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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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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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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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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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콜로니(2)

DUMMY

‘레벨 120대의 1성급 플레이어 둘에 여자 플레이어라.......’


현수의 눈이 빠르게 야영지를 훑었다.

흩어져 쉬고 있던 야영지의 짐꾼들은 이런 경험이 많이 있었는지 다들 알아서 천천히 현수 일행을 중앙에 가두었다.

어느새 저들의 의도대로 느슨한 포위 속에 현수 일행이 갇힌 것으로 보였지만 잔느의 안전지대 스킬이라면 뒤쪽에 있는 일행들에게 큰 위험이 없을 것이기에 현수는 저들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플레이어의 숫자도 자신 쪽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해석안(룬)으로 피아간의 전투력 차이를 살펴본 현수의 생각일 뿐이었다.

주변을 에워싸는 저들의 움직임을 직접 보지 않아도 기감을 느끼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세밀화 되고 있는 현수는 점차 고조되는 일행들의 동요와 긴장감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광야에서 홀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아름이는 수중의 장도를 움켜쥐고 현수의 옆에 서서 저들의 과한 대처에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궁을 쥐고 한걸음 뒤에 서 있는 헬레나와 셀레나의 지나치게 높아지는 살의도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하지만 잔느와 같이 뒤에 있는 정기동 등 짐꾼들과 아이들에게선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미 여러 차례 잔느의 안전지대 스킬을 경험한 그들은 자신들을 노리는 저들의 대처가 그렇게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일촉즉발, 언제 터질지 모르게 쌍방 간에 흐르는 긴장된 분위기에 현수는 슬며시 장도의 손잡이를 잡았지만, 저들과 싸우게 된다면 질 거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수는 심리적으로 조금은 편한 생각으로 장내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둘건 (5성, 레벨-56)

고유 : 궁수(속사), 추적자(셩허르의 눈).


슬슬 잡담이나 주고받으며 자신들을 포위하는 야영지 짐꾼들의 과한 행동을 어느 정도 묵인했던 현수의 시선은 지금 5성급 잠재력을 가진 둘건이란 이름의 여자 플레이어에게 꽂혀 있었다. 그럴게 된 것은 해석안(룬)을 통해 본 둘건의 상태창이 다른 남자 플레이어보다 상당히 높은 잠재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레벨인 것이 현수에게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응......, 저 둘건이란 여잔 대체 뭐야? 잠재력은 5성인데 레벨이 겨우 56이라니, 1성급인 두 명의 남자들의 레벨이 120을 넘어가는데......, 궁사와 추적자란 고유 스킬이 있는 저 여자의 레벨이 저토록 낮은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둘건은 5성인 잠재력에 비해 레벨 수준이 낮았지만 현수는 그녀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자신이야 그럴 리가 없겠지만 일행들은 다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셩허르의 눈’이라니, 셩하르는 일전에 학교 수업시간에 알게 된 몽고어로 매를 뜻하는 단어였다. 매의 눈에 속사 스킬이라니 현수는 이 고유 스킬 조합이 결코 평범한 조합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는 무슨 이유로 이런 약탈자로 보이는 자들과 함께 하는 걸까? 저 여자 정도의 잠재력과 고유 스킬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게다가 분위기를 봐서 저 여자가 야영지를 지키는 주장도 아닌 것 같은데, 무리 내에서 배척이라도 당하는 걸까? 도무지 모를 일이야.’


둘건에게 관심이 생긴 현수의 시선이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특히 현수의 시선을 끈 것은 그녀의 얼굴에 있는 상처 자국이었다. 저 상처 자국만 없었다면 꽤 아름다운 미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눈 밑에서 턱까지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상처는 결코 타인이 남긴 흔적이 아닌 것 같았다. 자해라도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현수에게 든 까닭은 저런 위치에 저렇게 깔끔하게 칼로 그을 수 있는 실력자의 손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왠지 느낌이었지만,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둘건에 대해 현수는 생각이 많아졌다. 왜? 무슨 이유로 플레이어가 얼굴에 자해까지 하면서 이 무리에 남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저 상처를 안고 이들 무리에 숨어든 것인지 그녀의 사연이 궁금했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저기 아이언 콜로니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들이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이들도 약탈자들일까? 어찌한 담? 이젠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 부딪혀야만 하겠지.’


현수는 대장장이들이 만든 아이언 콜로니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여자와 아이들이 석인 구성원들을 본 저들이 순순히 자신들을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특히 로브로 얼굴을 가렸지만 환상적으로 몸매를 가진 헬레나와 셀레나를 비롯해서 광야에서 흔히 보는 여자들과는 다르게 굶주림과 마수들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안정된 분위기에 깨끗해진 여자들을 쳐다보는 성욕에 물든 자들의 시선은 현수는 매우 불쾌하게 했다.


“에이, 못 참겠다.”


그때 장중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깨기라도 하는 양날도끼를 든 남자 플레이어가 도끼를 치켜들고 튀어나왔다. 그는 아까부터 눈여겨보던 야성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동안을 가진 아름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행동에 무엇이 즐거운지 주변에 흩어져 현수 일행을 둘러싼 남자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흔들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일종의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였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전에 블랙 울프를 사냥한 현수 일행들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싸우고자 하는 투지로 눈빛이 단단해졌다.

양날도끼를 남자의 도발적인 행동에 현수가 나서려고 했지만 최근 기량이 부쩍 늘어난 아름이는 아까부터 자신을 향해 끈적끈적한 불쾌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남자가 자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장도를 빼어든 아름이가 튀어나가자, 현수의 좌우에 헬레나와 셀레나가 다가와 언제라도 쓸 수 있게 들고 있던 장궁에 화살을 메겼다.

헬레나의 시선이 장궁을 든 둘건를 향했다.

현수가 둘건을 지켜본다는 것만으로도 헬레나는 둘건이 위험한 상대란 것을 알았던 것이다. 헬레나의 당겨진 활시위는 언제라도 둘건을 향할 준비를 마쳤다.

주변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아직 레벨이 낮아 직경이 12m에 불과하지만 대지의 수호정령 카드모스의 추종자로 ‘땅의 의지(안전지대)’ 스킬을 가진 잔느는 신속하게 스킬을 발동해서 전기동을 비롯한 짐꾼들과 아이들을 안전지대 안으로 품었다. 이제 잔느에게 마력이 존재하는 한 그의 의지에 반하는 무언가가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갈 순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안전지대 중심축인 잔느의 옆에 둔 전기동 등은 오른쪽 허리벨트에서 다리에 묶어 고정시켜두었던 7연발 카트리지 석궁을 빼어들었다. 석궁은 자연스레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상대를 향했다.

설마 잔느가 안전지대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저들은 일정한 영역 안에서 뭉치고 있는 잔느와 전기동 등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금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양날 도끼를 든 사람이 저항하는 아름이를 제압하는 거였다.

그러면 평소 하던 대로 일순간에 모두 달려들어 필요가 없는 것은 치워버리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거둬들이면 끝나는 것이다. 대장장이 콜로니 즉 아이언 콜로니를 약탈하는 무리에 끼지 못했던 저들이었기에 뜻밖에 야영지를 찾아든 행운에 기뻐했다. 그들이 사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한편 격살보다는 생포에 중점을 둔 양날도끼를 든 남자의 공세에 아름이는 몸을 비틀며 휘몰아져오는 양날도끼를 장도의 단면을 이용해서 ‘툭’ 흘려내며 양날도끼의 힘을 분산시키더니 순방향으로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양날도끼 든 남자의 품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기법은 최근 현수에게 기초 도법을 배우면서 익힌 기예로 아름이는 탄력성이 많은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서 적은 힘으로 큰 힘을 상대하는 기법에 기초 도법의 발걸음을 적절히 석어 넣은 것이다.

장도에 맞닿은 양날도끼를 기음을 내며 흘린 아름이는 허점이 들어난 남자의 복부에 힘이 실린 왼손 팔꿈치로 강하게 질러 넣자, 복부를 강타 당한 남자는 제법 충격이 있었는지 비틀거리며 물러나더니 거친 숨소리와 함께 약간의 구토까지 했다.

그 남자의 모습에 장창을 든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뭐야, 그러기에 하초를 함부로 휘두르니 힘이 약해졌잖아. 저런 계집의 공격에 그런 꼴이라니, 이름이 아깝다 아까워. 쯔쯔.”

“카악 퉤, 뭔 개소리야, 너도 한 번 저년에게 당해 봐. 그런 말이 나오나. 그런데 저 년이 착용하고 있는 무구들이 용병들이 걸치는 전투무구로 보이는데? 저것들이 혹 용병인가?”

“용병들이 입는 전투무구라고, 그러게, 정말 그러네. 완갑에 새겨진 저거 야차의 문양 같은데? 그래 저 문양이라면 언제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야차의 문양이라......, 설마 저 야차의 문양이, 해븐에 있다는 그 야차대의 엠블럼은 아니겠지?”

“헤븐의 야차대가 왜? 풍문에는 양구에서 자이언트 앤트에게 전멸했다던데, 이미 없어진 놈들이 여기서 왜 나와?”

“그러게 내 말이. 저들이 양구에서 다 죽어 없어진 야차대가 아니라면 그들 복장을 한 저들은 누구지? 그들이 아니라면 그들의 명성을 도용한 용병대인가?”

“........”


비록 저들이 진짜 야차대일지 아니면 가짜 야차대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약탈과 물류 상단의 역할을 겸직으로 하던 자들이었기에, 중급이지만 헤븐에 자치구역을 가지고 있는 야차대에 명성에 대해 들어본 적인 있었기에 아름이를 당장이라도 물고를 낼 것 같이 날뛰던 자들이 주춤거렸다.

게다가 장창을 든 남자는 우연히 발견한 현수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권총에 신경이 쓰였다. 애송이로 보였지만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권총이란 것이 무엇인가?

총은 4성급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스킬을 실어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무기로 웬만한 하급 단체의 수장들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무기가 아닌가? 아니 설령 어찌하다 보유할 수는 있어도 총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자신들 같은 약탈자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한 귀한 무기였다. 그런데 저 애송이가 그 귀물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리고 왼팔에 갖춰진 무장으로 보아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장창을 든 사람의 얼굴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뇌의 빛이 드러났다.


“너희들, 혹시 헤븐에 있는 야차대에 속한 자들이냐?”

“플레이어라고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야! 저쪽에 있는 콜로니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희들과 관계가 있냐?”

“저쪽에 있는 콜로니?”

“그래.”

“이거 그냥 보내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웬만하면 장창을 든 사내는 여기서 충돌을 멈추고 싶었다.

그런데 일렁이는 불빛에 로브를 쓴 헬레나의 얼굴이 들어나자, 자신을 쏘아보는 섬뜩한 오드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장창을 든 남자가 들어난 헬레나의 얼굴을 보다가 갸웃거리더니 현수의 옆에 서 있는 셀레나의 모습까지 살폈다. 그러다가 기가 찬 얼굴로 말했다. 아니 언 듯 보기에도 화가 난 것 같았다.


“가만 그런데 너희들은 일전에 우리가 팔아버린 그 살케 종족의 쌍둥이들 같은데 너희가 야차대 복장을 하고 여긴 어떻게 왔어? 야차대 복장에 권총을 찬 저 애새끼는 또 누구고? 이것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데. 야, 모두 들어봐. 아무래도 저것들이 우릴 속인 것 같아. 야차대고 뭐고 다 블러핑인 것 같단 말이지.”

“블러핑? 헌데 저 어린년의 팔에 실린 힘이 장난이 아니던데. 하지만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맞겠지. 야차대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크크크 잡아서 교육을 좀 시켜줘야지.”

“교육 그거 좋지. 너 저년들 얼굴을 보면 뭐 생각나는 것 없어? 왜, 일전에 나와 같이 잡아먹으려다가 대장에게 깨졌던 살케 그 잡종 년들이잖아. 잘 봐봐.”

“맞네. 그년들이네 그런데 저것들이 왜 야차대 무구를 차고 나타난 거지?”

“그건 나중에 알아보지. 우선 저년들을 잡아 못다 한 회포를 풀고 난 다음에.”

“좋지 그거. 그럼 난 저년이 마음에 들어.”


고통이 가라앉았는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양날 도끼를 든 남자가 아름이를 향해 양날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아름이도 에어실드를 불러내서 양날도끼를 막고 장도로 상대의 복부를 향해 내질렀다.

순식간에 서너 합이 지나가자, 평범하지 않는 격돌을 지켜보던 두어 명의 남자들이 아름이의 빈틈을 노리며 다가갔다.


“주인님, 저들의 말을 들으니 저 자가 생각이 나요. 그밖에 다른 몇몇 약탈자들의 얼굴도 생각나요. 저 놈들은 확실히 저희 부족을 습격했던 그 놈들이 분명해요.”

“그럼 저기 콜로니에서 벌어지는 일과 이들이 관계가 있겠군. 빨리 이들을 정리하고 가야겠어.”

“예, 주인님.”

“어이, 애송이 나와 한 판 붙어보자.”


아름이와 양날도끼를 든 남자의 싸움이 격해지는 것을 본 장창을 든 남자가 창을 하단으로 늘어트리고 걸어 나왔다.

현수는 장창을 든 사내를 장궁을 무기로 사용하는 헬레나나 셀레나가 상대하는 것은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이들이 부족을 습격했던 약탈자 무리란 것을 알자 장창을 든 남자를 쏘아보는 헬레나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현수는 헬레나가 상대하기에는 빡센 상대란 것을 알았지만 최근 며칠 동안이지만 자신에게 기초 도법을 배웠기에 위험한 상황이 오면 자신이 상대할 생각을 하고, 저 자를 상대로 헬레나를 내보내기로 했다.


“끙, 헬레나 저 자를 상대할 수 있겠어?”

“예 주인님.”

“주인님? 역시 계집애가 애송이더러 주인님이라니 하는 걸 보니 이것들 순 가짜들이었네.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고 긴가민가했는데, 이거 내가 어린것들의 찐 뺑끼에 속을 뻔하다니. 나 진심으로 화났다.”

“닥쳐라. 이 약탈자 놈아. 네 목은 내가 따 주겠다.”

“내 목을 따, 이년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죽어라.”

“와라 이 년아. 넌 오늘밤 내 밑에서 한번 극락을 경험해 봐라. 아주 뿅 가게 만들어 줄 테니깐.”


이미 이들의 정체를 파악한 헬레나는 장창을 든 상대의 지저분한 말에 눈이 돌아가서 현수가 아공간(룬)에서 꺼내준 장도를 들고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크하하하. 역시 이 년은 블러핑이었어. 미친년 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기어들어와. 오늘 제대로 몸보신 좀 하겠구나.”

“닥쳐. 어디서 더러운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냐?”


둘의 싸움이 시작되자, 역시 장도에 미숙한 헬레나는 장창을 든 사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두 번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자 현수의 옆에서 안절부절 하던 셀레나가 현수의 허락에 싸움에 뛰어들었다. 셀레나는 수중의 장궁을 기초 도법을 운용해서 상대를 공격했다. 그런데 그게 맞아 떨어졌다. 손에 익은 장궁이 장도보다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 것 같았다.


“으-악.”

“크윽.”


현수의 뒤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부류로 나뉘어 싸움이 일어나자 상대방 짐꾼들이 잔느와 일행들을 향해 공격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전지대에 부딪힌 상대방 짐꾼들이 머뭇거리며 혼란스러워 할 때 전기동 등이 지니고 있는 7연발 카트리지 석궁이 그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잔느와 장궁과 전기동 등이 소유한 석궁에서 발사된 수십 발의 화살들이 일거에 상대방 짐꾼들을 휩쓸자, 양날도끼를 든 자와 장창을 든 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들은 처음엔 아름이나 살케 종족인 쌍둥이들을 붙잡아 성욕을 채우려 했지만 수하인 짐꾼들이 일거에 쓸려 나가자 마음이 급해졌던 것이다.

둘건에게 향했던 현수의 시선이 아름이나 쌍둥이에게 돌아갔다.

그사이 헬레나와 셀레나에게 위험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근접 전투에서의 경험이 장창을 든 남자가 월등했다. 장창이 헬레나의 급소를 노리며 뱀처럼 감겨들어갔다.

헬레나의 위기를 보고 셀레나가 달려들어 위기를 겨우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가 없었다. 예상외로 장창을 든 사내의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쌍둥이들은 온 힘을 다해 상대의 창에 대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들의 저항은 약해져 갔다.


장욱철(1성, 레벨198)

고유 : 벽사창법


현수는 헬레나와 셀레나를 장창으로 농락하는 장욱철을 지켜봤다. 더 이상 지체한다면 쌍둥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현수가 장창의 공격에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는 헬레나에게 가려하자,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또 한 대. 장도로 화살을 쳐낸 현수가 둘건을 쳐다보니 차갑게 굳은 얼굴의 둘건이 또 다른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다.


‘젠장.’


현수가 활시위를 당기려는 둘건을 쳐다보며 저 여궁수를 어찌할까? 생각하는 순간 현수의 뒤쪽에서 화살이 날아가 둘건을 공격했다.

안전지대를 공격하던 상대방 짐꾼들을 모두 사살한 잔느가 현수를 공격하는 둘건을 보고 맞대응을 한 것이었다. 화살이 현수에게 집중하던 둘건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잔느의 공격은 둘건에게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화살이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둘건은 화살을 시위에 건 채 몸이 굳어버렸다.

이렇게 잔느는 그런 둘건이라는 표적을 잡을 수 있었다. 잔느의 입고리가 올라가며 그의 손가락이 활시위를 놓으려 할 때 웬 남자가 둘건의 앞을 가로막았다.


“잔느야, 안 돼. 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잔느의 화살을 막아선 남자는 목과 두 팔 두 다리가 연결된 쇠사슬로 자유가 구속된 사내였다.

한편 장창의 위협에 밀려 물러나는 헬레나를 공략하는 장욱철을 막아섰던 셀레나의 장궁이 장욱철의 장창의 공격에 말려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그 순간 뱀처럼 감겨드는 장욱철의 장창이 셀레나의 목을 물어뜯으려할 때 고속으로 다가온 현수의 장도가 극적으로 막았다.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안색이 퍼렇게 질린 셀레나가 허겁지겁 물러나자 그 자리를 현수가 채웠다.

죽을 고비를 넘긴 셀레나가 창백한 얼굴로 주춤거리자 헬레나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이런 생사투에 경험이 별로 없는 두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수와 장욱철이 격돌하는 것을 본 그녀들의 두 눈은 다시 불타올랐다.

장욱철은 계속 투입되는 상대가 마침내 저들의 리더로 보였던 젊은 아니 어려보이는 남자가 등장했지만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비록 자기의 위협적인 창을 막아냈지만 장욱철은 현수를 그리 어려운 상대로 보지 않았다. 1등급 플레이어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자신이 보기에는 미숙해 보이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장욱철은 현수도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수는 쌍둥이들과는 달리 창술의 고수인 장욱철이라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장창은 현란한 변화를 일으키며 현수를 노렸지만 현수는 생사투의 경험이 별로 없는 쌍둥이 살케 종족 여자들이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장창을 장도로 제어하며 장욱철을 몰아쳤다. 놀랍게도 불과 두세 수가 지나지 않아, 장욱철의 창법은 어지러워졌다. 작심한 현수의 호랑이 도법이 장욱철의 벽사창법을 그대로 눌러버린 것이다.

현수의 장도에 힘과 기교에서 밀려 제압된 장욱철의 창대를 타고 올라간 장도가 장욱철의 목을 그대로 쳐버린 것이다. 장욱철의 목이 날아가고 피가 솟구치는 것을 본 현수는 그제야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건 일전에 아웃사이더들을 처리했던 것과는 다른 정신적 공황을 현수에게 가져왔다. 숨이 가빠지고 몸이 떨리는 것은 물론 두근거리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현수는 그것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아직 그가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현수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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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포칼립스(1) 24.01.22 8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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