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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TE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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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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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스턴트맨의 하루 - 3

DUMMY

*


지희는 새벽에 도신이 끓여준 미역국을 생각하며 소리 없이 웃는다. 민희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띠며 커피를 마신다.


“왜요? 아까 회장님이 끓여준 미역국 때문에 그러세요?”


“어, 어떻게 알았어. 도신씨 미역국 진짜 맛있더라.

20년 전에 딱 한 번 먹어본 그 맛이었어.”


“딱 한 번 먹어본 맛이라니 무슨 말이죠?”


“엄마가 떠나기 바로 전날 미역국을 끓여 주셨는데 그 맛하고 정말 똑같아서 너무 놀랐거든.”


“야,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회장님 왜 아직 안 오시죠? 벌써 2시간이나 지났는데······”


“그러네. 무슨 일 있나? 전화기는 식탁 위에 두고 나가 어디서 뭐 하는 거지?”


지희는 앞에 놓여 있는 달마의 워터볼을 만지작거리며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


도신은 10년 전, 이곳에 하얀집을 지으면서 만약을 대비해 섬 곳곳에 비밀 창고를 만들어 각종 무기들을 숨겨놓았다.


그 비밀창고는 구조장비와 비상식량이 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15평 규모의 지하로 이어진다.


지하에는 총기 진열대 및 거치대에 수 십 가지의 다양한 총기와 탄약이 가득하다.


도신은 가장 가까운 비밀창고를 찾아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 50센티미터 길이의 정글도 두 자루와 권총 두 자루를 챙겨 조금 전 그 해변가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 해변이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조금 전 꿈틀거리던 거대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된다.


‘오, 호! 그래. 혹시나 해서 정글도를 가져왔는데 가져오길 잘했어. 너희들 정말 운 좋은 줄 알아.’


해변을 질주하던 도신은 양손을 어깨 뒤로 넘기더니 정글도를 뽑아 펼친다.


잠시 후, 그 해변가에 도착하자 닥치는 대로 정글도를 휘두른다. 조용하던 해안가는 도신의 기합소리와 정글도 휘두르는 소리로 가득 찬다.


*


잠시 후, 도신은 하던 일을 멈추고 대형 폐그물 한 가운데에서 서서 주변을 살핀다.


시간은 대략 1시간가량 흐른 것 같고, 다시 주변은 도신의 숨소리와 파도 소리만 들릴 뿐이다.


눈 앞에 8미터 길이의 범고래 6마리와 50미터 길이의 대왕고래 한 마리가

200여 미터 정도 길이의 대형 폐그물에 얽힌 채 꼼짝달싹 못 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10미터 길이의 초대형 수컷 범고래 한 마리가

폐그물에 얽힌 가족들을 구해보려는 듯 맴돌고 있다.


“너희들은 다른 종족이고 천적인데 같이 다니는구나.

진짜 신기한데! 기다려봐.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보자.”


고래들이 그물에 여러 겹으로 엉켜 있는 것으로 봐서 밤새워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친 것 같다.


일곱 마리의 고래들이 폐그물에 엉킨 채 큰 눈으로 도신을 힘없이 쳐다본다.


고래의 눈빛을 보니 도신의 마음이 아프다. 이놈의 폐그물 자식들.


상어들이 고래 소리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왕복 3시간 거리의 하얀집에 다시 갈 수도 없고,

간다 해도 스님과 호준씨 말고는 여기 일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이건 지체하지 말고 도신 혼자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고래 피부가 수면 위로 노출되어 햇볕에 서서히 말라 가고 있다.


한 시간가량 정글도를 휘둘렀지만 고래 한 마리도 구하지 못했다. 그물이 너무 크고 잘 끊어지지도 않는다.


그물을 모두 잘라버리기보다는 차라리 고래만 빠져나올 정도로 끊어 놓고

이따가 오후 늦게 밀물을 이용해 스스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한편, 범고래는 한 마디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길들일 수 없는 야생 그 자체인 사냥 기계이다.


도신은 폐그물을 처리하는 동안 범고래가 공격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이때, 그물 주변을 맴돌던 초대형 수컷 범고래 한 마리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야, 너 어디 갔니?”


도신은 혹시 자기를 공격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해변 주위를 유심히 본다.


이때, 갑자기 등 뒤로 거대한 톱니 이빨이 솟아오르며

도신의 골반을 물려고 달려든다.

대형 백상아리다!


순간 중심을 잃은 도신이 허벅지 높이의 바다로 자빠지며 사라진다.

백상아리는 등지느러미만 내밀고 도신을 이리저리 찾기 시작한다.


이때, 백상아리를 향해 거대한 범고래 지느러미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한다.

백상아리도 범고래를 보자마자 옆으로 빠져나가면서 사라진다.


잠시 후, 6미터급 백상아리가 배에 큰 상처를 입고 뒤집힌 상태로 떠오르고,

바로 옆에서 도신이 정글도를 거머쥔 채 물위로 솟구친다.


백상아리 주변 바다가 붉은 피로 범벅이 되고,

도신이 고개를 돌리자 쳐들어오는 거대 지느러미를 발견한다.


그 순간, 공포의 충격음과 함께 거대한 동체가 도신의 허벅지를 스치며 폐그물 쪽으로 날아간다.


푸억- 슈우우우-


그 즉시, 도신은 몸을 틀어 자세를 낮추고 거대한 정글도를 좌우로 펼쳐 세우며, 해변가에 멈춰선 범고래의 눈과 마주친다.


태양을 등지고 선 도신은 2분이 지나도록 범고래가 미동도 하지 않자 의아해한다.


자신을 공격할 마음이 있었으면 이미 아까 다리를 스칠 때 상황은 끝났을 것이다.


저 범고래는 자기가 처리할 대상을 인간이 해결하자 믿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간에 지금 당장 이들을 구해야 한다.

피 냄새가 상어를 부를 것이 분명하다.


밀물이 차오르면 이들은 모두 죽어 있을 것이다.

눈앞에 범고래 녀석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도신은 정글도를 휘두르며 튀어 나간다.


“급해, 임마. 비켜!”


*


지희가 하얀집 나무문 입구 계단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호준이가 정색하고 서 있고, 열려있는 문으로 거실 소파에 달마와 민희가 보인다.


“지희씨 들어와서 차 한잔 하며 기다리세요.”


“아니에요, 스님. 그냥 답답해서 나와 있는 겁니다. 오빠, 들어가 있어, 어서. 난 잠깐 더 있다가 들어갈게.”


“그래.”


호준이 주방으로 가서 율무차를 타와 소파에 앉는다. 잠시 후, 지희가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는다.


“스님, 도신씨한테 무슨 일이 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희씨, 회장이 연락은 없어서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연락하든 안 하든 어디에 있어도 자기 앞가림은 아주 잘하는 사람이니 좀 더 기다려 봅시다.”


“제가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 항상 제 예감이 틀린 적이 없어서 그래요.

지금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해요.

무슨 일이 난 것은 분명하고 우리가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라도 도신씨를 찾아보려고 하는데요.”


“이 섬이 생각보다 커서, 우리 다섯 명이 누구를 찾으러 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도 몇 군데밖에 안 돼서 마당에 지프차도 무용지물이에요.

그 몸으로 걸어 다닌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내가 도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저도 도신씨를 잘 알아요.

일단 경찰에 실종신고라도 하면 어떨까요?”


“실종신고를 해 봤자, 우리가 육지에 직접 가야 하는데,

여기서 회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겁니다.”


“언니, 스님 말씀대로 기다려 봐요.

제가 회장님을 안 지 6년이 넘는데, 덤벙대더라도 어디 가서 큰 사고를 치는 분이 아니에요.

연락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현명하셔서 별일 없을 거니까 믿어보세요.”


“그래, 나 좀 침실에 가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알려줘.”


“그래 지희야. 좀 쉬는 게 낫겠다.”


지희가 침실로 들어가자 세 명 모두 긴 한숨을 쉰다.


*


퍽- 퍽- 퍽-


도신이 옆에 수컷 범고래가 그 큰 덩치로 버티고 있는데도 페그물 사이로 정글도를 쑤셔 놓고 나무 썰듯이 일일이 그물을 잘라 나가고 있다.


그다음 칸으로 이동하자 그 수컷 범고래가 따라온다.

도신이 정글도로 내려치면서 어느 정도 그물에 칼집을 낸 후 다시 쑤셔 넣고 나무 썰 듯 썰어가며 폐그물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


이제 범고래가 작업에 방해될 정도로 따라다니며 도신 옆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또다시 올지 모르는 백상아리로부터 도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다.


도신은 그물에 묶였던 범고래를 쓰다듬더니 대왕고래가 잡혀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역시 범고래가 따라와 도신 옆에 바짝 붙어 있는다.


“이 친구야. 내가 일을 못 하겠다. 위험하니까 좀 떨어져 봐. 참, 나. 에이 그냥 있어라. 너 편한 대로 해.”


도신은 50미터나 되는 대왕고래를 잠깐 쓰다듬은 후, 그물 해체 작업을 들어간다.


*


3시간 정도 작업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범고래 한 마리만 남게 되자 지친 도신이 물가에 선 채 잠시 앉아 쉰다.


역시나 거대한 범고래가 도신 옆에 바짝 붙어 머문다. 도신은 범고래의 눈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거봐, 내가 해낸다고 했지?

만약에 상어가 피 냄새를 맡고 들이닥치기 전에 밀물이 온다면 하늘이 너희들을 돕는 거니까

여기서 살아나가면 잘 살아야 해.”


도신은 그 수컷 범고래를 애틋하게 쓰다듬는다.

도신은 다시 일어서서 나머지 한 마리 쪽으로 걸어간다.


이때, 이동할 때마다 따라오던 범고래가 보이지 않자 걸어가면서 상어가 보이나 주위를 꼼꼼히 살펴 경계한다.


“이제 너만 풀어주면 다 끝난다.

잠시 후, 물들어오면 마음껏 움직여! 알았지?”


그러자, 고래들이 도신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일제히 고래 특유의 소리를 낸다.


“하하하하. 참, 나. 너희들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야. 자! 마지막이다. 가자!”


도신이 제일 끝에 남은 한 마리를 풀어주려고 정글도를 들고 이동하는데 몸 옆으로 뭔가의 큰 충격을 받고 바다에 처박힌다.


“악! 이거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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