3월에 샀는데 책은 그 흔한 낙서조차 없이 깨끗했다. 현수의 손안에서 볼펜이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현수의 고개가 끄떡거리더니 볼펜이 책상위에 떨어져 굴러갔다.


현수는 주위를 둘러봤다.

죽음이 지배하는 살육의 현장. 무너진 건물 사이에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마수들과 갈기갈기 찢긴 인간들의 조각난 시체가 가득 널려있는 이곳은 지옥 그 자체였다.

들이마시는 호흡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와 폐가 썩을 것 같이 지독한 악취 게다가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잠시 전 책상에서 존 것 뿐이었던 현수였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참혹한 상황이 결코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온 몸에 소름이 쫙 퍼진 현수는 사시나무처럼 떠는 두 손을 힘을 주며 비틀듯이 맞잡았다.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야차대? 양구시......, 도대체 이게 뭐지? 왜? 이런 기억들이 생각나는 거야?”


단편적이지만 몇 가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억들을 떠올렸던 현수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몇 걸음 앞에 상반신이 뭉텅거려 찢겨나간 중년인이었다.

그의 시신을 본 현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처참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얼굴의 일부가 남아있는 그는 현수가 떠올린 기억 속에 있는 야차대의 수장이었다.

그 주변에는 현수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의 시신들이 초대형 개미들과 엉켜 있었다.

비록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보자 현수에게 또 다른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건 현수 역시 이 야차대에 속해 있었고, 그가 속한 야차대는 초대형 개미들의 이동 경로에 놓이게 된 양구시의 방어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쩝쩝.”


무언가 먹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리자,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현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현수가 본 것은 처음 보는 대형 개 만한 짐승이 조각난 사람들의 시신을 먹고 있는 거였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짐승과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멈칫하던 짐승은 먹고 있던 시신과 현수를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시신에 처박고 다시 먹기 시작했다. 먹을 것이 주변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굳이 사냥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현수는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걸음도 가지 못해 멈췄다.


‘아이 씨,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제길.’


현수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의 사체가 저런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을 그냥 나두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왠지 그냥 두었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 갈기갈기 찢어진 시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현수의 머릿속에 새로운 기억들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내가 플레이어라고.......’


현수는 자신이 플레이어란 것을 생각해내자, 경혈을 따라 체내에 흐르는 기를 느꼈다. 아니 그건 기라기 보단 마력이었다. 마력은 현수가 깨어난 세상에 풍부하게 대기 중에 퍼져있어 플레이어가 스킬을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의 근원이었다. 가쁜 호흡을 통해 마력을 흡입하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엄습하고 있던 공포도 사라져갔다.

플레이어란 혈연을 통해 스킬이 이어져 내려 온 마력을 다루는 초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언제부터 어떻게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플레이어들은 지금 현수가 눈을 뜬 아포칼립스 세상이 시작된 대격변 이전에도 존재했었다고 구전되어 왔지만, 세상의 모든 땅이 하나로 합쳐진 대격변 이전 세상에 대한 정보는 접근이 금기로 정해져 있어 어떤 도시에서든지 철저히 통제되어 왔기에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 역시 정확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나마 알려진 정보들은 이들 마력을 다루는 플레이어들의 스킬은 대를 이어지기도 했고 또는 여러 세대를 건너뛰기도 하면서 혈연으로 이어진 후손에게 유전처럼 꾸준히 전해져 왔다는 것이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스킬은 창조 되어지기도 했고, 마수를 잡으면 나오는 스킬석을 통해 새로운 스킬이 습득 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얻는 스킬들 역시 혈연으로 이어진 다음 세대에 전해졌고 이를 플레이어들은 고유 스킬이라고 불렀다.

어떤 연유로 이 세상에 온 건지는 몰랐지만 현수는 이내 떠올린 기억 속에서 플레이어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자각했다.


“상태창.”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눈앞에 직사각형 청색 창이 떴다. 청색 창 안에는 자신의 이름 옆에 잠재력 12성에 레벨이 351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칭호가 영혼이동자로 되어있었다.

영혼이동자라니, 내 영혼이 어디론 가 이동한단 말인가? 현수는 그 의문이 지워지기 전에 그 아래 적혀있는 글을 읽어봤다.


고유 : 아공간(룬). 해석안(룬). 뇌전(룬), 빙(룬), 염화(룬). 연금술(룬-분해, 융합). 고속.

스킬 : 호랑이 호흡(하급), 호랑이 도법(하급), 호랑이 격술(하급). 치료사 가 적혀있었다.


현수는 처음 본 상태창이지만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상태창에 있는 것들이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이란 말이지. 마치 이건 내가 초인이라도 된 것 같잖아. 게다가 호랑이 호흡이나 호랑이 도법, 호랑이 격술 등은 내가 사부에게 배운 것과 같은 것 같은데 그건 어찌 된 영문일까? 아! 정말 생각할수록 모르겠어. 이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그러니까 아공간이란게 물건을 넣는 창고란 말이지. 그럼 저 아공간(룬)에 시신들을 넣으면 되겠네.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현수는 시신을 먹고 있는 짐승을 의식하며 상태창에 나타난 아공간(룬)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현수는 생태창에 나타난 내용을 자연스럽게 숙지했다. 아공간(룬)을 다루는 것을 알자 현수는 서둘러 야차대에 관련된 사람들의 시신들을 아공간(룬)에 넣고 이 참혹한 현장을 벗어났다.

현수는 뛰고 또 뛰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뒤를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참을 정신없이 뛰던 현수는 그다지 지친 거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까부터 느끼던 허기를 참을 수가 없어 뛰는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현수가 멈춘 곳은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울창한 숲 속이었다.

이곳은 현수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나무들과 그 보다 작은 나무들이 촘촘히 있는 숲이었지만 현수는 이런 침묵하는 숲의 고요함에 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큰 나무를 등지고 앉았다. 그제야 정신없이 달리느냐 잊고 있었던 몸에 난 상처에서 격한 통증이 몰려왔다.


“제길, 더럽게 아프네.”


상처들을 살펴본 현수는 튼튼해 보이는 입고 있던 가죽 옷이 찢어질 정도로 피부가 벌어진 몇 군데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상처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긴 듯 투박하게 벌어져 있었다. 현수의 생각대로 그 상처들은 대형 개미의 입에 돌출된 날카로운 집게에 찢긴 상처였다. 운이 좋았다. 만약 그에게 고속 스킬이 없었다면 그 정도의 상처가 아니라 몸이 토막이 났을 것이다.

비록 중3이지만 평소 사부에게 무술과 한의학에 대해 배웠던 현수는 이대로 상처를 나두었다가 덧나면 상당히 고생을 할 거란 것을 알았다.

그 때 간간히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현수는 아공간(룬)에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포션이란 것이 들어있는 것이 생각났다. 현수가 포션이 들어있는 이공간(룬)을 의식하자, 그 아공간(룬)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현수가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아공간(룬) 한쪽에 끝없이 쌓여있는 금속 덩어리 속에 상당수는 금괴로 보였다. 그 외에도 금속 덩어리들 옆에 다양한 무기들과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나무 상자나 가죽 주머니들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서 이번에 아공간(룬)에 현수가 집어넣은 야차대 사람들의 시신도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리저리 아공간(룬)안을 들러보던 현수의 눈에 한 영역을 점하고 적지 않은 물자가 따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 보였다. 그곳은 현수가 찾고 있던 야차대 소유의 물자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였다. 사실 현수의 아공간(룬)안에는 야차대 대장의 주장으로 무기와 식량뿐만 아니라 치료제를 비롯한 생활필수품들까지 다양한 야차대의 물자들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공간(룬)을 사용하는 것이 처음이란 것이 무색하게 현수는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아공간(룬)에서 포션을 꺼내 상처에 들이붓자 놀랍게도 상처는 흔적도 없이 치료가 되었다.

사부에게서 한의학을 배웠던 현수는 포션의 약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마치 외상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기적의 약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수도 이내 다양한 포션의 효능에 대해 기억을 떠올렸지만 지금 자신이 사용한 효과가 좋은 상급 포션은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다만 귀해서 구하기 어려울 뿐이었다.

치료를 마친 후 이런 일련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것에 현수는 스스로 놀라며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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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29 블루 워터 시(4) 24.04.27 14 0 19쪽
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7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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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7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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