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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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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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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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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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2)

DUMMY

노인에게 다가간 현수는 그의 옆에 흩어져 있는 포션을 담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병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병들을 잠시 훑어보던 현수는 노인의 몰골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끔찍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저런 상태라면 그냥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봐 젊은이 나와 거래 한 번 해보지 않겠나?”

“거래요?”

“그래 거래. 젊은이에게 큰 이득이 돌아갈 거래인데 어때 흥미가 좀 동하지 않은가?”


그레이 스콜베어에게 당해 하반신을 잃어버리고 목숨을 잃기 직전에 노인은 자신을 증명하는 반지 모양의 인장에다가 어린 소녀들과 연금술에 필요한 각종 재료 등이 포함된 상당한 물자들을 건네주고 비밀 엄수 계약까지 맺은 연금술사를 통해 비밀리에 마련해두었던......, 다시 말해서 자신이 치사량의 독이나 치명상을 당해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몸에 극소량이지만 자신이 최선을 다해 구할 수 있었던 신비의 명약인 엘릭서가 주입되는 장치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인장의 아공간에 보관 중이던 최상급 포션들을 꺼내 목숨을 연명하던 중이었다.

그나마도 신체의 절반이나 훼손당해서 아공간에 있던 최상급 포션들까지 모두 마셨지만 얼마나 목숨줄을 연명할 시간이 남아있는 줄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목숨 줄을 잡았던 노인은 마수의 한 끼 식사로 사라질 것이란 두려움 속에서 전전긍긍하다가 마수가 사라진 뒤 나타난 현수가 이곳에 도착해서 하는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귀한 포션을 먹이는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아는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세상이었다.

자신도 그러했지만 약한 자가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 용인되는 세상에 자신이 가진 귀한 것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건네준다는 것은 철혈의 상인이란 말을 듣고 있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노인의 눈앞에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현수의 모습에서 독특함을 느낀 노인은 그와 마지막 거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상식적으로 불가해한 저 젊은이라면 한 번 믿어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수는 노인의 제의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현재 노인의 상태라면 거래고 뭐고 간에 길을 가던 어린아이가 약탈자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그런데 거래라니.......

웃음이 나오려던 현수는 자신의 대답을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연하게도 할아버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할아버지를 돈에 미친 사채업자, 음지의 돈벌레라고 수군거려도 언제나 뜻한 바를 놓치지 않고 얻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노인에게서 엿보였던 것이다.

그건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상인의 모습 아니 어쩌면 깊숙한 심연 속에 내재되어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자넨 누군가? 아! 내 말은 그저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게. 이게 워낙 큰 건이라서 말일세.”


노인의 말에 현수는 생각했다. 저 노인이 ‘세 마리 까마귀’ 문장의 주인일 거라고 그건 저 정도 심각한 중상을 입고도 아직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짐작한 것이다. 사실 저 모습은 이 지랄 맞은 세상에서 눈을 뜬 현수가 보는 기괴한 장면의 또 하나일 뿐이지만.......

현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죽어가는 노인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노인장, 제가 보기에는 헤븐에 적을 든 상인이신 것 같은데 혹시 야차대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야차대? 양구에 갔다가......”

“예, 저희 야차대는 양구에서 의뢰를 마치고 헤븐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헤븐으로 돌아간다고? 자네 혼자서......, 그럼 자네 말고 다 양구에 뼈를 묻은 건가?”

“노인장,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군. 그런 의미였어. 나이가 먹도록 그런 간단한 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이런 꼴을 당하지.”


노인의 현수의 말에서 대략 그의 상황을 짐작한 것 같았다.

조금 전에 현수가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는 것을 봤던 노인은 아마도 야차대 대원들의 시신이 현수의 아공간에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얼마나 아공간에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신들을 아공간에 넣다니......, 노인은 현수의 신의에 내심 그를 거래의 당사자로 정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네와 하려던 거래는 내 요구를 자네가 들어주면 자네에게 상당한 물자를 건네주려고 하는 거지.”

“상당한 물자요? 혹시 노인장께선 여기 있는 물자들을 가지고 저와 거래를 하시겠단 말입니까?”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이미 자네 것이 된 여기 있는 물자들은 비교도 안 될 걸세. 무엇을 생각하던 자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을 걸세. 어때 한 번 해보지 않겠는가?”


현수는 빙글거리며 하는 노인의 말에 속으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저런 몰골로 웃음이 나오다니 내심 대단한 노인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현수는 그런 노인네가 제시하는 거래가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좋습니다. 적어도 세 마리 까마귀를 엠블럼으로 삼는 크로우 상단이라면 큰 거래를 해볼 수 있겠네요. 그래 그 거래란 것이 어떤 겁니까?”

“역시 자넨 내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군.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서로 대등한 거래가 이루어지겠지. 자네에게 제시하는 거래는 바로 내 손자와 손녀를 보호해 주는 것이네. 그리해준다면 내 소유의 모든 재산을 자네에게 주겠네.”

“노인장의 손자와 손녀를 보호하라고요? 노인장의 가족이라면 크로우 상단에서 지켜주지 않겠습니까? 왜 이런 제의를.......”

“자넨, 내가 이끄는 상단이 겨우 그레이 스콜베어에게 이리 처참하게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 그럼......, 전 사실 크로우 상단의 깃발을 보고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미 4성급 플레이어들의 시체를 본 현수에겐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들 정도라면 충분히 그레이 스콜베어 쯤은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레이 스콜베어를 만나기 전에 우린 이미 독에 당했었네. 워낙 무색무취했던 독이어서 그 놈을 만날 때까지 아무도 그걸 눈치 챈 사람이 없었지만.”

“역시 그랬군요. 2지구에서 상단의 호위를 할 정도의 플레이어들이라면 그레이 스콜베어 역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은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던 거지만요. 그런데 어떤 자입니까? 독을 살포한 자가?”

“독을 살포한 자 말인가? 그 자 역시 저 시체들 속에 있을 걸세. 자신이 행한 일로 결국 자신 역시 목숨을 잃었네. 인과응보인 셈이지.”

“그렇군요. 인과응보. 그래서 노인장은 제게 가족들을 부탁하려했군요. 상단 안에 노인장을 지우기로 생각한 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군요?”

“그건 당연하지 않은가? 크로우 상단은 그리 만만한 상단이 아닐세.”

“노인장, 그런 상단에게서 노인장은 당신의 가족들을 제게 맡기신단 말입니까?”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거래의 조건으로 내가 소유한 막대한 물자를 자네에게 주려고 하지 않은가?”

“좋습니다. 이 거래를 맡도록 하지요. 근데 혹시 노인장은 상대의 정체를 짐작하시나요?” “........”

“노인장, 상대의 정체를 아신다면 제게 알려주는 것이 노인장의 가족을 보호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군요.”

“아마도 상대는 크로우 상단의 주인이자 네 배다른 형인 조나단 구잔 일세.”

“크로우 상단의 주인이라구요? 젠장.”

“하하하, 왜 이제라도 거래를 파하고 싶나?”

“끙, 그럴 리가요. 저희 야차대는 비록 헤븐의 외각인 4지구이지만 그래도 자치구역을 가지고 있는 건실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용병대이지요. 이미 거래를 승낙한 이상 노인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클럭.”

“노인장.”


갑자기 노인은 입으로 피를 토했다. 아마도 엘릭서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노인은 더 이상 포션을 복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반지의 아공간엔 목숨을 연장해줄 엘릭서는 더 이상 없었다. 또한 엘릭서가 있다하여도 더 이상 복용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몰골이라면 귀중한 엘릭서를 낭비할 따름이었다.


“젊은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포션을 먹으면 조금은 더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몰골로 살아가는 것은 사양일 세. 어! 저들이 깨어났군.”


노인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돌리자 쌍둥이 여자와 미소년이 깨어나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양쪽 눈동자의 색깔이 달랐다. 그것은 불가촉천민인 살케 종족을 상징하는 오드아이였다.

오랜 기간을 이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관습법처럼 사람들이 사는 곳 어디서나 살케 종족들은 최하층 노예로 존재했고, 어떤 사람이라도 주인이 없는 그들을 사로잡으면 노예를 삼을 수 있는 그런 최하층 종족이었다. 그들은 깨어나자마자 노인에게 다가와 복종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그들을 지긋이 쳐다봤다.


“너희의 목숨은 여기 있는 젊은이가 구했다. 감사를 표해라. 이제부터 너희들의 주인이 되실 분이니......”

“감사합니다. 주인님, 저는 헬레나입니다.”

“저는 셀레나입니다. 주인님.”

“주인님, 잔느입니다.”

“노인장,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젊은이, 우린 거래를 하지 않았나? 그 보상일세. 나는 네 가족을 보호하기로 한 그대에게 내 재산 전부를 주려고 하네.”

“진짜 제게 재산을 전부 준다고요. 노인장, 남아있는 노인장의 가족들도 생각하셔야죠.”

“젊은이, 크로우 상단의 주인한테서 내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나? 어쩌면 자네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할 걸세. 그 보답이니 그리 불편해 할 것은 없네. 그리고 숫자는 얼마 안 돼지만 저들이라면 음으로 양으로 자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걸세. 자, 그럼 손을 내밀어보겠나. 어느 쪽이던 상관은 없지만 가능하면 오른손이 좋을듯한데.”


현수는 노인의 말에 고민하지도 않고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노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현수는 기억을 통해서 2지구에 있는 초대형 상단이라면 어느 정도 힘을 소유하고 있는지 파악했다. 어쩌면 노인과의 계약이 자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었지만 질풍노도기를 살고 있는 현수에게는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가질 수 있는 패는 많을수록 좋았다.

마치 하이파이브라도 하듯 현수의 오른손과 노인의 손을 맞닿자, 놀랍게도 노인의 손에 끼어있던 금속으로 만든 반지가 마치 액체가 이동하듯 노인의 손에서 현수의 중지로 이동했다.

그것을 지켜본 현수는 간간히 떠오르는 기억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반지가 액체로 변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이동하는 마법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저 신기하단 생각뿐이 없었다.

그런데 반지가 이동을 마쳤을 때 현수는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살기를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놀랍게도 노인에게 순종적이던 헬레나와 셀레나, 잔느 등이 노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노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노인을 향한 세 사람의 짙은 살의에 깜짝 놀란 현수는 살기에 노출되어 안색이 퍼렇게 질린 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다들 왜 이러는 거요?”

“.......”


그러자 현수의 행동에 당황한 듯 세 사람이 그 자리에 부복을 했다.

현수가 갑작스레 건네받아 아직 제대로 반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노인에게 건네받은 반지에는 등록된 노예들을 정신적으로 제압하는 절대 복종의 주술 이외에도 언제라도 반지에 등록된 노예들을 죽일 수 있는 주술이 걸려있었다. 그랬기에 반지의 주인인 현수의 태도에 헬레나 등이 지레 놀란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거 그러니까, 음, 저들을 얼마 전에 노예 상인에게 사들였네. 그때 약간의 소동이 있어서 저들의 일족 중 몇 명이 살해되었다네. 물론 내가 그들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죽은 원인에는 내가 한 결정이 영향을 미쳤으니 내 책임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네. 그때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묻고 있는 거겠지. 그동안 저들의 제어권은 그 반지에 귀속되어 있는데, 반지의 소유권이 자네에게 넘어갔으니 저들에게 씌어져 있던 나에게 절대 복종하는 제약이 풀려버린 거지. 그러니 저들의 저런 반응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야.”

“다들 가만히 있어요. 저 노인은 당신들이 죽이지 않아도 이제 곧 그의 삶이 끝나게 됩니다. 그러니 굳이 당신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됩니다.”

“주인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젊은이. 이젠 진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 반지의 아공간 내부를 느껴보게나. 자네도 아공간을 소유하고 있으니 그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현수는 세 사람에 대한 주의를 늦추지 않으며 노인의 말에 따라 반지의 아공간 안을 생각하자, 이젠 자신에게 귀속된 반지의 아공간 안이 투영되었다.


“아공간 안에 있는 물건들이 느껴지나. 그것들을 모두 꺼내보게.”

“예.”


현수가 반지의 아공간에서 물건들을 꺼내 놓자. 크고 작은 상자들과 공작기계 한 대 그리고 어른 키 정도 높이의 커다란 7개의 오크통이었다.


“이게 다 뭡니까?”

“크크크, 이것들은 이번 거래의 가장 중요한 품목들이네. 아마도 나를 죽이고자하는 그가 얻고자하는 물자들이지. 먼저 제일 작은 상자를 가져와 보게.”


현수가 가장 작은 상자를 가져와 노인에게 건네려 하자 노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상자를 주술로 보호되고 있는 상자라네. 그 상자를 여는 열쇠는 자네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그 반지라네. 반지를 열쇠 모양이 있는 홈에 끼어보게나.”


현수가 반지를 상자의 홈에 끼어 넣자 주술로 보호되고 있던 작은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상자 안에는 양피지 여러 장을 엮어서 만든 책이 들어있었다. 책을 꺼낸 현수가 한 장 한 장 양피지를 넘기며 그 내용을 살펴보자, 그건 놀랍게도 마력을 담을 수 있는 흑색 화약을 만드는 비법이었다. 고유 스킬로 인해 연금술사이기도 한 현수는 한 눈에 그 양피지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흑색 화약을 만드는 비법이라니, 이 책은 어떤 물자를 주고서라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설마, 이건......, 흑색 화약을 만드는 비법이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이런 자네 설마 연금술에도 조예가 있나?”

“예. 연금술에 대한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자신의 스킬은 타인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생명이 끝날 노인에게 자신의 스킬을 말하는 것에 현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현수의 말에 노인은 조금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줄도 몰랐다.

사실 노인이 현수를 자기가 죽은 뒤 원수를 향한 대항마로 선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그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승률에 조금은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은 뒤 반지를 취득한 자가 구잔 상단주가 보낸 자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건 주인이 죽은 뒤 귀속이 풀린 반지를 처음 소유한 자가 그 반지을 귀속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어려보이지만 신의가 있는 현수를 후계자로 삼은 것이다.

사실 노인은 흑색 화약을 만드는 비법이 담긴 양피지 책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크로우 상단의 주인을 상대하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현수가 연금술사란 것을 알자 그냥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하하하, 이거 참. 내가 운이 좋군. 조나단 구잔을 상대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이리 훌륭한 패일 줄은 나도 몰랐네. 으-윽-. 젠장, 이젠 정말 시간이 다 된 것 같네. 부디 나와의 거래를 잊어버리진 말게나.”


현수와 간절한 염원을 담고 시선을 맞춘 노인의 눈에서 빠르게 생기가 사라졌다.

노인이 죽은 뒤, 현수는 아공간에서 꺼낸 물건들에 대한 정보를 노인에게서 듣지 못했지만 공작기계는 따로 설명이 없어도 총알을 제작할 수 있는 기계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 상자들에는 놀랍게도 20개의 각성석과 다수의 스킬석이 들어있었는데 이들 외에도 여러 가지 쓸모 있는 물자들이 다수 들어있었다.

그런데 각성석이라니, 그건 일반인을 플레이어로 만드는 기물이었다. 그런 기물이 20개나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게다가 또 다른 상자들 안에 들어있는 다수의 스킬석과 오크통 안에 들어있는 흑색화약에 현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노인의 장담대로 그가 남긴 물자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노인은 어디서 이런 물량의 각성석과 스킬석, 흑색화약을 제조할 수 있는 비법서적 등을 구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현수는 혹시 이 물건들 때문에 노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연 듯 들자 누군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자신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흔적을 지우고 빠른 시간 안에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는 헬레나 등에게 살케 일족의 조각난 시체들을 모으게 하고 그 일이 끝나자 그 시체들을 화장하기 위한 땔감으로 쓰기 위해 나무들을 모아오게 했다. 그동안에 현수는 마차들을 비롯해서 쓸만한 물건들을 아공간(룬)에 모두 집어넣었다. 내용 정리는 나중에 할 일이었다.

세 사람이 장작으로 쓸 나무들을 모아오자, 구잔 노인과 살케 일족의 조각난 시체들을 화장해버리고 그 자리를 떴다. 다른 시체들은 마수들이 처리해 줄 것이다.

현수는 상단을 목적으로 헤븐에서 올지 모르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 헤븐으로 가는 길을 살짝 돌아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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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집으로 돌아오다(2) 24.02.11 25 0 20쪽
7 집으로 돌아오다.(1) 24.02.11 24 0 16쪽
6 아포칼립스에서 짐꾼들을 구하다. 24.02.10 28 0 30쪽
5 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3) 24.02.03 33 0 21쪽
» 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2) 24.01.29 33 0 19쪽
3 살케 종족 노예를 얻다(1) 24.01.27 41 0 11쪽
2 아포칼립스(2) 24.01.23 48 0 16쪽
1 아포칼립스(1) 24.01.22 8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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