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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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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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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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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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문겸

DUMMY

관리가 안 되는 독기 때문에 기혈이 뒤틀리고 있었다.

당진명은 식은땀을 흘리며 흩어진 독기를 억누르려 노력했다.


큰 사태가 벌어진 건 맞았지만 아직 복구할 수 있는 사태였다.

흩어진 독기가 더 퍼져나가지 않도록 억누르며 독기를 양문혈로 계속 보냈다.


다행히 독기는 더 퍼지지 않고 양문혈로 흘러갔다.

한참을 고생한 끝에 새어나간 독기를 전부 양문혈로 보낼 수 있었다.


당진명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독마 당진명이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과거의 독마 당진명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그러나 과거로 회귀해서 회귀 전과는 내력의 양이 다르다 보니 미세하게 내력을 조절하는 감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나마 빨리 실수를 수습해서 다행이었다.

당진명이 지난 몇십 년 동안 쌓았던 독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르는 큰 실수였다.


“휴우···”


다행히 양문혈에 만든 독단은 순조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하룻밤 동안 천천히 독기를 양문혈로 주입시킨다면 전생에 가졌던 독단보다도 배는 더 큰 독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진짜로 힘든 건 이제부터지만 말이지···’


앞으로 하룻밤을 잠도 자지 못하고 미세하게 독기를 조절하며 천천히 독단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정신도 지치고 몸도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한 번 만들면 평생을 쓸 거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당진명은 몸안의 기운을 잘 갈무리 하면서 양문혈에 천천히 독기를 쌓아나갔다.

욕심을 부려서 단약을 세 개나 먹었더니 독기의 양이 너무 많아서 관리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욕심을 좀 덜 부려서 단약을 두 개만 먹을 걸 그랬나···’


하지만 지금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당진명은 독기를 다스리느라 아침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아침의 밝은 햇살이 온 방을 비추고 있었다.


“됐다···”


당진명은 어찌나 신경을 썼던지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하지만 독기로 인한 고통도 잦아들고 몸 안쪽에 확실히 커다란 독단이 형성된 것이 느껴졌다.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독단을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컸다.

당진명은 수건으로 땀을 대충 닦고 침상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당진명은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그날 저녁.


목 부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당진명을 깨웠다.


“공자님 일어나시지요.”

“으음··· 목 부인?”

“공자님이 오늘 하루 종일 일어나시지 못하길래 걱정했습니다. 의원을 불러드릴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소. 지난 밤에 무공을 수련하느라 잠을 못 자서 피곤했을 뿐이야.”


내 말에 목 부인도 안심한 듯했다.


“그럼 더 주무시겠습니까? 제가 괜히 호들갑스럽게 군 것 같습니다.”

“아니야. 잠은 다 잔 것 같네. 하루종일 먹지도 못하고 잠만 자서 배가 출출한 거 같은데 뭐 먹을 걸 만들어 주겠나?”

“그럼 팥떡을 좀 가져오겠습니다.”

“부탁하네.”


목 부인이 방에서 나간 후에 당진명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바깥은 벌써 껌껌한 게 밤이 되어있었다.


정말로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목 부인이 걱정할 만도 하군.’


당진명은 두 손가락에 독기를 끌어 올렸다.

독단을 활용해서 간단한 독공을 시험 삼아 써볼 요량이었다.

두 손가락이 검게 물들며 손가락 끝에서 독물이 뚝뚝 떨어졌다.


독단은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듯 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군.”


당진명은 독단도 만들었고 민희의 일도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으니 당가를 나설 마음을 먹었다.


물론 엄격한 아버지에게 말해봤자 안 통할 테니 그냥 말없이 나오기로 했다.


다음날.


당진명은 거리로 나왔다. 강호행을 위해서는 튼튼한 행낭과 말린 육포 등 준비해야 할 물품이 많았다.


‘아무리 당가의 공자라지만 용돈을 받는 처지에 지출이 크군.’


당진명은 엽전이 얼마 들지 않은 전주머니를 뒤적이며 시장으로 들어섰다.


“육포가 좀 비싸군.”


당진명이 육포 가게에서 말린 육포를 보며 말했다.


“비싸다니요? 공자님 남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요.”

“고기를 보니 양고기도 아니고 돼지고기를 사용한 육포인데 누굴 속이려 드나. 엽전 5개만 받게.”

“... 잘 아시네요.”


웬만한 사람은 보고 잘 알아차리지 못할 고기 종류까지 알아채자 상인도 당진명에게 바가지 씌울 생각을 버렸다.


“젊으신 분이 눈썰미가 상당하시네요. 감탄했습니다. 육포 한 묶음은 덤으로 더 드리겠습니다.”


상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당진명은 강호인으로 보였는데 괜히 강호인을 상대로 속여먹으려 하다 자칫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덤이라도 하나 줘서 기분을 풀어주는 게 나았다.


당진명은 육포를 챙기는 데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소매치기가 당진명을 노리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미약한 시선이었지만 독마 당진명은 강호에서 구르고 구른 노회한 무인이었다. 한낱 소매치기가 그의 전주머니를 털 수는 없었다.


소매치기 놈의 손이 그의 전주머니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텁!


당진명이 소매치기의 손을 낚아챘다.


“아···!”


소매치기 녀석이 놀라서 입을 닫지 못했다.

그 소매치기 녀석은 바로 나중에 육대마두 중 괴도라 불릴 문겸이었다.

당진명은 문겸을 보고 씩 웃었다.

문겸도 당진명을 마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대단하시군요. 지금까지 사천에서 내 손기술을 잡아낸 사람이 없었는데··· ”


문겸이 당진명을 인정했다.

문겸은 사천에서 소매치기를 하면서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의 소매치기 기술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다니···.

상대는 분명 무공을 제대로 배운 강호인이 분명했다.


“어쩌실 겁니까? 저를 당가의 관아에 넘길 겁니까?”

“됐소.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 술이나 사시오.”


당진명은 과거에 했던 것과 같이 문겸을 끌고 객잔으로 갔다.


“보아하니 보통 분이 아니신 듯한데 성명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문겸이 당진명의 잔에 술을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금나수법을 보아 당진명이 강호의 젊은 고수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당진명이라 하오.”

“사천에서 당씨 성을 쓰신다면 혹시···?”

“사천당가의 삼남이오.”

“과연 제 짐작대로 보통 분은 아니셨군요.”


문겸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당가의 젊은 고수의 지갑을 털려다 걸렸으니 된통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당진명은 문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육대마두중 하나인 오만방자한 사파고수 문겸이 이리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처음봤기 때문에 우스워서 자꾸 입꼬리가 씰룩였다.


“문형. 그대는 어쩌다가 소매치기가 되었소?”


당진명의 말에 문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를 아십니까?”

“내가 사천당가의 삼남이라 말하지 않았소? 사천당가는 사천성에서 모르는 것이 없소.”


당진명은 짐짓 위협적인 표정으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당진명이 미래에서 온 회귀자라는 걸 알 리가 없는 문겸은 당진명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진실로 여긴 듯 얼굴이 창백해져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당가는 과연 무시무시한 곳이군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문 형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오. 그래도 내가 보아하니 문 형이 소매치기나 하기 살만한 사람은 아닌듯해 문 형을 살려주는 거요. 어찌하여 옹졸하게 남의 물건이나 훔치고 있는 것이오?”


당진명의 말에 문겸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당 공자님께서 저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고아로 태어나 거리에서 구르다 보니 배울 수 있는 기술이 도적질밖에 없어서 부끄럽지만 이 꼴이 된 거지요.”

“내가 볼 때 문 형은 병신 쪼다 멍청이요.”

“......!!”


당진명의 말에 문겸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는 나지만 상대가 화를 낼 만한 상대도 아니어서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오해 말고 들으시오. 내가 문 형을 우습게 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니까.”


당진명은 과거의 문겸이 했던 것처럼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저잣거리에서 계속 소매치기나 하면서 산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소?”

“저도 평생 소매치기나 하며 살 생각은 없습니다. 나중에 돈을 모아 무공을 배울 생각입니다.”


문겸이 항의 조로 말했다.

하지만 당진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삶의 방향성이오.”

“방향성이라니요?”

“문 형이 무공을 배워서 뭐에 쓰겠소? 기껏해야 소매치기가 강도로 변하는 것 밖에 더 되겠소?”


이쯤 되자 문겸도 참지 못하고 대들었다.


“공자님 말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심하지 않소 내가 볼 때 문 형이 무공을 배운다면 아무리 잘되어도 무림육대마두라고 불리는 사파 고수가 되는 것이 고작일 것이오.”


확신에 찬 당진명의 말에 문겸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문 형이 새 삶을 살 생각이 있다면 소림이나 무당파 같은 명문 정파에 들어가 정종 무공도 배우고 학문도 익히는 게 낫겠지.”


당진명의 말에 문겸이 한숨 쉬었다.


“저도 맘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무당이나 소림이 아무나 받아 준답니까? 설령 받아준다고 해도 큰 금액의 기부금을 내야 할 텐데 저한테는 도저히 무립니다.”

“한 번 새 삶을 살아볼 각오는 있소?”

“저도 한 평생을 소매치기로 살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무공을 배우기 위해 조금이나마 돈을 모으고 있는 거구요.”

“각오가 되어 있다면 내가 문형을 도와줄 수 있을 거 같군.”

“어떻게 도와주신단 말입니까?”

“정파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그게 정말이십니까?”


당진명이 탁자를 탕 치고 일어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갑시다.”


***


“이곳은···”


당진명이 문겸을 데리고 온 곳은 사천당가였다.


“사천당가 정도면 어엿한 정파의 일원 아니오? 내가 문겸 형이 입문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겠소. 혹여 불만이라도 있으시오?”


사실 사천당가는 비겁한 독술과 암기술을 자주 써서 세간에서는 정사지간의 세력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당가의 삼공자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정파든 정사지간이든 문겸 입장에서는 도저히 배울 엄두도 못 내는 곳인 건 변함 없었다.


“제가 불만이 있겠습니까? 공자님의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정말 저 같은 걸 사천당가에서 받아 주시는 겁니까?”


“너무 자신을 비하할 것은 없소. 내가 볼 때 문 형은 무술에 재능이 있고 자신을 잘 갈고 닦는다면 나중에 협의지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나다 공자님. 이 문겸 공자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문겸은 과거에서 소매치기로 살다가 약관이 넘어선 늦은 나이에 처음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십 년 만에 실력이 크게 늘어 절정고수의 반열에 이르렀으니 그 재능은 말할 팔요가 없었다.


“좋아요. 앞으로 무공을 잘 익혀둬요. 그러면 중요할 때 날 도울 수도 있을 테니까.”


당진명이 호탕하게 웃으며 문겸의 등을 두드렸다.


작가의말

예약 연재를 하다보니 어제 연재분 못 올린걸 깜빡했습니다;; 근데 비축분도 없어서 그냥 휴재로 해야겠습니다. 한 주의 시작이네요.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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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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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서소현 +7 24.04.08 2,808 40 12쪽
11 서월탄의 결심 +6 24.04.07 2,931 39 16쪽
10 염안초를 찾아서 +4 24.04.06 2,982 45 11쪽
9 염안초 +4 24.04.05 3,157 46 12쪽
8 의원 당진명 +4 24.04.04 3,315 54 11쪽
7 40년 묵은 하수오 +6 24.04.03 3,375 55 11쪽
6 강호행 +7 24.04.02 3,601 58 11쪽
» 괴도 문겸 +7 24.04.01 3,889 60 11쪽
4 독단 +7 24.03.30 4,130 60 11쪽
3 처단 +12 24.03.29 4,350 62 11쪽
2 독마회귀2 +17 24.03.28 5,261 68 12쪽
1 독마회귀 +21 24.03.27 7,289 9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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