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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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wnknight
작품등록일 :
2024.0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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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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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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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도광미정(1)

DUMMY

"죽여라."


너무.


밀려오는 거의 스무 명 가까이 되어 보이는 군사들이 사기에 차오른 채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쉬운 것이 아닌가. 어찌해야 질 수 있으랴. 난이도도 최하고 등장인물들도 각자의 기백이 넘치는 인물들인데, 그 [설정]의 평가가 얼마나 영향을 끼치던지 절대 이길 수 없다. 아니, 이참에 [설정]의 평가의 정도를 확인해야겠군.


먼저 나선 이는 대지를 부르는 토룡내진 한구안이였다.


토룡내진土龍內震 한구안翰邱岸.


동방의 작가 〈대지관사大地觀士 한寒〉의 소설 「대지를 보는 자」의 등장인물.


대지를 관찰하여 대지를 다룬다는 토룡을 찾아 그의 힘을 빌려 땅을 뒤엎고 다니는 자. 토룡이 존재하는 곳인 대지에서만큼은 그를 이길 자가 없을 정도라고 기술되어 있으며 땅을 꺼지게 하거나 땅을 솟게 하는 등의 활용을 하며 공격하는 자. 오랫동안 대지를 관찰하고 토룡을 부려 숙련도가 높으며 산 하나를 다른 곳에 솟게 할 정도로 묘사되는 이.


[〈등장인물, 토룡술사土龍術師 한구안〉의 [설정. 토룡강령土龍降靈]이/가 발동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대지를 느끼고 이해한 자.」


「대지를 부리는 토룡을 업고 돌아다니는 술사 중 술사.」


그의 부름에 토룡이 대지를 가르며 나와서 울부짖었다. 그러니 땅이 꺼지며 군대의 진열이 무너지고 있었다. 군대는 진열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설정]이 통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기나 혼란스러움 등까지는 관여하기 어렵고 더 많은 위력을 필요로 한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차이였다. 그 [설정]의 평가가 어찌할 수 없는 곳이다.


"이 정도 인가. [설정]의 평가가 올랐다기에 뭔가 싶었는데, 별거 없잖아."


그러더니 자만한 얼굴로 주위를 빙 돌아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군중 사이를 훑었다.


"어이, 독자들. 나를 선택해 봐."


마치 뒤에 있는 군사들이 가소롭다는 듯이, 내가 더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듯이.


"내가 더 좋은 세계를 보여주지."


그는 자만했다.


그래서 몰랐다. 다가올 자만을 싫어하고 쓸데없는 궤변을 늘어놓는 자를 싫어하는 귀신을.


"그 입 다물고 갈 길이나 가라."


바다의 살인귀가 고요한 군중을 헤치고 나타나서 오만한 대지의 주인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주작연검을 대하듯이.


"안 갈 거면 죽어라. 굳이 떠들지 말고."


그러자 그 분노가 가소롭다는 듯이 오만한 자가 웃어대었다.


"바다의 살인귀가 아닌가. 위력을 좀 보려는데. 얼마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내 고향에서는 소문을 들려주던 장사꾼이 바다의 미친 살인귀가 바다를 가른다던데."


네가 이길 수 있겠냐는 오만한 눈빛과 무표정하나 그 속에 깊은 어둠이 깔린 눈빛이 서로를 응시했다.


오히려 여유가 느껴지는 쪽은 도은이었다.


뭔가 강자에서 나오는 여유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허락한 거다."


[〈등장인물, 해광살인귀 도은〉의 [설정. 살인귀]이/가 발동되었습니다.]


「사람을 수없이 죽인 악귀 중의 악귀.」


「오직 살인만을 가장 잘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의 경지.」


살인의 경지에 이른 손이 움직였다.


콰득.


무언가가 살을 뚫고 들어가는 섬뜩한 소리가 공백을 채웠다. 얕게 뚫는 것도 아닌 깊게 뚫는 듯한 소리였다.


대지가 주인을 잃고 하염없이 요동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대지를 다루는 토룡의 주인이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뚫린 구멍을 부여잡지도 못한 채로 힘없이 쓰러졌다.


반대로 아직도 무표정한 채 묵묵히 손에 담긴 것을 보는 살인귀는 미동도 없었다. 그의 한 손에서는 아직도 식지 않은 대지의 힘이 담긴 축축하면서도 따스한 심장이 피와 함께 쥐여져 있었다.


무려 토룡내진. 아니, 토룡술사라고 불릴 만큼 대지의 힘을 잘 다루는 자가 상대의 일격에 반응하지도 못하고 심장이 뚫려 죽음을 맞이했다.


그 정도에 다다랐던가 웬만한 평타 이상을 찍는 자들은 일격에 보내버릴 정도의 위력. 그의 [설정]의 위력이 전에의 힘을 넘어섰다. 저 [설정]이 강해졌다면, 분명 그것일 터인데.


"다음. 더 붙고 싶으면 나와라."


냉혹하며 무미건조한 살인귀의 목소리가 적막을 뚫고 울려 퍼졌다.


한구안을 쓰러트린 자와 누가 겨루고 싶겠는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


"주.. 죽. 여라..!"


있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었거나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배수가 자신의 남은 몇 명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모른다는 듯이.


그러나 군사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누가 자신의 목숨을 쉽게 여기겠는가.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닌 이상 그런 짓은 너무 위험하고 남은 생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다.


"뭐 하냐. 당장 움직이지 못-."


서걱.


공중에서 떠다니는 한 자루의 검이 그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토룡술사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못한 채, 반응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사라져가는 [설정]의 위력.


일제히 남은 군사들은 자신의 부러진 병장기를 땅에 내던지고 투항했다. 이길 가능성이 철저히 낮고 이들은 고용되고 부려지는 입장이다. 그러니 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없을 수밖에.


푸슛.


제 주인을 죽인 검들이 날아올라 그들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제 주인의 뒤를 따라가며 허무하게 쓰러지는 자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등장인물, 전후여인 배수〉가 사망하셨습니다.]


[〈등장인물, 전후여인 배수〉가 사망해 막이 자동으로 완료됩니다.]


[〔제 3막간극. 군대전 발발〕이 완료됩니다.]


[〈등장인물, 토룡술사 한구안〉의 기여도는 45%입니다.]


[〈등장인물, 해광살인귀 도은〉의 기여도는 55%입니다.]


[〈등장인물, 해광살인귀 도은〉이 보상을 받았습니다.]



.



눈을 뜨면 선명하게 보이는 암흑의 풍경.


칠흑같이 검은 하늘이었다. 오늘 밤은.


오늘 밤도 그리 쉽게 보내기는 힘들겠군.


벌써부터 악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지옥에서 울부짖는 듯한 처절한 죽음의 악귀들이.



.



"전음."


"무슨 일이지?"


음양환사가 눈앞에 보이는 검은 도포의 사내, 환인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깊은 밤에 모두가 잠들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묻는 자. 아마 머릿속이 뒤엉킨 것일 것이다. 다른 작가들처럼.


"할 말이 있다."


잠시 동안 뜸을 들이고 머뭇거리던 환인이 다시 말을 꺼냈다.


흥미롭군. 이 상황이.


"그 이야기의 '결말'은 무엇이지?"


어느 날 밤에 잠시 묶었던 집에서 벌어진 일. 눈이 풀린 채 깊은 악몽을 꾸는 주인의 이야기.


전후여인 때문에 '결말'을 읽지 못하고 끊긴 이야기,


[이야기 보따리]가 담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인 긴 인생의 짧은 이야기.


그 이야기의 '결말'은.


"없다."


"뭐.?"


말 그대로 그 이야기의 '결말'은 없다.


아니, 어떤 이야기든지 간에 이야기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이가 물어본 자인 작가인 환인이 아닌가.


작가라면, 적어도 '내가 아는 환인'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환인, '결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텐데."


무언가가 꼬였다는 것이다. 환인의 머릿속에서. 그걸 정리하러 온 것일 테고, 그 [이야기 보따리]가 들려줬던 이야기의 결말을 보기 위함은 핑계일 것이다.


"작가가 되어서. 작가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지?"


"그런가. 미안하군. 뭔가가 조금 혼동이 왔다네."


아니, 어쩌면. 약간 화나 보이는 환인의 모습. 본 적이 없는 생각이 깊으며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 환인이 화를 내고 있었다. 이건.


그러더니 정확한 확답을 듣지 못한 채로 환인은 돌아갔다.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도 약간의 풀리지 않은 화가 남아있었다.


작가와 등장인물.


어쩌면. 이 세계는.



.



사람들은 도은을 자연스럽게 피해 다녔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인물을, 그것도 중상위권을 찍는 인물을 일격에 끝낸 자와 마주쳐서는 좋을 것이 없다. 이런 생각이 금세 퍼졌고 마을 내에서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찼다.


그러든지 말든지 정작 그 화제의 주인공은 별다른 상관이 없다는 듯이 다시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마을을 활보했다.


그리고 덕분에 일행에게도 더부룩한 시선이 쏟아졌다.


비역산신, 안영은 살인을 목격한 것과 그 상황에서 막지 못한 점에 대해서 더부룩하게 여기고 있었기에 염불을 외우고 있어서 남들의 시선을 보지 못했다.


주작연검, 백주운은 해광살인귀 도은을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지 자신이 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에 분노하여 마을을 불태울 기세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그래도 약간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음양환사 전음은 누가 어떤 반응을 하든지 간에 익숙한 듯이 마을을 활보하며 다녔고 약간 그 반응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는 어떤 세월을 살아왔기에 저렇게 태연한가.


어찌했던 간 일행들은 별로 상관하지 않고 마을을 다녔고 덕분에 마을 사람들만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딱 한 명.


이 마을에 있는 자들 중 오직 한 명만이 별다른 시선을 보내지 않고 다녔다.


백년목인 서눌.


동방의 작가 〈의학필사醫學筆士 만우灣雨〉의 소설 〈목인전木人傳〉의 등장인물.


나무로 된 인간이 아닌 인물. 나무로 되었으나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는 자.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인물로 평소에는 인간과 같으나 나무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고 우직하면서 자신만의 순리와 법칙이 있는 자. 거의 몇 되지 않는 외국과 참조하여 쓰인 세계인지라 외국과 교류를 하지 않고 사이가 좋지 않기에 배신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자.


그래도 한 명이라도 시선을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겪어왔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떠나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을에서 거주하고 다음 막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마을 사람들이나 여행객들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세계가 바뀌어서 이게 나름대로 익숙해져 야기는 하지만.


아직은 나약한 존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오늘 밤까지 막이 나오지 않으면 여길 떠나야겠군.


여기가 새 무대인 『도광미정』이라고 했으니 필히 다른 무대가 있을 것이다. 기억상으로는 근방에 다른 마을이나 무대가 될 수 있는 곳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무대가 이 세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이기는 하나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다.


이 「소설」이라는 세계관은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니 언젠가는 서양에 갈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지만.


여기서 다른 가정을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막이 생기기 전에.


새 막이 생긴다면, 만일 이 무대를 기획한 자라면,


장소를 다양하게 옮기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공간을 제한하는 생존형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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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도광미정(1) 24.02.11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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