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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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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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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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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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다(2)

DUMMY

중년인은 현수의 무술 사부이자 한기철 회장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오철웅이었다.

오철웅은 한기철 회장이 부산 피난 시절 만났던 사람이었다.

당시 소년이었던 오철웅은 국제시장에서 소매치기를 했는데, 작업 중 국제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시장파에 걸려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을 한기철 회장이 구해줬는데 그때부터 오철웅은 한기철 회장의 수족이 되었다. 그게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오철웅은 그후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모아 한기철 회장의 친위세력으로 삼았는데, 이것이 전국구 조직인 서호파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는데, 그건 그가 피난 중에 가족을 잃고 먹고살기 위해 소매치기로 살았지만 전통 무예 계승자란 것이었다. 그런 오철웅이 미국에서 귀국한 어린 현수를 보고 운명적인 강한 끌림을 느꼈다. 그 때문인지 오철웅은 오 씨 가문에서 비밀리에 전승되어 전해져 내려오던 무술을 현수에게 전수해 주었다.

한기철 회장은 오철웅이 현수에게 자신의 비전을 전수해주려는 것을 알자 (주)태흥조경회사 안에 기숙사 4동을 짖고 이름을 서호관이라 현판을 올린 뒤 관주로 오철웅을 삼았다. 오철웅은 서호관에 살며 그가 받아들인 서호파 조직원 중에서 능력 있는 자들에게 무술을 전수해주며 서호관에서 거주하게 했다.


“사부님.”

“도련님, 늦으셨습니다.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사부님, 내가 어떤 모험을 했는지 아십니까? 알면 엄청 부러우실꺼에요. 암, 사부님은 내가 겪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알게 된다면.......”

“도련님, 그 무슨 헛소리를 하십니까? 잠이 덜 깨신 겁니까?”

“크크크, 학교 갔다 와서 이따 말해줄게요.”


오철웅은 좀 들뜬 듯이 말하는 현수를 보면 내심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그다지 잘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이답지 않게 호탕하고 남자다운 면을 가지고 있는 현수가 묘한 말을 하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서호관의 관주이자 한기철 회장의 경호실장으로 (주)태흥조경회사 안의 모든 경계를 맡고 있는 오철웅은 현수가 오늘 아침 수련을 한 것까지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정보를 취급하는 것은 험한 일을 많이 한 한기철 회장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오철웅에게 지시한 일이었다. 그처럼 한시도 자신의 안테나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현수가 무슨 모험을 했다고 저리 들뜬 표정으로 말을 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모시는 한기철 회장이 식당에서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련님, 모험 이야기는 차후에 듣기로 하고 우선 식당으로 가시지요. 회장님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할아버지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요. 가요. 사부님.”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흐르는 식당에는 차가운 인상의 할아버지와 그와는 대조로 선한 인상의 현수의 부모님이 식탁에 자리를 잡고 현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은 바늘 하나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아니 적막하단 표현이 더 어울렸다. 아마도 분위기를 보니 현수가 너무 늦어져서 그리 된 것 같았다.

지연수가 식당으로 들어오는 현수에게 책망의 의미가 깃든 눈짓을 했다. 이 집안에서 현수를 다잡을 사람은 지연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유일한 손자를 내심 아끼는 한기철 회장이나 일에 파묻혀 사는 한동현은 현수에게 화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너라.”

“네 할아버지, 아빠-, 엄마-.”

“오! 인석,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왜? 이리 사내 녀석이 아침부터 그래.......”

“아니에요. 할아버지.”


사실 저쪽 세상에서 집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족들을 그리워했던 현수였기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물기가 섞인 그의 떨리는 음성을 들은 한기철 회장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지은 현수에게 별다른 특이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자 한 번 더 현수를 살펴본 뒤 그냥 넘어갔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보고 울컥했던 마음을 숨긴 현수는 자기 자리에 착석을 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 주방을 담당하는 영천 아줌마가 밥과 국을 가져다주었다.

오늘은 시금치를 넣어서 끓인 된장국에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식탁을 장식했다.

저쪽 세상에서 주로 육포로 끼니를 때우던 현수였기에 주방을 담당하는 영천 아줌마가 끓인 시금치 된장국 냄새에 또 한 번 울컥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현수가 무언가 변한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은 한기철 회장이 수저를 들자 식사를 시작했다.


“현수 어미야, 그래 현수 여름방학에 여행 갈 계획은 잘 준비되고 있는 게냐? 내 생각엔 전처럼 동경에 가는 것이 좋을 듯한데?”

“아니에요. 아버님. 올해만큼은 국내 여행을 했으면 해요. 제가 다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한기철 회장은 지연수의 대답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매제가 있는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는데 올해만큼은 일본 여행을 반대하는 며느리 때문에 그것이 어렵게 되었기에 일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매제를 생각하니 조금은 미안한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기철 회장이 평소 자기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었던 며느리 지연수의 생각을 받아들인 것은 작년과 재작년 일본에 갔을 때 인명이 상하는 불의의 큰 사고가 연속적으로 주변에서 일어났기에 올해는 지연수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두 해에 걸쳐 일본 여행 중 주변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인명사고에 한기철 회장은 자신을 목표로 하는 습격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사건을 취급했던 경시청 관계자의 의견에 그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여러 의문점이 그의 눈에 나타났다. 한기철 회장은 그런 것들을 검토하자 아무래도 매제인 아사이 회장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는 강한 의혹을 갖게 되었다. 그랬기에 어렴프시 사고의 원인을 짐작하고 있던 한기철 회장으로서는 며느리 지연수의 요청을 마냥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지연수는 한기철 회장의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는 아니었다.

중국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던 한기철에 반항해서 마음을 잡지 못하던 한동현은 1943년 대만 영화관에서 본 오즈의 마법사가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 뒤 해방이 되자 귀국 후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한동현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 버클리 음악학교에서 음악에 대한 이론을 배우며 그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음악을 입히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즉 영화음악에 매료된 것이다.

그러다가 1959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의 복식을 담당한 노라 노 디자이너의 수습디자이너로 참가한 지연수를 우연히 만나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버클리의 어느 작은 교회에서 하객도 별로 없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이런 연유로 현수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 버클리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현수는 미국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가 되었다.

사전 예고도 없이 고아에 그다지 배경도 없는 지연수와 비밀리에 결혼한 사실에 불같이 노한 한기철 회장의 노여움도 현수가 태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현수를 보고 싶다고 귀국을 종용했다. 그래서 현수의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현수 역시 너무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들어왔기에 속지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었지만 현수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려던 한동현은 영화업계의 텃세에 어려움에 처하자 한기철 회장의 자금 지원으로 (주)태흥영화제작소를 설립하고 영화 제작과 배급, 외화 수입 등 영화 사업 전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편 국내 위주로 기업 사채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한기철 회장은 1972년 8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으로 사채 시장이 동결되자 적지 않은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고 이 조치는 한국에서 재벌들이 탄생하는 시점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이 조치를 빌미로 한기철 회장 국내 사채 시장에서 굴리던 자본으로 무진회사와 서민금고들을 모아 (주)태흥상호신용금고를 설립했다. 물론 모기업은 그가 오랫동안 경영해오던 천보당이란 전당포였다. 천보당은 한기철 회장의 할아버지가 조선이 일본에 합병되기 이전인 구한말에 중국으로 건너가 세운 고리대금업을 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한기철 회장은 (주)태흥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한 뒤 인천, 부산, 목포, 대구, 대전 등지에 있던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여 지점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양지로 올라온 한기철 회장은 자신의 돈을 갚지 않은 한계기업들을 인수해서 건설, 호텔, 유통, 조선소, 해운, 제약 등으로 점차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

이처럼 한 씨 집안 남자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의 고대 복식을 복원하는 일에 몰두하던 지연수의 주변인들이 그들을 워커홀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 어쩌면 현수도 이런 성향을 가진 집안의 남자였기에 위험한 저쪽 세상에서 깨어난 뒤 그 험한 세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현수는 한기철 회장과 지연수의 말을 들으며 슬쩍 한동현을 보자 그는 이 대화 속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금은 어색한 식사 시간이 끝나고 현수는 방으로 올라왔다.

아침 등교는 출근하는 아버지 차에 편승해서 학교를 갔다.

현수가 다니는 중학교는 북아현동에 자리한 H중학교였다. 학교에서 수업 중에 저쪽 세상에서 만난 인연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지낸 현수는 하교 길에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쪽 세상에서 사람들을 이끌게 된 현수는 부담감도 컸지만 또 한편으로는 흥분되기도 했다. 이쪽 세상에선 중3인 현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저쪽 세상은 달랐다. 플레이어인 현수는 자신을 따르기로 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기에 상당한 책임감 또한 느꼈다. 그런 책임감은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없는 현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 현수는 자신이 저쪽 세상으로 곧 다시 갈 거란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준비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준비해야 할 것이 먹을거리였다. 하지만 자기 혼자도 아니고 딸린 식구가 여럿 되다 보니 현수는 어떻게 그 물량을 구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현수는 그쪽에서 머물렀던 시간을 생각해서 적어도 10여명이 한 달은 먹을 식량을 마련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론 불가능하단 것을 자각하자, 역시 자신을 대신해서 이런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현수는 그가 염두에 둔 오철웅이 한기철 회장과 명동에 있는 (주)태흥상호신용금고에 출근을 했기에 저택을 지키는 경호원에게 오철웅 실장이 퇴근하면 은밀히 옥상 수련장으로 올라오라는 말을 전해주기를 부탁했다.

오철웅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현수는 아공간(룬)에 보관되어 있는 물자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는 아공간(룬)에 보관되어 있는 물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눴다. 그건 개마 시에서 가져온 물자와 그 이후에 생긴 물자였다. 우선 개마 시에서 가온 물자는 그 물량이 너무 엄청나서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자, 야차대의 물자와 구잔 노인이 건네준 물자들을 우선 점검해 보기로 했다.

야차대의 물자는 단원들의 소유물 외에 야차대가 관리하는 4지구 1724자치구역에 속한 상인들의 소유인 소금과 꿀이 나왔다. 물론 일부는 보호비로 받은 야차대 소유였다. 질이 떨어지는 거친 소금은 자치구역의 범위 안에 있는 지저 1층에 있는 염호에서 채집한 소금이었고, 꿀 역시 비행 마수인 골드 허비의 벌집에 목숨을 걸고 채집한 것이었다.

저녁에 되어 현수가 수련하고 있는 수련장에 나타난 오철웅은 곤란한 얼굴이었다. 그건 현수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지연수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오후엔 오철웅의 무술 지도를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사부님.”

“도련님, 무슨 일인데 절 불렀어요. 사모님이 아니면 제 입장이 진짜 곤란해요.”

“사부님도 엄살은......, 설마 엄마가 사부님에게 뭐라 하시겠어요. 그러지 마시고 자 이리로 와 보세요. 할 말이 있으니.”

“이러면 안 되는데.”


현수가 수련장 근처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오철웅을 부르자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다가와 현수 옆에 앉았다.

아공간(룬)을 정리하며 현수는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 털어놓고 협조를 구할지 한 번 더 생각했지만 역시 가족들을 안 되었다. 특히 지연수가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역시 만만한 게 사부인 오철웅이었다.

나무 의자에서 일어난 현수는 오철웅 앞에 섰다. 그런 현수의 행동에 오철웅은 대체 왜 저러나 하는 얼굴이었다.

현수는 말을 꺼내기 전에 오철웅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뇌전(룬), 빙(룬), 염화(룬) 등 스킬을 보여주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만화에서 나올법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이게 대체 무슨......, 번개와 얼음, 불덩이라니요? 설마 초능력이라도 생긴 겁니까?”

“초능력이라, 그래요. 이건 사부님 말대로 초능력이네요. 그런데 저도 왜 이런 초능력이 저에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에겐 지금 보여준 초능력들 말고도 아직 보여주지 않은 다른 초능력들도 있어요.”

“허, 이거 참. 눈으로 봤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요.”

“사부님, 그냥 믿으세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저에게 이런 초능력만 생긴 게 아니라 제 정신이 다른 세계를 갔다 온다는 것이 문제예요.”

“도련님의 정신이 다른 세계에 갔다 온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지금 보여준 이 초능력들은 제 정신이 다른 세계로 가서 그쪽 세상에 있던 저와 동명이인인 한현수란 사람의 몸을 얻으면서 생겨났어요. 왜 제 정신이 다른 세상에 있는 그 사람에게 이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어요. 게다가 눈을 감았다 뜬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다른 세계에서 며칠 아니 상당한 시간을 보내곤 다시 돌아옵디다.”

“짧은 시간에 정신이 다른 세계로 이동했다 온다고요?”

“그래요. 사부님. 믿을 수 있겠어요?”

“당연히 믿을 수 없죠.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겠네요. 지금 도련님이 그 대상이니까요. 도련님이 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요.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런데 사실 제 걱정은 혹시나 제 정신이 그쪽 세상에 갔다가 사고로 죽게 되었다면 이쪽 세상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걸 알기 위해 저쪽 세상에서 죽어볼 수도 없잖아요?”

“정신이 죽는다면, 돌아올 수 없다니요? 도련님, 그러면 안 되잖아요? 다른 세계로 가지 않을 수는 없나요?”

“모르겠어요. 그게 제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서요.”

“큰일이네요. 도련님 이 상황을 회장님께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돼요. 할아버지 아시게 되면 엄마도 이걸 알게 되겠죠. 그럼 엄마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어요.”

“사모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사부님께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저쪽 세상에서 저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그쪽 세상은 모든 것이 열악해서 많은 것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사부님이 식량이나 필요한 것들을 좀 구해주셨으면 해서 저에게 생긴 이 상황을 알려드린 거예요. 제가 언제 또 다시 그쪽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식량이나 필요한 물건들이요?”

“예.”

“도련님, 정신이 이동한다면서 제가 구해준 물건들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합니까?”

“그건 아공간이라고 물건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정신 공간이 있어요. 그것을 이용하면 되요.”

“아공간이요? 그건 또 뭐닙까?”


현수는 아공간에서 금괴를 하나를 꺼내 오철웅에게 보여주었다.

마침내 현우에게 설득 돤 오철웅은 현수가 필요로 하는 물자를 공급해 주기로 하자, 현수는 아공간(룬)에 있는 금괴를 일부 꺼내주려고 했다. 하지만 오철웅은 금괴를 매매하는 것은 한기철 회장의 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며 고맙게도 자신의 자비를 들여 물자를 모아 들였다.

1주일에 걸쳐 오철웅은 자신이 구매한 수십 포대의 감자와 고구마,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 기호 식품들과 다양한 곡물을 섞어 만든 양질의 미숫가루, 라면, 믹스 커피, 과일, 고기, 가루 우유, 다양한 종류의 통조림 등등 식품들이 아공간(룬)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물론 그 물건들은 오철웅의 의견을 받아들여 모든 포장을 제거하고 큰 광주리들을 구해 그 안에 담았다. 혹시라도 그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포장지들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물론 믹스 커피 같은 형태의 기호 식품은 그 세상에선 구할 수 없는 음식이지만 현수의 기억 속에 저쪽 세상에도 커피가 존재했고 구하기 어려웠지만 라면이나 통조림 같은 물품들도 그쪽 세상에도 존재했기에 그 정도는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다며, 라면과 커피를 좋아하는 현수가 극구 주장했기 때문에 물품 목록 속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식량 문제는 오철웅 덕분에 해결되었지만 또 하나 현수가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다. 그건 자신의 휘하에 들어온 일반인들의 무력 수준 때문이었다. 자신과 플레이어들이 없다면 약탈자, 아웃사이더, 마수들을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그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전 씨 아저씨와 그 가족들, 염 씨 남매들에 대한 무력 보강이 현수에겐 큰 근심거리였다.

그 점에 대해 오철웅과 상의를 해봤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순 없었지만, 현수는 오철웅에게 저쪽 세상 사람들에게 그에게 배운 것들을 전하고 싶다고 하자, 오철웅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그 뒤 개인 무력을 높이는 문제는 우연한 기회에 해결되었다.

그건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사재에 있던 중세 석궁 설계도로 해결이 되었다. 현수는 아버지 서재에서 카트리지 교환 방식의 7연발 석궁 설계도를 찾은 것이다. 단발 석궁도 위력이 있지만 7연발을 연이어 쏠 수 있는 석궁은 일반인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란 생각이 들자, 현수는 그 석궁의 제작에 들어갔다.

연금술(룬)을 스킬로 가지고 있는 현수에겐 석궁 제작은 어려움이 없었다. 재료는 아공간(룬) 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현수는 카트리지 석궁을 재현해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공간(룬)에서 석궁의 재료를 찾는다고 이것저것을 훑어보던 중 구잔 노인 건네준 오크통 7개 분량의 흑색회약이 나왔다. 이 정도 화약이면 수만 발의 총알은 족히 재작할 수 있는 물량이었지만 총알 제작은 석궁과는 다르게 저쪽 세상에서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와 같이 식량과 석궁을 준비한 현수는 새벽이 되면 수련장에서 수련을 했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지연수의 눈을 피해 간간히 오철웅과 대련도 했다.

오철웅은 자신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현수의 성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 이거 인젠 내가 도련님 상대가 안 되네요.”

“크크크.”


오철웅의 의견을 빌리면 현수가 원숙한 1급 무사의 실력이라고 했다. 조금은 자괴감이 든 오철웅의 말에 현수는 그를 도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현수는 아마도 아공간(룬)에 있는 각성석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창을 통해 운동장에서 볼을 차고 있는 애들을 지켜보고 있던 현수에게 암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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