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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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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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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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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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7

DUMMY

소리의 여운은 쉬 가시지 않고 공명을 일으키며 동굴 내부를 끝없이 돌았다.


파장의 여파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오싹한 기운과 공포가 스멀스멀 일어났다.


뭘까?

의혹에 휩싸여 검과 검집을 유심히 살피는 순간 문득, 뇌리를 스치는 환영이 보였다.


환영은 마치 놀리는 듯 깜짝 등장했다가 눈 깜빡할 사이 사라졌다.


너무 놀란 그.


‘허억~!’


섬찟한 기분에 황급히 검 날에서 눈을 돌린 그는 즉시 검을 검 집에 도로 찔러 넣었다.


철컥!

검과 검집이 부딪치며 발생한 금속 소음이 동굴 내부에 메아리가 되어 반복해 울렸다.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건 갑자기 무섭게 들끓는 단전의 기.

메아리가 거듭될수록 기의 파동은 점점 크기를 키우며 불안을 증폭시켰다.


‘뭐야! 마, 마검의 영향인가? 그래 마기다! 마기! 무시무시한 마의 기운··· 이걸 어쩌지, 끊어야 하나?’


너무 큰 놀라움에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비명, 두려움과 더불어 미지의 힘이 검집을 타고 흘러나와 손잡이를 쥐고 있는 그의 손끝에 모여들었다.


소름이 쫙 돋았다.

이질적 이게도 소름과 두려움의 한편으로 강하게 당기는 유혹이 동시에 일었다.


‘이 검! 뭔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갖고 싶다는 주체치 못할 욕심이 불끈 솟음과 동시에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는 강한 반발심이 욕심에 기울어지려는 그의 마음을 거칠게 압박했다.


멀리해야 한다는 경계의 무언 압력과 유혹, 둘은 그를 더욱 깊은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달콤한 유혹, 너무 치명적이다.

힘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더욱 갖고 싶은 검.

만일 이걸 자신이 취할 수만 있다면 절대 무공에 절대 병기를 동시에 얻는 것이다.


놓고 싶지 않았다.

검 역시 그와 마음이 통했는지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어 떼어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악다문 그는 양면의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5단계!


극의를 깨닫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다는 실체의 일부가 방금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


마치 달콤한 사탕 같은 유혹과 욕망.

무려 일각 이상의 시간을 자신과 싸우며 고군분투한 결과 검에서 강하게 풍겨 나오던 마기는 기운이 쇠하는지 점차 가라앉았다.


후~우!

길게 숨을 몰아쉬는 그,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겨우 진정된 마음을 추스르며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제야 시야에 들어오는 넓은 동굴의 모습.


“오! 이렇게 넓은 평지가 동굴에 있었다니···”


높이 5장의 높은 천정과 호리병처럼 길게 뻗은 빛의 통로, 동굴치곤 넓은 30여 평의 넓은 평지, 주변 벽면엔 마치 백지처럼 아무 흔적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정면 역시 마찬가지.

마지막으로 훑어본 바닥.

응? 뭔가 있다.

가로세로 4척 크기의 잘 다듬은 청석판, 많은 청석판이 바둑판처럼 똑같은 크기로 가공되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로 5줄, 세로 5줄 도합 25개의 청석판.

한 치의 빈틈 없이 반듯하게 있었다.

이런 깊은 계곡 동굴에 청석판이 놓여 있다니.

수북이 쌓인 먼지로 청석판 고유의 광택은 엿볼 수 없었으나 먼지 사이를 비집고 비쳐 보이는 그 무엇이 있었다.


문자.

각각의 청석판에는 각기 다른 문자가 동일 크기로 한 글자씩 25개 전부 각인되어 있었다.


귀곡에서 접한 사람 냄새나는 물건은 3단계와 4단계의 비석, 그리고 5단계 동굴입문에 새겨있던 파(破)라는 문자뿐이었다.


그런데 동굴 내부에 들어서니 많은 문자가 그것도 정교한 형태의 문자가 무더기로 있는 것을 보니 이제야 마존의 무공 정수에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흐흐, 청석판의 문구가 마존의 비급을 명기한 것일까?’


기대의 들뜬 마음을 다스리며 시선을 문자에 돌렸다.


문자 중엔 그가 통과했던 앞선 단계의 이름과 같은 한자가 반복해 각인되어 있었다.


흡(吸), 쾌(快), 강(强), 유(柔), 파(破) 그리고 20개의 다른 문자들. 청석판의 문자는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가 생각한 대로 마존의 무공 정수?

훅!

옷으로 청석판 위에 수북이 덮인 먼지를 털어냈다.


쌓인 먼지가 사라진 청석판은 감춰 두었던 광채를 빛내며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하듯 유혹했다.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끌려 이동하는 그의 몸, 이때 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 마노사 어른! 어, 어떻게 여기에??”


빛나는 청석판 위, 마노사 어른의 모습이 아른거렸던 것.


아른거린 것은 물론 무서운 말까지 쏟아내며 그를 자극했다.


"내가 너에게 한 말 아직 기억하느냐?”

“예? 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잊었단 말이냐! 오혈천의 무서운 점은 반드시 다섯 단계 전체를 통과해야 나올 수 있다 하지 않았느냐. 만일 한 단계라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넌 그 자리에서 죽거나 아니면 미쳐 사람 아닌 짐승이 된다 했다. 사실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도전하겠느냐?"


귀곡 입구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여 도전 의지를 밝혔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시작했고 마지막 단계까지 왔는데 포기할 리 있을까?


"너도 알다시피 모든 일에는 음(陰)과 양(陽)이 공존한다.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네게는 많은 기회 요인과 아울러 실패 요인이 동시에 주어질 것이다. 선택은 네가 할 것이다만,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던 모든 책임, 제가 지겠습니다.”

“좋다! 마지막 5단계는 앞선 1~4단계를 완벽히 이해해야 통과할 수 있는 지혜의 장이다. 그곳에서 너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부디 자중자애, 최선의 도전을 하도록 하여라.”



“우웃!!”

청석판에 비쳤던 어른의 모습이 마지막 말과 함께 흔적없이 사라짐에 놀라 뒷걸음질 친 그.


방금 대화를 나눴던 어른, 빙의해 나타나신 것일까?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고 도전 의지는 밝혔다.


"마지막 단계 5단계는 지혜의 장이라 하셨어, 그리고 앞선 4개의 단계를 완벽히 이해해야 통과할 수 있다고 하셨고···."


그렇다면 이 청석판은 자신의 지혜를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일 터.


마존의 제자로 인정받느냐 못 받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결국, 인정받지 못하면 미처 죽게 된다는 뜻이다.


권집은 이제까지 거쳐 왔던 과정을 다시금 되새겨 봤다.


"일 단계는 흡(吸), 즉 몸을 해하는 각종 독을 이독치독으로 제독하는 단계였지. 행운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독불침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어."


그렇다면 흡독제독(吸毒除毒)의 경지를 이룬 게 사실이다.


자, 그럼 그런 문자가 여기 있는지 확인해 보자.

오, 있다. 있어. 다행히 모두 있다.


"좋아!"


권집은 주저치 않고 첫째 줄 좌측 끝에 있는 흡을 밟고 이어 다섯째 줄 오른쪽 끝에 있는 독을 밟은 뒤 바로 첫째 줄 왼쪽 끝에 있는 제, 그리고 다시 돌아와 독을 밟았다.


네 걸음을 뛰어 디디는 동안 청석판은 무게에 조금씩 들어갔다 나올 뿐 이내 평형을 유지했다.


이제 겨우 네 걸음을 디뎠을 뿐인데 긴장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 천존과 같은 절대 고수조차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이는 무술 실력보다 마노사가 말한 대로 모든 단계를 정확히 깨닫고 통과했어야 수수께끼 같은 청석판의 난제를 해독할 수 있는 거야···."


독백처럼 읊조리는 권집, 1차 통과(?)한 4개의 석판으로 미루어 나머지 역시 이제까지 지나온 단계에 대한 성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조건임이 분명해 보였다.


일단 큰 실마리는 풀린 셈, 무작정 시도했던 첫 시도가 그의 의도에 맞게 들어맞자 그의 표정엔 작은 여유가 입가에 꼬리를 끌며 나타났다.


"2단계 쾌(快)는 오감 외에 초감각인 육감을 더해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단계, 그렇다면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해주는 단계를 뜻함이다."


2단계에선 오감으론 감지할 수 없는 초감각을 익혔다.


"그래 맞아! 쾌와 앞서 했던 흡을 통해 극신(克身)의 단계를 이룸이야."


그렇다면 쾌감극신(快感克身), 있나?

오, 역시! 있다.


한차례의 도전과 성공에 자신감이 붙은 그, 그는 문자의 순서에 따라 차례차례 자신 있게 4개의 석판을 밟아 나갔다.


생각했던 대로 아무 이상 징후도 발생하지 않았다.


8개의 석판을 모두 돌며 안전을 확인한 그는 긴 호흡과 함께 긴장에 거칠게 뛰는 심장을 꾹꾹 눌렀다.


자신감이 일자 즉시 다음 단계로 도전을 이었다.


"3단계는 강(强), 여기선 전신 혈도를 일정한 궤적에 따라 두드리고 찌름으로써 잠력을 격발시키는 내공 수련을 했다. 거기에 강인한 정신력과 단단한 외공 단련이 함께 이루어졌어. 그렇다면 이 단계는 강혈잠발(强穴潛潑)!"


문자를 추리한 뒤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순서에 맞춰 차례차례 4개의 석판을 밟아 나갔다.


지금까지 선택한 12번의 선택.

모든 성공이다.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는 의혹과 의심.

맞게 한 것일까?


"청석판을 해석하고 밟았던 이 모든 과정, 혹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했던 모든 선택, 하나하나 이제까지의 깨달음을 근거로 선택했다.


하지만 아무 징후도 없는데 쓸데없는 짓 한 건 아닐까?


“청석판의 문자와 각 단계를 통과하며 깨달은 문자는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닐까?”


만일 연관이 있다면 단계를 통과하는 순간마다 어떤 변화의 조짐이 있어야 정상이 아닐까?


의미 없이 밟아 나가도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만일 그렇다면 지금까지 쓸데없는 정력만 낭비한 꼴이 되는 셈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지금 바깥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성공과 실패 여부를 알 수 없는 초조한 마음이 심장을 짓눌렀다.


해골만 남은 천존의 잔영이 두려움의 폭을 더욱 크게 키워 행보에 신중을 기해야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확인만을 위한 단순한 돌판이었다면 그것은.


‘엉뚱한 판을 만일 눌렀다면? 시험해 볼까?’


확인하고 푼 강한 유혹. 강하게 뿌리쳤지만 뿌리치면 칠수록 엉뚱한 행동이었다고 질책하는 자아로 인해 괴로웠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과감히 의미 없는 한 발을 내디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때 문득 그의 눈에 뜨인 공(恐), 두려울 공자다.


‘공이라··· 그래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 해보자! 살짝 얹기만 하는 거야. 이상 징조가 보이면 즉시 회수하면 되잖아! 지금 내 내력이 얼마인데 그까짓 피하지 못할까.’


두렵고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으헉!"


발이 판에 닿기 무섭게 순간 전면 벽체에서 거대한 청룡이 잡아먹을 듯 튀어나왔다.


머리만 사람 몸통만큼 큰 청룡.

황급히 신형을 낮춰 피했지만, 청룡은 어느새 돌아 가슴을 물어뜯을 듯 쇄도했다.


너무 놀라 아직도 밟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 그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며 엉겁결, 밟았던 발을 뗐다.


그러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사라지는 청룡.


“어?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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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8-1 24.07.02 28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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